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꿈꾸는 어린이 경제동화"라는 부제에 딱 맞는,정말 꼼꼼하게 잘 설명한 어린이용 경제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이 책, [주식회사 6학년 2반]을 올 3월이면 6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학급에 몇 권 기증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만큼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아빠인 내가 읽어도 무리없는 설정과 재미난 전개, 그리고 차근차근 등장하며 넓혀가는 경제 용어들. 6학년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딱 마춤한 책을 찾았구나라는 느낌에 많이 기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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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으니 "CEO를 꿈꾸는~"에서 드러나듯이 "CEO"만을 꿈꾸어야 하는 것인지, CEO가 아니라 평범한 직원이면 안되는건지, 안된다면 왜 안되는건지,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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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진우의 꿈이 CEO인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핵심 인물인 준영이와 친구들, 보람이 규식이 구슬이 그리고 6학년 2반 아이들 모두의 꿈과 열정이 배어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아니던가? 그런데 왜 제목은 "CEO"가 포인트로 들어갔을까? 지은이의 머리말에서도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진우의 꿈, CEO가 되는 것의 중요성,보람,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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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그럼 돈을 많이 못벌어도 행복한 CEO는 이 땅에 없는 것인가? 먹고 살만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뜻을 펼쳐나가는 회사와 그런 임직원은 없는걸까? CEO와 평직원의 임금격차가 수 천배가 아니라 수 십배 정도로 유지되면서도 잘 굴러가는 그런 회사는 과연 없는걸까? 아니, 있으리라. 혹 없다 하여도 꿈을 꾸면 안되는가? 그런 꿈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안되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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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심하게 비약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예전 고교생 때, 이름도 가물가물한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부는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녀석들만 더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자기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준비하라'던 그런 선생님의 말씀처럼, CEO가 아니라 직장인, 직장인이 아니라 경비원 - 경비원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이면 또 어떤가?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면서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쁜일은 아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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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래전 신문에서 보았던 - 지금은 없어진 - 은행 야간 당직 경비원 한 분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오랫동안 야간당직 경비근무를 하시면서 그 분은 밤에 틈만나면 그냥 주무시는게 아니라 틈틈이 역사 공부를 하셔서 재야사학자로 학계에서도 알아줄만큼 공부를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마음에 그 분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그 분도 부족한 생활이 없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취미? 혹은 꿈을 조금씩 이뤄가는 모습이 너무도 감명깊었고 그러하기에 오래전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기사화 되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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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그런 모두의 노력에 대한 중요성들이 잘 설명되고 있다.외상 거래로 다투었다 화해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신용의 중요성 및 이를 지적해낸 보람이의 역할(78)같은, 사례를 적용하여 설명하는 부분 또는 한 이야기의 진행이 끝날때마다 등장하는 심화학습인 "톡톡, 경제상식" 그리고 마지막의 "어려운 낱말 풀이"(232)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주식회사와 관련한 가장 기초적인 활동과 용어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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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지은이에게는 이처럼 멋진 이야기를 갈무리 하여놓고도 소제목이나 머리말에서 "CEO"를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어버이들이 이 책을 많이 보게하려면, 혹은 지금의 시대가 잘 나가는 "CEO" 한 명이면 수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시대이니 아이들에게도 CEO라는 원대한 꿈을 꾸게 하고팠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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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어린이 경제동화'에서조차 CEO의 위대성만 강조된다면 그렇지 않은,그러지 못할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하라고 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그 CEO를 하겠다고 덤빈다면 이 책의 친구들이 나눠졌던 짐들은 누가 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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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좋은 책, 잘 읽고도 괜히 심통을 부려보았다. 혹 그럴가능성은 없겠지만 개정판이 나온다면 소제목과 머리말을 조금만 고쳐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100점짜리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던 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부분들이 '아쉽지만 내용은 거의 완벽한 책'이었음을 밝혀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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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16.깊은밤, '한때는 별이었다가 이제는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이 되어버린 이경규 아저씨가 문득 생각나는 ~
(MBC TV "명랑토론회"- 2.14.밤 방영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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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