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하늘나리 상한마을.

가을하늘에 걸린 감을 흔들었다.
감이 부끄러운가 보다. 얼굴에 발갛게 물이 들었다.  

감은 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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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을품은삶 > 황교익 선생님의 일리!

1. 황교익 일리
서울시장이 원순씨로 바뀌는 밤, 황교익 선생님과의 막걸리 담화. 역시나 유익했고, 벅찼던 시간. 선생님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을 의심하라는 것. 그리고 최소한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인지 알라는 것. 거대 식품복합체는 이미 우리의 입과 위를 장악했다. 어떡할 것이냐.  
 

이마트는 이제 논농사까지 짓기 시작했단다. 소작농을 고용해서 이마트 쌀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젠 당신의 선택이다. 당신의 먹을 것 모두가 이마트에 있다. 그것은 원스톱이 아니다. 이마트에 의해 사육당할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해야 할 문제다.

거대 식품복합체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당신이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브랜드만 보고 먹게끔 만든다. 반가공식품이 창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먹거리의 공포는 자본에 의해 조장되는 것이고, 자본이 저지른 악행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감히 정리하건대,
자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그것은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러하기 위해서, 뭣보다 거대 식품복합체의 탈정치화 마수에서도 걸려들지 말 것.
그들은 먹는 것이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한다. 다 수작이다. 먹는 것은 곧 정치다.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

먹거리가 정치가 아니라고 하는 작자들은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문제가 비정치적인 일인 듯이 여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먹을거리 유통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2010년대 한국의 상황에서 보자면,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강자로 군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p.275)

애들 먹는 것 갖고 장난 친 5세 훈이를 비롯한 협잡꾼들의 음모가 발가벗겨지는 순간이다. 서울시장에 낙마한 것은 당연하고, 보궐에서도 맥을 못춘 것은 정치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여하튼 정치적인 것에 대한 재각성과 재사유가 필요하다. 슬로푸드, 로컬푸드 모두 그것이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이뤄졌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채식주의 혹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맥락과 상통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 자체가 가진 정치성과 운동성을 배제하고 탈정치화 시켜서 모든 것을 보니, 왜곡이 있을 수밖에.

아울러, 소울푸드의 개념적 정의. 직역하여, 내 영혼을 사로잡은 음식이 아니다. 소울푸드는 흑인들의 恨과 역사가 담긴 음식을 지칭한다. 고향을 떠나 강제로 노예로 끌려와서, 고난의 시절을 함께 한 음식이다. 음식의 맛이 아닌 내 안의 절박한 이야기가 담긴. 가령, 고 최진실 누나의 수제비 같은.

《식객》의 비하인드 스토리 또한 흥미진진. 허영만 선생님이 짜장면 만화에 실패(?)하고, 제대로 된 음식만화를 만들고자 황 선생님을 찾았다. 황 선생님 또한  《맛의 달인》과 같은, 우리나라 음식만화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만화가를 찾고 있던 차. 두 사람의 만남. 황 선생님은 자신이 그동안 모은 자료를 조건없이 주셨단다.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 화실에서 오랜 추가 취재를 통해 국민만화 《식객》이 탄생했다.

황 선생님은 스토리나 원작자는 아니지만 원안제공자 정도는 되겠다. 허영만 선생님이라는 걸출한 만화가와 이야기를 뒷받침한 호준이형의 꼼꼼한 취재 근간에 황 선생님의 오랜 음식 연구기록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커피로 그러고 싶었다. 황교익 선생님처럼. :)
커피가 가진 정치성을 제대로 읽고 독해하여, 커피문화박물지를 만드는 것. 
아님 커피문화속물지라도?ㅋ

2. 커피대세
연 이틀, 지인들의 전화벨. 주변에 커피를, 정확하게는 커피하우스(혹은 이를 통한 사회적기업)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만나서 조언을 해달란다. 이전에도 커피하우스를 두루뭉술 하고 싶어하거나 간을 보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었으나, 이번엔 당장이라도 할 것 같은 사람들인 것 같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겠지만, 커피가 어쨌거나 대세.

글쎄, 내 기본적인 입장은, 태어날 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커피하우스는 로망이 될 수 없다고 말린다. 개인이 커피하우스를 하지 말아야 할 백만 스물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덕에 포기한 사람만 뻥쳐서 백만 열아홉 명이다.ㅋ

그래도 나는,
건강하고 즐거운 먹을거리와 공정무역 커피를 품은 작은 커피하우스들이 연대를 맺어 커피하우스가 줄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위안을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놓지 않는다.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자기만의 색깔과 표정을 내건 인디 커피하우스들의 동네적 연대! 돈 지랄 브랜드(프렌차이즈)들의 노동착취형 획일적인 커피점과 다른 지향의 인디 커피하우스들. 그들이 내린 좋은 커피가 이 세상을 좀 덜 슬픈 곳으로 만들리라는 믿음.

공정무역과 관련해 연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온 한 쇼핑몰 운영자와도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노아의 방주도 무색할 정도인 태국은 걱정이다. 태국의 공정무역 커피 수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지인의 계획도 홍수에 떠내려갈까 염려도 되고. 태국산 공정무역 커피를 맛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바람도 덩달아?   

참, 서울과 강릉에는 커피축제가 지금 한창이다. 서울 정동에 나가봐도 좋고, 강릉을 찾아도 좋다. 혹시 만난다면 가볍게 눈 인사라도. ^.~    
 

 

3. 홍수
'방콕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말이 기점이란다. 태국 정부도 포기했다는 얘길 들으니, 결국 국민들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속단도. 조선시대, 임진왜란 정유재란이었다. 임금이 나라를 버리고 피난을 갔었지. 한국전 당시 이승만이가 서울을 버리고 도망갔고. 버릴 줄만 알았지, 거둘 줄 모르는 놈들이 통치권자가 되면, 아래 것들만 죽어나는 법이다.  
 

사실 그것보다, 다음달 아버지를 캄보디아 여행 보내드리려 했는데, 홍수 때문에 어떡하나 싶다. 이럴 때일수록 캄보디아 관광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여행을 보내드려야지. 이성적인 판단이야 그렇지만, 노인네라서 혹시나가 앞선다. 나도 소인배라.ㅠ.ㅠ 더구나 방역이 잘 되는 나라가 아니라서 노인네, 음...

차라리 이 핑계로, 내가 6년 만에 캄보디아 두 번째 여행을? ^^;


4.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
27일, 12년 반 동안 나를 키워준 칼럼이 끝을 맺었다. 홍세화 칼럼.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려니 칼럼을 끝낸다'는 말씀을 듣고, 궁금했는데, 아, 감격적인 무대 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보신당 당 대표로 출마하셨다. 서울마포당협 당원 세화씨의 출마의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를 읽으면서 울컥했다. 출마의변에 밝혔듯, 분명 상처 받으실 터이지만, 그것이 비인간적인 도가니에서 함께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면!

선생님, 12년 반 동안 고맙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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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도 자본에 의해 조작된 먹거리에 오염돼 있지 않은가!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1-12-03 00:18 
    많은 사람들이, 먹는 문제에서만큼은, 지난 시절보다 경박해졌다. 경박하게도, '경박'이라는 단어를 쓴까닭은, 그만큼 먹는 문제가 절박하기 때문이다.경박과 절박 사이, 도대체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한 사례를 보자. 롯데마트의 통큰치킨.통큰 시리즈의 첫 시작은 센세이션이었다.값싸고 양 많은, 이런 수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했고,많은 사람들은 꼴딱 넘어갔다.그토록 애용하던 동네 치킨집에 대한 저주(?)를 퍼부으면서.WBC건, 월드컵이건, 올림픽이건, 자신들에게
 
 
 

1. 제대로 나이 먹는 기술
'대하소설(roman-fleuve)'이라는 말을 처음 썼던, '사랑하는 기술'은 물론 '나이드는 기술'을 전수했던 프랑스의 문학가, 앙드레 모루아(1885.7.26~1967.10.9)는 말했다. "나이드는 기술이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

여자청소년 자립매장의 스무 살 안팎의 소녀들에게 커피(의 세계)를 알려주겠다고 커피멘토링을 맡았을 때, 이 말을 생각했었다. 작지만 꼭 그랬음하는 바람이었다. 철 없이 살지만, 철과 나이가 반드시 정비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에게 장애 아닌 도움을 주는 존재, 경쟁 아닌 상담상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했다. 

어제, 그 중 한 청소년이 청소년쉼터 주간을 맞아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위해 국회로 갔다. 몇몇 어른의 외피를 둘렀으나 개념 상실한 철딱서니들이 연단에서 '가출 청소년' '위기 청소년' 운운하면서 잘난 척을 했나보다. 다행히 한 개념 어른이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이라고 정정해달라고 연단에서 말했나보다. 

수상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이런 에피소드도 말해준다. 개념 상실 철딱서니의 말을 들었을 땐, 속이 어지간히 상했었나보다. 그런 개념 상실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개념 어른이 당연히 잘 한 거라고 덧붙였다. 그렇죠? 선생님, 하고 확인하고 안도하는 모습.

다른 한 청소년은 물어볼 것이 있다며,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상담한다. 표정에 나름 '한창 고민 중임'이라는 딱지가 붙어있기에, 성심껏 답을 해줬다. 여자사람과 수컷남자의 차이에 대한 농담 섞인 진담까지 덧붙여. 그랬더니, 역시 이런 건 나이 많은 사람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우와~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까지는 아닐지몰라도, 장애가 되진 않는구나, 상담상대로 생각해주는구나, 싶어서. 나는 그들이 날 만만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각각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얽힌 삶의 실체는 내가 들여다보기 힘든 심연이겠지만, 세상보다 어른에 치여 살았을 그들에게, 나는 그저 만만하고 군림하려 들지 않는 사람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직 제대로 풀지 못한 커피의 세계를 보여줘야 할 텐데...     


2. 작은 것
강남역 시티극장이 롯데시네마 시티극장으로 이름을 바꿨더라. 결국, 롯데(시네마)가 장악했다는 말이다. 어딜 가나 극장은, CGV, 롯데시네마, 씨너스(메가박스)만 보이는 세상이 됐다. 멀티플렉스라는 이름으로 모든 극장은 대기업 자본이 접수한 시대. 세 개의 브랜드에 'OOO점'과 같은 접미사만 거들뿐.

참, 재미없어졌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던 극장들은 어디로 갔을까. 물론, 예술영화관이라는 타이틀로 명맥을 유지하는 인디극장들이 있지만, 예전에는 상업극장들도 나름 아우라가 있었다. 허나, 자본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시장 장악과 질서를 원했나보다.

동네 근처에 20여 년 된 빵집이 있었었다. 그야말로 동네빵집. 목 좋은 곳에 오랫동안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곳인데, 작년이었나, 파리 바게뜨로 바뀌었다. 들리는 말로는, 파리 바게뜨의 작업(!)으로 건물주가 임대료를 팍팍 올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나갔다는데, 결국 그 자리엔 파리 바게뜨가 떡하니 앉았다. 그 많던 동네빵집들, 파리 바게뜨, 뚜레주르와 같은 돈지랄 브랜드들로 떡칠갑을 했다. 동네 사람들, 파리 바게뜨 안 가면 되는데, 가더라. 

나는 아직 모르겠다.

20여 년을 함께 한 빵집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일까? 진짜 한국인들은 (대자본) 브랜드에 환장한 탓일까? 아님 다른 이유라도? 하긴, 커피도 마찬가지니까. 

  
3. 시
그래, 동의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원래 시인이었으나, 사육 당하고 먹고사니즘에 함몰되면서 시를 잃었고, 시인이었던 정체성을 내동댕이쳤다. 야만이 시(인)를 잠식했다. 시는 자신이 느끼는 것임에도, 이해해야 하고 타인의 시선을 요구하는 일이 잦은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4. 천천히 와
김지수 보그 기자는 이리 썼다. "누군가 당신을 향해 매번 '천천히 와'라고 말해준다면 그는 당신을 오래도록 사랑할 사람이다." 

나는, 딱 두 사람에게 그랬던 것 같다.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가, 이런 게 아니라, 나는 내가 더 많이 사랑해서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그녀들은 나를 떠났다.

천천히 오라는 나의 말이 공중에 산산이 흩어져 떠다니고 있었다. 겨울은 천천히 오지 않고, 불쑥 다가왔다. 천천히 오라고 가을은 말했지만, 겨울은 듣기 싫었나 보다. 천생 가을과 겨울은, 사랑하기 힘든 사이다. 그런 가을과 겨울이 사랑한다면?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 될 것이다. 겨울아, 천천히 와.  

 
5. 센스 없음
황교익 선생님에 대한 글을 잘 읽었다면서, 화학첨가물 덩어리인 캐러멜 사탕을 건네는 센스라니. 그것도 2개씩이나. 별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괜히 예의 차린답시고, 주는 대로 덥석 받은 내 잘못도 있지만, 2번째 그 사탕 때문에 이빨 때워놓은 부분이 떨어졌다. 물론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으나,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또 글에 써 놨는데도,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제대로 보고 그런 얘길 하시남? 센스 참 없는 여자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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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의 끝-겨울의 시작!
내뱉은 말이니 어쩔 수 없다손, 말이 씨가 됐고 싹을 틔웠다. 우승 못해도 괜찮다 했더니, 일을 저질렀다! 노떼 자얀츠가 졌다. 한국시리즈에 노떼는 없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놓고 왈가왈부하진 않겠다. 이미 끝난 게임이니까. 복기해 봐야, 속만 쓰릴 뿐.

애정남이 정해준다. 노떼의 패배로, 2011년 나의 가을은 끝났다. 겨울이 왔다. 이렇게 느닷없는 계절의 바뀜은 달갑지 않다. 좀 더 가을을 누리고 싶었다. 남들보다 긴 겨울을 맞이해야겠구나. ㅠ.ㅠ 한국시리즈를 예상하고 짜놓은 모든 계획, 깨졌다. 노떼가 없으니, 모든 계획은 얼음이 됐다.

계절은 모든 것의 이별로 얼굴을 바꾼다. 여름이 가을로 갈 때도 그러더니, 가을이 겨울에 바통을 넘길 때도 그런다. 이별이 슬픈 이유다. 이별도 사랑의 한 형태지만, 가장 슬픈 사랑이다.  

Where are you? 그댄 어디에?  

 



2. 서른 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일요일들과 집이 나란히 있다. 재밌네. 《서른 살의 일요일들》과 《서른 살의 집》. 조금씩 읽었는데, 멋진 여성들이다. 손수진과 노석미다. 끝내주게 커피를 내리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손수진과 변두리 자기만의 집을 가진 노석미가 실제로 만난다면, 그것도 재밌겠다. 

서른,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는 없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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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
종교(기독교)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말하고 싶은 진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후배는 종교 문제로 여자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후배는 나름 개종해서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여자 부모는 성에 차지 않나 보다. 여자도 부모의 반대에 주춤하고 있는 것 같고. 물론 그 종교는 언제나처럼 기독교. 종교가 걸림돌이라는 말은 거짓말에 가까운 핑계다. 문제는 종교를 핑계로 대고 있는 사람이다.

무교인 내 알기론, 성경에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지 말라는 교리는 없다. 예수도 그랬을 테고. 그런데 결혼에도, 결혼 중에도, 그게 늘 문제가 되는 건, 종교에 핑계를 넘기고픈 사람의 비겁함이다. 종교가 대체 뭔 짓을 했기에 그러는가. '종교'라는 말 뒤로 숨지 마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데, 죄가 무슨 죄냐. 사람이 다 죄다. 종교가 뭔 죄냐, 사람이 다 죄다. 

(알랭 드)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종교는 위기에, 즉 절망하고 두려운 나머지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랄 때에 (…) 우리가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결혼에 있어 종교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남에게 친절해야 함을 망각하게 한다. 결국, 그건 종교가 아닌 것이다. 종교의 탈을 쓴 사람이 행하는 의지일 뿐이다.  
 
독실하다는 말, 어쩌면 죄가 많다는 얘기다. 맞다. 순전히 나의 독설이다. ^^;


2. 결혼
내 어린 날의 우상, 대마왕 해철님. <승승장구>에 출연해서 결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정확하게는 아내 윤원희와 딸. 20년 간 정신과 치료와 수면제로 지탱해온 삶을 구원해 준 존재. "더 이상 내게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필요없다는, 그리고 8살 때와 똑같이 깊이 잠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도 알았죠, 제가 구원됐다는 걸." 내 눈가엔 물이 그렁그렁했다.

결혼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고? 아니, 그건 결혼이 준 게 아니다. 아내 윤원희와 딸이 준 것이다. 결혼이 해철님을 구원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내 윤원희와 딸이다. 결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만나고 사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도 '윤원희'를 만나고 싶고, 나는 누군가에게 '윤원희'가 되고 싶다. 김원희가 아니다.ㅋ 

두 사람, 정말 아름답다. 사랑한다면, 윤원희·신해철처럼. 
 
 

3. 감수성
피부클리닉. 암, 다녀야한다. 그 정도의 미모가, 아무리 타고난 부분이 있다해도 그냥 나올 리 없잖나. 더구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메이킹,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백성들 안구정화도 시켜줘야한다. 구케의원이자 한나라당 얼굴 담당으로서 그건 의무다! 돈 액수나 장애인 딸의 개입 여부는 차치하자. 뭣보다 여자라면, 알흠다워지고 싶은 본능. 그걸 갖고 뭐라 그러면 밉지. 알다시피, 나경원 예쁜 후보님 얘기다.

그런데, 다 좋은데, <시사인>에 했다는 이 해명은 뭥미?   
“시장이 된다면 피부관리 클리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가겠다.”
 
나는 그만 뒤집어졌다. 도대체, 그 예쁜 얼굴에 이런 참혹한 감수성이라니.
차라리, 아름다움(美)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조롱을 퍼붓지 그러니.
시장이 되면, 청사 내에 피부관리클리닉이나 시술자를 두겠다는 소리? 시장이 안 되면 계속 이 곳을 출입하겠다는 얘기? 대체 이런 해명은 어떡해야 나올 수 있는 거지? -.- 

<도가니>를 보고, "(국민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하고, 사회 전반에서 자기 희생이 요구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감을 남기신 대통령 가카의 뇨자임을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냐.   
 
나는 예쁘면 다 용서하는 인간인데, 
감수성 제로의 추녀임을 만방에 커밍아웃하는 너, 경원이는 당최 용서가 안 되는구나. 
감수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추녀라서, 못 뽑아주겠소. 쯧. 


4. 달팽이와 <돼지들의 왕>
투개월이 '달팽이'를 부른 밤, 내겐 《달팽이 안단테》가 있다.

허나 이밤, 동의하기 힘든 문구가 있다.
책에는 에드워드 O. 윌슨의 《바이오필리아》에 나온 말을 인용해놨다.
 
"인간은 고귀하다.
다른 살아 있는 생명체들보다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을 잘 앎으로써
바로 생명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툭 내뱉았다. 개뿔~
올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빛나는 <돼지들의 왕> 를 보고 온 밤이라서일까.

아주 먼 옛날에는 인간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잘 알면, 포식하고 집어삼키려고 눈이 벌개지고 아가리를 벌린다. 인간이 인간에게도 그러하다. 그러니, 절대 고귀하지 않다.

아, 맞다. 지금 대부분은 인간이 아닌, 돼지들이지. 미안하다. 깜빡했다.
진짜 인간은 윌슨의 말처럼 고귀할 것이다. '진짜'가 워낙 희귀여서 그렇지.
아니, 돼지들도 화를 낼지 모를 일이다. 이 야만을 돼지들에게 빗대다니. 돼지는 우리에게 고기를 주는데, 이 야만은 어디 쓸 데도 없다.  

비록 우리의 야만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될지 모르나,
당신에게 이 영화, 꼭 권한다. 11월3일 개봉인데,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봐라.
리얼한 우화에 가까운 이 영화는, 우리네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당신이라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 센 영화다. 끔찍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현실이 더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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