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 회의를 오랜만에 했더니 머리가 어찔합니다. 밤새 납득도 되지 않고 분에 겨워 잠을 설쳤고,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했는데 가정통신문 문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장님의 야단을 한시간 들었더니 더 정나미가 떨어지네요. 출근 시간이 오후 4시인데 저는 6시 반에 도착해서 한 시간을 또 지하철 역에서 떨었거든요. 회의 마치고 가까운 김포cgv 가서 영화 '반창꼬'를 보고 왔어요. 추운데 시간 때울 곳도 필요했고, 지금은 머리를 좀 비울 필요가 있어서요.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못 보고 지나친 '애자'가 좀 아쉽네요.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는 동료 선생님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좀 애를 먹었어요. 성적 관련 부분인데 판이 커져서 사단이 날 뻔했거든요. 아무튼 수습을 했고요. 구절구절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기껏 이벤트 열어놓고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게 미안해서죠.
축제는 즐겼는데 결과가 좋질 않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서로 기운 차리자는 의미에서 즐겁게 선물하겠습니다.
이벤트 참여해 주신 다섯분(순오기님, saint236님, 무스탕님, 같은하늘님, 재는재로님)은 12000원 상당의 원하시는 책과 주소 3종 세트 부탁합니다. 이 우울함을 조금은 덜어낼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초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패배를 상상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많이 큽니다. 선거 분위기만 봐서는 절대 질 것 같지 않았거든요. 이게 sns의 한계인가 싶네요. 어제 들은 표현인데, 자기 옷장 열어보고서 올 여름 유행은 이거로군! 하고 진단을 한 것일 수도 있고요.
오늘 읽은 글 중에서 가장 저를 납득시킨 것은 82cook의 jk님 글이었어요. 남자분인데 무척 냉소적인 댓글을 많이 달다가 경고 먹고서 몇 달 전부터 82 게시판을 떠났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분이 4년 전에 18대 대선은 박근혜가 된다고 장담한 글이 있는 겁니다. 이분은 그 원인을 '지역주의'로 꼽았어요.
인구로 설명하니 이해가 쉬웠습니다. 경상도 인구가 천만이고 전라도 인구가 400만이니, 경상도에서 60%만 투표를 해도 전라도에서 100% 찍는 후보를 가뿐히 넘어선다는 거죠. 매번 이렇게 선거할 때마다 빨갱이 소리 들으며 고통 받는 전라도 분들께 더욱 죄송한 마음이네요.
조기숙 씨는 지역주의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긴 해도 아직도 너무 굳건한 아성인 것 같고요.
인구 구도는 앞으로도 잘 안 바뀔 것이고, 늘어나는 고령층에 비해서 젊은층은 숫자가 자꾸 줄어드니, 앞으로도 희망이 없는 건가 덜컥 무섭기부터 했습니다. 늘 웃는 얼굴상인데 웃음기가 싹 가신 이런 제 얼굴이 참으로 낯설기까지 해요.
시도때도 없이 막 눈물이 나는데, 아무렴 제 한숨이 농성중이거나 해직 중인 다른 노동자만 할까요. 나꼼수나 이정희, 천안함의 유족이라든가... 기타 여러 사람들만큼 힘들까요. 그럼에도 참, 막막합니다.
소득별 직업별 지지율을 보면 더 깜깜해요. 정보의 소외가 얼마나 무서운지도요. 방송장악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껴지넨요.
오늘은 아침 회의 기다리는 시간과 영화 보고 나서 다시 출근 기다리던 시간에 다큐 '백년전쟁' 이승만 편과 프레이저 보고서(박정희)를 보았어요. 전혀 모르던 내용도 아니건만, 영상으로 자료와 함께 접하니 더 소름이 돋습니다. 어제의 결과를 가슴에 새긴 상태에서는 더더욱요.
멘붕 해제에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그래도 5년 뒤에는 다시 기회가 올 거라고 애써 다독여봅니다. 우리 조상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식민 통치를 대체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요.
참 괜찮은 대통령 감으로 보이던 문재인을 얻을 자격이 우리에겐 없었나 보다 생각하니 많이 서럽네요. 그래도 1400만이 결코 작은 수는 아니지요. 절망스럽지만, 절망이란 말은 굳이 하지 않으렵니다.
덧)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있어요. 팟캐스트 방송 챙겨 듣느라 음악은 통 들을 수가 없었는데, 무척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니 좋네요. 더 절절하기도 하고요. 더원 목소리는 왜 이렇게 애절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