얼마 전, 영화 <트로이>를 봤습니다.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 사람은, 아킬레스로 분한 브래드 피트도 파리스로 나온 올랜도 블룸도 아니었습니다. 그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가 가장 멋졌습니다. 헥토르야 말로 사나이 중의 사나이, 남자 중의 남자! 옵빠ㅡ 꺄악! >0<
문제의 근원은 파리스가 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준 것이겠지요.
크레티,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는 헤르메스 올랜도 블룸과 약--간 닮았나요?
제우스의 명에 따라 헤르메스는 이다 산에 있는 목동 파리스에게 사과를 가져갑니다. 물론 세 명의 여신과 함께죠. 파리스는 원래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데, 그를 임신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태몽으로 불길한 꿈을 꾸게 되고, 그로 인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다 산에 버려져 자랐고, 커서는 님프 오이노에와 살며 양을 키웠죠. (영화에선 그저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면서 왕궁에서 잘 살고 있었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새겨진 황금 사과를 파리스는 과연 아테나와 헤라와 아프로디테 중 누구에게 줄 것인가. 세 여신은 각각 로비를 하죠.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영광과 공명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아시다시피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하지요. 어리석은 것... 쯧쯧..
헨드리크 발렌 <파리스의 심판>
투구를 쓰고 신조 올빼미와 같이 있는 여신이 아테나, 가운데에 공작과 같이 있는 여신이 헤라, 에로스(큐피드)와 같이 있는 여신이 아프로디테지요.
다비드 <파리스와 헬레네>
트로이 전쟁의 가장 중요한 여인 헬레네는, 어릴 적부터 빼어난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고, 12살에 이미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에게 납치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신랑감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였다니.. ㅡ.,ㅡ 신랑감 후보들은 후에 헬레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싸울 것을 다짐하도록 동맹까지 맺지요. 이쁘면 장땡...
헬레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기로 했던 동맹은 오뒤세우스의 머리에서 나온 꾀였습니다.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는 어느 한 사람의 신랑을 선택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결투를 벌이게 될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해결해준 댓가로 오뒤세우스는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를 데려갔지요. 좌우간 지혜로운 사람은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는 법이라나요.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헬레네의 신랑감으로 메넬라오스를 선택합니다.
메넬라오스와 백년가약을 맺은 헬레네가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보호를 받으며 스파르타로 가게 되고(영화에서는 신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파리스를 정중하게 대접했습니다. 당시 주인과 객 사이에는 결코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엄격한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리스는 이 관습을 깨뜨리고, 메넬라오스가 외조부의 장례식으로 크레타에 가 있는 동안,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헬레네를 설득하여 함께 트로이아로 도망갔지요. 남의 부인을 탐하지 말라 하였거늘.. 이 때 헬렌에게는 9살 난 어린 딸이 있었다고 하네요(영화에선 아님). 게다가 집안에 있던 보물까지 다 챙겨 갔다니, 참 대단하지요?
이렇게해서 동맹을 맺었던 연합군이 결성이 되지요. 그녀로 인해 트로이는 십 년 동안,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은 멸망하게 되지요. 신탁대로군요. 후에 파리스가 전쟁 통에 죽게 되었을 때, 그녀는 파리스의 형제인 데이포보스(영화에선 이런 사람 없었는데..)와 또 한 차례 결혼을 한답니다. TㅂT 잘 한다...
트로이 패망 후, 전 남편 메넬라오스는 그 동안 그녀를 증오해 단칼에 베어버리려 했지만, 막상 그녀를 보자 그 동안의 분노는 사라지고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무릎을 꿇는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역시 이쁘면 다 용서되는 것인가.. ㅡ.,ㅡ 생각해 보니 그녀의 잘못도 아닌듯 했다고....(얼씨구)
그리하여, 다시 헬레네는 메넬라오스를 따라 그리스로 향하지요. 10년간의 전쟁이 막을 내리자, 당연히 그리스군들의 원성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 모든 것은 헤레네의 죄악 탓이었으니... 하지만 정작 그녀가 반라(왜지?벗으면 용서되나?)의 모습으로 그리스 군대를 지나가게 되자, 그리스군의 불만과 노여움은 눈 녹 듯 사라져 버렸다. 이봐이봐.. ㅡ_ㅡ;;
프랑수아 델로메 <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로, 파리스의 형이죠. 헥토르는 그리스어로 <지탱하는 자>, <저항자>라는 뜻이라는군요. 그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트로이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트로이 제일의 용사입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로, 솔직하고 지혜와 용기를 겸비하고 있는 이상적인 영웅이었답니다. 집에서는 선량한 아버지이고 다정다감한 남편이었다고 합니다. 옵빠ㅡ >0<
그는 전세가 기운다 해도 절망하지 않았으며, 유부녀인 헬레네를 납치한 파리스에게 분노(그림)했고, 헬레네를 돌려줄 것을 제안했지요. 그러나 일단 그 일로 인하여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자, 그는 선두에 나서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던 헬레네에게도 극진한 배려를 했다고 하니, 정말 남자다운 멋있는 사람이라고 밖에는.... 허나 결국은 아킬레우스에게 목숨을 잃고 말죠. 으흑...TㅁT
다비드<헥토르를 애도하는 안드로마케>
사랑하는 아내 안드로마케와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두고 떠나가버린 헥토르... 그러나 헥토르가 죽은 후 바로 트로이가 함락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동맹자들의 원조를 받아 항쟁을 계속했지요. 하지만 결국은 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함락되고, 이로써 고대국가 가운데 가장 튼튼하게 건축된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