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만 2년을 살다가 돌아온 사촌언니들이 귀국하자마자 지리산에 왔다. 

그렇지만 미니는 어제 아빠하고 먼저 약속한 일요일 쌍계사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고 

초롱이네서 감자도 심고 고모네서 저녁을 먹고 늦게 귀가하였다. 

하루가 무척 신이 났던지 쌍계사에서 절하는 법이랑 한자도 배우고  

염주도 직접 꿰어만들고 밥도 먹었는데 야채밥(반찬이 모두 채소였다는 뜻^^)이었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엄마 염주도 만들어와서 엄마 손목에 끼워보고  

자기 생각에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엄마는 어떠냐고 하면서  

오늘 처음 배운 절도 정성껏 두 번이나 해 보였다.  

그래서 언니들이랑 놀 시간도 없었고 놀토와 일요일에도 바쁘게 움직여서 피곤한 것 같아서 

새 학기 들어 처음으로 유치원 가고 싶지 않다길래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 점심을 먹다가 오늘 수민이 왜 유치원 안 갔느냐고 물으셨다. 

옆에서 엄마가 끼어들어서 언니들이 와서 그렇죠 라고 했더니 

" 아니야, 정우가 무서워서 안 간거야 !" 란다. 

이건 또 무슨 얘긴가 싶어서 정우가 왜 무섭냐고 했더니 

" 정우가 우리 집에 놔두고 간 립스틱(입술 튼 데 바르는 것이었다.)을  

 내가 살펴보다가 그만 망가뜨렸는데  

 정우가 오늘 유치원에서 만나면 가져다 달라고 해서 말이야."  

잘못한 일은 솔직하게 말하고 새 물건을 사다주자고 타이르고서는 

다음부터 다른 사람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 망가뜨리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ㅋㅋ 그러니까 오늘 미니는 유치원에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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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3-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니다운 생각!!!
아이들 키우다 보면 엄마 생각이랑 아이 생각이랑 안 맞을 때가 정말 많아요. ㅋㅋㅋ

순오기 2009-03-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런 뜻이 숨어 있었군요.
그러면서 하나둘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워가는 거죠.^^

>>sunny 2009-03-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HA!HA!
역시 아이들다운 순수한 생각ㅋㅋ
 

유치원 놀이터에서 바깥놀이를 하는데 모래로 커피와 녹차를 만들었단다. 

선생님께서 커피 한 잔 달라고 하셨는데  

"녹차도 있는데요!" 했더니 그럼 녹차로 달라고 하시더란다. 

녹차를 마시는 시늉을 하신 선생님이 

"녹차도 향이 좋군요!" 라고 하셨단다. 

미니는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으이구, 이 놈의 기억력은 한 나절을 못가서 정확한 단어를 잊어버렸다. ㅠ.ㅜ) 

왜 그렇게 좋았느냐고 물었더니 

" 사랑받는 거잖아! " 한다. 

같이 놀아주면서 녹차도 향이 좋군요 한 마디 해주신 것이 그렇게 좋았나 보다. 

작년까지 두 해를 가르쳐주신 장혜숙선생님은 그야말로 엄마처럼 푸근하신 분이었는데 

새로 오신 정경애선생님은 그야말로 선생님 모습이어서  

혼자서 조금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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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우리 유치원은 어른까지 합해서 모두 아홉명이에요. 

종일반선생님, 선생님, 소윤이, 서희, 영준이,용국이 오빠, 얄미운 애, 정우!" 

소윤이 어머니가 종일반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알뜰하게 살펴주시고 

엄마처럼 돌봐주시던 장혜숙선생님이 사천으로 전근을 가신 자리에 정경애 선생님이 오셨다. 

작년에는 3명 뿐이던 원아도 일곱으로 늘었다. 

원래 쌍계학군은 석문,용강,목압으로 모두 걸어서 등교할 수 있는 대체로 가까운 마을이다. 

그런데 소윤이는 장터가 있는 탑리에서 엄마 차를 타고 오고 

현진이랑 서희도 탑리, 용국이는 신촌, 정우는 서울에서 용강으로 왔고, 우리는 모암이다. 

결국 쌍계학군 안에 살면서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학생 수가 모자라서 폐교될 위기에 처하다보니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이 입학생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까닭이다. 

켄터키 출신 백인소녀 베쓰니와 교포 2세 초이(최)에 이어서  

올해는 에릭 션(손)이 원어민선생님으로 오셨고  

리코더 전공으로 유학을 다녀오신 선생님이 합주반 수업을 하신다고 한다. 

판소리 대신 리코더를 배우게 된 것을 미니는 무척 좋아라 한다.  

 

첫 날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다음 날은 당장 쉬고 싶다고 했다. 

미니아빠가 까닭을 물어보니 남자애가 놀잇감을 뺏어가서 숨겨놓고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세력싸움에서 지고나니 유치원 갈 마음마저 싹 달아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살살 달래어 보냈더니 이번엔 바지에 오줌을 싸서 여벌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서 어찌된 일이냐고 하니 남자애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있는 바람에 

너무 급한데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실수를 하고 말았단다.  

(융통성 없고 답답한 것은 어찌나 엄마를 닮았는지, 에휴!)

그래도 부끄러운 기색도 없고 어찌나 당당한지 애들이 놀리지는 않더나고 하니 

"야 ! 너 때문에 내가 바지에 오줌 쌌잖아!!!" 

하고 먼저 설레발을 쳤던가 보다.  

아뭏든 그리하여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현진이는 이름이 없어지고 얄미운 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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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배가 너무 아파."

또 월요병이 도지는구나 싶어서 얼른 선수를 쳤다.

"그래, 배가 아프면 아침 안 먹어도 되니까 어서 준비하고 유치원 가!"

"배가 너무 아파서 유치원에 못 가겠다니까!!!"

"너 판소리선생님이 섬진강 아라리 외워오라고 하신 것 못 외워서 혼날까봐 그러는거지?"

" 아니야!!!"

" 다음 주에는 꼭 외워오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때리지는 않으실거니까 걱정 마."

"흥, 그런다고 내가 갈 줄 알아!!!"

월요일 오후에 3학년 담임선생님이 전교생을 모아놓고 판소리 한 장단씩을 가르쳐주신다.

고학년 언니,오빠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도 좀 힘들고

(언니 오빠들이 이름이 뭐야? 하면서 방해를 한다나?ㅋㅋ)

유치원에서와는 달리 30분을 꼼짝않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척 힘든지

첫 주에 판소리 수업을 하고 오자마자 앞으로 월요일에는 유치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읍소를 했다.

손으로 허벅지를 쳐 가며 입소리로 중중모리와 진양조 장단을 읊을 때는 제법인데다

유치원 친구들이 6학년보다 더 잘한다고 칭찬하셨다고 으쓱하기도 하고

"여학생 나오세요하면 나도 학생이잖아, 그러니까 여학생이 부를 때 같이 부르는거야!"

자랑을 하는 날도 있지만 역시나 힘들어한다.

30분이라고 하면서 너무너무 오래 길게 한다고 투정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 할 정도라서 미니는 판소리 수업에서 제외시켜주세요 부탁드리고 싶다가도

아무리 어려도 힘든 일도 겪어 이겨내야지 하는 생각에 다 같이 하는 것이니 그냥 둔다.

오늘 아침엔 이 한 마디로 미니가 항복을 하고 유치원에 갔다.

" 알겠어, 가지 마!

 그 정도 힘든 일이 있다고 유치원에 결석하려면 앞으로 매일매일 유치원에 가지 마.

 엄마가 아빠한테 이제 매일 데려다주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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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04-1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그래도 유치원 잘 다니다 보다, 수민이 판소리 한번 들어봐야되는데^^

miony 2008-04-19 21:42   좋아요 0 | URL
판소리는 아직 아니고 중중모리와 진양조 장단을 배웠단다.

순오기 2008-04-20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소리~~~ 내가 배우고 싶은 1순위에요. 지역 특성에 맞는 걸 가르쳐주는 학교가 멋진데요.
알겠어, 가지 마!~~~~~ 에 항복하고 갔다는 말에 웃어요.
나는 중1때 아버지가 '가지마' 하니까 정말 안 갔거든요. 그 후엔 그런 말씀 못하셨어요~~ㅎㅎㅎ
 

미니는 지각대장, 결석대장이고 용국이는 치과치료를 받느라 일주일에 하루씩 결석을 하는데

서연이는 지금까지 딱 한 번 결석을 했을 뿐이란다.

서연이가 결석을 했던 그 날 용국이와 둘이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용국이가 자기 집에는 왕구슬이랑 딱지랑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 놀러오라고 초대를 했단다.

그래서 미니는 엄마,아빠랑 우리 가족이 모두 같이 용국이 오빠네 집에 가서

미니가 용국이와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아빠는 용국이 오빠 부모님이 아픈 곳이 있으시면 치료해주시고 말씀도 나누시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마을회관까지만 오면 용국이 오빠가 마중 나오기로 했다나!

(그런데 십여 개가 넘는 근동 마을회관 중에 어떤 마을회관인지는 모른다.ㅋㅋ)

그런데 오빠가 자기를 좋아해서 초대했다고 믿는 듯한 미니다.

그러면서 서연이 언니와 자기는 유치원 짝꿍인데 용국이 오빠는 절대로 안 끼워준단다.

트림을 해서 너무 더럽기 때문이라는데

아빠랑 태민이도 트림을 한다고 했더니

귀여운 동생은 아무리 트림을 많이 해도 괜찮고 아빠도 우리 가족이니까 사랑한단다.

용국이 오빠도 친구니까 좀 봐 주라고 했더니

"친구는 싫어하는 친구도 있는거야!" 라고 고함을 친다.

 

여자한테는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한테는 여자친구가 있는거지?

여자가 남자를 싫어할 수도 있고 남자가 여자를 싫어할 수도 있는거지?

요즘 이런 종류의 질문을 자주 한다.

미니도 이제 그냥 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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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4-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는 학교에 가서도 쭉 이어진답니다.

miony 2008-04-16 14:0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여인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