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큰 아이 - 박목월 동화 빨간우체통 1
박목월 지음, 원혜영 그림 / 이가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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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박목월.


어릴 때, 어리다기보다 그냥 아기였을 때, 엄마가 국민서관에서 나온 366일 이야기 동화 전집을 사 주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책 사는 과정도 놀라웠다. 그때는 어린이책을 팔러 방문판매원이 집에 찾아 왔다고 한다. 12권의 책에 날짜별로 하루 하나 동화나 동시가 있고, 윤달 2월의 29일까지 꼭 맞게 366개 이야기를 읽어주는 테이프까지, 엄마 보기에 책의 만듦새가 정말 탐나게 좋았단다. 가격이 형편상 만만치 않았지만, 엄마는 결국 아빠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르기로 한다. 그런데 책값을 지불할 돈이 없었고 아직 아기인 나와 집에 있으니 돈을 구하러 나갈 수도 없었다. 판매원이 그럼 대신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온다 했고, 엄마는 통장과 도장을 맡기고, 책과 자기 짐을 둔 판매원은 은행에 가서 돈을 출금해다가 들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통장을 확인시켜주고 책값을 챙겨 돌아간다.

…헐. 신뢰와 평화의 대한민국. 1980년대.

아빠는 새로 들인 책을 보고 길길이 날뛰고 미친놈처럼 화를 내고 했지만, 그 책은 아직 걷지도 못하던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글 모를 땐 테이프로 듣고, 글을 알고 나서는 활자 읽는 재미로 다시 또 아는 이야기를 읽고, 읽고 읽다가 책이 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걸 장판테이프로 붙이고, 색연필로 낙서도 하고, 그러다가 더 어린 사촌 동생들 물려줄 때까지 정말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그래서 아직도 몇몇 이야기는 기억에 남고 그냥 그 책 안 줘버렸으면 내 애들도 읽었을까, 다 찢어져서 못 봤을까, 한다.

오늘 그 전집에 실린 동화 하나가 생각나서 도서관 찾아보니 박목월 선생이 쓴 동화만 모아둔 책이 있어 빌려 금세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사진 않고 국민학교 저학년 때 학급문고에 있던 걸 빌려 읽었던 모양이다. 이야기 대부분이 생각났고, 366일 이야기에도 나무 스케이트나 호박말이나 연날리는 이야기 같은 게 실려 있던 것 같다.

나는 그 좋다는 문장들 꾸역꾸역 눈으로 삼키고도 개똥같이 지저분한 말과 글만 맨날 내뱉어 놓는데, 와, 이 짤막한 동화들 모은 작은 책의 이야기들은 곱기도 고왔다. 시인이 쓴 동화라 그런가 이야기인데 시 같은 느낌이었다. 기분은 맑아지는데 나란 인간 자체가 정화되진 않겠지만… 읽었던 이야기들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좋았다.

궁금한 길에 366일 이야기 검색했더니… 누군가 일부나마 동화책과 테이프 녹음된 낭독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블로그에 책의 목차와 페이지 일부를 올려둔 사람도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5월 어린이날 동화인 과자로 만든 집을 하나 들어보았다. 햇님께 어린이날 선물로 과자집을 받은 아이가 피아노 건반 모양 과자 하나 뚝 떼어먹을 때마다 음마다 다른 맛이 났다는 부분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 이야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어린이날은 과자를 선물로 받는 날이 아니란다. 어린이날은 책 선물 받는 날이었죠. 원하면 매일매일 책 선물 받을 수 있으니 나는 이제 매일매일 어린이날을 살고 있다.


+밑줄 긋기

-‘이 일기책은 하루에 꼭 한 장씩 넘겨야 합니다. 하루를 거르고 이튿날 두 장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러려면, 아무리 넘기려 해도 넘겨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일기책은 날마다 계속해 쓰면 겉장 빛깔이 철따라 변한답니다. 즉 겨울에는 하양, 봄에는 분홍, 여름에는 초록,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이상한 일기책’중)

-나야의 두 귀가 갑자기 쭉 뻗으며 나야는 토끼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야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야의 귀도 쭉 뻗고 있었습니다. “큰일났군. 토끼가 됐네.“
그러나 가야도, 동생 나야도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토끼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두 귀를 쫑긋거리며 힘차게 깡총깡총 뛰어갔습니다. (‘심부름’중)

-갈매기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마루로 올라가 빠끔히 열려 있는 교실 문으로 들어섰습니다. 분필을 물고 칠판에 글씨를 쓰다가 분필 가루만 잔뜩 묻혔스니다. 아기 갈매기는 어항을 보았습니다. 금붕어 두 마리가 나를 좀 보라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꼬리를 내저었습니다. “가엾어라! 저 금붕어는 집에 갇히고, 방에 갇히고, 어항에 갇히고……, 그러니 모두 몇 번 갇힌 셈이야?” 아기 갈매기는 겁이 더럭 났습니다. “나도 잡혔다간 가두어 두고 볼는지 몰라.” 아기 갈매기는 헐레벌떡 운동장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갈매기’ 중)

-호박 덩굴에서 떨어진 호박을 주워, 나뭇가지로 발을 만듭니다. 그리고 강아지풀을 뜯어다가 꼬리를 만듭니다. 호박말은 뛰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노마와 쌍가마는 호박말을 나란히 세워 놓고 경주를 시킵니다.(‘노마와 호박말’중)


+과자로 만든 집-강준영 지음(박목월 선생이 지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가워서 링크 퍼옴 ㅋㅋㅋㅋ)
https://m.youtube.com/watch?v=tLNe_ivke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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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24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얘기는 들을 때마다 놀랍네요 ㅎㅎ 열반인님 벌써 클스마스 이브입니다.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12-24 16:39   좋아요 0 | URL
예진님도 기쁘고 편안한 성탄전야 성탄절 보내시길 진심 기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12-24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머니의 대단하신 신뢰와 믿음!
저도 어릴 때 방판으로 책 파시는 분들 집에 오신거 기억나네요.
열반인님 메리 크리스마스!

반유행열반인 2022-12-24 16:40   좋아요 0 | URL
지금 세상엔 신기한 거래법이죠 ㅋㅋㅋ햇살과함께님 메리크리스마스!
 
막대가 하나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5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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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타카노 후미코. 원제 棒がいっぽん.

어제는 말이다. 800년 만에 날짜에 2가 가장 많은 두 날 중 하나였다. 사실 그전 하루는 2022년 2월 22일이었으니 10개월 만이다. 놓쳐서 이제야 알았다니 분하다. 이전에 연월일에 2가 6개인 날짜는 1222년 12월 22일이었다. 이런 날은 다음 백 년 후인 2122년 2월 2일에 돌아오고, 그때쯤이면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2가 많은 7개인 날은 2222년 2월 22일이니, 200년 후의 그날은 세상이 어떤 모양일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등차수열 공부하기 싫었던 어제의 나는 이런 걸 혼자 발견이랍시고 노트 여백에 끼적여놓았다.

타카노 후미코의 만화책은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두 권을 읽고 이번에 막대가 하나도 보았다. 아침나절에 뒤뒤틀면서 등비수열 문제를 한 시간 반쯤 풀고 이제 단편 하나만 보면 끝이니까, 하고 쉰다고 남은 만화를 보았다.

오카무라 씨의 가지,라는 만화인데 다짜고짜 안경 쓰고 두건 두른 여인이 나타나 오카무라 씨에게 1968년 6월 6일 목요일 점심으로 무얼 드셨나요? 하고 묻는다. 저는 그때 아직 살아있지도 않았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어른…계신가요…ㅋㅋㅋ 제목을 본 뒤라 에이 가지 먹었나 보네, 했는데, 문득 어려서 본 동화 같은 게 가물가물 생각났다. 노마란 아이가 호박인지 가지인지에 나무젓가락 같은 것 꽂아서 호박말을 만들었다. 검색해 보니 있다 그런 이야기!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작 수록집 눈이 큰 아이에 실린 노마의 호박말이라고 한다. 서울시립어린이전자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일단 빌렸다.(난 여기 언제 가입된 거지…)

만화도 뭔가 비슷하게, 이제는 40대가 된 오쿠무라씨에게 안경 여인은 집요하게 그날 가지를 먹었는지 묻고, 그걸 증명할 방법이 있을지 헤매고 다닌다. 비디오 판독 같은 걸 하는데 동영상 녹화 매체가 3센티짜리 우동 가닥이다… 중간중간 막대기 하나, 하는 건 분명 무슨 일본 동요일 듯한데, 그래서 일본인이라면 아하, 하고 이 이야기의 모티프가 무엇일지 알 텐데 이야기 마지막에 아예 뮤직비디오(?)처럼 차려주는 것 같은데 역시 모르는 노래였다.

그래서 제가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구글 번역기에 봉이 한 개, 보가 이쯔뽄 하니까 바로 슈루룩 나왔다. 일본 전래 동요였다.

https://youtu.be/AKKVKoU_LqM

棒が一本あったとさ
はっぱかな
はっぱじゃないよ かえるだよ
かえるじゃないよ あひるだよ
六月六日に雨 ざあざあ ふってきて
三角じょうぎに ひびいって
あんぱんふたつ 豆三つ
コッペぱんふたつ くださいな
あっというまに
かわいいコックさん

가사 번역은 첨부된 만화 이미지에 다 되어 있습니다…ㅋㅋㅋ
동영상에는 노래 제목은 막대가 하나, 아니고 귀여운 주방장 아저씨로 되어 있다. 우리 어렸을 때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지렁이 세 마리가 기어가네요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그림 그리는 거랑 똑같은 거였다. 다만 일본에서는 귀여운 주방장 아저씨가 완성된다.

이렇게나…수학이란 수학 외의 온갖 문화 탐구를 하게 해주는 신비한 무엇…덕분에 만화책과 일본 동요를 거쳐 노마의 호박말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나중에라도 저 주전자가 나한테 와서 물어볼지도 모르니까 적어 놓는다. 나는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내 생애 2가 가장 많은 날짜의 점심때 지난 주말에 만든 간장 새우장이랑 아보카도 흰밥에 넣고 비벼 먹었어… 그러다 그다음 날 점심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아직 안 먹어서 안 적어 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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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4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푸아뉴기니 쿠아 마운틴 #4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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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미리 맘먹은대로 파푸아뉴기니 원두를 샀다. 드립백 한 번 먹어봤고 캡슐도 먹어봤는데 (치안은 개판이라지만) 이 동네 커피는 내 입에 맞게 맛있었다.

이년 전 쯤 알라딘 원두 입문하면서 스텐드리퍼를 샀다. 겉에 로즈골드색으로 티타늄 코팅이 되어 있다. 이게 내려 먹고 매번 뜨거운 물로 헹궈 내는데도 미세한 커피가루랑 커피 오일이 엉겨 거름망의 작은 구멍들이 점차 막히기 시작하더니… 이젠 드리퍼 위에 드립 주전자로 물을 붓고 한참 기다려도 커피 물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헐…
직장에서 쓰려고 사놨다 거의 한해 넘게 잠자던 일회용 종이 드립백을 꺼냈다. 드리퍼가 없어도 잔에 양쪽으로 거는 손잡이 같은 게 있고, 원하는 원두 채워서 먹으면 된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파는 드립백의 껍데기만 파는 것…
오랜만에 종이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니…오 그동안 나는 무슨 커피를 먹었던 것인가…커피란 이렇게나 맑고 깔끔하고 담백한 액체인 것을…

종이 여과지는 커피의 기름 성분이랑 미분을 다 걸러내서 커피가 맑고 깨끗하게 내려진다. 원두찌꺼기도 종이채 싸서 챡 버리면 되니 간편하지만 그래도 쓰레기가 하나 더 생기는 문제…
스텐드리퍼는 금속 거름망이 촘촘하긴 해도 커피 기름 성분이랑 아주 작은 가루는 빠져나와 그런지 커피가 조금 더 씁쓸하면서도 향이 강하고 풍미 있게 내려진다. 다회용에 종이 안 버리고 원두찌꺼기만 긁어 버리면 되고…그렇지만 조금 관리 못하면 저렇게 구멍이 다 막혀버리는 문제…

따뜻한 물에 스텐드리퍼를 담그고 안 쓰는 칫솔로 마구 문질렀더니 칫솔모가 완전 갈색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두 겹 망 사이에 커피 가루 남은 게 보이고 표면도 뭔가 기름기로 끈적한 느낌…

공부한다는 핑계, 시간 아낀다는 구실로 여름쯤 곁의 사람 직장 복지 포인트 탈탈 털어 (내 돈 안 들이고) 6인용 식기세척기를 사 버렸다. 초기 나온 빌트인형보다 크기가 절반쯤 되어 싱크대 위에 놓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말이 6인이지 5인 가족 한 끼 제대로 차려 먹고 나면 그릇 다 안 들어감…그래도 설거지 해방이 가능한 세상에 감사한다… 식기세척기…책 30권쯤 안 사면 책 30권 읽을 시간을 절약하실 수도 있습니다… 적극 권합니다…

망가질까 걱정되었지만 저녁 설거지 거리랑 같이 스텐드리퍼를 넣고 돌려버렸다.
… 새 스텐드리퍼를 획득하였습니다. ㅋㅋㅋㅋ 오염이 말끔하게 제거되었다. 세제 가루 끼거나 변형되거나 도금까지거나 할까봐 걱정되었는데 여러 번 돌리면 까지긴 하겠지만…일단은 새것 되었습니다…

식기세척기 세제 주성분에 과탄산소다랑 구연산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책 30권을 사는 중이시라면…(…) 드리퍼 등등 커피 용품 때 벗기실 때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랑 구연산 잘 녹이시고 한참 담근 후 칫솔로 치카치카하면 아주 잘 벗겨질 겁니다… 망에 세제 가루 끼면 안 되니까 꼭 완전 용해 후 담그시고 세척 후 따뜻한 물로 오래 헹구기…
그래서 내일 아침엔 종이필터 말고 소생한 스텐드리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헤헤. 커피 리뷰인데 식세기 광고랑 과탄산 광고랑 드리퍼 광고가 되어버렸다… 파푸아뉴기니… 깔끔한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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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2-22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식기세척기 이사가면 사려구요. 설겆이 갈수록 귀찮아요.
그 앞에 쌓아놓으면 알아서 집어넣어 세척해주고 끝남 꺼내주기도 했음 좋겠어요ㅋ

반유행열반인 2022-12-22 23:02   좋아요 2 | URL
진짜 꼭 꼭 꼬옥 사시구요 ㅋㅋㅋ가능하면 큰걸로… 안 그러면 맨날 어떡하면 최대한 많이 그릇을 넣을까 어떤 그릇을 뺄까 하고 테트리스하느라 성질 버려요 저처럼…ㅋㅋㅋㅋㅋ 정말 설거지 해방이라 해도 알아서 안 겹치게 잘 집어넣어야 하고 꺼내기도 해야 하고 이거 푸념하는 절 보니 사람 욕심 끝이 없다…ㅋㅋㅋ

scott 2022-12-23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봉지 리뷰로 클릭하고
PPL 세척기
메모 ✒
열쉼히 합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3 1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안 적어두셔도 기억력 좋으셔서 막 다 기억하실 듯 ㅋㅋㅋㅋ

Yeagene 2022-12-23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기세척기 살까 고민중이었는데 ㅎㅎ 열심히 영업하시는 열반인님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3 12:23   좋아요 1 | URL
이건 고민의 영역이 아니어요 ㅋㅋㅋ 저는 다시 못돌아갈 것 같습니다 식세기 없는 세상으로는… 사실 얘 밥풀도 잘 못 닦고 나무나 예쁜 그림 있는 그릇은 넣지도 못하는데 (예진님 예쁜 찻잔들 이나갈까 봐 절대 안 될 듯 ) ㅋㅋㅋ 집 그릇이 대부분 투박한 코렐이라 이건 진짜 식기세척기 특화더라구요.
 
죽음의 한 연구 - 하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1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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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21221 박상륭.

망각은 축복이다. 나는 이십 년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었다는 것과, 젊은 시님과 여인이 시진하게, 끝장나게 섹스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했다. 막상 다시 읽으니 스님과 장로 손녀딸이 하룻밤 사이 스물여덟 번 교합을 하는 장면은 생각만큼 놀랍지도 그리 길지도 않았다. 어린 나는 그런 일이 있을 수가! 했을 것이고 지금 나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 법하지,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헴헴. 어쨌거나 하권을 읽으면서 내 뇌가 거의 깨끗하게 이 책 내용을 씻어 내린 걸 감사할 지경이었다. 읽는 내내 새롭게 재미있었다.

다만 또 잊고 있던 건…하권에 스님의 수난이 나오고 그럼 나는 재미있겠지…했는데, 그전 앞부분 거의 90쪽가량은 나의 수난이었다. 스님이 읍의 장로 댁 예배 모임 같은 곳에서 자신의 ‘죽음론’에 관한 설법을 한다… 지루하고 어렵다… 아니 작가님도 자기가 무슨 말 하는 줄 알고 썼습니까… 그래도 이 책의 고갱이는 하권 중반부 이후에 연꽃잎 속 보석처럼 담겨 있으니… 혹여 하권 앞 몇 페이지 힘드신 분들은 검은 것은 글자요… 하고 잘 버티길 기원합니다…옴마니팟메훔.

2014년 성탄절에 신자도 아닌 내가 갑자기 예수님이 궁금해져서 마태복음을 읽었다.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건 몰라도 예수님은 좋은 선생님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난다. 이 소설은 예수의 앞선 걸음을 따온 듯 스님이 유리에 들어서는 날로부터 열반하는 날까지 40일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십자가에 매달리지는 않지만(당장 부활하지도 않는 것 같지만) 비슷하게 나무 높은 곳에 매달리는 죽음을 택한다. 스님을 비롯해 모든 인물의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스님이 서른세 해 삶을 자주 상기해 죽음을 마주하는 나이조차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보다는 어리구나… 얼마나 창창한가 서른세 살이라니…) 다만 예수는 자기 죄도 아닌 인류의 죄를 안고 못 박히지만(그걸 가지고 자기 탄생 전 영아 살해에 대해 일언반구도 안 한다고 스님이 뭐라 한 번 함 ㅋㅋㅋ) 스님은 존자 스님, 문하생 스님, 오조 촌장 대사 스님까지 혼자 쓰리킬 하고 그 업으로 한 번 죽으니 앞으로 두 번 더 환생하고 두 번 더 죽어야 하는 거 아닌지… 이건 그냥 갑자기 든 나쁜 생각… 난 이렇게 말로 생각으로 죄 많은 나쁜 놈이니 몇만 번이고 다시 돌아와 쥐로도 굼벵이로도 바퀴벌레로도 뜯겨 죽어야 할 것 같다… ㅋㅋㅋㅋ

직접 언급하지는 않아도 불교와 기독교를 이야기 큰 기둥으로 삼고 있다는 걸 종교를 잘 모르는 나도 짐작할 만큼 여러 인용과 비유가 등장하고, 그 외에도 잘은 몰라도 최소 일곱 개 이상의 온갖 신앙이 차용된 모양이다. 고기, 나무, 온갖 음양 합일의 상징, 그게 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도 없고 몰라도 상관없었다. 고달프고 힘든 사람의 삶과 노동과 번뇌와 이런저런 죽음, 그 와중에도 소소한 생의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보살핌, 사랑, 애욕, 그건 다 아는 이야기이고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 변주니까… 이야기 속 인물이 괴로울수록 그치 나만 힘든 거 아니지…나만 나쁜 놈 아니지…하는 나란 새끼…

촛불중 새끼가 제일로 미웠는데, 스님을 사랑하는 수도부를 강간하고 죽게 만든 샹놈이라 진짜 죽여버렸으면 좋겠다…야 스님 너 사람 잘 죽이면서 왜 저놈은 안 죽이냐…그랬는데 또 막상 주인공 스님이 혼자 엄청 뛰어나고 어디 가나 다들 그걸 알아보고 유리에서도 읍내에서도 여인들이 촛불중은 안 좋아하고 주인공 스님만 좋아하고 죽은 대사님도 맨날 우리 제자가…그러고 읍장까지 오구오구하는 꼴 내내 보고 그러면 저렇게 비뚤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싶었다. 왜 맨날 악당한테 감정 이입하고 빙의하냐…아닌가 악당 아닌가 칠조 촌장님인가… 촛불중이 칠조된 건지 아닌지는 칠조어론 보면 나오는 건가요… 지금은 말고 아주 나중에요…

+밑줄 긋기
-허나 어쩌면, 먼저 구원해내야 될 것은, ‘종교 없이도 살지 못하지만, 종교와도 살지 못하는’인간이 아니라, 신들인 듯도 싶은데, 발 붙일 곳이 없어 저것들은, 배고픈 외로운 노래나 부르며, 사람들이 사는 언저리로나 비실거리고 다니는 듯싶기 때문이다. (13-14)

-허나 소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옥이란, 생시에 지었던 죄업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장소가 아니라, ‘죽음’ 자체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한번 죽은 몸은 두번 다시 죽지 못하며, 영은 영생으로 반복되지만, 육신을 잃어 염태만을 갖고 있는 존재에게는, 고문이란 체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에 고통으로 하여 죄과를 삭이고, 영혼을 맑혀야 한다면, 이 세상 말고 그런 고장이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적 죄가 완전히 구속되지 않은 혼령이 있다면, 그 혼령을 위해선, 한 번 더, 심지어는 억천만 번을 더 이승에 던져, 그 죄가에 해당하는 살을 입히는 것일 터입니다. 살이란 고통의 전 장소인데, 그래서 이제 지렁이로도, 쥐로도, 박쥐로도, 굼벵이나 소로도 태어날 것인바, 생명은 그 크기나 무게에 있어 비록 같다고 할지라도, 형태가 다르다는 그 비극적 한계에 의해, 비로소 고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굼벵이는 참새에게 쪼이고, 참새는 솔개에게 채이며, 솔개는 뱀에게 휘감기고, 뱀은 독수리 발톱에 찢김을 당합니다. 그렇다고 소승은, 이 세상은 고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승으로서는 몇만 번이고 돌아와, 이 세상은 살 만한 고장이라고 믿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82-83)

-장로와 그의 손녀딸, 그리고 그 큰 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후덕과 호의의 울타리 속에서 나는, 왠지 짐스럽기만 하던 것이다. 천대와 멸시 속으론 스스럼없이 걸을 수 있었던 나는, 후덕과 호의 속에선 그저 몸이 껄끄럽던 것이다. 후덕과 호의에 내가 길들여본 적이 없었던 짐승이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랐지만, 그 댁에서 내게 던져준 부스러기는 내게 너무 기름졌다. (90)

-나는 이 아침에 기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새 내가 죽고, 내가 썩고, 내가 파사근거려지고, 내가 오소록이 무너나고 싶은 것이었다. 전엔 나는, 나를 한 큰 보자기로나 만들어보려고 애도 썼었다. 거기다 해도 싸고, 달도 싸고, 별도 담을 만큼 담아서, 나 저승 가면, 그 어두운 천장에다 걸어놓고, 나 혼자서라도 좀 덜 춥게, 덜 어둡게 살아보려 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 아침에 나는, 갑자기 줄어들어버려, 해도 그만두고, 달도 그만두고, 육안에 보이는 그만큼 한, 어떤 작은 별 하나 삼켜둬둘 터전이 없는 듯했다. (127)

-나중엔, 내 울음에 내가 먹히어들었다가, 내 울음에 내가 놀라 내 울음을 들어보니, 그것은, 구름낀 날 온골 안으로 울려퍼지는 능구렁이의 울음이 되어, 나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나는 얼마를 더 울어야 좋을지를 몰랐다. 하나의 눈먼 혹성으로, 저 빛나는 세계로부터 제척받아가며,,수내광을 찾으나 그것은 없는 듯하고, 아무 희망도 없는데, 그래도 수락은커녕 포기도 되지 않는, 저 죽음, 저 목숨을 놓고 나는, 글쎄 얼마를 더 울어야 될지를 몰랐다. 울어도 울어도, 울음은 울어도, 울어도 울음은, 울어도 끝이 나지 않고, 그 검은 꼬리를 바르르바르르 떨며, 자꾸 더 깊은 곳으로 자꾸 더 파고들고만 있었다. 그러며 거기서 그것은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잠잠히 머리를 숙이는가 했더니, 어느덧, 떠나 꼬리를 제 입에 물고, 흰 배를 쳐들어올리며, 괴롭게 뒤집혀지고 있었다. 나의 아비가 나를 신육으로 구워내려고 하기 전에, 그는 먼저, 내 목구멍에다 손을 집어넣어 저 칙살맞은 한 마리의 번뇌를 뽑아냈어야 옳았었다. 유방으로 하여 내게 빨게 하였던, 어머니가 키운 것은 무엇이었는가? 자식이 아니라 한 마리의 독한 벌레가 자기의 젖꼭지를 물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그 옌네 분명히, 장대 끝으로라도 떠다 불구덩이에라도 던졌을 것을, 그래서 자식이라는 것은 젖꼭지를 물고도 울고, 자다가도 울고, 웃다가도 울기를 시작했을 때, 강보에 싸아서, 분노에 날뛰는 불의 아가리에 던져넣어 태워버려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러지를 않는다면 처음에 형체가 없는 듯하다가, 특히 눈물맛을 보고 나면, 습기 아래에서 지렁이가 자라듯이, 뭔지 가늘고 길숨한 것이 그 애의 눈물 아래에서 돋아났다가, 세상 달이슬에도 젖고, 계집들 암내에도 쐬이다 보면 어느덧 자라고 굳어져, 그 대가리를 목젖 있는 데까지 뽑아올려놓고, 눈을 번들거리고 있는다. 앙금된 눈물, 살을 입은 슬픔, 그 배꼽에서 줄기를 빼올려 피우는, 저 번뇌의 흙탕 아래 도사린 몸, 업, 업이다. 업이다, 어비다, 어비다, 어버이다, 그래서 나 세상의 아들, 우니노라, 이 바람 찬 세상, 눈에 먼지를 끼얹으며 우니노라, 우니노라. (276-277)

-그녀가 오지 않았다면, 설움이 그냥 설움이었다가, 글쎄 내가 죽고 난 뒤, 서리라도 되어 내렸을랑가 몰랐을 것이, 그녀로 하여 기름이 되어, 지글거리며 나를 튀김을 해댄 탓에, 나도 그리고 피곤했다. 우리는 피곤했다. 모든 것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신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그들의 인간에의 짝사랑이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들에게서 궁합 맞춰지기를 강요했을 때부터, 신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신들의 품속에서 허긴 우린, 한 번도 화백 제도였던 적이 없다.
성자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마야! 저쪽 건너 동네 니르바나에 앉아서 이쪽 동네 상사라의 붉은 향수물을 바라보는 저 고요한 눈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성자들의 눈길 아래에서 우리는 한 번도 죄인이 아니어본 적이 없어서, 저 죄태는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영웅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한 번도 명확히 정의되어본 적이 없는 비겁이 그들에 의해 정의되고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인 것의 자부심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인간인 것은 우리를 진실로 피곤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피곤해 있다. (29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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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2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2-22 0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열반인님 리뷰 보고 개정판 구매했는데 완전 기대됩니다. 왠지 필립 로스 느낌도 나네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2-12-22 21:22   좋아요 2 | URL
필립 로스도 좋지만 좀 쌈마이(?) 뭔가 마지막 남성호르몬 남은 거 쥐어짜는 느낌이라면 ㅋㅋㅋ 박상륭은 영혼에 전생이랑 내세까지 쥐어짜고 탈탈 터는 느낌이요 ㅋㅋㅋ올해(몇 권 안 봤지만) 제 최고 픽 소설로 저 혼자 임명합니다 ㅋㅋㅋ

Falstaff 2022-12-22 0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다시 읽어볼 때가 된 거 같습니다. 근데 언제나 마음 뿐. 정말로 다시 읽을까, 생각할 때마다, 아직 읽지 않고 꽂혀 있는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전 두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한 권씩 사줬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12-22 21:24   좋아요 2 | URL
이때다 하고 딱 다시 읽으면 좋은 타이밍이 (거의 이십년 만에) 오긴 오네요 ㅎㅎㅎ 저는 저희 어린이들에게는 있는 책 지가 뽑아다 본다면 굳이 안 말리지만 권하지는 않으려구요…니들은 좀 덜 처절한 거만 보고 살렴 실제 세상은 더 각박하니까… 하고요 ㅋㅋㅋ

Falstaff 2022-12-22 21:33   좋아요 2 | URL
책의 내용보다는요, 여태까지 교과서 읽는 건 이도 나지 않은 정도의 아이들 장난이었다, 앞으로 너네들이 겪고 지낼 세상이 이 책 읽는 것보다 더 힘들다, 어려운 것에 익숙해지기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읽으면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첫 문장 읽고 나가 떨어지잖아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2 21:58   좋아요 2 | URL
강하게 양육하셨군요 ㅋㅋㅋ 저 그럼 열에 하나에 들었나요? ㅋㅋㅋㅋ 그 중 두 번 읽은 건 또 드물겠죠? ㅋㅋㅋㅋㅋㅋㅋ
 
[eBook]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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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루리.

어려서는 갈매기의 꿈이나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동물이 주인공인 책들을 잘도 봤었다. 삼십 년 남짓이 흘렀고, 나는 이제 더는 우화를 즐길 수 없는 어른이 되었다. 그렇다는 걸 이 책 읽으면서 알았다. 동물 주인공이지만, ‘인물’이고, 껍질과 신체 조건만 동물일 뿐 동물 탈쓰고 사실은 인간이 인간 이야기를 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인간 중심성. 휴머니즘. 생존 본능과 따뜻한 관계 맺음, 보살핌 같은 걸 엮는 일. 그런 이야기가 왠만큼 세련되지 않고서는 그냥 발작 버튼 눌리듯 못견디는 알레르기 같은 게 생겼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감동과 따스함, 이런 걸 느끼며 읽었을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도 끝까지 읽는 게 그냥 버티고 견디는 일이었고, 목구멍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그런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뭐가 문제일까, 내가 문제일까 이야기가 문제일까 그냥 취향 차이인걸까,했다. 서사는 별로였고 그림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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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20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열반인님 저도 이 책 좋다는 얘길 그렇게 들었어도 이상하게 읽기 망설여졌는데 열반인님이 지적하신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2-12-21 22:02   좋아요 1 | URL
그래도 혹시 읽을 기회 되신다면 제가 못 느낀 감동도 같이 느껴주세요 ㅎㅎㅎ제 부족한 감상에 영향 받지 마시구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2-20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그림에 한표요~~

반유행열반인 2022-12-21 22:02   좋아요 1 | URL
아래에서 올려다 보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컷을 잘 써서 그런 그림들은 좋더라구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2-12-21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2-12-21 22:04   좋아요 1 | URL
모든 서사란 작위적인 것일텐데 제가 유독 남들이 좋게 평하는 이야기에는 박해서 그런 걸까 못된 심리 또 발동한 걸까 했어요. 리뷰 쓰고 다른 리뷰들 보러 갔다 진짜 더 놀라가지고…평점 좋고 감동의 눈물바다 한 가득인데 왜 나만 그 바다에 못 빠져…하고요 ㅋㅋㅋ그래서 동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21 23: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어요. 부인하고 딸 죽은 아버지 … 코뿔소도 맘에 안들고 팽귄 케도 영 별론데 사건들이나 깨달음도 으잉? 스럽고 이들의 여정도 들쭉날쭉이고 동물원 탈출 이야기는 너무 흔한데 개연성이 없더라고요. 이게 어디가 감동이며 눈물일까 싶었어요. 저야말로 쌓인 걸 후련하게 풀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