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신문에서 지오가 '나쁜 남자'로 변해서 어쩌고 하길래 설마 했는데 역시나 설마였다. 대체 나쁜 남자, 좋은 여자, 착한 사랑, 운명적인 것, 갈등의 단순화란건 어떤 머리로 개발한걸까. 갑자기 교육정책까지 떠오른건 좀 오바긴 하지만 그전의 독법으로 그사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한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지오는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저 초라하기 싫었고, 젊었을 뿐이다.

내가 예고편과 몇 가지 힌트를 얻어서 추측을 해본건 지오가 자신과는 다른 준영에게 거리감을 느껴선 헤어지자고 하는 것까지. 그러다 녹내장에 걸린걸 준영도 알게 되어 유야무야 화해하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나 역시 기존의 드라마 독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노희경에 미칠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11, 12회에선 자꾸 IP박스를 툭툭 치고서 멈춤으로 놓고선 기록하고 싶은 대사들이 많았다. 지오가 헤어짐의 이유는 사실없다란 말을 한 것에서부터 자신이 이러는걸 엄마가 보면 젊어서 힘이 남아돌아 어쩔줄 몰라 그러는거라고 말할거란 나레이션 뒤에 그만, 어쩌겠는가 젊은데란 말을 하는 것, 괜찮아질거란 말에 전혀 괜찮지 않고, 엄살 아니라고, 자꾸 몸에서 열이난다는 준영의 말까지. 나는 그사세가 드라마인데 드라마같지 않아서 점점 좋아진다.

다시 신문은 말한다. 지난주 대비 0.2%의 시청률 상승으로 인기몰이를 한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현빈의 오열 연기와 송혜교의 눈물 연기에 호평이 쏟아진다고. 솔깃한 기사이긴 한데 그다지 와닿진 않은게 그사세의 시청률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살짝 뻥이 아닌 대단한 뻥이란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게 시청률로 결정되는건 아니다. 그리고 분명 그들의 연기에 찬탄하는 사람들과 열광하는 무리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그사세의 PD들만큼 시청자며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시청률에 연연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청률은 광고수입과 연결되고 이건 나중에 또 드라마 작업을 할 수 있는가까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호들갑 이면에 있는 안간힘을 더 일찍 봐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몇천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시청률 조사가 정말 광고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걸까? 그토록 많은 돈을 들이는 광고인데 효과와 비용을 따져서 안배를 한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엔 그사세 열혈 팬들이라면 광고주가 그사세이기 때문에 광고를 붙인다는식으로 홍보를 한다면 충성 고객 선언을 할지도 모르는데. 이건 그쪽 사정 모르는 어느 그사세 광팬이 되어버린 자의 푸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그사세가 기존의 드라마 독법에서 비껴선 것처럼 시청률에 조금만 연연했으면 하는 맘에서, 언론에서도 다른식으로 접근했음 하는 맘에서 막 얘기해보는거다.

오늘 고속 버스 안에서 본 에덴의 동쪽 광고에서 '애증이 엮인 관계, 지독한 복수와 거침없는 사랑, 대단원의 화해'란 문구가 눈이 띄었다. 이런 식인데 어떻게 게임이 되겠어. 어떻게 보면 밋밋하고 다른 쪽으로 보자면 사정없이 몸달도록 재미있는데.

그나저나 난 난데없이 헤어지자는 지오 때문에 준영이 울 때마다 맘이 너무 아파서 자꾸 준영아, 울지마.라고 중얼거렸다. (송혜교야 어찌됐든 말이다. 그럼에도 송혜교 재발견 중이다.)베개에 얼굴을 붙이고 누워선 준영아 울지마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작정이라도 한 듯이 친구들까지 불러와서 운다. 그러면서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갖게 한 자기 얘기를 한다. '설레여서 어쩔줄 모르고 만지고싶고 보고싶은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준 따뜻함은 그가 보듬어준 부분들은 참아지지가 않는다. 그는 내게 아빠였고, 선배였으며 멘토였고, 애인이었으며 친구였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펑펑 울고 싶을 때 친구들 앞에서 무너지는 법을 알려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많은 부분을 생략한데다 입에 착 달라붙지 않게 읽히는건 받아쓰기 대신 순전히 내 기억에 의지해 휘갈긴 탓이다.)

앞으로 둘은 쿨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차마 구구절절 말하지 않았던 헤어짐의 이유에 대해서도 서로 이해하고 넘길 것이고, 그러다 문득 누군가 차가운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쥐듯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그러니까 준영아, 그만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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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8-12-08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여성스러운 연애담이고 사실적인거 같아요.

Arch 2008-12-08 09:4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반갑습니다. 그렇죠? 여성스럽다는 것에 씌워진 이미지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편이 더 맘에 와닿아요.
 

 토요일이면 내가 일어날까봐 조바심내며 텔레비전을 보는 옥찌들. 오늘, 지희는 피곤했는지 감기 때문에 코를 골며 자고, 민은 냉장고를 척 열어 빵을 가져와 선심 쓰듯이 할머니에게 드시라며 줬다고 한다. 내가 반송장이 되어서 방밖으로 기어나올 즈음엔 옥찌들의 텔레비전 시청은 거의 끝나가고, 슬슬 소꼽놀이 준비를 시작한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요놈들은 '너는 애기할래?'란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려준다. 그러면 짐짓 텔레비전 본걸 모른척하고선 신나게 청소나 한번 해볼까라며 아이들을 부추기고, 잽싸게 아침을 먹은 다음 밥을 차리기 시작한다.(나 졸면서 페이퍼 썼나봐. 아침 먹는데 또 밥 먹는대. 본래 하고싶은 말은 아침을 먹은 다음 청소 시작?) 옥찌는 여전히 맛이 있네 없네 타령이고, 민은 무엇이든 오케이다. 거기에 칭찬까지 곁들여지면 사정없이 먹어주신다.

 청소를 하고, 순식간에 몸이 늘어져선 뒹글대며 책을 보고 있는데 옥찌는 심심한 표정으로 방안을 몸으로 슥슥 휘저으며 다니고 민은 블럭을 자꾸 방안에 던져댔다. 그래서, 산에 갈까 했더니 눈들이 반짝인다. 옷빨리 입기 시합을 해서 정신없이 준비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웬걸, 날씨가 코끝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다. 볕은 참 좋았는데... 계획 수정! 전에 딱 한번 버스를 타본적이 있는 옥찌들. 다시 탄 버스가 역시나 신기했나보다. 잔뜩 신이나선 창문 밖을 둘러본다. 그런데 옥찌가 나를 쳐다보며

-이모, 그런데 왜 어디 가는지 말 안 해?

한다. 그래서

-응, 칼국수 먹으러 갈거야. 거기에 맛있는 대추차도 있어. 불도 피워서 분위기도 좋아.

이랬더니

-아니, 아저씨한테 왜 말 안 해?

 아, 택시타면 목적지를 말하는데 버스 아저씨한테 어디 가는지 말을 안 하는게 이상했나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버스는 아저씨가 맘에 드는 곳을 들르는데 우리가 내리고 싶을 때 벨을 누르면 된다고 말을 해줬다. 옥찌는 잘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민이랑 창밖을 둘러봤다. 커텐을 쳐도 창문을 닫아도 겨울은 코끝에 쨍하고선 와 있었다.

 예인촌은 주말인데다 바람이 차가워서인지 손님이 많았다. 불가 쪽에 앉아서 낚서장에 그림을 그리며 음식을 기다렸다. 무슨 볼펜을 쓸건지로, 볼펜을 주네 안 주네로 민은 깨어난지 몇시간도 안 됐건만 벌써 몇십번째 삐졌다 토라졌다 다시 다시 좋아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잘 타일러야는데 아주 날 잡아서 삐지는 것 같아 안 데리고 다닌다, 밖에 세워둔다며 참 어른스럽지 못하게 협박을 했고, 삐짐의 원인제공을 담당한 옥찌께서는 짐짓 모른척을 해댔다. 민의 삐짐 얘기를 하다보니 오늘 발견한 민의 면모 중의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뭐든 눈으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 저녁에 뭘 만든다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데 민이가 하얀통에 있는걸 보고선 그건 뭐냐고 물었다. 양파라고 했더니 양파? 양파? 이러더니 금세 조용해지는거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어 뒤돌아봤더니 양파를 꼭 자기 눈으로 확인하려고 통을 낑낑대며 열고 있는게 보이는거다. 이런 민인지라 온갖 말짓의 각 분야를 두루두루 담당한게 아닐까란 생각. 사실 옥찌의 사전 지시와 은근한 부추김이 한몫하긴 했지만.

 먹음직스러운 깍두기와 김치, 칼국수와 수제비. 민과 나는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옥찌는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맛있다고 하면서도 어거지로 먹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은 거의 나랑 같은 양을 먹고선 배가 터지려고 한다고 한번 만져보라며 헤헤거렸다. 그러다 뻥터지면 큰일이겠다고하자 그런것쯤 문제없다는 듯 씩 웃는데 녀석, 삐질땐 언제고. 에이, 귀엽잖아. 밥 먹고 난 후의 후식으로 쌍화차와 대추차를 먹었다. 먹어보라니까 옥찌는 질색을 했고, 민은 역시 한번에 다 먹어헤치울 기세로 덤벼들었다. 주인 아저씨가 서비스로 레모네이드를 주셨는데 옥찌는 오늘 먹은 것중에 처음으로 화색을 지으며 맛있어 했다. 얜 왜 한두차례 가공된 음식만 좋아하는지, 이런 식습관은 어떻게 바꿔야할지 모르겠다.

 배를 든든하게 한 다음 작은 도서관에 갔다. 아, 아이들도 많고, 아이들 책도 많고, 도서관도 따뜻했다. 옥찌들은 한자리씩 차지하고 자동차와 만화로 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밥 먹었으니 한숨 자야겠어 엎드려 있었는데 민의 징징 소리에 꺠고 말았다. 민을 밖으로 데리고 가서 주의를 주다 머리를 콩콩, 아... 너무 두서없이 여러 얘기가 한꺼번에, 걷잡을 수 없이, 말에 굶주린 것처럼 이러고 있다. (읽기 좀 지겹죠? 여기까지 안 읽었을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쓰다보니 좀 지겨워졌어요. 이런 글쓰기는 좀 지양해야는데,

 오늘 들었던 생각,

 도서관에서 계속 물을 먹는 아이가 있었다. 작은 컵이지만 계속 먹는게 예사롭지 않아 물어봤다. 왜 그렇게 물을 많이 먹는건지, 아이는 매워서 그런다며 손을 내미는데 거기엔 라면 스프가 들려 있었다. 아, 점심을 안 먹었니? 여차하면 뭐라도 사다줄 생각으로 물어봤는데 아이는 그건 아니라고 했다. 나도 안다. 라면 스프 정말 맛있다는 것. 그런데 몸에 안 좋을텐데(정말 안 좋은걸까? 이건 몇세대가 지난 후의 전수조사로 밝혀지지 않을까란 생각인데, 가공이니까 무조건 나쁘다였나?) 양육자는 아이가 라면 스프를 먹고 다니는줄 알까? 아까 보니까 과자도 먹던데. 아이는 혼자 도서관에 오는게 낯설어 보이지 않는데 자기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양육자와 떨어져 있어서 불안할까?그럼, 나는 그래도 옥찌들을 어쨌든 잘 데리고 다니니 책임있는 양육자일까? 책임이란게 그저 옆에 있어서 뭔가를 감시하는 협의로 본다면 책임이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란 좀 부정적인게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 중에 제일 맘에 걸렸던건, 다른 아이의 건강까지 염려하는 주제에 실은 옥찌들에게도 내가 귀찮거나 옥찌들이 너무 원하면 아무거나(정성을 안 들였거나 정성을 들였어도 별로 안 좋을게 뻔한 음식, 너무도 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조리식품, 달기만 하고, 배만 부른 영양가와는 무관한 식품) 먹이는데 이건 좀 기만적인게 아닐까란 생각. 그건 여러 측면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다. 예컨대 나조차 취업을 못했으면서 20대 실업률에 대해 고민한다는거나, 나조차 지역성이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판촉이 구리다고 생각하면서 때론 나 자신의 정체성을 그런 쪽으로 위치시켜 호소하고 있다는 식의 생각. 이건 좀 더 생각을 해볼 밖에.

 옥찌들은 무려 두시간이나 도서관에서 자고, 나는 시사인을 보다, 철학책을 보았다. 그리곤 요새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아이들 그림책을 보고선 그림을 그렸다. 이걸로 아이들이랑 그림 그릴 때 써먹으면 완전 대접받는다. 돌아오는 길에도 추웠지만, 우리 그래도 방에서 뭉기적대다 서로 아귀처럼 안 싸우고 이번 주말도 잘 보내고 있다는 뿌듯함에 슬쩍 어깨가 으쓱거려지기도 했다. 무어 대단한 외출씩이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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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3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의 뒹굴모드~ 좋다!!^^

hnine 2008-11-30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둘 데리고 이 정도면 '대단한 외출' 맞네요 ^^
레모네이드 함께 마시는 사진 보니, 옥찌와 민이가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런데 도서관에 아이들 잠 잘만한 곳이 있나보죠? 와, 책읽다 잠 드는 재미도 알게해주는군요 ^^
참 좋은 이모세요. 엄마도 이렇게 하루 종일 아이들과 놀아주기 힘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추천 한방.

무스탕 2008-11-3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찌야, 민아. 무스탕이모도 레모네이드 먹고시포~~~ 한입만... ^^

웽스북스 2008-11-3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다가 지겹죠? 이 부분에서 막 웃었어요. 시니에님의 자기검열 ㅋㅋㅋ
민이가 저렇게 배가 뽈록한 건 다 이유가 있었어요. ㅎㅎㅎ

그리고 저 입맛이 초등학생 입맛이라, 레몬에이드도 좋아하고, 생라면도 가끔 부숴먹고 그래요. 스프 찍어서. ㅎㅎ
과자도 좋아하고, 소세지도 좋아하고, 우리 애는 누가될지 큰일났다~

Arch 2008-11-3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책 볼때 가장 편해보이는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hnine님 잠잘 곳은 제가 만들었죠. 앉아서 책볼 수 있는 곳 바닥이 좀 차가워서 쿠션있는 의자 몇개 붙여선 재웠어요. 거의 엄마뻘이죠 뭐^^ 실은 옥찌들이 두시간 동안 안 잤다면 몇번 더 싸우긴 했을거예요.
무스탕님, 그건 예인촌 아저씨에게 말해야합니다. 옥찌들 얄짤 없어요.
웬디양님, 히히.. 재미있게 읽었다니까 쑥쓰러운데요. 꼭 초등학교 때 일기처럼 눈뜬 순간부터 저녁때까지 주르륵 써내려가는 것처럼 줄줄 써내려가기만 했는걸요.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 입맛이에요.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 익히 알고 있죠. 그래서 옥찌들 몰래 먹거나 그래요. 이건 담백한 맛을 알려주고 싶고 자극적인 맛에 너무 익숙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맘이라고 얘기하는겁니다. 절대 저 혼자 다 먹으려고 그러는거 아니예요.

2008-12-02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락화락 버닝해야하건만 사실 그사세 시청에도 굴곡이 있었다. 나는 충성을 지키기 위해 시청률이 안 나오니 닥본사를 해야할까 싶었던걸 시청률 조사 대상이 아니란걸로 위로 삼으며 IPTV로 줄곧 시청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주엔가 어어, 아니 감히 내가 빨리감기를 할줄이야 하는 순간이 왔는데 정지오의 아버지가 방송사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대목에서였다. 아버지와의 관계,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인 지오와 잘 살지만 약간 천박한 엄마를 둔 준영의 대비를 보여주려는 장치이며 곧이어 아버지와 지오의 화해를 위한 발판인건 알았지만 장면장면이 참 재미없고 소모적이란 느낌만 들었다. 준영이 규호의 B팀을 맡는 것도 일이 그렇게 되려고 하려는건 알겠는데 지오의 '얼른 돈 벌어서 너네 엄마맘에 들었으면 좋겠다'란 말 때문이란 것도 선뜻 이해가 안 갔다. 연애나 결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지상파에서 기대하는건 무리겠지만 그런 기운을 풍겼는데 대뜸 '집안'이라니. 작품에 나온대로 PD는 갈등을 만들면 일이 쉽게 풀린다는걸 위해 부러 설정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 튀는 몇몇 장면 때문에 극의 몰입도가 좀 떨어졌다.

 전에 굿바이 솔로를 볼때도 그랬다. 다른 이야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이제껏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죄다 쏟아놓았던 초반의 속도와 감각이 뒤로 갈수록 용두사미. 갈등은 효과적이지 않고, 등장인물의 감정선도 설득력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다시 이번회차를 볼까말까하다가 이왕 빨래도 개울겸 틀어놨다.

 이번회에선 (9회던가) 이혼한다는 엄마의 전화를 무시하는 준영과 그런 준영을 이해 못하는데다 자꾸 긁어부스럼 만드는 지오의 얘기가 주축을 이룬다. 지오는 그림 좋다고 드라마인게 아닌 것처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엄마도 이해 못하면서 무슨 드라마를 하냐고 준영을 몰아세운다. 준영은 모든게 심각한데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죽었다 깨나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선배는 그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에 철저하냐고 쏘아붙인다. 준영은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하면서도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지긋지긋한 순간들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데 안도한다. 갈 곳이 없어 방황하던 준영은 이석우 작가집에서 윤영과 김군이랑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 이런 유치한걸 왜하냐며 툴툴대던 준영은 곧 서로 친해지게 되면서 털어놓는 비밀이나 치부에서 힌트를 얻는다. 처음 말하는게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운거라는, 가까워지려면 정말 비밀을 말해야할까는 여전히 보류 중.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지않고, 세상이 작당한 듯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느낀 날, 준영은 누군가를 붙잡고 엉엉 울고싶어 아빠를 찾는다. 지오가 엄마가 아닌 아빠를 처음 봤다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준영이 사랑하는 아빠, 어린 딸에게 보들레르의 시를 읽어줬던 자상하고 멋진 아빠. 잠시 울고나면 괜찮을줄 알고 찾아간 아빠의 집에서 준영은 다른 여자 목소리를 듣는다. 그 길로 다른 PD의 환송회를 하는 자리로 온 준영. 모두들 웃고 떠들며 신이나 있는데 준영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입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처럼 웃고 있는데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지오는 준영에게 마음으로 묻는다.

-준영아, 무슨 일 있는거야?

 몇개의 복선으로 미루어볼 때 난 준영의 엄마가 불륜을 저지른줄 알았다. 그런데 원망해야할 대상이 아빠로 바뀐 순간 그녀의 마음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가장 믿고, 사랑했던 것에서 밀쳐진 기분, 그녀가 조금씩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굳이 준영이 너를 사랑한다거나 스스로에게 묻는 씬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이토록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드라마라면 끝이 용두사미든 계속 탁탁 튀는 소리가 나든 상관없어지고 말았다. 앞으로 아마도 준영과 지오는 이 문제로 어쩌면 내가 원하는 갈등국면에 접어들고, 그러면서 서로 좀 더 그들이 아닌 서로의 삶에 젖어들어가겠지. 그러다 어느 날엔가는 서로의 키가 한뼘쯤 자란걸 느낄 수 있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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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1-2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사세.. 이번주 까지 저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예고편보니 너무 뻔한 내용으로 전개될까봐 좀 불안한데요? ^^;;;
설마 지오가 불치병에 걸리는 건 아니겠죠? 그런 스토리는 아니길 바랬는데.. 흐...

Arch 2008-11-27 09:49   좋아요 0 | URL
불치병은 아니고 눈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이 생기는 것 정도, 그래서 아무데서나 나서는 지오의 성격과 조금 얌체같은 준영의 성격이 부딪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불치병은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식상함의 문제같아요. 가시장미님도 보시는군요. 히~

웽스북스 2008-11-2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현빈이, 얼른 돈 벌어서 너네 엄마맘에 들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건 정말 지극히 현실적이지 않나요. 얼마나 초라하겠어요. 자기 자신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데 공중에서 연애모드로 안내려올 수는 없으니까. 나는 그부분 정말 마음 아프던데 ㅜㅜ 제 그사세 시청은 요즘 물이 오르고 있어요.

Arch 2008-11-28 22:56   좋아요 0 | URL
근데 난 부러 갈등을 만드는 느낌이 든게 10회에서 아버지가 현빈을 바깥에 세워두고 소똥 냄새 안 나게 막 씻기는 장면 있잖아요. 이거랑 맥락을 같이 하는데 뭐라고 할까. 좀 오바스러운 느낌 있잖아요. 그리고 이제 좀 가족에서 벗어나는 연애를 해도 되지 않을까란, 지극히 드라마적인 생각도 들었구요. 오늘 10회에 예고 보니까 가시장미님 말씀대로 불치병 맥락일 것 같은데... 뻔한 내용 안 나올거라고 생각해요. 노희경에 표민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간의 캐릭터 때문에 함부로 식상해지진 못할 것 같아요.
 

 처음엔 감기 때문에 못했던 목욕을 해서 기분전환이 됐나 싶었다. 아니면 누나가 공구놀이 시간에 가져온 기중기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돼서 신난건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적당하게 끊고 다시 평정을 찾나 싶었던 기분이 결국은 잠옷의 단추 앞섶을 풀어헤치며 돌아다닐 정도로 방방 뜨게 되고 혹자는 야성적이다, 밖에서 들어오신 엄마는 '고거 참 나훈아같다'란 말을 할 정도에 이르러서야 이건 보통 조짐이 아니란 느낌이 들기 시작한거다. 그래도 다짜고짜 무슨 짓을 저질렀냐고 말할 수는 없잖아. 조심스럽게 흔적을 찾고 다녔는데 도통 보여야 말이지. 점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뻗쳐오르는데 사건 현장을 덮친 노련한 수사관처럼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시니에, 여기야 여기'

 결국 예상은 들어 맞았다. 냉장고를 열어본 엄마 눈에 제일 먼저 띈건 빨간약. 요오드가 반찬통들을 타고 흘러내리는 광경이었다. 김치 국물처럼 선명한 자국과 반찬통들 사이에서 굴러다니는 용기. 이건 분명히 지민이야, 지민이야, 그러면서 민에게 갔다. 눈치는 번개보다 빠른 녀석이 옳다커니 하고선 준비한 말이래봤자 '말하면 안 혼낼거야?' 안 혼내긴 뭘 안 혼내!, 너인줄 다 알거든! 조근조근 말해줄 정신을 잃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곧장 씩씩거리며 화를 내며 냉장고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거실에서는 민과 동생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민아, 왜 그랬어. 이모 화내잖아.

-응, 이모 놀래켜주려고.

 이건 너무나 짜릿하게 놀래켜서 한번만 더 그럴라치면 전혀 안 놀라게 되는 적응력까지 길러지는게 아닐지 모르겠다. 민은 뭐든 가능하게 하는 아이니까.

  어제는 할머니방에 가서 공룡 나오는걸 봤다며 신이나서 내게 떠들다가 내가 또 뭔 말을 했다고 금세 텔레비전에서 공룡들이 싸우면서 하는 말대로'죽어볼래'라고 하는거다. 그런 말 하면 기분이 별로라고 하니까 얄밉게 '내 맘이지'라며 요새 자주 쓰는 그 말을 새침하게 내뱉는거다. 하도 약올라 진짜 죽은척은 저번에 써먹다 약발이 떨어진걸 알아서 유령처럼 구는 방법을 써봤다. 그러니까 민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려요였는데 민 입장에선 이게 꽤 답답했나보다. 결국은 징징대다 와락 울어버리며 다시는 죽인다는 말 안 할테니까 그만 나타나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런 충격요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며칠간은 잠잠하려니 생각했는데 빨간약이라니. 그래놓곤 스물스물 내 방으로 와서 딴청을 피우고 있는거다. 계속 모른척 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건드리다가 뭘 먹고 있는게 보여서 이상한거 주워먹었을까봐


-민, 뭐 먹는데.

하자,

-응, 이렇게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낀거 먹은거야.

 어찌나 알뜰한지 민에게는 옷에 붙은 밥풀도 함부로 허용해선 안 된다. 그런 민을 어떻게 오래 미워할 수 있겠어. 요오드 냄새가 풍기는 손으로 민을 안았더니 이 녀석이

-우리 이모, 우리 이모지?

이런다. 그래 민이 이모다. 민이 이모라 가끔 환장하겠지만 그래, 우리 이모야.

 밖에서 옥찌 기침하는 소리가 심해 한의원에서 지어온 기침할 때만 먹는 약을 준다고 했더니 갑자기 민이 억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약 먹고 싶다는건데 모른척 했더니 피를 토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극성을 떠는거다. 결국 한 숟가락씩 약을 먹였다. 민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입을 쩍 벌리고선 약을 받아먹었다. 이 흐뭇한 표정. 밥을 먹을때면, 간식을 먹을때면, 물론 말썽을 피울때면 한번씩 반짝이는 민의 눈. 난 아마도 민의 눈이 마술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듯 싶다.

야성적인 민, 볼록 나온 배는 '먹어대'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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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고마워요 민~~ 민이의 저 뽀얗고 탱탱한 뱃살, 볼록해도 괜찮아~

Arch 2008-11-28 22:57   좋아요 0 | URL
히히히~ 그럼 좀 더 먹어대도 괜찮단? 저거 윙크하는거예요. 웬디 언니 복받은겨^^(막 강요한다~)
 

 그 밤에 큰편인 내 머리보다 더 큰 배추 50포기를 차에서 내려 집까지 실어나를 때까지만 해도 '그깟 김장쯤이야' 였다. 금세 하고 엄마랑 찜질방이나 가야겠다란 당찬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시작은 토요일부터였다. 배추의 밑둥을 자르고 반으로 갈랐다. 엄마가 한대로 소금 몇번 뿌리고 물에 담그면 소금간은 끝인줄 알았다. -알았다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 저것만 하고 좀 놀아야지 싶었다. '저것만'은 '저거라도'에서 '내가 이 정도인가'란 자괴감의 끝에 끝을 치달으며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 되었다. 처음은 물론 간단했다. 밑둥을 자를 때면 슥삭대는 칼소리마저 정겨웠고, 배추를 반으로 가를 때의 느낌도 꽤 괜찮았다. 두부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간단해보였다. 이게 한 10개까지 그랬단 소리고 그다음부터는 전쟁이었다. 칼은 천근보다 더 무거웠고, 배추들은 속이 꽉차가지고선 칼이 잘 들어가지지도 않았다. 옥찌들이 베란다에 있는 배추를 욕실로 날랐다. 모처럼 신나는 놀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한 아이들을 보면서 이단계로 소금을 잡았다. 배추 사이를 간신히 벌려 소금을 넣은 다음 욕조에 풍덩. 중간점검 나온 엄마는 배추를 물에 담궈놓으면 맛이 없으니까 우선 물에 적신 다음에 사이사이에 소금을 다 채워야한다고 했다. 욕조에 입수해있던 배추를 다 건져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쩐지 엄마 말대로라면 소금간하고 조금 있으면 풀이 죽는다는데 얘네들은 더 팔팔한 상태였다. 밤10시가 넘어서야 배추 소금간이 끝났다. 500포기가 아니라 50포기 담는건데 벌써 퍼져버리고 말았다.

 일요일, 욕조에 얌전히 있는 배추를 씻는 작업을 했다. 욕실이 작아서 양동이 두개를 간신히 들여놓은 다음에 흙과 이물질을 물로 씻어냈다. 다행히 구원투수가 온 덕에 좀 더 수월하게 쓱쓱싹싹 씻어냈다.(평소 나의 대충대충을 아는 엄마는 차마 내겐 못맡기겠다고 만류하긴 하셨지만)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도 3시간 넘게 걸렸다. 하염없이 배추를 물에 씻고, 배추를 옮기고, 배추가 줄어들기는 커녕 욕조 화수분처럼 점점 늘어만가는걸 보자 가사를 여자에게 분담하게 한건 정말 탁월했단 생각마저 떠올랐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거리, 현상유지로는 폼 안 나는 잡무,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생각할 때면 스스로 운명에 순응하게 만들고 수동적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게 하는 가사의 힘이 느껴져버린다. 물론 이건 권력을 쥐고 있는 다른 성이나 다른 계층이 혁명적으로 가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알아서 해야하는' 시스템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분위기가 일식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문득 김장 휴무나 김장 연휴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이어서 양념 재료를 믹서에 갈았다. 새우, 양파, 생강을 믹서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데 믹서는 왜 또 말을 안 듣고, 허리며 다리며 벌써부터 쑤셔대니. 아, 눈까지 침침하다. 믹서를 잡고 있는 손이 믹서를 끄고 나서도 덜덜 떨리는걸 넘어 저리기까지하자 김장 참여자 중 그나마 최연소인 나이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버무리는 작업을 했다. 그 전에 고모랑 엄마가 양념을 다 준비해놨다.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한건 세발의 피도 안 됐다. 내 하는 폼을 보고선 성격 급한 고모가 저리 나오라며 협박을 했다. 아, 나 버무리고 싶다고! 김장 초보란 너스레를 떨며 계속 자리를 꿰차고 눈짐작, 어깨너머 염탐으로 배추에 양념 묻히기를 착실히 해나갔다. 나의 남다른 착실함과는 별개로 어떤 때는 양념을 너무 많이 묻혀서, 어떤 때는 너무 하얘서 결국은 '애가 안 해봐서 그래.'란 안 하는게 도와주는거란 말을 착실하게 들어먹었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었다. 오, 내 손으로 지금 김치를 담근다는 사실에 흥분한 것도 잠시였다. 곧, 허리며 어깨며 누가 두드려 팬것처럼 아리고 저려왔다. 내가 어깨를 뒤틀고 허리를 배배 꼬는 동안 어른들은 묵묵히 통에 김치를 담고, 간을 보고 다시 배추에 양념을 묻히셨다. 아, 저래서 어른이구나. 나는 백날 떠들어봐야 발치에도 못닿을 경지가 있는거구나. 마지막 배추까지 다 버무려지고 나서야 허리를 피면서 아구구 하시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햇다.

 사실, 도망칠 수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김치 얻어먹는 근천 떨기 싫다고 엄마가 무려 50포기까지 욕심을 부렸을 때 어딘가로 나가서 며칠 안 들어왔다가 김장 다 끝나면 들어와 맛이 어쩌네 저쩌네로 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다. 매년 하는 행사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도 있는데 꼭 나까지 해야해란 생각, 조금 하긴 했다. 여전히 가사는 내가 한다고 하는데도 늘 내 일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토끼면 분명 노인네 혼자서 배추 절이고, 고생할게 눈에 보이는데, 나야 하자 많은 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보다 젊고 늘 초반 의욕이 넘치니 괜찮을줄 알았다. 하지만 김장은 보통이 아니었다. 보통 이상이었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강도를 보여주고야마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집에서 일을 많이 해야할때면 잠적했던 짓은 이제 지양해야겠다.

 나는 아마도 앞으로 '우리 엄마 손맛'이라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곱지않은 눈으로 볼 것만 같다. 특히 김치 맛 운운은 정말. 백김치든 정말 맛이 없는 김치든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 자신의 노고가 눈꼽만큼도 안 들어간 것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는 당연하지 않은 사실에서 사람들이 고마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으면 좋겠다.

 아, 너무 피곤해서 잠도 안 온다. 계속 이렇게 페이퍼만 쓸 것 같다. 고작 김장 한번에 이 난리니 내년에 김장 한번 더 하면 페이퍼 두개는 쓸 것 같다. 이러다 김장 관련 리뷰 하나 올리는게 아닐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김장하느라, 앞으로 하시느라 애쓰셨고, 애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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