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춘추시대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중국인들 스스로 쓴 책을 갈무리하여 '중국 내 조선족들을 위한 중국 역사이야기 책'으로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을 다시 지은이가 우리 입맛에 맞게 다듬어 내놓으니 이 시리즈는 무려 14권이나 된다. 물론 각 권의 쪽 수가 약 300여쪽에 판형도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운 형으로 그리 크지 않기에 곁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어나가면 중국 역사 약 3천년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겠다.
 
 세 단계를 거쳐 다듬어진 책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은 꽤 깔끔하게 씌어져 있다. 장구한 중국 역사를 시작함에 있어 군더더기도 거의 보이지 않고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고 읽기에 부담되지 않도록 십여 쪽의 이야기가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제 그 첫 권에 발을 담그고 따라가본 중국 역사는 역시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삼국지'형이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이야기든 그렇지 않으랴만 유독 중국 역사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뒤집는 이야기'이다. 쫓겨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였는데 나중에, 먼 뒷날, 복수하고 권력을 다시 찾아가고…. 중국인의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네들에게서는 좋은말로 '기다림의 미학'같은 것이 느껴진다. 
 
 <춘추시대>라는 말이 공자가 엮은 [춘추(春秋)]라는 책 이름에서 연유한 것도 몰랐던 나같은 사람에게 200여년에 걸친 춘춘시대의 패주,왕,제후들의 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밀접하여 많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일게다. 좋든싫든.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스물 네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드는 생각은 정말 이들은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홍콩 반환도 그러한 좋은 예일 것이다. 영국과의 패전 후 조약으로 100년을 임대하여주었다가 이윽고 그 100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오는 땅이라니…. 그들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저력들이 지금의 중국이라는 나라를 만들고 이끌어내고 있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자성어중 하나인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오나라 왕 부차와 월나라 왕 구천의 이야기도 결국은 기다릴 줄 아는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이다. 복수를 위하여, 재기를 위하여 무릎꿇고 종노릇을 하더라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동안에 자신을 위한 기회는 돌아온다는 사실을 그들은 생태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삼족이 역적으로 몰려 멸망하여도 핏줄 한 사람만 살아 있으면 주변에서 그를 도와 복수를 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글자 그대로 이야기일 뿐 역사 속 사실(史實)이 아닌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재했던 역사 속 이야기이다.
 
 '기다림'이 이 책 속 주인공들의 장점에 해당한다면 '마음을 풀어 놓음-자만과 방심'은 다른 측면의 모습들일게다. 성공하였다고 상대방을 우습게 보거나 하찮게 여기다가 결국엔 복수의 칼날을 맞는, 옆에서 보면 뻔히 보이고, 그 진실을 미리 경고하여 일러주는 충직한 신하들도 있는데 운명처럼, 아니 운명이니까 그들은 모든 예지할 수 있는 상황을 깡그리 무시하고 나락으로 걸어들어간다. 마치 그 길밖에 없다는 듯.
 
 그리고, 그리하여 역사는 다시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이전보다는 더 세련되고 더 정교하게…. 하지만 끝내 이기고 왕 혹은 패주의 자리에 오르는 자는 '기다릴 줄 아는' 자이고 그렇지 않은 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 시간들 속에서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며 지지하거나 내치는 이들이 바로 다수의 백성들이다. 비록 누구누구라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들이 실제 흘러가는 역사의 주인공이리라. 책 속의 주요인물로는 제후나 왕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그 자리에 있게하는 기반은 백성들의 지지, 민심인 것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왕은 결국엔 쫒겨나거나 무너진다는 것 역시 역사가 들려주는 엄혹한 진실이리라. 
 
 우리가 남의 나라 역사이야기까지 시간을 내어 읽는 까닭도 그 진실을 확인하고 우리네 삶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지표로 삼고자 함이리라. 게다가 그 역사이야기가 재미있기까지 하다면 14권이 아니라 140권이라도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옛날옛적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취지에 잘 들어맞는 역사책이다. 부담없이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그런 역사이야기이다. 다만 한 시대를 정리하는 연표나 많이 등장하는 사자성어 요약이나 색인이 더해진다면 정말 교양필독서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2009.2.16. 밤, 문득 저네들의 '동북공정'에

               우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
 
들풀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