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언니랑 영준이는 A형인데 풍선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없으니까 아마 O형인 것 같아요. 제가 특이혈액형일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흠." 

아직 혈액형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 미니는 이렇게 자기 혈액형을 추측했다.  

혈액형의 유전 방식을 이해하고 나서  

우리집 아이들은 그 두 가지 중 한 가지 혈액형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특이질환이 나열된 표를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나는 완벽한 아이야!" 라며 거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자기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까 몸은 완벽하단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혀말기이다. 

어떻게 하면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느냐고 하길래  

아직 어려서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크면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들고와서 혀말기가 유전된다는 거다. 

엄마는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미니아빠도 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고 해보랬더니 

이런이런 신기하게도 안 되는 것이었다. 

미니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서 속상해했는데 아마 혀말기 우성유전자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간단하고 작은 일인데 커서도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서 

엄마,아빠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고 또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면 혀말기를 할 수 있는지 그걸 연구하다보니

부모세대와 자손 1세대의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혀말기 우성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으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서 방법을 모르는 탓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미니는 천성이 경쟁심이 강한 편이어서 무엇이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데 

혀말기를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을 듯 하다. 

아뭏든 혀말기가 안 된 덕분에  

종이에다 R,r 따라쓰기 힘든 알파벳까지 써 가며 뜻하지 않은 공부를 열심히 했고  

혈액형이랑 다른 유전현상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 두 동생들에게 틈틈이 혀말기를 시키느라 열심이다. 

둘 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유전자가 없어서인지 역시 혀말기는 하지 못한다. 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내이모가 세밀화로 그린 보리아기그림책 2세트가 생겼다고 보내줄까 물었다. 

처음엔 우리집에도 있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는데  

둘이 같이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얼른 보내달라고 다시 연락했다. 

 

둘째는 자기가 즐겨 먹는 무가 그려져있는 <호호 매워>를 제일 좋아한다. 

무는 늘 따라 읽고 칭찬을 받는데, 파는 가끔씩 빠 또는 파, 자신없는 소리로 바라고 한다. 

여름 과일과 가을 과일이 실린 <냠냠 쩝쩝>이랑 <주세요 주세요>도 자주 읽는다. 

사실 아직 읽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짚으면 이름을 말해주는 수준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책을 읽어달라고 찾아서 가지고 와서 손가락으로 짚고 책장을 넘기고 이렇게 둘이 같이 한다. 

막내가 책을 들고 있으면 영락없이 빼앗기기 때문에 똑같은 책이 2권인 것이 참 유용하다. 

막내에게는 누나가 책을 읽어주고 엄마는 형이랑 읽는다. 

누나가 있어서 또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그림책을 보다가 막내는 아직 딸기를 못 먹어봤네! 했더니 누나가 귤은 잘 먹잖아요!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막내가 귤을 담아놓은 항아리로 열심히 걸어가서  

혼자 들기 버거운 뚜껑을 열다가 떨어뜨리고 울었지만, 결국 하나 꺼내들었다.  

거기 귤이 담겨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줄 미처 몰랐는데..

이층에 가자고 하면 열심히 계단을 기어올라가고 

누나 머리띠는 열심히 머리에 올리고, 팔찌는 손목에 끼고, 모자는 쓰고, 

할머니 오시면 버선부터 벗어달라고 해서는 낑낑 신고 

욕실 앞에서는 일단 슬리퍼에 발 꿰는 시늉을 하다가 역시 안 되는지라 파바박 재빨리 기어들어간다.

밥상에서도 일단 숟가락이나 포크를 먼저 써보고 안 되면 손을 들이민다. 

젖 먹고 싶으면 힝힝거리면서 엄마 무릎에 기어올라와 드러눕거나 옷자락을 들쳐올린다.

 

형은 혼자서 옷을 거의 갈아입을 수 있고 양말도 가끔 똑바로 신는다. 

좋아하는 내복을 말리느라 걸어놓으면 어느 새 갈아입고 있다. 

동생 장난감을 빼앗았다가도 막내가 울고 소리를 지르면 슬그머니 돌려준다. 

엊그제는 다니러오신 큰엄마랑 하룻밤 잘 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 무렵이면 한 번씩 앓고 나서 큰다고들 하더니 감기에 걸렸다. 

미니도 돌 막 지나서 첫 감기를 앓았는데  

둘째는 그 때쯤 워낙 아토피가 심해서 감기 따위는 기억에도 없다. 

등에 기대 잠든, 열에 들뜬 작은 몸을 거의 하루종일 업어주며 밤에는 어쩌나 했는데 

열이 나도 밤새도록 콜콜 잘 자서 참 다행이었다. 

둘째도 온 얼굴에 진물이 심하게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더께가 앉을 정도였는데 

천만다행 그래도 역시 밤새도록 콜콜 잠은 잘 잤다. 

 

지난 주말 미니가 감기에 걸려서 자고자고 또 자고  

새벽에는 코피를 펑펑 흘려서  자다 말고 침 맞고 발바닥에 마늘 찧어 붙이고 소동을 피운 뒤에  

" 이틀을 굶었더니 배가 고프네."  

라는 소감을 밝히며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 날 밤, 

둘째가 열이 올라 끙끙거리며 밤을 새우고  

아침에 잠깐 열이 내리는가 했더니 다시 또 열이 나면서 하루종일 잠을 자고 저녁에야 괜찮아졌다. 

막내는 그 옆에서 장난치며 멀쩡하게 잘 놀아서 참 다행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밤 열이 올라 끙끙대면서 겨우 잠을 이어갔다. 

첫날엔 조그만 녀석이 물도 밥도 마다하고  

코가 막혀 입으로 가쁜 숨을 쉬면서 안겨 있거나 누워 있기도 힘들어해서 업혀서 계속 잤다. 

하루 밤 하루 낮이 지났으니 저녁엔 형처럼 떨치고 일어나길 바랬는데 

어젯 밤에는 잠자기가 더 힘들어서 자꾸 깨고 칭얼거려 둘이서 고생을 했다. 

온몸이 따끈따끈하게 느껴질만큼 열이 나는데 특히 머리와 목, 손이 심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오늘 저녁에는 열이 내리면서 물도 먹고 밥도 먹고 

방 안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장난감도 갖고 놀고 하다가 잠이 들었다. 

평소에 늘 보던 모습인데 오늘따라 어찌나 기특하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이제 나을 듯 나을 듯 하면서 거의 한 달을 끌고 있는 외할머니 감기만 나으면 될 것 같다. 

약도 드시고 찬바람도 조심하고 되도록 할 일도 미루고 계시는데도 쉬이 낫지 않아서 걱정이다. 

한 번 앓고 나면 부쩍 자라는 아이들처럼 늙느라고 이런다며 쓸쓸한 말씀을 하신다.  

나도 기침이 자꾸 나는지라 릴레이 바통을 이어받지 않도록 얼른 쉬어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12-1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것도 잡지 않고 혼자 일어서는 것을 열심히 연습하더니 

두 세 걸음 걸음마 연습이 한창이다.  

 

그리고 드디어 형이 막내 손에 들려있는 장난감을 모두 뺏어가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가슴팍을 밀어 넘어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들고 있는 것을 뺏으러 달려가는 도중에 막내가 그 물건을 내려놓으면  

다시 손에 쥐어주었다가 도로 뺏어온다. 

 

그렇지만 막내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형이 소리지르고 밀어도 눈도 깜짝하지 않거나 

불쌍한 표정으로 마른 울음을 울어서 일러바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생존경쟁이 시작됐군요.
저러면서 잘도 어울려 크더라고요.^^
 

어제는 막내 돌이었다. 

나물 4가지랑 할머니가 주신 조기 6마리를 굽고 미역국을 끓여서 축하해줬다. 

누나는 재민이 돌잡이에 쓸 물건을 갖추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 

그림책(구두구두 걸어라)이랑 샤프연필, 타래실 대신 주황색 끈, 만원 한 장, 홍삼 한 뿌리가 

상에 놓였다. 마우스는 아빠가 놓지 말자고 반대해서 그만 두었다. 

미니는 연필을 집었고, 둘째는 고모부가 막판에 갖다놓은 마우스를 집었고 

막내는 할머니 예상대로 낮선 물건, 즉 홍삼을 집었다. 

셋 중에 가장 순하고 아프지도 않고 별 말썽없이 한 해를 잘 커주어서 고맙다.  

하지만 요즘엔 누나가 막내 1살 때가 그립다고 할 정도로 온갖 일을 저지른다.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만 벌써 옷을 2번 갈아입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1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벌써 돌이 됐군요.
돌잡이 사진은 없나요?^^

2009-12-11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