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른님의 봉봉공방은 요술공방이다.
이렇게,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요구해놓고 잊어버리고 있으면
짠~~하고 배달되어 온다.
이번엔 고장 나서 처박아 둔 컴퓨터랑 프린터에
쌓인 먼지 닦는게 너무 귀찮고 보기 싫어서
가리개를 주문했더랬다.
처음 목적은 에어컨 싸개를 주문하자였는데, 어찌하다보니 좌탁,티비장,책장 가리개등 여러 개를 주문하면서결국엔 봉봉공방에서 구매왕으로 등극했다.
에어컨 싸개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해보다 아른님께 그림을 그려넣을테니
흰색이나 아이보리계통으로 만들어 주십사!
요청했더니 이건,그림을 그려 넣다가 망치면 어쩌나?
싶게 너무 이쁘게 만들어서 배달되어 온 것이었다.
일단,가리개도 양끝 부분만 무늬가 들어간 패브릭이었고 가운뎃 부분은 민무늬였던지라 큰 결심을 하고서 미술공방샘을 졸라 토토로 그림작업을 해야겠다.라고 큰소리 뻥뻥 쳤다.
나는 그저 샘만 옆에 있음 아무 걱정이 없기에 신이 난채로 제일 예쁜 토토로 사진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지만,선생님은 속으로 내가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었다고!!!
(나는 작업 시작 전 아무 말 없이 골똘한 선생님 표정을 보고 선생님이 자신 없어하는줄 착각했으니 나는 도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줄도 모르는, 아무 생각없는 철부지 학생이었던거다.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무대포 정신이 더 나았다고 선생님은 격려해 주시더라!!)
암튼, 그렇게 어찌어찌~~선생님과의 합동작품은 결국 완성되었는데 다 그리고 나서 우리 둘은 그만 스스로의 작품에 반해 버렸던 것이다.서로의 공으로 돌리며 작품 소감을 발표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무선반에 잽싸게 걸어봤다.
역시나 반함의 눈동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20년째 써 오던 낡은 나무 선반의 용도는 분명, 주방에서 전자렌지랑 밥솥 올려놓고 쓰던 물건이 어째서 거실 한 켠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알길은 없으나,이렇게 배치를 하고 보니 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기특하다.
아이들은 가리개의 토토로를 보더니 갑자기 토토로 영화 보고 싶다고 dvd 꺼내서 보더니 노트북 cd롬이 갑자기 먹통이 되어 영화를 못봐 아쉬워 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노트북을 새로 구입해야하나?
돈이 더 들게 생겼군!!
그랬거나 어쨌거나,
아른님이 야근해가며 만들어 준 패브릭 가리개가
흉물스럽던 거실 한 켠을 가려줘 이공간이
이렇게 아름답게 부활했으니
나로선 기쁠 따름이다.
이젠 에어컨 싸개들이 줄을 섰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