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우리말에 대하여는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였다. 말솜씨나 말투나 우리말에 대한 지식으로 보나, 스스로 이 정도면 상,중,하로 나눈다면 상위권에 속하리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신있게 이 책을 손에 들었던 것이다. [너 정말 우리말 아니?]라는 질문에 '그래, 우리말도 모를리가 있습니까?'라며 덤벼들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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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마찬가지', 나뭇가지', '망아지', '송아지', '강아지', …. 이렇게 동물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에는 '아지'가 붙어. '아지' 역시 '가지'라는 말과 어원이 같아. 새끼는 어미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니까 말이야. 가지에서 'ㄱ'자가 떨어진 것 뿐이라고. 사람의 새끼를 나타내는 '아기'라는 말도 사실은 '아지'에서 나온거야. 어머니로부터 갈라져 나온 가지가 바로 '아기'이지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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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말인가? 듣고보니 당연한 말 아닌가? '가지', '아지', '아기'가 같은 뿌리의 말이라는걸 왜 모르겠는가? 근데 이제서야 그 사실을 깨닫다니…. 낱낱으로만 보아오던 말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화음을 볼 줄 모르니 수십년 우리말을 말하고 써오면서도 이런 기초적인 개념마저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세상을 보'고 '마음과 생각을 춤추게 해야' 하는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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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홉마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번째 마당과 두 번째 마당에서는 말의 '가족'이라는 개념과 '살아 움직이는 말','말 속에 담긴 또 다른 말의 세계' 등을 들려주고 있다. 풍부하고 적절한 그림들이 매 쪽마다 곁들여져 있고 특히 중요한 문장은 색깔을 달리하여 인쇄되어 있어 쉽게 책 내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잘 만든 책이 어떠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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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타는 말'과 우리의 생각과 뜻을 실어 나르는 '말하는 말'. 정말 닮지 않았니?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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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물건이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직접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우리 생각과 함께 새끼를 치는가 하면 변하기도 하고 늙어 죽기도 해.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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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마당은 '말의 뿌리를 알면 우리말이 보인다'인데 앞서 옮겨놓은 이야기처럼 '한뿌리'인 우리말의 특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네 번째 마당은 '소리가 살아 있는 우리말' 이야기로 '한국 사람들은 정말 소리를 나타내는 데 천재들이라'(54)는 지은이의 우리말에 대한 자화자찬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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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 감각에 민감한만큼 '인정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하'여 '예술성이 빼어난' 우리 겨레의 강점과 부족한 '합리성'이 어우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리라.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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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는 다섯 번째 마당의 이야기 제목인데 여기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간결하고도 핵심적인 말이 등장한다. 바로 '나' 와 '도'이다. 지은이는 '나'라는 토씨는 부정적이고'만사가 시들해지고 마'(65)는 느낌을 주기에 '도'라는 희망과 긍정의 토씨를 사용하자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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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나 '도'라는 토씨 하나가 이처럼 말의 뜻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 놓지. 우리 마음까지도 달라지게 하고 말이야.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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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라는 말에 담겨있는 우리 겨레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잘 보여주는 '널리 사람을 섬기는 말' 이야기(여섯 번째 마당)와 '자연과 시간의 순리를 담아'(일곱 번째 마당) 들려주는 '철'들다의 '철'과 '철'이 바뀐다의 '철'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고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시간과 삶,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여 우리들의 생각을 키워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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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라는 말은 '서로 대립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풀어서 밝히는 것이 아니라 덮어놓고 자기 감정과 결론만 내세우려는 거'(97)니까 '무서운 말'이 되고 '좌우지간'은 '극단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서로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서 그 사이를 찾아내자는 말'이므로 '소중한 말'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어쨌든'이라는 말을 '좌우지간'이라는 말로 바꿔 생각하는 거다.'(107) 이것이 여덟 번째 마당,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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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마당에는 '되살려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이 쏟아지는데 몇 가지만 옲겨본다. 이런 말들을 잠시나마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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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바람 아름 품은 돛단배가 넘실넘실, 저리다, 지치다, 아람, 앙갚음, 안갚음,, 올곧다, 가시나, 터무니없다, 시치미 떼다, 꺼벙하다, 누리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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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 세세하게 책 내용을 옮겨보는 까닭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이다. 한글과 우리말 관련한 책을 수 십권이나 곁에 두고서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부끄러움을 이 작은 어린이 책을 통하여 깨닫는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노력없이 이뤄지는 것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만하였던 날들이 부끄러워지는 책읽기였다. 하여 얇지만 제대로 만든 이 책을 온가족이 함께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하룻밤 날을 잡아서 내가 읽고 아내와 아이는 함께 듣고, 서로 이야기하며 놀라워하며 만나 보았다. 행복한 책읽기였다. 꼭 한 번 만나 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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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4. 배우고 또 익히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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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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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