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처음이라(2)

 

 

 

 

 

시는 처음이라

자신감이 생겨요

못해도 되니까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써요, 시는

 

처음에는 알약 한 알 삼키기도 얼마나 힘들었어요, 우리?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건

아가미로 숨쉬던 낙원을 잃은 설움 탓 아닐까요

개구리의 허파는 왠지 트라우마 같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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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5) - 더럽고 소중해

 

 

 

 

1.

 

아이가 막 경련을 시작할 참이었다. 안 돼, 조금만 참아! 아이는 정말로 '잠깐멈춤'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경련을 참는 것이었다. 엄마, 힘들어. 아이가 용케도 말을 해주었다. 경련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차라리 그냥 해라, 엄마가 살려줄게. 이 말이 내뱉어진 즉시 나는 꿈을 탈출했다. 12시간에 육박하는 잠을 즐긴 아이 역시 빛나는 가을 아침을 맞이했다. 변기는 아이의 쾌변을 선사 받았다.

 

 

 

2.

 

"엄마, 내 똥은 더럽고 소중해!"

까르르, 세상 해맑고 천진한 웃음까지 덤으로.  

 

 

 

3.

 

세상에 살다 살다, 무슨 주사가 그리 아프노. 5시간 짜리 주사도 있는데 이건 아픈 것도 아니고 온몸에 진이 쫙 빠지고 잠도 슬슬 오고 억수로 힘들다. (그럼 주무시면 되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잠이 자지는 것도 아니거든. 집에서 맞는 주사도 약 들어갈 때 어찌나 아픈지. (그러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솔직히, 너무 막 사셨잖아요?) 그야 그렇지, 인정, 아빠가 인정한다.

 

 

4.

 

아빠의 항암은 12분의 8 완료, 남은 건 12분의 4

인생은 분모를 알 수 없고, 고로 분자도 알 수 없다

나-너는 몇 분의 몇 지점에 와 있는가

 

 

5.

 

내-네 인생은 더럽고 소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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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4) - 햇살의 맛

 

 

 

 

 

 

간밤의 가을비 덕분일까

아침 햇살이 너무 맛있어

햇살만 먹고 살고 싶어

눈코입 크게 뜨고 손발 쭉 뻗어 

해바라기 되어 해의 품으로

 

태양의 흑점은 놀라워라

꿈틀꿈틀 말미잘 에이리언

뾰족뾰족 흑색 아가리 모양

징그러움도 아름다움이어라

 

아이야 너는 은쟁반에 보름달을 준비해두렴

추석이 오면 소원을 한 옴큼 뿌리자꾸나

공책에는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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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 써요(3)

 

 

 

 

 

시는 처음이라

너무 설레요 부끄러워요 

그래서 써요, 시

 

삶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 무서워요

그래서 많이 울어요, 여전히

 

중년은 처음이라

더 떨려요, 약 먹어도 떨려요

계속 떨림을 다잡고 살아요 

그래서 자꾸 써요, 시

 

노년은 또 어떨까 궁금하네요

무릎이 귀를 덮는 노파가 되어

시인의 마을 경로당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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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3) - 가을비

 

 

 

 

 

 

찬비가 내린다

바람이 싸하다

 

풀꽃이 가녀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灌木이 울부짖고 喬木이  포효하고 나도

사시나무 미루나무 떨듯 오돌오돌 떤다 

 

역시,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소쩍새에 천둥에 무서리에 불면에

이제 곧 국화꽃이 피고야 말리라

 

 

 

*

 

 

서정주 <국화꽃 옆에서>. 역시 가을은 (꽃이라면!) 국화꽃(-과 코스모스)의 계절. 국화 하니 당장 떠오르는 시. 대국보다는 소국이 좋다. 왠지 더 쓸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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