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켈리는 누구인가?
로잘리 크넥트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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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금기시됨은 물론 죄악시 되어 범죄로 규정했던 시절, 게다가 냉전시대에 스파이로 활동했던 레즈비언 여성은 자신을 옭아맨 이중올가미에 여지없이 걸려버렸다. 1966년의 군사 쿠데타 직전의 아르헨티나와 1950년대 후반, 베라 켈리가 청소년으로 교정시설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모습이 교차해서 나온다. 2023년에도 LGBT가 금기되어 있고 몇몇 나라에서는 죄악이고 범죄로 규정되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 1950-60년대에는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일이었고, 살기위해서 자신을 숨겨야 하고 거짓말을 해야한다는 사실은 본질을 나타낼 수 없다는 스파이와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레즈비언 여성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 나온거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식힌다는 취지로 읽기에는 사실 머리가 상당히 아픈 소설이었지만 소설 전개와 컨셉은 상당히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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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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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교코가 쓴 맺음글을 읽어보니 제일 처음 출간되었던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2008년에 출간이 되었으며 원래는 단권으로 끝날 예정이었는데 호응이 좋아서 '명화로 읽는 유럽사'로 계약이 커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아우르는 합스부르크부터, 프랑스의 부르봉, 영국,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에 이어 제일 마지막이 독일의 프로이센 왕조이다. 전 유럽사에 큰 획을 그은 합스부르크가 제일 첫 타자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토를 달고 싶지 않으나 합스부르크 왕조 이후 프랑스>영국>러시아>독일이라는 흐름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추측을 해보자면 일본과 한국에서 비교적 호응이 좋을 프랑스와 영국을 먼저 집필하여 시리즈의 인기를 끈 다음 유럽사적으로 중요도가 있지만 인기가 적은 러시아와 독일을 뒤에 배치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프랑스의 경우 일본판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로 한국와 일본에 꽤 친근한 이미지일테고, 영국은 영국대로 소재 자체가 꽤 막장인 부분이 많아서 드라마로도 많이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제일 처음 나오는 그림은 프로이센 왕국의 깃발인 독수리 문양이다.본래는 독일 남서부 슈바벤 지방의 귀족가문인 호엔촐레른 가문은 원래 가톨릭계 가문이었으나 이후 세력을 더 키우기 위해 개종을 하고 난 뒤 프로이센 가문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프로이센의 문장이 왜 독수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럽지역에서는 독수리를 가문의 문장으로 많이들 사용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로마시대 때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독수리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일 강한 신인 제우스의 상징이기도 하였으며, 로마제국이 독수리를 제국와 로마 군단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강함'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지 않았나싶다.

'명화로 읽는 유럽사'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주변 국가와 얽힌 그림과 역사. 그리고 일본과의 관련성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러시아 로마노프의 황제가 독일 혈통과 관계가 있어 자주 거론되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초상은 어김없이 프로이센 가문에서도 등장을 하였다. 일본의 경우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독일사에 대한 부분을 그린 그림도 꽤 많았다.

왕조의 역사가 역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는 모든 부분을 포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왕조에 대한 그림으로 읽는 역사라는 부분도 흥미로웠던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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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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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는 공업생산의 원료가 되는 자재를 뜻하는 단어이다. 금융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옥수수, 쌀 같은 식자재부터 원유, 금, 은 같은 다수의 사람이 투자물품이라고 생각되는 것, 알루미늄과 알루미늄을 만드는 자재 또한 원자재에 포함되고 광산에서 나오는 1차 광물부터 원자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무식하다고 느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는데 광물, 식품 같은 것도 원자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의 원자재가 필요하다던가 구리를 생산하기 위한 광산에서 1차로 나오는 광물이 구리가 아님을 알고 살짝 당황했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경유나 가스 같은 것도 원유를 가공해서 나온 2차 원자재임을 생각해보면 구리나 알루미늄 또한 1차 원자재를 가공해서 만든 2차 원자재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야하는데 그 '당연함'에 대하여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원자재 트레이너의 역사와 발전, 그 과정 내에서 중심적인 인물과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반적인 역사 내에서 원자재가 어떻게 경제를 통제하고 그를 거래하는 트레이너의 활동을 읽으면서 경제사적인 부분에서 원자재가 가지고 있는 중요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실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식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잘 모르는 편인데, 이런 실물경제와 관련된 경제사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 실물경제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고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재로 내가 원자재 관련 주식을 사거나 투자를 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원자재 상승이나 하라, 국제정세에 따른 경제 탄력성에 대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원자재 트레이너는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팔 것 같지만 중요한 점은 '돈' 뿐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모험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사람의 행동이었다. 실제로 원자재 트레이너를 하려면 워킹홀릭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잘 읽고 국제정세 내에서의 변수를 빠르게 읽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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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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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연출로 HBO에서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인 베트남 전쟁 소설 동조자.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은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의 사이공 함락으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라게 되었다. 베트남전 당시 이중간첩으로 살아간 베트남-미국인 혼혈인이 주인공인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동조자의 후속작품인 헌신자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1인친 화자 시점, 마치 나래이션처럼 펼처지는 소설이라서 처음에는 읽기 버겁고 집중하기 어려웠다. 묘사와 대화가 따옴표로 분리되지 않았기에 어떤 인물이 말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기도 하였다. 아마 진술서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보니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 같다. 베트남인과 미국인의 혼혈로서 두 문화의 이단으로 취급되던 주인공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배척한 베트남식 이름 대신 성직자의 신분으로 여성을 임신시킨 후 자식을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을 스스로 지었지만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고 두 곳의 문화 모두에게서 인정받지 못한 인물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까? 베트남인이지만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던 본, 인민해방을 위해 공산주의를 선택했던 만이라는 두 친구 사이에서 본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만을 지키키 위한 주인공의 선택은 두 문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든다.

베트남전의 사이공 함락 이후 난민으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 때문인지 필리핀 난민촌과 영화에서 난민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이 소설에 비교적 많이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기억이라 잔상만이 남아있을지라도 충격적인 사건이라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기마련이다.

본과 화자의 탈출 이후의 삶을 그린 헌신자도 조만간 읽어야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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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테이스팅 코스
마크 드레지 지음, 최영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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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붐이 불었던 몇 년전과는 달리 요즘 맥주의 인기가 조금은 사그라 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하여 단체로 호프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던 예전과 달리 소수의 사람의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추세가 되면서 맥주보다는 와인이나 위스키의 인기가 많아진 것도 한 몫 할 것 같다. 맥주의 인기가 약간 사그라들었다고 그 매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맥주는 물, 곡물, 홉, 효모만 있다면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알콜음료이다. 게다가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기에 숙성시간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하여 훨씬 간편한 음료이다.

맥주는 크게 라거, 에일, 와일드/샤워 맥주라는 세 가지 종류로 나뉘지만 맛에 따라서 몰트의 특징에 따라서 레시피나 홉의 종류에 따라서 상당히 다양한 변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맥주에 사용되는 홉의 경우 종류도 다양하고 홉의 가공방식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국에서 만드는 맥주의 경우 보통 홉을 수입하여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홉이 자랄 수 있는 지역이 남북위도 35-55도 사이이고 그 안에 한국이 포함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알고보니 한국에서도 홉을 재배할 수는 있기는 한데 한국에서 재배한 홉의 퀄리티가 다른 나라에서 재배한 것보다 낮아서 수입을 해서 쓰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마치 한국에서 바나나를 재배할 수는 있지만 효과나 효율성을 따졌을 때,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맥주와 관련된 책에서는 맥주 자체에만 집중을 하는데 '맥주 테이스팅 코스'의 장점은 아무래도 맥주와 음식의 마리아주/페어링을 생각해보게끔 만든다는 점이었다. 보통 술와 음식의 마리아주/페어링을 생각하면 와인을 떠올리며, 맥주는 일반적으로 감자튀김 같은 튀긴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맥주 테이스팅 코스'에서는 맥주 스타일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해주고 있다. 맛의 강도에 따라 맛이 강한 맥주라면 진한 맛을 가진 음식을 추천해주고 있으며, 라거 같은 청량한 맥주에는 샐러드 같은 음식을 추천해주고 있으나 강한 인도 카레와 페일라거 처럼 의외의 조합을 추천해주기도 하였다. 책에서 추천한 페어링 중에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조합은 커피 스타우트 맥주-블루베리 팬케이크 페어링과 위트비어&세종-팔라펠랩 페어링이었다. 술과 관련된 다수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보통 술과 비건요리의 페어링을 추천해주는 책은 없었는데 '맥주 테이스팅 코스'에서는 맥주와 비건음식의 페어링을 추천해주는 것도 매우 색다른 시도라고 생각되었다. 읽으면서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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