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기 버거워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꼼짝않고 누워있었다.
디지털 시계는 새벽 세 시를 찍어내고 있었고
한 시간마다 놀라 잠에서 깨어난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등에 땀이 송연해,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메스꺼운 비린내를 맡으며 담배를 피웠다.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을까.
술을 마실까.
약을 먹을까.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읽고 있다.
생각외로 잘 읽히지 않아 조금은 곤혹스럽지만
끝까지 읽을 생각이다. 표지를 벗겨내고
오래 가방에 들고 다녔더니 무척 더러워져,
내 자신에게 분노가 일었다.
담배 묵은내가 나는 손을 씻고 다시금 누워
책을 펼쳤다. 아직, 불을 켜지 않은 상태였다.
어둠은 눈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라, 눈에 힘을 주고
기다렸는데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어 책을 덮었다.
베란다에는 키핑해 놓은 양주가 있을테고
냉장고에는 먹다 만 소주와 여섯개 들입 맥주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아놓은 와인이 들어있다.
안주로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깜박 잠이들었는데
잠이 안 와? 라고 묻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그런 것 같은데, 하고
말을 멈추었다가 자고 싶지 않은걸까 하고 덧붙이며
소리 나는 쪽으로 머리를 갖다댔다.
작은 방에 가서 책 읽을래 ?
글자가 안 보여. 술 생각하고 있었어.
술은 안돼. 물론 약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등을 돌려 누우려는데
그러지 마. 했다.
노래 불러줄까. 라고 묻길래,
이름 불러줘, 내 이름. 이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