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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86-87쪽
그녀는 벌써 몇번째 자세를 뒤척였다. 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엎드렸다 하는 것은 기본이며 쿠션을 다리 사이 혹은 다리 밑에 끼우거나 안거나 팽개치거나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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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그녀가 아직 모르는, 어떤 예민한 사람이라도 깊이 잠들 수 있는 독특한 자세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녀의 뒤척임은 바로 그 경우의 수를 하나씩 지워가며 ‘빙고‘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녀는 자세를 한번 바꿀 때마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골몰하게 생각한다. 혹은 하나의 자세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다. 오늘의 일과 내일의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건강과 세금, 부채, 누군가의 부고, 후회와 수치, 돈이 나오면 꼭 사려고 마음 먹은 것들, 냉장고 속 식품의 유통기한.......그중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더이상 생각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안돼.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잖아......그런데 그 사람, 오늘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을까?˝를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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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인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되었다. 나는 <두근두근 내인생>을 통해 작가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에 이 책 제목만 보고 같은 분위기의 책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왠지 우울하고 씁쓸한 내용들도 꽤 많았다. 그러다 또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나타났다.
일관된 분위기가 아니라 독자를 가라앉혔다 띄웠다 하며 끌고가고 있다. 그렇게 또 작가의 다른 매력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