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그저께 밤부터 좋지 않았다. 어제 아침, 아이를 데려다 주고 바로 누웠다. 눈 뜨니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를 기다리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아이는 어디 있습니까?" 예비 소집일 때 처음 보고 든 생각 "정말 젊구나!" 이걸 새삼 확인했다. 사십대 후반? 오십대 초반? 그래본들 내 나이, 나의 선배 나이다. 남자-사람, 건강하고 직장 있고 말쑥하고 일을(아이들을) 사랑하고 등. 그 순간, 여자-사람인 내가 그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 '건강하고'. 건강이 없으면 뒤의 것들이 다 무의미하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아름다움'임도 알겠다.

 

집에 온 다음 드러누웠다. 아이는 신이 났다. "엄마, 먼저 늙을 노자를 쓰고~" 음.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 보니 "늙은 노"를 쓴 다음 곧장 게임 삼매경에 돌입했다. "엄마 나 칠교놀이왕 104판까지 깼어!" 밥을 차려주었다. 먹는 동안 내도록 '유투브' 시청 중. 지루해지니 잠깐 엄마를 '들(여)다' 보러 와주신다. "엄마, 눈 좀 떠봐, 엄마, 엄마?" 문득, 우리가 이런 식으로 영원히 눈을 감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이에게 일러준다. "엄마가 만약 계속 눈을 안 뜨면 어떻게 해야 해?" "병원 가야 해." "아니, 그 전에 119에 전화해서 우리 집 주소 얘기해줘라, 알았어?"

 

어째 좀 활동을 해보려고 하지만 실패, 토를 잔뜩 한다. "엄마 토해? 괜찮아?" 이렇게 짱을 살피더니 "엄마, 토는 무슨 맛이야? 짠맛이야?" 헐..-_-;; 이러고 또 잠들었다. 깨보니 8시가 가까워졌다. "엄마 나 배고픈데?" 냉동실에 저장해둔 빵을 좀 데워준다. 아, 이런 건 이제 스스로 해먹을 나이가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꿈 속에서 아이가 혼자 슈퍼마켓 가서 우유 한 팩 사오는 모습을 보았다. 언제쯤 가능해질지.

 

어제는 완전히 와병모드, 오늘 아침도 만만치 않았다. 보다시피 지금 좀 정신을 차렸다. 당장 할 일은 논문 심사 입력, 그리고 이 속도로 가면 올 봄에는(늦어도 초여름) 나올 것 같은 책의 인용 문구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 평소 같으면 '일' 축에도 안/못 들어가는 것이 너무 고역인 것이다.

 

마흔 넘으면서 많이 생각한다. 죽음에 관해서. 아이에게도, 이제 겨울 아홉살이고 심지어 발달도 지체된 저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삶이 있음을 절감한다. 엄마가 없어도 정 배가 고프면 밥솥 열고 밥을 긁어먹을 정도의 기능과 지능은 되는 것 같다. 정 급하면 휴대폰으로 아빠나 119에 전화 거는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강조하건대, 아이에겐 벌써부터(!) 아이만의 삶이 있다. 내가 죽을 정도로 아프면 부디 빨리 죽으면 좋겠다.'죽을 복'이라는 아름다운 말의 의미를 점점 더 잘 알겠다. 이렇게 이박삼일 정도 아프고 또 아픈 중에도 어지간히 내 치다꺼리를 할 수 있을 때 사람이지, 또한 엄마지... 

 

보통 이런 식의 아픔은 생리를 전후하여 많이 찾아오는데, 이번에는 한복판에서 왔다. 상당히 힘들었다. 다른 한편으론, 내가 여자이기를 멈출 때(요즘은 폐경 대신 완경이라는 표현을 쓴다던데, 이런 유포리즘이 우리를 위로할지?) 이런 식의 주기적 아픔은 어떤 양상을 띨지 궁금하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였던 탓도 있고 민족성도 있겠지만 아무튼 여자들이 당당하다. 힘도 세다. 골격 구조가 다르다. 간혹 나처럼 키가 무척 작은 여자(여학생)도 있었지만, 손목 뼈의 굵기가 다르다. 세월이 지나 중년 여성들. 학교에서 곧잘 마주치던 각종 보직 교수들 중 여성이 참 많았다. 심지어 러시아항공(아에로플롯)을 타면 담배 피우는, 뚱뚱한 중년 여성 스튜어디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꽃다운 미녀로 취직하여 결혼, 육아 등등 이후에도 살아남아(!) 그 모습이 된 것이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문제는 전반적인 분위기인데, 그런 일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나라다. 푸틴과 이혼한 그의 전처의 모습이 얼핏 스친다. 영부인 노릇하는 거 지쳤다고...^^;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고 또 일할 수 있을지. 건강검진을 해야하는데^^;  

 

*

 

-  "엄마, 선생님이 삼일절은 좋은 날이라고 하셨어, 그래서 내가 그 좋은 날에 게임해도 되냐고 물었어."

- "그랬더니 뭐라고 하시대?"

- "그건 선생님은 잘 모르신대, 게임해도 되는지 엄마한테 물어보래~"  

 

*

 

그러고 보니 이번 삼일절은 '아이구아이구', 즉 100주년이다. 세상에, 100년도 금방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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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범 2019-03-0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베리아 열차에서 만났던 지긋하신 승무원의 소녀같은 미소가 생각나네요
건강하세요 선생님

푸른괭이 2019-03-02 10:03   좋아요 0 | URL
예, ‘노동‘은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아서요^^; 그 새 번역서를 한 권 더 냈습니다. 소설을 좀 잘 쓰면 좋겠네요.
 

그래도 아직은 방학이라 좀 느긋하게 읽는 나폴레옹 평전에서 그의 사생활 부분.

 

 

 

 

 

 

 

 

 

 

 

 

 

 

"점심 식사는, 황제가 잊어버리거나 받아쓰는 작업으로 밀리지 않을 경우, 10시 정각에 했다. 아침 인견이 끝나면 다시 집무실로 돌아가 일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는 주로 작은 테이블에서 혼자했다. 궁정 사무장 한 사람만 참석하고 급사장 뒤낭이 서비스를 한다. 나폴레옹은 소스가 묻을까 걱정하는 일 없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빨리 먹는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프로방스식 닭고기 요리를 좋아해서 마렝고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양고기구이나 갈비구이, 생선튀김, 이탈리아 파스타, 그리고 강낭콩이나 렌즈콩도 좋아했다. 빵에 대해서 말고는 음식에 대해 까다롭지 않았다. 여러 메뉴 가운데서 쉽게 골랐다. 반주로는 부르고뉴산 와인 샹베르탱에 물을 타서 마셨다. 나폴레옹은 식도락가도 아니고 고급 포도주 애호가도 아니었다. 식사는 에너지를 충원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15분이면 끝났다."(334-335)

 

정말 저렇게 살았을 법하다. 정녕 쌍놈(!)의 식사법. 머슴들이 저렇다, 후다닥 먹고 또 일하다고 잠깐 시간 나면 먹거나 눈 붙이고 또 후다닥 일하고. 보통 나폴레옹 하면 수면법이 유명한데 대략 하루 4시간 정도 자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중간중간 잠을 보충하는 식. 의도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의 신체적 흐름, 직업의 특수성(군인 - 때론 며칠씩 철야),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수면에 저런 식사라면, 응당, 위장병이 없을 리 없다. 요즘처럼 위내시경 하면 만성위염, 뭐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식사의 즐거움, 먹는 기쁨, 이런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저 부분을 읽으며 나의 식사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고등학교부터 점심 도시락을 친구들과 함께 먹어본 적이 없다. 왕따? 절대 아니고, 오직 그 시간도 아까워서, 딱 저런 이유. 정녕 "쌍놈"의 자식답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최대한 하루 한 끼는 맛있게, 천천히 먹으려고 한다. 결과는? -_-; 지금도 못 참는 건 밥 늦게 먹는 사람과 식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그렇다, 이런 식의 천벌.^^; 밥 먹는 속도만 놓고 보면 우리 아이야말로 제국의 황제 수준이다.  

 

아무튼 이런 평전을 쓰려면 저자는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연구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그를 둘러싼 무수한 평가들을 섭렵하고 자신의 입장을 세우고 엄청난 서지, 정보를 정리 요약하고 등등. 한동안은 그놈하고 같이 사는 격. 스탈린, 히틀러가 나쁜 놈(!)인 줄 모르는 사람 어디 있나, 하지만 연구자이자 평전 작가는 그와는 다른 지점에 서서 보다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는 누구인가, 그의 탄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 등등. 이 점에서 이 책을 꽤 쓸만하다. 한 권 더 주문했는데, 식탁에 얹힌 모습을 보고 남편의 한 소리. 심지어 한 손에 들어보기도 한다.

 

- "이건 뭐야, 도둑 들어 오면 쳐죽이려고 샀냐? 너는 들지도 못하겠다."

 

그러게 나도 저렇게 두꺼운 줄 알았으면 안 샀을 걸. ㅠ 그래도 어쩌냐, 샀으니 들춰봐야지. 다 본 다음에는 팔든지 버리든지, 처분해야 한다. 요즘은 책을 빨리 처분하려고 어떻게든 읽으려/만지려 한다. 무덤에는 돈도 못 들고 가는데 하물며 책이야 말해서 뭣하랴. 도서관이 제일 싫어하는 것도 기증도서란다 ㅠ.ㅠ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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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종결한다. 많은 수확을 해서가 아니라 애초 농사 지은 양이 적어서 풍년이다. 내가 의도한, 내가 한 일은 아니나 아무튼 <닥터 지바고> 번역이 나왔다. 질질 끌던 중편을 마감했고 그와 맞물린 조금 긴 단편은 도무지 끝을 못 내겠어서 그냥 닫아두려고 한다. 내가 '젊은' 감성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인정하니,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좋은 소재에 생기롭고 발랄한 아이템이 많았는데 잘 소화하지를 못해, 문자 그대로 소화 불량, 혹은 위장과 소장과 대장이 너무 늙어 괴상한 배설물 형식이 되어 버린 형국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딱 지금의 내 나이에 <죄와 벌>을 썼는데, 라스콜-프가 젊은가, 그에게 젊은 감수성이 느껴지는가? 글쎄, 대학 시절에 나의 그 친구와 비웃었던(?!) 기억이 있나. "지가 아저씨인데 젊은 애들을 어떻게 알아? 초인 사상, 그런 거 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얼마나 바쁜데."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초반부가 보여준다. 젊은 애들은 저런 거 하고 산다/논다. 하지만 또 다른 리얼리티가 있다. 그것을 창조하는 데 중년의 도-키는 성공한 것이다.

 

다시. <악령> 개역을 틈틈히 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틈틈히(-이, 가 맞나?)라, 반 정도밖에 못했다. 남은 작업은 봄여름으로 미룬다. <전쟁과 평화>에 관한 레퍼런스를 꾸준히 읽고 정리해왔다. 이제 슬슬 접고 소설 자체를 읽고 논문을 써야 할 때다. 아, 그러고 보니 엄청난 회의가, 환멸이 밀려드는 것이었다. 아니, 화가 치미는 것이었다. 내가 이 나이에, 죽도록 시간강사나 하면서 또 논문을 써야 한다고?? 낼 모레면 짤릴 판에 이딴 걸 써야 한다고?? 아, 그러게 곧바로 깨달았다. 나는 이 소설을 오직 "도리"의 관점에서 읽고 연구하는 것임을. 말 그대로 인간의 도리. 여기서는 노문학자의 도리. 그런데 내가 언제까지 노문학자일 수 있는 거지? ㅠ.ㅠ 이 논문을 쓰면 계속 노문학자이고 아니면 아닌 거다. 따분한 쳇바퀴, 동어반복.

 

시한부 인생, 이라고 했다. 이미 넘어간 원고가 책으로 나오면(두 권) 여러 반응을 봐서(^^;) 다음 책을 생각하도록 한다. 러시아문학(20세기) 연구서, 그 전에 도-키 연구서.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한 번 읽고 싶은 몇 편의 소설들에 대한 좀 더 정교한(대략 원고지 5-60매?) 글이 담긴 책. 그 다음, 소위 <육아일기>를 한 번 써보고 싶다. 지난 주말에 든 생각이다.

 

- "야, 완죤 잘 팔리겠다~ 너 소설보다는 훨씬 더 잘 팔릴 거야~"

 

남편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발달지체(장애)에 관해 오직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알 수 있는 얘기들이 있다, 심지어 많다. 전문가들도 실은 '이론'으로만 아는 것이고, 그들의 경험하는 '실제'라고 한들 환아들, 남의 아이들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발달장애아로 태어나지 않는다, 라는 점을 의사도, 치료사도, 특수교사도 '몸'으로는 모른다.

 

시작은 조산아, 무슨 희귀 질환, 염색체 이상 등이다가 그 다음 단계가 발달 장애인 경우도 있고, 두 돌까지는 사실상 정상 발달하다가 조금씩 이상한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경증/고기능 자폐의 경우)도 있고 긴가민가 경계에 있다가 장애쪽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 아이가 이제 아홉살. 저런 식의 글쓰기, 책도 아이가 초등을 마치기 전, 심지어 4학년 이맘때에는 완료되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썼듯 '패자 부활전'은 만 10세, 우리 나이로 대략 4학년이다.

 

끝으로, 장편소설 쓰고 싶다. 올 겨울에 개복수술할 수 있길 바랐는데 '복'을 '개'하는 것도 무서워서 못했다. 이런 걸 두고 '변죽 울린다'라고 하지 않나. 입 닥치고 그냥 하면 될 것을 말이다. '수행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다.

 

- "엄마, 마음 심자도 써야 해? 마음 심자 쓰면 기운 기자도 써야 해? 기운 기자 안 쓰면 방울(게임) 못해?"

 

어휴, 그 입을 놀리는 시간에 쓰겠다, 이놈아! 그렇게 '수행 지능' ㅠ.ㅠ

 

*

 

<다시, 스침들>도 올 겨울의 성과로 가져와봤다. 어제 <문학나눔>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까닭이다. 이게 막상 되면 그냥 되나보다, 원래 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떨어지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도 심사를 더러 해봐서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감사한다.   

 

 

 

 

 

 

 

 

 

 

 

 

 

 

 

 

 

*

 

 어제 저녁에는 아이의 국어 학습지를 채점하다가 색연필을 책상에 탁(쾅) 쳐서 부러뜨렸다. 노트북으로 <핑거 패밀리>(다시 왔다^^;) 동영상을 보던 아이가 너무 놀라 달려오려던 참이었다.

 

- "아니, 그냥 앉아서 봐. 그냥 엄마가 화 나서 그런 거야."

 

말은 이렇게 해도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니까 아이가 완전히 쫄아 버린다.

가만히 보면 거의 스무개나 되는 문제 중에 겨우 두 개(!!!) 틀렸는데, 그게 그렇게 분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틀린 답 하나 적고 그림들 숫자 하나를 제대로 맞힌 것이, 내가 분했단 말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월과 학창 시절의 몇몇 장면들이 휘리릭~ 스쳐갔다.(진짜 자살 직전 안나 카레니나의 환시, 같은 것.) 그런 걸 두고 분노조절장애, 라고 불러도 좋을 법하다. 이건  명백히 나 자신의 분노이다. 요즘은 체벌이 거의 금지되고 있다. 맞아야 할, 맞아도 되는 사람(아이)은 없다. 여기다 이렇게 쓰고 소위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뭐, 잘 되진 않는다. 앗, 그러고 보니 이 모든 것이 호르몬의 작용이었던 것인데, 이 역시 감사해야 할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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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먹은 엄마의 탕국은 정말 일품이었다. 없는 형편이지만, '미신교'를 신봉하는 엄마한테 제삿상만큼 성스러운 건 없었다. 그걸 자기가 차리다니!  학력이며 외모며 등등 다 빠지는 그녀로서는 그때 빛나는 솜씨를 발휘하여 일가친지(시댁 식구)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도 강했으리라.

 

엄마의 탕국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갔다. 소고기(국거리용 양지), 북어(대가리), 대합(큰 조개), 마른 새우(멸치?) 등등이 우선은 국물 용이었다. 그리고 건더기로 소고기, 표고버섯, 우뭇가사리(?), 무, 제수용으로 구운 구부 썬 것 등. 아시다시피 제사 음식에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 때문에 음식의 맛은 간장(주로 국간장), 참기름/들기름, 소금 등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더더욱 저런 기초 재료가 중요하다. 집안이 삼대째 가톨릭이라 제사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남편이 처음 우리 엄마의 탕국을 먹고 탄복할 정도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그것도 국이 이런 맛이 나다니!  

 

세월이 흘러흘러, 50년생인 그녀의 혓바닥, 눈구멍, 귓구멍, 손끝, 발끝 등이 다 '맛탱이'가 가고 있음이 보이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도 발견되지만, 이 탕국에서 정점을 이룬 것 같았다. 조개류의 해산물이 다 빠져 국물이 어딘가 밍밍하고 깊은 맛이 없다. 건더기도 너무 부실하여, 오래 전 외갓집의 멀건 탕국을 방불케 했다.

 

이런 식의 일상 생활에서 요구되는 각종 작업이 실은 대단히 복잡한 것이다. 그게, 발달 늦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대단한 지능과 기능의 산물임을 알겠다. 탕국 끓이기(요리)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가 평소에는 단순하게 여겨온 당연한 활동이 대부분 그렇다. 가령, 운전. 정확한 경계선은 관련자들이 정해야겠지만, 고령 운전은 무척 위험할 법하다. 운전 면허를 따보니(그러면서 운전은 하지 않으니, 넘 행복하구나, 이 여유가!) 더 그렇다. 사지육신, 팔다리 멀쩡하다고? 그 멀쩡함이 실은 더 무서운 것이다. 님들, 멀쩡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탕국과 같은 것이다. 겉보기엔 멀쩡하지, 속이 다 빠져 있다. 직업, 생계라고? 그래서 많은 직업에 정년이 있는 것이다.

 

한 동네에 오래 살고 아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과의 소소한 접촉이 잦다. 적어도 자주 본다. 어르신들이 감각 능력, 인지 능력이 저렇게 퇴행, 퇴화하는구나, 하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우선은 말귀를 못 알아들으신다. 처음에는, 나도 발음이 좋은 편 아니고 말도 빠르니까, 또 급하게 인사만 주고 받은 거니까 등등 했는데,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큰 애는 이제 삼촌 같아요." - "예, 얘들이 삼총사예요, 삼총사.") 그 다음, 잘 못 알아보신다. 가령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인사도 주고받는데, 조금만 다른 공간에서 마주치면 지나친다. 역시 반복되는 일이다.

 

남 얘기는 불편한가. 그럼 내 얘기. 사십대도 초반과 중반이 너무 다름을 여실히 느낀다. 아이의 장애 등록과 무관하지 않고 나의 현상태(임용 등)와도 물론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런 걸 다 감안해도, 이런 것이 늙음이구나, 싶은 가장 큰 징후는 책읽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눈이 빨리 건조해지고, 속독도 꽤 잘 하는 편인데, 눈동자의 움직임이랄까, 속도랄까 이런 것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읽고 나서 얼마나 '소화'했느냐, 인데, 여기서 심히 좌절. 각종 감각 기능(눈, 손, 허리, 어깨 등등)의 퇴화에 덧붙여 뇌 운동도 느려지고 감수성도 낡아/늙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온갖 소설에 다 감동했는데 요즘은 나를 감동시키는 소설을 찾기 힘들다. 요즘 작가들은 소설을 못 써, 깊이가 없어, 이런 식의 말, 오래 전 선생님들이 많이 하지 않으셨나. 님들, 그건 요즘 소설 잘못이 아니라 님들 잘못이었답니다 ㅠ.ㅠ 이론서도 마찬가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 걸작이기도 했지만 그걸 읽고 감동하던 나의 지성과 욕망과 감수성을 칭찬해주고 싶은 요즘이다. 그렇다, 이게 나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띨빵해짐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주는가. 상대적으로 그 피해가 적은 직업을 나는 골랐다. 혹은 그런 직업이 나를 찾아왔다. 도스토예프스키 생몰년도를 실수로 잘못 말해도 다음 시간에 고치면 된다. 소설이나 논문에 틀린 소리 썼어도 교정 하면 된다. 번역? 오역 있으면 다음 쇄에서 고쳐도 되고 그 오역으로 인해  타인이 심한 불쾌감을 느끼거나 하는 일은 적다. 반면, 버는 돈도 적다. 그 나름의 제로섬이랄까. 늙어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반면, 그때까지 하려면 생고생이고 그래본들 얼마 못 번다. 작가도, 번역가도. 겸사겸사, 죽을 때까지, 그 순간까지 쓴 모든 작가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그러게 무엇보다도 건강과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남은 인생을('여생'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예쁘게 살고 싶은데, 어제 저녁에는 너무 뻗쳐서(!) 부부 싸움을 하고 말았다. 아이를 키우니 나도 이렇게 되는구나, 차라리 늦게 들어오고 돈을 많이 주는 남편이면 좋겠다, 진심이다, 흑ㅠ^^;;

 

요즘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한진그룹의 맏딸 조** 이혼 소송을 보면서, 또 도마 위에 오른 삼성그룹 맏딸 이** 이혼 기사를 보면서 '부부'라는 낱말이 품은 관계를 생각해본다. 이거, 정말 제삼자는 모른다, 라는 것이 정답일 듯. 발음은 '두부'하고도 비슷한 것 같은데^^; 엄마-아내가 잘한 건 정말 없어보이지만(그동안 땅콩이며 뭐며 전과가 워낙 많다 보니) 그렇다고 아내와 아이들 동영상 찍어 세상에 유포하는 아빠-남편(이 정도면 '도촬' 혐의 적용 안 되는지?)도, 저 정도 되니까, 저런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몇 년 살았구나, 싶다. 재벌 아니다 뿐이지 저런 집안에 들어가려면, 게다가 초등 동창이라면 본인도 어지간한 집안에 어지간한 약력의 소유자일 텐데 말이다. 다른 한편, 저 집은 많은 댓글러들의 생각처럼, 엄마-아내가 너무 안 됐다, 라는 생각..ㅠ 어쩜 저런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저 세월 살았을까 싶은. 자식보고 산다, 라는 각종 엄마들(여자-선배들, 여자-친척들 등)의 말이 너무나 이해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아이 엄마가 이혼을 하려고 할 때는 오죽하면...ㅠ 86억도 적은 돈 아닌데 ㅠ  

 

부부 싸움의 시발점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게 엄마가 컨디션 관리를 잘 했어야지, 아픈 애(장애) 키우면서 아프면 어쩌냐!" 남편의 이런 식의 '워딩'에 내가 말하자면 뻗친 것이다. 개학/개강을 앞두고 가뜩이나 예민한 와중에 치료실 갔다가 안타까운 얘기를 듣고 너무 먹먹해졌는데, 그 얘기를 들은 남편이 저 따위로 반응, 요즘 유행하는 '남혐/여혐'이 될 뻔했다. 아이가 뇌병변에 수시로 경기를 해, 심지어 새로운 경기까지 추가돼, 여섯 살인데 말 한마디 못해, 옆에서는(특히 할머니들) 다들 나이 들면 좋아진다는 영혼 없는 멘트만 날려, 엄마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느냔 말이다ㅠ 오직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만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ㅠ 할머니들도 한때 엄마였는데 왜 저러실까 싶지만, 서 있는 지점이, 또 아이와의 관계가 다르지 않나. 인생의 중간지점이 아닌 끝지점에서 보면, 어차피 다 죽는 인생이고 어차피 다 좋아진다. 더 나빠질 게 없기 때문이다.  

 

돌아서면 부부 싸움만큼 한심한, 소모적인 것이 없는데 그 한복판에 있을 때는 폭언은 기본이고("죽어~" 이런 말, 남들은 안 하나?^^;), 음, 과연 폭력은 아예 없는지? 노처녀 시절 선배들 얘기를 들으며 (너무 한심해서^^;;) 웃었던 일이 지금 퍼뜩, 떠오른다. 

 

- 아내-여자. "그 순한 양 같은 사람이 수저통을 부쉈어, 내가 너무 놀라서 기념으로 모셔 놨어."

- 남편-남자. "화 난 것을 보여주려고 쓰레기통을 부쉈다, 비싼 걸 부수면 아까우니까 싼 걸로."  

 

각기 다른 선배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한 말인데 써놓고 보니 라임(!)이 맞는다. 즉,  아내-여자가 죽도록 퍼부으니까 남편-남자가 화났음을 보여주기 위해 저렴한(수저통, 쓰레기통 등) 세간 하나를 예의상, 상징적으로 부숴주신다. 여기서도 드러나지만, 결혼은 아무래도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또 지금 4, 50대에겐 여전한 시댁 스트레스) 여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너무 바뀌어, 우리 아이들의 결혼은 전혀 다른 풍경이리라.  

 

*

 

100년을 살아도 유한성을 인식, 의식하는 순간부터는 다 시한부 인생이다. 어제 잠을 좀 못 자서(또 꿈에 글을 아주 잘 쓰는 모평론가가 나와서 무척 으시대서ㅠ.ㅠ) 눈이 계속 뻑뻑하고, 내가 써놓은 소설이 너무 미워보인다. 종잇장이었으면 찢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하시라! 찢어봤자, 다시 써봤자 어차피 이보다 더 좋은 소설 못 쓴다. 그뿐인가. 얼마나 더 읽고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 이제는 양질의 텍스트, 이런 문제가 아니라 읽을 수 있느냐(없느냐), 쓸 수 있느냐(없느냐)가 문제다. 과연 우리의 읽기와 쓰기의 '정년'은 언제일지. 슬프고 쓸쓸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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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최숙희. 괜찮아.

나는 높이 닿아. 나는 빨리 달려. 나는 잘 기어가. 나는 무섭지 않아.

 

 

 

 

 

 

 

 

 

18. 신기한 스쿨버스

얼마 안 가서 우리는 모두 물방울 안에 들어갈 만큼 작아졌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우리가 정말 물방울 속에 들어간 거예요.

 

110. 신기한 스쿨버스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집니다. 몸이 자라고 에너지를 충분히 얻으려면 이런 음식물을 골고루 먹어야 합니다.

 

111. 조애너 콜. 태양계에서 길을 잃다

수성은 태양열 때문에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프리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 행성은 달과 많이 닮았죠? 물도 없고 공기도 거의 없어서 아무것도 살 수 없답니다.”

 

-

 

114. 샤를 페로. 신데렐라

늦게 무도회장에 도착한 신데렐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신데렐라를 보자 홀딱 반하고 말았지.

 

115.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은 곧 비웃으며 말했어요. “좋소, 대신 날짜를 어기면 보증인이 안토니오의 몸에서 살 1 파운드를 베어내겠소.”

 

116. 그림형제. 빨간 모자.

늑대는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모두 잡아먹으려고 한 가지 꾀를 냈어. “할머니께 예쁜 꽃을 꺾어다 드리면 더 좋아하실 텐데.”

 

11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장난감 병정.

우아, 장난감 병정이다. 생일날 소년이 아빠에게 장난감 병정 세트를 받았어요. 하지만 병정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어요.

 

118. 잔 마리 르 프랑스 드 보몽. 미녀와 야수.

이놈! 감히 내 정원을 망쳐?” 그레고르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흉측하게 생긴 야수가 서 있었어. 내 꽃을 꺾었으니 막내딸을 바치거라.

 

-

 

121.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이브 날, 스쿠루지는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어요. 직원이 보프(?)가 추워서 난로를 피우려 하자 스쿠루지가 말했어요.

 

122. 루이자 메이올콧. 작은 아씨들.

흉멜(?) 부인의 집에 도착한 네 자매는 땔감을 난로에 넣어 불을 지피고 에미(?)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먹였어요. 부인, 고마워요.

 

123. 샤를 페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옛날 어느 나라에 인자한 왕과 왕비가 살았어. 하지만 둘에게는 오랜 시간 아이가 없어 걱정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말했어. “개굴개굴! 곧 예쁜 공주님을 낳으실 거예요.”

 

124. 위다. 플랜더스의 개

네로는 파트라셰와 매일 우유를 배달했어. 그리고 우유배달을 마치면 꼭 성당에 들렀지요. 하지만 네로는 성당에만 다녀오면 한숨을 푹 쉬었지요.

 

125. 안데르센. 인어 공주.

인어 공주들은 인간 세상이 보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는 열다섯이 되면 구경할 수 있으니 조그만 기다리라고 하셨지.

 

-

 

128. 카를로 콜로디. 피노키오의 모험

목수인 제페토 할아버지는 혼자서 외롭게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자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무로 뚝딱뚝딱 나무인형을 만들었어요.

 

129.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로빈슨은 작은 동굴에 자리를 마련했어요. 여기라면 적들(?)한테 들킬 일도 없고 바다가 잘 보여서 배가 나타나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을 거야.

 

130. 신기한 스쿨버스.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고물 스클버스가 고장이 났어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들판에 도착했을 때에 우리는 모두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어요.

 

131. 조애너 콜. 태양계에서 길을 잃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보니 로켓이 사라졌답니다. 우리가 입고 있던 우주복도 사라졌고요. 버스는 다시 고물차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죠.

 

21. 조애너 콜. 꿀벌이 되다.

시골 마을에 도착하자 프리즐 선생님께서는 벌통들 옆에 주차하셨어요. 벌은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서 침을 쏩니다.

 

(설연휴)

 

27. 조 애너콜. 바닷속으로 들어가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깊은 해구는 깊이가 약 11.3(?) 킬로미터입니다. 성은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바다 아래에 있는 산이 물 위로 솟아 있으면 샘이라고 합니다.

 

28. 아널드, 버스를 삼키다.

근육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우리는 머리를 떠나서 등뼈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 뼈 안에는 척수가 있었어요.

 

-

 

211. 에른스트 호프만. 호두까지 인형.

프리츠가 받은 선물은 장난감 병정들이었고 마리가 받은 선물은 우스꽝스러운 두까지 인형이었어요.

 

212. 그림 형제. 개구리 왕자.

잠자리에 들자 개구리가 말했어. “공주님, 이제 잘 자라고 입맞춤해주세요.” “뭐라고?” 공주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

 

(13 / 14 / 15 - 없음)

 

218. 백조의 호수. 러시아 발레곡.

왕자가 스무 살이 되었으니 이제 결혼을 해야 할 것이오. 오늘 온 아가씨들 중 한 사람과 결혼할 것이니,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즐기도록 하시오.”

 

220. 안데르센. 장난감 병정.

물줄기를 따라 장난감 병정은 깊은 강물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어요. “이제 발레리나 인형을 영영 볼 수 없겠구나.” 그런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221. 쉘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리고 그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날마다 소년은 나무에게로 와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한 잎 두 잎 주워 모았습니다.

 

222. 안데르센. 미운 아기 오리.

왜 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지? 미운 아기 오리는 평생 혼자 살기로 했어. 낮에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밤이 되면 낙엽을 깔아 높은 바위 틈에서 잠을 잤지.

 

 

 

 

 

 

 

 

 

 

 

 

 

 

 

*

 

지난 주 금요일에 아이가 독서록을 가져왔다. 저자, 제목, 출판사, 읽은 날짜, 인상적인 문장들을 써놓은 것이었다. 우선은 감동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여름 방학 때 (그때는 엄마와 함께 했는데) 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과연 '일취월장'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런데도 발달 검사는 그것의 심드렁함을, 심지어 무의함을 또 증명해주리라 ㅠ) 앞뒤 내용을 물어보면 잘 대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재미가 다 다르니까 이것도 나름 양해된다. 게다가 아이의 지능지수를 감안한다면 무척 잘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이가 쓴 것은 출판사는 빼고 쭉 정리해보니(이 정도 판독가능하게 썼다!) 뒤로 갈수록 불성실(?!)해지는 것이 보인다. 썼던 구절을 그대로 베껴 쓴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도 낫고 최소한 글쓰기 연습이라도 하니까. 문제는 사흘  정도 아주 안 쓴 날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담임선생님이 휴가 가신 날이다. 이런 식의 고약한 눈치(!)는 늘고(심지어 학습지 풀라고 했더니 답안지 보고 베껴 쓰고 있더라니 -_-;;) 정작 늘어야 할 준법정신, 사회인지는 썩 호전이 없어 걱정이다.

 

다른 한편, 돌봄의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애살' 많으신지도 보인다. 하나라도 더 시키려고 애써주신다. 잠시 임시로 와 계셨던 분은 (말 그대로 임시이기도 하지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괜찮아~ 이런 스타일이셨던 것 같다. 사람이 다 다르다. 전체 그림을 놓고 볼 때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맞추어야 가야 한다. 2학년 담임은 어떤 분이실지. 아참, 그런데, 선생도 어떤 아이들이 올지 겁난다!

 

*

 

- 아, 망했다! 왜 아무도 안 깨웠지?(미친, 누가 깨워주냐 -_-;;) 야, 너희도 일어나, 8시 넘었어!

- 아빠, 우리는 방학이라서 지각 이런 거 없어 ㅋㅋ

 

흑, 이 방학이 이제는 정말 한 주 남았다. 사실, 강의만 그만 두면(혹은 짤리면) 일년 열두달 방학일 수 있는데, 뭔가를 붙잡고 있을 땐 그것을 놓기가 참 힘든 것이다. 미련. 희망. 이런 단어를 써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러다가 '체념'하겠지.  

 

 

*

 

개망초. 이름이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개망했어~, 패가망신하겠어~)  좋아하는 꽃이다.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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