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우리 유치원은 어른까지 합해서 모두 아홉명이에요. 

종일반선생님, 선생님, 소윤이, 서희, 영준이,용국이 오빠, 얄미운 애, 정우!" 

소윤이 어머니가 종일반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알뜰하게 살펴주시고 

엄마처럼 돌봐주시던 장혜숙선생님이 사천으로 전근을 가신 자리에 정경애 선생님이 오셨다. 

작년에는 3명 뿐이던 원아도 일곱으로 늘었다. 

원래 쌍계학군은 석문,용강,목압으로 모두 걸어서 등교할 수 있는 대체로 가까운 마을이다. 

그런데 소윤이는 장터가 있는 탑리에서 엄마 차를 타고 오고 

현진이랑 서희도 탑리, 용국이는 신촌, 정우는 서울에서 용강으로 왔고, 우리는 모암이다. 

결국 쌍계학군 안에 살면서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학생 수가 모자라서 폐교될 위기에 처하다보니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이 입학생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까닭이다. 

켄터키 출신 백인소녀 베쓰니와 교포 2세 초이(최)에 이어서  

올해는 에릭 션(손)이 원어민선생님으로 오셨고  

리코더 전공으로 유학을 다녀오신 선생님이 합주반 수업을 하신다고 한다. 

판소리 대신 리코더를 배우게 된 것을 미니는 무척 좋아라 한다.  

 

첫 날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다음 날은 당장 쉬고 싶다고 했다. 

미니아빠가 까닭을 물어보니 남자애가 놀잇감을 뺏어가서 숨겨놓고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세력싸움에서 지고나니 유치원 갈 마음마저 싹 달아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살살 달래어 보냈더니 이번엔 바지에 오줌을 싸서 여벌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서 어찌된 일이냐고 하니 남자애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있는 바람에 

너무 급한데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실수를 하고 말았단다.  

(융통성 없고 답답한 것은 어찌나 엄마를 닮았는지, 에휴!)

그래도 부끄러운 기색도 없고 어찌나 당당한지 애들이 놀리지는 않더나고 하니 

"야 ! 너 때문에 내가 바지에 오줌 쌌잖아!!!" 

하고 먼저 설레발을 쳤던가 보다.  

아뭏든 그리하여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현진이는 이름이 없어지고 얄미운 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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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2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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