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독일 영화에서 제목을 가져와봤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게 문학이든, 영화든, 만화책이든... 

상상력에 반한 만화책은 언젠가 리스트로 만들어봤으니 이번엔 그 상상력의 범주에 '신'을 포함시켜 보았다.  

절대적 존재 신. 그러나 뭔가 인간미를 풍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때로 악마적 힘을 구사하며 인간의 삶을 휘젓기도 하지만 그들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보다 매력적이고 흥미롭고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어디 있을까. 

일단 제목과 가장 흡사한 '신과 함께'를 꼽았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승편은 현재 연재 중이고 이 책은 '저승편'이다. 평범하고 소심한 한 인간이 죽어 저승문을 넘었다. 막막해 보이는 일곱 개의 관문을 비범한 재주를 선보이는 저승 변호사와 함께 풀어나간다. 살아 숨쉬는 인간 세상과 죽어 잠든 저 세상의 긴밀한 관계 고리를 웃음과 감동을 섞어 잘 풀어낸 수작이다. 우리 집에서는 나와 형부, 울 언니가 이어서 읽었고 그 다음 읽을 타자도 벌써 순위 매겨놓았다. 두루두루 추천하는 명작이다. 읽는 즉시 '호텔 헬리포니아'와 스타벅스를 눌러버린 '헬벅스',  구글을 능가하는 '죽을'의 맛과 멋에 풍덩 빠질 것이다. 

신과 함께 상        신과 함께 중      신과 함께 하 

 


신이라고 명명하기는 곤란하지만 그 못지 않게 영향력 있는 '악마'도 등장시켜 보자.   

흑집사는 천하무적 만능 엔터테이너(?) 집사 세바스찬과 그와 영혼 계약을 맺은 소년 백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은 시즌 2로 넘어갔는데(혹시 시즌2도 이미 끝났나??) 만화 단행본은 그보다 속도가 조금 느리다.  

소년 백작 시엘의 집에는 수상한 일꾼들이 많은데 표지의 노집사와 힘만 좋은 정원사와 눈이 아주 나쁜 메이드, 그리고 위험스런 주방장까지 하나같이 평범치 않은 인물들이 가득이다. 그들이 저질러 놓은 사고까지 다 수습해 내느라 세바스찬은 날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완벽한' 미적 감수성까지 자랑하는 세바스찬의 활약을 기대해 봄직하다.
흑집사 1    흑집사 2    흑집사 3    흑집사 4     흑집사 5    흑집사 8        


이번엔 좀 더 신선한 존재다. 인어 공주는 익숙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무려 '인어왕'이다. '신'의 등급까진 가지 않지만 바다를 지배하던 인어 왕이라니, 신 못지 않게 신선하고 설렌다.

게다가 카리스마와 섹시미로 완전 무장한 사나이라고 할까. 더불어 나쁜 남자와 짐승남이 대세인 세태를 반영해서 본능을 숨기지도 않고 절제하지도 않는 마성의 사나이다. 에뷔오네 공주님을 연모하여 마녀와 거래하여 목소리를 팔고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었다. 사랑하는 공주님의 근위병이 되어 옆을 지키지만, 또 공주님의 마음도 이 사내에게로 기울어 버렸지만 인간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공주가 부왕인 임금님의 미움을 사고 있고, 그 바람에 졸지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게다가 공주에게 청혼한 이웃나라 왕자님도 만만치 않은 매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단순히 인어공주의 패러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게 만드는 궁금증이 가득한 작품이다. 레이스 홀릭 중이신 작가님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드레스와 머리 장식을 지켜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 

 에뷔오네1     에뷔오네2    에뷔오네3    에뷔오네4    에뷔오네5    에뷔오네6    에뷔오네7    에뷔오네8 

굳이 리뷰를 링크 걸어두는 이유는 클릭해서 '그림' 분위기를 보라는 의미의 서비스다. 내가 생각해도 리뷰를 많이 쓴 것 같기는 하다. 에뷔오네 같은 경우는 읽는 족족 썼구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독자를 매료시킨 하백의 신부!

 윙크를 구독할 때 보고서 흠뻑 반해 단행본을 구입했다. 지금 찾아보니 앞의 권에 리뷰가 없는 것은 윙크로 읽고 단행본 사고서 재독을 하지 않은 것 같다.(보통 그러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주몽 신화에서 하백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강신이다. 오랜 가뭄으로 처녀 공양을 했는데 그녀가 하백의 신부가 된 것. 근데 알고 보니 이 신부가 가짜다?? 게다가 하백은 어떤 저주가 걸려 있어서 낮에는 꽃소년이 되고 밤에는 꽃청년이 되고 만다. 오호라~ 가계가 복잡한 하백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 훔쳐보는 재미가 크다. 서왕모, 여와, 헌원, 신농 등등... 천계 신들 대거 등장이요.

 나는 단행본을 7권까지 읽고 그 다음은 한 권 빼고 다 구입했는데 아직 마저 못 읽었다. 날 잡아서 이어서 읽어줄 생각이다.   
하백의 신부 7

이번엔 좀 더 독특한 세계가 등장한다. 물질 세계를 대변하는 데온과 정신 세계를 대변하는 에온. 그 세계들 '온'의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 전생과 환생 등이 중첩된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인물들의 기묘한 인연과 업보를 따라가다 보면 찐한 긴장감과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작가님은 아마 천재인 듯!!

 내 리뷰에 이미지가 없는 관계로 링크는 생략.

대신 자매품으로 동 작가의 '그린빌에서 만나요'와 '마니'도 같이 소개한다.  

그린빌-은 눈과 혀를 먹잇감으로 겨냥한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나오고 마니에서는 우리나라 '처용설화'에서 차용된 용족이 등장한다. 유시진 작가의 매니아로 만들어준 작품은 마니가 시작이었는데 뜻밖에도 내 리뷰가 없다. 오래 전에 읽어서 리뷰를 쓰지 않았나보다.^^;; 

마지막으로 신일숙 작가 평생의 역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꼽아본다. 평생의 역작이라고 얘기한 것은 이 작품 이후 이만큼의 퀄리티와 만족도를 주는 작품을 아직 못 보았기 때문이다. 완결되고서 십 수년이 흘렀건만...ㅜ.ㅜ 

86년도에 처음 이 작품을 만나고 96년도에 완결됐다. 그 사이 보고 또 보고의 연속이었다. 출간 간격이 너무 길어서 말이다. 대제국 페르시아 곁에서 살아남은 전설같은 나라 아르미안의 네 자매 이야기이다. 페르시아가 태양이라면 아르미안은 달의 나라다. 대대로 여왕이 다스리는 아르미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소녀가 태어나면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다가 그 왕녀는 인간과 신의 세계에 동시에 속한 인물이기도 했다. 태양신 아폴론과 바다의 여신 라아나(포세이돈이 아니라) 그밖에 바람의 신 등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역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거나 통제하려고 애를 쓰는 인간과, 그런 인간의 도전을 가소롭게 여기지만 때로 식은땀을 흘리며 대처하게 되는 신들의 대결을 맛볼 수 있다. 엄청 예쁜 여주인공은 당근이고, 무지하게 멋진 남주인공들도 가득 포진해 있다. 모두가 에일레스 원츄 할 때 나 홀로 미카엘 러브러브! 그리고 케네스까지... 흐흑... 진정 멋진 남주인공들은 전부 이 작품 속에 있다! 

이벤트를 발견하고 재밌게 참석했는데, 이게 수년 전 턴님께 지키지 못한 약속의 실행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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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2-0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를 위한 페이퍼인가요?
[신과 함께]하고 [아르미안..]은 봤고, [온]이 재밌어 보이네요. 흑집사 세바스찬이라고 하니까, 심혜진 작가의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가 떠오르는군요. 까마귀니까 걔도 나름 흑집사;;

마노아 2011-02-03 13:41   좋아요 0 | URL
턴님을 위한 페이퍼로 퉁치기엔 좀 약하긴 했어요. 좀 더 보강을 해야겠습니다.^^ㅎㅎㅎ
심혜진 작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도 참 좋았어요. 토마토 먹는 뱀파이어, 아주 매력적이에요.^^

2011-02-03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3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1-02-0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에일레스 원츄 할 때 나 홀로 미카엘 러브러브! 그리고 케네스까지 2222222222222222222
에일레스 따위(라고 하면 돌맞음 ㅋㅋ)! 저는 샤르휘나도 별로에요 ㅋㅋㅋ
고등학교 때 누가 빌려오면 맨 앞줄에 앉은 애들부터 돌려보기 하던 기억 나네요 ㅋㅋㅋ

마노아 2011-02-03 20:54   좋아요 0 | URL
오오오, 키티님 통했습니다아아!!!
저는 여주인공은 아스파샤를 좋아했어요. 제가 순정만화에선 금발 남자와 흑발 여자를 사랑합니다.ㅎㅎㅎ
저는 학교에서 읽었다는 애들이 없어서 제가 다 얘기해 주었어요. ㅋㅋㅋ

BRINY 2011-02-0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백의 신부가 그림은 예쁜데 전 통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되더라구요. 순정만화는 주인공 분간이 안되는데 왜 보냐는 친구가 이해되더라구요...

마노아 2011-02-04 12: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머리에 뭘 쓰고 나와줘야 인물 구분이 가요.ㅎㅎㅎ
아무래도 관록이 좀 더 붙어야 그런 구분도 선명해질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유시진 작가가 큰 차이 없이도 인물들을 구분하게 그리는 게 섬세해 보여요.^^

마녀고양이 2011-02-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고, 눈빠지게 기다리면서 읽은 책이예요.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가, 완결된 이후, 마지막 세권을 읽어치웠던 기억이. ^^

하백의 신부 그림 너~~~무 이뻐요. 만화책 읽고 싶어진당... 아하하.

마노아 2011-02-09 11:39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읽다가 성질 내며 폭주하게 되었죠.ㅎㅎㅎ
완결되고 어찌나 후련하던지....
하백의 신부 비어있는 한 권을 빨리 채워야 하는데 자꾸 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