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 마취제에서 항암제까지,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치료약의 역사
정승규 지음 / 반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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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정승규.


약에 관한 교양서는 3년 전에 한 권 봤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벌써 3년이 지났다니. 최은미 소설가의 장편소설 ’아홉 번째 파도’는 약과 도시의 비밀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약학 전공한 공무원이고, 또다른 훈훈한 인물은 약국 차리는 게 꿈인 약국에서 알바하는 약대생 공익이다. 척주시라는 가상 도시의 노인들은 약에 의존하면서도 오남용이 심하고, 공무원인 주인공은 이들을 계도하러 다닌다. 작은 도시 안에서 약국은 노인들과 정치인들이 세력을 이루고 반목하는 거점이 된다. 도시의 랜드마크로 거대한 약사여래불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도 벌써 읽은지 3년이 되었는데 워낙 인상 깊은 소설이었어서 약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 이 책부터 떠오른다.

항생제, 말라리아 치료제, 환각제, 소염진통제, 마취제, 근이완제, 프로바이오틱스, 스타틴(고지혈증약), 비타민, 혈압약, 비아그라, 항암제, 다양한 약 중에서도 열 두 가지를 뽑아 개발 및 개선의 역사를 다루었다. 약에 대한 책인데 의약품이 아닌 프로바이오틱스나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두 꼭지 다룬 게 좀 책의 주제랑 안 맞는 느낌이긴 했지만 제약사와 약국의 주력 상품이면서 건강 유지에 필요한 것들이긴 하니까…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인류를 구한, 인데 독자의 흥미 유발을 위한 건지 환각제가 끼어든 건 역시나 제목에서 많이 벗어났다 싶었다. 의약품 관련 책이면 피임약을 한 꼭지로 다루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이거야 말로 인류의 권익과 복지를 구한 약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에서는 빠졌다. 대신 비아그라가 들어갔다… 아저씨들의 행복은 구했겠구나… 하여간에 역사 속 의약품의 역할과 기여도, 약의 개발 과정을 정리해 놓은 걸 읽는 건 흥미롭긴 했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나니 크게 남는 건 없었다. 그리고 가끔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등장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온갖 약의 도움을 받아봤고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럴 일이 많아질 것이다. 나말고도 누구나 그럴 테니 약에 관해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가는 건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고 임의로 복용 중단해서 치료 효과를 망치는 걸 막는 데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약에 관해 제대로 알려주는 재미있고 잘 쓴 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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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4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약은 되도록이면 안먹는게 좋겠지만 그래도 먹는다면 알고 먹는게 좋겠죠? 😅 열반님의 이 박학다식한 독서는 대단 그 자체입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10-24 18:44   좋아요 3 | URL
관심은 중구난방인데 깊이는 깊지 않은 교양서 아이쇼핑(?)수준이에요ㅎㅎ 열린책들이 도스토예프스키 선집 리커버 펀딩하길래 어머 저건 새파랑님은 다 읽었겠네, 하고 방금 구경하고 왔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1-10-24 18:57   좋아요 3 | URL
저도 방금 보고 았는데 ㅋ 다 읽은 책들이긴 하던데 당연히 살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 좀 비싸긴 하던데 ㅋ

반유행열반인 2021-10-24 19:15   좋아요 3 | URL
저는 다른 이웃님이 산다 그래서 한참 말리고 왔는데요 ㅋㅋㅋ1. 이전 돈키호테 리커버판이 금가루 엄청 떨어지고 제본도 부실했다고... 2.굿즈 패브릭 독서대 디자인 빨이고 비슷한 거 다섯개 있는데 내구도 별로라고 ㅋㅋㅋ3. 저책 다 읽으면 돈 안 아깝지만 그냥 장식용 된다고 ㅋㅋㅋ 4. 책 사 봤자 출판사만 배불리고 저자는 죽어서 돈 한 푼 못 받으니 고전은 중고나 대출로 읽고 그 돈으로 젊은 생존작가 라면값이나 더 보태자고 ㅋㅋㅋㅋ (너무 영업 방해넼ㅋㅋ) 그런데 새파랑님은 다 읽으신 책이니 트로피로 하나 마련하셔도? ㅋ

새파랑 2021-10-24 19:34   좋아요 3 | URL
아 장식용이 목적이었는데 열반님 이야기를 들으니 고민이네요~ 그 돈으로 필립로스 딴 책살수 있는데 😅

Yeagene 2021-10-25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잖아도 약에 관한 교양서를 한권 읽어보려던 참이었는데 열반인님 말씀 믿고 이 책은 걸러야겠어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0-25 12:04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저번 읽은 책이 그나마 낫고 이 책은 약학사(그것도 개략적인 ㅋㅋ)정도네요.

라로 2021-10-25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암튼 우리 반열샘의 관심은 영역이 없군요!!!^^
근데 바이그라,,,좀 무/우프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10-25 13:56   좋아요 1 | URL
행복도가 올라간 사람들이 있는 건 다행이지만…나이 들어도 사그라들지 않는 욕망이란 진정 웃픕니다…
 
[eBook] 주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 백만개미를 위한 이기는 습관
한세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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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한세구.

제목이 재미있어 보여서 빌렸다. 본격적인 투자 가이드나 실용서는 아니고 주식 에세이에 가깝다. 증권업에 오래 종사하다 은퇴한 저자인데 걱정한 것보다 글에서 할아버지향(?)이 나지 않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제목에 가깝게 하면 안 될 짓들에 대해 토막글들로 열심히 마인드 교육을 한다. 읽는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이 있었다. 욕심 내지 말자. 충분히 공부하자. 일희일비 하지 말자. 투자의 마인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음가짐이랑도 닿아 있는 것 같다. 책의 팔할은 그런 마음가짐에 대해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 풀면서 뻔한 이야기 하는데 오히려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하는 것보다 잘 읽혔다. 책의 말미에 간단하게 암만 그래도 이건 알고 주식투자 해야지…하면서 양봉 음봉 부터 알려주는데…나는 가치투자 한답시고 기술분석이니 차트니 하는 건 너무 무관심했구나…아 그 막대기에 꼬리 달린 게 그런 뜻이구나 하고 초보용 책이라도 다시 배우는 게 있었다. 맞다 나 아직 초보였지… 나에게 첫 수익을 주고 빠이빠이쳤던 한샘이 10만원 초반대로 개떨어졌길래 두 개 주워모았더니 며칠만에 12퍼센트 올라서 홀랑 팔아버렸다. 우왕 주식 두 개로 치킨 한 마리! 이렇게 소소한 수익 실현도 재미있다. 문제는 신나게 모은 포스코가 땅 파고 내려간다는 겁니다… 영업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는 떨어지는 오묘한 세계…철강왕 되려다 철이 드는 나… 아닌가 철이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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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3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10-23 08: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포스코 주가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겠네요~! 언젠가는 오를거라는 믿음(?) 으로 그냥 묻어둬야 겠네요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1-10-23 08:50   좋아요 3 | URL
주식시장은 월요일에 열리니 다음 월요일부터 보셔요ㅋㅋㅋ 이십만원 대 가면 몇 주 사 보셔도 ㅋㅋㅋ(아마 그런 날이 오면 저는 땅이 꺼지게 한숨 쉬며 주식앱 삭제하고 동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ㅋㅋㅋㅋ)

Yeagene 2021-10-23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스코가 주가가 떨어지고 있나요;;;;
왠지 오를 것만 같았는데...주식은 정말 어렵습니다요@.@

반유행열반인 2021-10-23 15:33   좋아요 3 | URL
언젠간 오르는 날도 오겠지 하고 고이 묻어두려고요 ㅋㅋㅋㅋ
 
향의 언어 - 맛의 다양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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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최낙언.

같은 저자의 음식 관련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신간 제목이 좋아서 빌렸다. 그런데 이 책이 완전 신간이 아니라 이전 맛 관련 책의 개정판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향, 후각 풍미에 집중한 책이라 사실상 새 책이었다. 다른 책은 읽다보면 겹치는 게 많아서 익숙했는데 이 책은 내내 새로웠다. 어마어마한 분자구조도와 분자식도… 그래도 식물, 과일, 커피, 술, 향신료 등 온갖 식품의 향을 총망라해놨다. 관련 분야 전문가도 아니면서 통으로 이걸 다 보는 게 나한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 이제 화학 공부 할 거거든! 화학은 이토록 우리 곁에 있어요!!! 그러니 분자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ㅋㅋ하면서 그냥 재미로 읽었다. 향료나 조리나 커피나 주조 등 분야에서 일하거나 해당 식품에 관심 많은 분들이 두고 읽으면 좋겠다. 나는? 잘 안 쳐먹으면서 음식책만 읽는 인간 ㅋㅋㅋ
향도 다루지만 음식에서 풍미, 맛 떨어뜨리는 이취도 같이 다룬 게 재미있었다. 농도가 옅으면 독특함과 개성을 부여하지만 진해지면 배설물 냄새, 비린내, 화학약품 냄새로 느껴지는 것들, 누군가에게는 입맛을 다시게 하지만 누군가는 눈살 찌푸리는 냄새들의 분자식들…주로 황이나 질소 달려 있다! 암모니아도 우리의 친구지예… 9월 25일부터 봤으니 오래오래도 봤네… 아, 감각 환각 착각 빌려보고나서 좋아서 종이책도 샀는데 그러고나서 재독은 안 했는데 책에서 말하길 개정판 준비 중이라니!!! 나중에 살 걸!!!!해도 왠지 말만 개정판이고 아예 새 책 나올 듯…또 빌려보지 뭐…

밑줄을 양심 없이 너무 많이 그어서(책이 너무 좋아서 다 퍼 놓았습니다…) 양심 챙기게 웹에는 발췌의 발췌(?) 쪼끔만 해서 올려야지…
+밑줄 긋기
-향기 물질은 맛(향)의 언어(단어)와 같다.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 어떤 깊이 있는 생각도 이어갈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다. 향에 대한 단어가 없으니 맛을 말로 표현하기 그렇게 힘든 것이다.

-향을 묘사할 단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답답함을 덜어보고자 ‘플레이버 휠(Flavor wheel)’ 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플레이버 휠은 와인이나 커피 등을 마실 때 느껴질 수 있는 온갖 향을 휠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와인에서 바닐라, 정향, 바나나 향이 느껴진다 해서 와인에 그런 것이 실제로 들어 있지는 않다. 바닐린(Vanillin), 유제놀(Eugenol), 이소아밀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 같은 향기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다…그런 분자는 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향신료, 과일, 꽃 등 대부분의 식물에 들어 있다. 어떤 음식이든 향을 조금만 더 깊이 공부하면 결국에는 비슷한 향기 물질과 만나게 된다. 세상의 그토록 다양한 맛은 향에 의한 것이고, 향은 여러 향기 물질의 다양한 변주곡인 것이다. 향기 물질의 관점에서 본다면 꽃, 향신료, 과일, 와인, 전통주 등은 별로 다르지 않다. 그저 같은 물질의 다양한 배합비인 것이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이 다섯 가지뿐이라면, 현재 우리가 즐기는 수만 가지 요리의 다양한 맛은 대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단지 ‘향’일 뿐이다. 음식을 먹을 때 입 뒤로 코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통해 향기 물질이 휘발하면서 느껴지는 극소량의 향이 수만 가지 맛의 실체인 것이다. 이처럼 작은 통로로 휘발되는 1백만 분의 1 이하의 향기 물질이 음식 맛을 좌우하고 식품의 운명을 바꾼다.

-페로몬은 단지 특별한 약속이다. 다른 동물이 좀처럼 쓰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서 이 물질을 감지하면 무작정 약속된 행동을 수행할 뿐이다.

-향기 물질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의 시작은 ‘그 크기가 작다’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향기 물질은 물보다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향기 물질뿐 아니라 맛 물질 역시 크기가 작은 분자다. 향기 물질과 맛 물질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용해도이다. 물에 잘 녹으면 맛 성분이 되기 쉽고, 기름에 잘 녹으면 향기 물질이 되기 쉽다. 맛은 휘발성이 필요 없고 물에 잘 녹기만 하면 되므로 향에 비해 큰 분자도 가능하다. 향기 물질은 분자량이 300 이하인데 맛 물질은 물에 녹기만 해도 되므로 분자량이 2만 이하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분자량 2만은 최대 크기이고, 보통은 이보다 적다. 사실 분자량이 적을수록 맛을 느끼는 데 유리하다.

-자연에는 약 30만 종의 식물이 존재하는데, 그중 1,500종 정도에서 향을 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얻는 향기 물질의 90% 이상은 고작 20종 이하의 식물에서 얻는다. 오렌지, 박하, 유칼립투스, 정향, 라임 등이 대표적이다.

-식물이 향을 만들려면 상당한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인간의 후각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향을 만들었을 리는 없다. 식물이 필요해서 만든 물질이거나 부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많은 허브는 가만히 있을 때는 향이 없다가 잎을 건드리면 갑자기 향을 풍긴다. 주변에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다…식물은 흙 속에 감춰진 뿌리를 통해서도 대화를 하는데 향기 물질을 통해 뿌리 끝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흙 속에 있는 수많은 박테리아 및 균류들과 소통한다. 식물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입이 없다. 하지만 주변의 식물이나 곤충과 신호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이 신호를 주고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 향인 것이다. 식물은 향기 물질을 만들어 식물끼리 소통하고 동물과도 소통을 한다. 식물이 향기 물질을 만들지만 많은 경우 동물이 없다면 그것을 향기 물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동물이 그것을 감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로소 향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고슴도치의 뇌는 후각기관이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한다. 나비의 뇌는 무려 절반이 후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이렇듯 후각은 초기 감각이라 맨 먼저 발달했을 뿐 아니라 많은 동물의 지배적인 감각이다. 지향성의 메커니즘은 후각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시각과 청각은 정확한 지각을 위해서 상당히 많은 예비 과정이 필요한데, 후각은 그런 과정이 적은 단순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해부학적으로도 변연계와 가장 가깝고 감정 표현에 개입되는 뇌 부위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는다. 그중에서 가장 예민한 후각을 가진 동물은 개나 다람쥐처럼 향기 분자가 가라앉은 땅에 코를 바짝 댄 채 걸어 다니는 짐승들이다. 지구상 모든 포유류의 공통점은 ‘후각’의 발달이다. 하지만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후각이 퇴화하고 ‘시각’이 발달했다. 그리고 높은 곳(냄새가 적다)에서 먼 거리를 봐야 하는 조류는 시각이 훨씬 더 발달했다.

-모기가 피 냄새를 찾아 혈관에 정확히 침을 꽂는 비결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낸 바 있다. 서울대 안용준 교수와 권형욱 교수가 모기 주둥이에 달린 뾰족한 침에 피 냄새를 맡는 후각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모기는 멀리 있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옥테놀 같은 물질로 위치를 찾고, 가까이 다가가서는 땀 냄새나 젖산 성분에 유인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모기가 피부 위에 내려앉아서 혈관을 찾아내는 원리는 계속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국내 연구진은 모기가 혈관에 내리꽂는 침의 끝부분에서 냄새를 맡는 감각모와 후각 수용체 2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작을 통해 모기에게 이들 수용체가 나오지 않도록 처리하자 피부에 앉아서도 혈관을 잘 찾지 못하고 피를 다 빠는 데도 3~15분이나 걸렸다. 정상적인 모기는 30초면 충분한데, 후각 수용체를 없애자 훨씬 느려진 것이다. 보통은 후각세포가 코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발바닥이든 침 끝이든 생존에 필요하면 어디든지 만든다.

-동물의 후각 수용체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단지 숫자가 많고, 그만큼 집중하기 때문이다. 후각 능력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후각상피의 표면적이다. 사람은 작은 동전 크기인 3~4cm2 정도지만, 고양이는 21cm2 정도, 개는 품종에 따라 18~150cm2에 이른다. 그리고 후각세포의 밀도도 높다. 인간이 1,000만 개의 후각세포를 가진 반면, 토끼는 1억 개, 개는 10억 개에 달한다. 더구나 후각 수용체가 있는 섬모의 길이가 길고 숫자도 많다. 동물마다 후각 성능이 다른 것은 생존 전략으로써 후각의 역할과 중요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향기 물질의 종류에 따라 인간이 다른 동물만큼 잘 맡는 것도 있다. 바로 구운 향과 고소한 향이다. 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것보다 구워 먹는 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에 구운 향을 점점 더 좋아하고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만 살아남은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밖에도 황화합물인 3-머캅토-3-메틸부틸포메이트, 바나나 향인 아밀아세테이트, 땀 냄새인 발레르산, 양고기 향인 카프릴산 같은 것을 다른 동물보다 잘 맡는 편이다. 이에 비해 동물은 특히 포식자의 분비물에서 나는 냄새를 더 잘 맡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재규어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오줌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식이다.

-커피 한 가지만 해도 품종×산지×가공법×로스팅×추출의 경우의 수를 모두 합하면 1만 가지 다른 맛이 가능할 것이다.

-후각은 학습, 기억, 감정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해마와 편도체 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강한 감정을 일으키는 향기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이에 비해 뇌의 언어중추는 후각 중추보다 훨씬 늦게 개발된 영역이다. 언어로 묘사되는 기억은 훨씬 시각적이고 이성적이지만, 향이 갖는 감성의 풍부함을 따를 수는 없다. 언어로 된 기억은 기록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오래 남겨두기 어렵지만, 향기로 이루어진 기억은 작은 단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회상할 수 있다.

-커피를 커핑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상으로 마시듯이 커피를 마시면서 평가하지 않는다. 먼저 규격의 양을 분쇄하여 컵에 담고 들숨으로 향을 평가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넣고 향을 평가하고, 일정시간 경과 후 상단에 거품층을 깨고 다시 향을 평가한다. 충분히 식었을 때 맛을 보며 미각과 후각을 평가하는 등 분석적 절차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품질을 평가한다. 이처럼 기억된 자료와 예측과 검증의 논리 회로를 가동시키면서 맛을 평가하지 천재적 후각으로 단숨에 평가하지 않는다.

-앨리너 갬블의 향기 물질 특성 정리
약한 향기는 강도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예컨대 바닐린과 쿠마린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향기의 최대 강도에 이른다. 또한 농도가 높으면 쉽게 불쾌해진다. 약한 향기일수록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더 뚜렷하다. 약한 향기일수록 날마다 느끼는 감도의 변화가 더 뚜렷하다. 피곤함은 약한 향기에 더 영향을 끼친다. 강한 향기는 약한 향기를 숨긴다.

-보통의 동물은 들숨을 통해 향을 탐색하는 기능이 발달해 있고, 사람은 날숨의 경로를 통해 음식의 품질을 판단하는 능력이 발달해 있다. 인간의 후각은 날숨이 핵심인 것이다. 향은 들숨일 때보다 날숨일 때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뷰티르산(Butyric acid)은 상한 음식에서 많이 생성되는 물질이라 부패취의 대명사였는데, 최근 뷰티르산의 향기를 맡으면서 토사물보다는 치즈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데카날(Decanal)은 기름취이기도 하지만 고수의 대표적인 향기 물질이다. 흔히 말하는 고수의 비누 향이 데카날 성분인데, 이 향을 맡게 하면 요즘은 비누취보다 쌀국수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이처럼 향기에 대한 선호도는 다분히 학습에 의한 것이다. 향기는 자극일 뿐 가치중립적인데, 경험과 학습에 의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취향을 확립해간다. 향은 결국 맥락에 좌우된다. 향기는 음식을 기억하는 수단이지 음식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아니며, 그 음식을 통한 이득이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향기에 대한 취향을 바꿀 수 있다.

-향기 물질의 관점에서 본다면 꽃과 향신료, 과일과 와인, 커피와 홍차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할 정도로 공유하는 물질이 많다.

-탄소의 길이별로 짧은 것부터 차례로 향을 맡아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패턴을 알아보면 다른 향기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좋다. 작은 분자는 운동성이 좋아 빠르게 침투하여 찌르는 듯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탄소 6개가 되면 풀냄새가 난다. 그리고 더 길어질수록 지방취가 나고 끝내 향기를 잘 느낄 수 없는 분자가 된다. 고비점 지방산이나 에스터는 향이 느껴지지 않아도 저비점 향기 성분의 발산을 억제하는 보류 효과를 나타내고 쓴맛이나 자극을 완화시키는 작용도 한다.

-에탄올은 크기가 작고 친유성도 있어서 지방으로 된 세포막도 쉽게 통과한다. 그래서 술은 다른 음식 성분보다 빨리 흡수되어 쉽게 취하게 된다. 고도로 농축된 에탄올은 세포막을 터뜨려 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 에탄올을 생성하는 효모 정도 되어야 20% 농도의 에탄올을 견딜 수 있지 나머지 대부분의 미생물은 그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사멸된다. 그래서 에탄올 함량이 높은 술은 미생물로 인해 변질될 염려가 없다. 더구나 에탄올은 물보다 휘발성이 강하여 농축하기도 쉽다. 그래서 옛날부터 에탄올이 78℃에서 기화하는 것을 이용하여 증류주를 만들었다. 그렇게 고농도의 에탄올이 만들어지면서 중세시대에 향수산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에탄올은 분자량이 적고, 물에 잘 녹아 부동액 효과도 매우 크다. -114℃가 되어야 얼기 때문에 에탄올 함량이 높은 술은 매서운 추위에도 얼지 않는다.

-술은 에탄올의 배열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에탄올은 15% 이상에서는 물에 에탄올이 녹은 형태이고, 57% 이상에서는 에탄올에 물이 녹은 형태이며, 그 중간은 복잡한 형태를 가진다. 에탄올이 소수성 부위가 얼마나 안쪽에 모이고, 친수성 부위가 바깥쪽으로 배열된 구조를 갖느냐에 따라 같은 양이어도 입안에서 느껴지는 쓴맛이 달라질 수 있다.

-헌책방 골목이나 도서관을 가면 헌책 냄새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런 책 냄새를 분석하면 먼저 우디 향, 즉 나무 냄새이다. 그리고 스모키 향, 흙 내음, 커피 향, 초콜릿 향, 바닐라 향 등이 난다.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바닐린, 벤즈알데히드, 푸르푸랄(Furfural) 등이 바닐라, 아몬드, 캐러멜 향을 낸다. 헌책 냄새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 이런 화학물질이 주는 달달한 향 때문일 것이다. 헌책에서 우디 향을 넘어 바닐라 향기가 날 정도면 이미 부식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쇄기법과 재료에 따라서도 향이 달라지는데, 셀룰로스보다는 리그닌이 안정적이므로 오래된 책일수록 리그닌의 비율이 높아진다.

-영국을 대표하는 맥주는 페일에일(Pale ale)인데 오늘날처럼 담색은 아니고 전통적인 흑맥주에 비해 색이 밝았다. 1760년대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페일에일을 배에 실어 인도로 수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적도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맥주가 부패해버렸고, 런던의 양조업자 호지슨은 방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홉을 다량 첨가한 스트롱 비어(Strong beer)를 제조해 인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인디아 페일에일(India pale ale)’, 줄여서 IPA라 불렀다. 호지슨의 IPA는 18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시장을 독점했다.

-황을 포함한 향기 물질은 인간이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향이다. 같은 형태의 향기 분자에서 산소 하나가 황으로 바뀌면 향기가 수천 배 이상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와인뿐 아니라 다른 술이나 커피 등에서 핵심적인 매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극미량으로 다른 향기와 조화를 이루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풍성한 향을 만들고, 지나치면 이취가 된다. 그리고 이런 황화합물의 향기가 와인의 산미와 함께 와인의 미네랄리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커피의 단맛이나 짠맛과도 유사한 기작이다.


+간장 향의 다채로움… 은 여러 분자 혼합물이다보니 그렇구만

+우리는 책쟁이들이니까 여기 책 냄새 분자 정도는 외워줘야죠? ㅋㅋㅋ 흠 여기 이 1999년 초판1쇄책 리그닌이 분해된 은은한 바닐린의 향이 참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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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7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요리책 사진을 보는 재미로 읽는데 이 책은 화학 책 보다 잼 날것 같습니다 !ㅎㅎ 음식은 소스맛이 좌우 ^ㅅ^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2:46   좋아요 3 | URL
소스향과 온도와 감촉과 주변 사람과 조명과 식기와 마음의 안정이 맛을 좌우!!! (맛이라는 감각의 복합성 복잡성을 꾸준히 알리는 저자입니다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0-17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책 말고, 그냥 향 좋고 맛있는 게 먹고 싶어요!!
(반열님 식판을 보며)근데 이런 책 읽으시는 반열님, 정말 요만큼만 드신다구요?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3:00   좋아요 2 | URL
아이참 여기선 잘 안 넘어가서 집 가서 잔뜩 먹을라구요…

2021-10-18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8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10-18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열반인님 덕분에 굉장히 다양한 책을 알아갑니다.열반인님은 확실히 과학이 좋으신가봐요...

반유행열반인 2021-10-18 12:51   좋아요 1 | URL
잘 몰라서 저라도 과학을 좋아해 보려고요 ㅋㅋ과학은 나를 좋아하려나…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20211017 박상영.

어떤 사랑은 우연히 같은 책을 읽고 나서 시작되기도 한다. 또는 이미 생겨난 마음이 따라 읽으라고 한다. 그렇게라도 자취를 좇고 싶어서, 알 수 없는 상대의 속내를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서, 같은 서사를 따라가면 잠시나마 같은 세상에 머무는 느낌이라서, 어쩌면 한 마디라도 더 나눌 구실이 되지 않을까 하며. 욕심이 자라나면 너도 이걸 읽으면 참 좋아할텐데, 네가 나와 같은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질까, 읽고 나면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게 되고 우리는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한다.
자라는 동안 그것은 소설책이기도 했고, 음악, 만화책, 영화, 게임이기도 했다. 당장의 나를, 내가 놓인 환경과 상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없을 만큼 어리고 약하던 나와 내 또래의 아이들은 다른 어딘가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글이나 그림이나 소리로나마 접하는 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 떠날 유일한 방법이자 위안이었다.

그리고 가족 바깥의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 일상과 내면도 궁금해하며 들어주고, 그렇게 어찌할 수 없음을 보듬어주며 서로에게만은 어찌할 수 있는 사이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갈망한 관계가 사랑인지 우정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그렇지만 어리고 제대로 이어져 본 적 없는 탓에 절실할수록 서투른 말과 행동이 되풀이되었다. 가까워지길 바라는 사람들을 오히려 밀어내고 끝내 홀로 숨죽여 우는 밤이 많았다. 그런 외로운 시간을 채우는 건 또다시 책, 음악, 만화, 영화, 게임. 그런 것들을 조금씩 파먹으며 자라다 이제는 자라는 일도 멈췄다.

내 삶을 내 뜻대로 굴려볼 처지가 되고, 정말 운이 좋게도 이런 나라도 그대로 좋아하며 곁에 머무를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내가 나인 걸 조금 견딜만한 때를 만나는 일은 내가 가진 젊음과 시간을 다 태워야 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게 다 태워버리고 난 뒤에야 알았다. 너무도 또렷하고 생생해서 문득문득 이불을 팡팡차며 부끄럽게 만드는 기억이 이제 겨우 희미해지는 중인데 이 책이 나타나서 야, 맘대로 떠나보내는 건 안 되지, 너 캔모아 기억 나냐? 너 만날 동네가 떠나가게 노래 부르던 거 이웃들이 못 들었겠냐? 중고등학교 때 주고 받던 편지 20년 만에 다 버렸던데 일기장은 아직 있지? 하면서 부끄러움을 내 몫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이쯤 되고 나니 그렇게 부끄러울 일은 아니었잖아 싶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얘도 쟤도 다 그러면서 견디고 살아 남아서 여태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냥 그런 거였지, 너도 그랬다니 재미있네, 했다.

십대 중후반의 핸디캡을 주렁주렁 달고 하는 사랑의 보편성,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음을 붙들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 엉망진창이 된 원가정을 벗어나고 싶지만 당장은 그럴 힘이 없는 안타까움, 내가 거쳐오고 지금 이런 가치관과 취향을 품도록 기여한 문화 컨텐츠 목록이 줄지어 나오는 이 소설을 나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워낙 쌍끌이 저인망으로 잔뜩 던져놔서 여기 하나라도 걸리는 청소년 시절을 보낸 삼사십대가 제법 될 것 같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세대나 영향력을 미친 하위문화의 범주가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여기에는 서태지도 에이치오티도 동방신기도 안 나오거든….), 혹은 혼자하는 사랑의 애틋함 같은 거 모르고 열심히 모범생으로 공부만 했거나 디아블로와 와우만 열심히 한 사람들이라면 결이 안 맞을 수도 있겠네, 싶었다.

점으로 존재하던 우리가 면은 못 되어도 선으로나마 이어지기 위해 서로를 향해 뻗어 나가던 그 시간들, 말들, 수많은 삽질들, 그런 걸 되돌아보면 지금의 중고등학생이 제일 불쌍해 보인다. 쟤들은 마음대로 누굴 만나지도, 사랑하지도 못해…학교에서 스킨쉽한다고 막 불러다가 혼내… 그러니까 머리에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밤새도록 웹툰이나 게임에 빠져 있는 것도 매일매일이 아니라면 너무 뭐라 하지는 말아요…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 달라질지 몰라 지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자신을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밑줄 긋기
-당시 나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나를 속박하는 굴레에 불과했으며, 내가 가진 모든 욕망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했다.
지금의 이 삶을 벗어나고 싶다.
사람 한 명 없는 독서실의 고요함을 뚫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다. 세상과 나 사이에 유리막 하나가 놓인 기분. 바깥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나는 더 철저히 혼자였다.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치기 어린 반항심이 들면서도 단 한 순간만이라도 어딘가에 속해보고 싶다는 과장된 고독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러니까 제발 누군가 나를 이 지긋지긋한 삶으로부터 구원해줬으면. 단 한 번만이라도 내게 손을 내밀어줬으면.
그 순간, 거짓말처럼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41)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절박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 안았다.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심지어 나머지 인생 전부와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218)

-“쟤네 왜 저렇게 싸워대냐.”
“진짜 사랑하나보지 뭐.”
“진짜 사랑하면 싸우는 거야?”
“어. 그렇다던데.”
“그래서……우리도 매일 싸우나?”
“우리가……자주 싸웠나?”
“그러게.” (262)

-집으로 돌아와 나는 윤도가 준 반지를 책상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아무도 발견할 수 없게.
그래서 오롯이 나의 것으로 남을 수 있게.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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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7 2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책 찜! .🖐 ^^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0:20   좋아요 5 | URL
scott님 음악 좋아하시니까 툭툭 튀어나오는 인디 뮤지션이랑 브릿팝 뮤지션 이름만 봐도 흐뭇하실 거 같아요 ㅋㅋㅋ넬 푸른새벽 자우림 콜드플레이 뮤즈 막 던짐 ㅋㅋㅋ상영이 반칙ㅋㅋㅋㅋㅋ 만화책도 영화도 막 던져…나나 몬스터 파라다이스 키스 엑스 호텔 아프리카 해피투게더 중경삼림 끝도 없이 걸려들라고 던져요 ㅋㅋㅋ

새파랑 2021-10-17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극찬을 받기 쉽지 않은데 책이 좋나 보군요 ^^ 엄청난 반칙이 들어있나봅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1:19   좋아요 4 | URL
모두에게 다 좋을 거 같진 않은데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거 같아요 ㅋㅋㅋ

라로 2021-10-17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절박한 방식으로 서로를 끌어 안았다.--상상이 안 갑니다,,ㅎㅎㅎㅎ
암튼, 저도 음악 좋아하니까 이책 읽으면 막 공감하고 그럴 것 같아죠(음,,,같다며 동의를 구하는 단어;;;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2:33   좋아요 0 | URL
음…조금 많이 동생(?) 자녀(?)세대지만 라로님은 느낌 아는 분이니까 ㅋㅋ 사랑 아는 분이니까!!! 젊은 세대의 사랑도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아요.

Yeagene 2021-10-18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을려고요 ㅎㅎ 근데 이 책말고 시킬 책이 없어서 고민중이에요...한권만 시키면 안되고 뭘 같이 시킬지;;;;

반유행열반인 2021-10-18 12:51   좋아요 1 | URL
신간 한 권도 무료래요!! ㅎㅎ아니면 커피 같이 시키셔도?!?!

봄밤 2021-10-18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좋아요. 요즘 읽고 싶은 소설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얘로 정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10-18 18:23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밤님께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간 읽던 박상영 작가 소설집들 비하면 첫 장편은 타겟을 좀 낮춘 건지(역시나 욕심이 과해서 삼십대 성인 뿐 아니라 중딩부터 고딩까지도ㅋㅋ) 읽기에 부담이 덜했네요 ㅎㅎ

공쟝쟝 2021-10-25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파나소닉 시디피랑ㅋㅋ 호텔아프리카에ㅋㅋㅋ 캔모아 때문에.... 박상영... 진짜.... ㅜ_ㅜ... 저 읽고 있어요... ㅜ_ㅜ 역시 상영이가 짱이야...

반유행열반인 2021-10-25 11:55   좋아요 0 | URL
쨩쨩임 ㅋㅋㅋㅋ우리 같은 세대로구나….
 

http://bookple.aladin.co.kr/~r/feed/36639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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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17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려고 맘먹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현재 품절이네요. 그러니까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빨리 사 두어야 해요.ㅋ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0:03   좋아요 1 | URL
중고서점에 가면 생각보다 쉽게 구하실 수 있어요 ㅋㅋ아마도 개정판 내려고 잠시 절판한 게 아닐런지요!!

라로 2021-10-1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윽, 제게 요즘 꼭 필요한 책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10-17 20:04   좋아요 1 | URL
이거랑 화내지 않는 연습 나름 세트에요 ㅎㅎㅎ 책의 효과인지는 모르겠고 2년 사이 생각이 많이 줄어든 거 같긴 하네요…우와…용한 책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