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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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매일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오늘 느끼는 감정, 있었던 일, 오늘만의 분위기 그 무엇이든 간단하게 끄적끄적 그리면서 짧게 일기를 써보는 거다. 그럼 그 하루는 그 한 장의 그림일기로 남는다. 그 하루는 휘발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런 흔적 없이 지난날은 며칠만 지나도 오늘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랑 대화를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온 것이 어느 날 억울하게 느껴져 어느 날부터 매일 간단하게라도 그림과 일기를 남기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렇게 자기의 하루하루를 오롯이 그린 그림일기를 책으로 냈다. 

 


책에는 정말로 정직하게 일 년의 첫날인 1월 1일부터 마지막 날 12월 31일까지 하루하루의 일기가 담겨있다. 기분 좋았던 날, 힘들었던 날, 생각이 많은 날 모든 일기는 비슷비슷한 듯 다 조금씩 다른 모양을 띈다. 그림은 단순하다. 그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하루가 모여 1년이라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엔 숙제 때문이라도 매일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지금은 일기를 쓰려고 하면 쓸 말이 없을 때가 많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더라. 평소랑 똑같은 하루였는데. 그렇게 하루하루가 휘발되어 간다.


저자는 처음엔 너무 잠이 오지 않아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단다. 잠들기 전에 머릿속을 비워내듯이 일기 쓰는 것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고 보니 자기 전에 간단한 그림과 함께 글을 쓰고 나야 그제서야 잘 시간이구나 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단다. 자기 전에 오늘의 나를 한번 돌아보는 것. 아무리 힘든 하루라도 바로 지쳐 쓰러지지 않고 오늘의 나를 한 번쯤 토닥여주고 잠자리에 드는 것. 그것참 필요한 일이다.


한 장 한 장 귀여운 그림과 함께 짤막하게 쓴 일기들을 보니 어쩌면 매일 일기 쓰는 것 별거 아니기도 하다. 물론 이 저자처럼 예쁜 그림까지 그려진 예쁜 그림일기는 그릴 자신이 없지만 자기 전에 오늘 하루에 대해 5~6줄 정도의 짧은 글은 그까짓 거 쓸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내 감정을 휘발시키지 않고 일기장 한편에 저장해두는 마음으로. 


매일 하루에 대해 그리고 쓰면서 느껴보자.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구나. 

오늘은 꽤 괜찮은 하루였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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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7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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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이 16살이 되었다. 여전히 콧잔등에는 7개의 주근깨가 자리하고 있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제 제법 어른스러운 아가씨의 모습이다. 에이번리의 앤은 빨강 머리 앤 셜리의 16살 시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린이 티는 막 벗었지만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아닌, 사춘기 정도 나이의 앤이지만 어찌나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지 앤처럼 살면 세상에 힘든 일이 없을 것만 같다. 우리에게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이 시리즈는 사실 원작은 8권 정도로 나와있다. 앤의 소녀 시절부터 중년시절까지 거의 일생에 걸쳐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에이번리의 앤은 빨강 머리 앤(원작: 초록 지붕 집의 앤) 다음 시리즈 책이다. 인디고에서 계속 빨강 머리 앤의 다음 시리즈가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인디고의 고전 명작 시리즈는 언제나 아름다우니까! 

앤은 프린스 애드워드 섬의 화이트 샌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16살 나이에 학교 선생님이라니, 그것도 얼마 전까지 같이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으니 애가 애를 가르친다는 느낌도 들 법 하지만, 우리의 앤 셜리는 자기만의 독특한 교육 법과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섬으로써 학생들에게 두루두루 사랑받는 선생님이다. 앤이 성장하고 나서 조용해진 초록 지붕 집에는 새롭게 오게 된 쌍둥이 남매 '데이비와 도나' 덕에 또다시 바람 잘날 이 없고, 다이애나와 앤이 어느 날 길을 잘못 들어 들르게 된 숲속의 돌집에 사는 아름다운 노처녀 라벤더와의 우정 이야기는 마치 동화 속의 또 다른 동화같이 아름답다.

에이번리의 앤을 다 읽고 나니 어릴 적 만화로 접했던 빨강 머리 앤 만화가 생각나서 유튜브를 찾아서 보다가 그만 한참 동안 넋을 읽고 봤다. 오랜만에 만난 어린 앤 셜리는 지금 봐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높은 톤의 명랑한 목소리와 엉뚱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순수한 눈을 보니 어릴 때 봤던 추억이 소록소록 생각난다. 그 귀엽던 앤이 다 커서 선생님이 되고, 예쁜 숙녀가 되었다니. 캬~
밤에 자기 전에 틈틈이 에이번리의 앤을 읽는 동안 여전히 행복감이 퐁퐁 솟아나서 기분 좋았다. 16살이 된 앤 셜리도 역시나 아직 사랑스럽고 엉뚱하고 상상력이 퐁퐁 솟아나는 귀여운 숙녀이니까! 

「그 순간 앤은 이상하게 가슴이 떨렸고 처음으로 길버트의 시선에 흔들려 창백한 얼굴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지금까지 마음속 깊은 곳에 드리워져 있던 베일이 걷히고 뜻밖의 감정과 진실이 드러난 것 같았다. 어쩌면 낭만적인 사랑은 백마 탄 기사님처럼 화려하고 요란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하게 다가오는 지도 몰랐다. 그리고 사랑은 예상치 못했을 때 빛처럼 나타나 시와 음악이 있는 책장을 넘겨 버리고 평범한 산문처럼 나타날지도 모른다. 마치 초록색 꽃망울이 황금빛을 띠는 장미꽃으로 바뀌는 것처럼.」 <p.461>

그리고 앤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나 보다. 두근두근 제일 극적인 순간에 쾅 막을 내려버리는 드라마처럼 앞으로의 이야기가 계속 기대된다. 말괄량이 꼬마가 예쁜 숙녀가 되고 사랑을 알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이야기는 여전히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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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어도 땅은 사라 - 대박땅꾼 전은규의, 개정증보판
전은규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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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꾸 이런 책을 읽다 보니 스스로 자칫 돈만 밝히는 속물이 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시간과 돈에서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상, 이제는 재테크란 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껏 나의 재테크는 돈 생기면 예금, 적금에 무작정 묶어두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1년 동안 열심히 모아봤자 연 1~2% 이자로는 종잣돈을 안전하게 모아두는 개념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경제에 좀 더 눈을 떠보자꾸나! 부동산과 주식 같은 좀 더 투자 다운 투자에 눈을 떠보고자 그동안 찾지 않던 투자/재테크 도서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토지 투자에 관한 기본서를 읽다가 토지 투자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관련 책들을 찾아서 열심히 읽어보는 중이다. '집 없어도 땅은 사라'의 저자 전은규는 30대 초반에 3000만 원으로 땅 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55억 원의 자산을 가진 땅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시중에 아파트나 상가 위주의 건물 부동산 투자서는 엄청나게 많지만 토지 투자만을 깊이 파고들어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의외로 적었다. 그렇기에 직접 투자해본 경험을 풍부하게 갈아 넣은 이런 책은 토지 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공부 자료인 셈이다. 

토지 투자는 현재의 가치가 아니라 숨어있는 미래의 가치를 매의 눈으로 파악해야 하는 분야인데다 갖가지 법률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초보투자자의 경우 땅 모양이나 싼 가격만 보고 덜컥 투자했다가 손해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함과 공부가 필요하다. 책에는 비교적 자세하게 다양한 용도의 땅에 투자했을 때의 장점과 유의할 점, 관련 법률들을 다양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금액별로 투자할 수 있는 땅이나, 지역별로 호재가 있는 땅들을 짚어서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질적인 느낌으로 공부할 수 있어 흥미롭다. 

그렇지만 실제로 좋은 땅을 찾아서 투자하고 높은 수익을 거두려면 역시나 누군가의 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할 줄 아는 지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부동산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은 생각보다 무지 복잡하고 오묘한 녀석이다.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판다는 기본 원칙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복잡한 법률과 세금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박땅꾼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ㅋㅋ 
일단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돈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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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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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는 SF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판타지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루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설명하며 SF와 판타지를 구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둘 다에 해당한다.」 <p. 424 옮긴이의 말 중에서>


펭귄은 분명 실존하는 생물이지만 동물원 외의 장소에서 볼 수 있거나 혹은 만질 수 있는 동물이 아니기에 마을 한가운데에 아장아장 걷는 펭귄 무리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판타지다. 동글동글 통통한 배와 짧막한 다리와 손으로 아장아장 걷는 펭귄을 한 번만 꼬옥 안아볼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펭귄 하이웨이는 너무나 똑똑해서 건방질 정도지만 결코 얄밉지 않은 순수한 과학소년 11살 '아오야마'와 블랙홀이 무섭긴 하지만 우주가 너무 좋은 소년 '우치다', 당찬 대다 똑똑하기까지 한 체스 소녀 '하마모토' 이 세 초딩들의 본격 과학 연구 일지라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엔 아주 다정하지만 신비롭고,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해지는 치과 누나도 있다. 

어느 날 마을에서 펭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극에 있어야 할 펭귄이 갑자기 왜 우리 마을에?! 지도를 만들기 위해 마을을 탐험하던 아이들에게 처음 발견된 신비한 초원과 그 위에 큰 물방울 모양으로 공중에 떠있는 일명 '바다', 도대체 이 요상한 것들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왕똑똑이 초딩들은 웬만한 어른보다 훌륭한 과학지식과 관찰력으로 하나씩 하나씩 비밀을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세계의 끝은 밖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아버지는 생각한단다. 웜홀도 그렇지 않을까? 너랑 아빠 사이에 있는 이 테이블 위에 실은 웜홀이 이미 출현했을지도 몰라. 그건 정말로 한순간의 일이라서 우리한테 안 보이는 것뿐일 수도 있어.」 <p.252>

「"다른 사람이 죽는 것하고 내가 죽는 건 완전히 달라. 그건 정말 절대로 달라. 다른 사람이 죽을 때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죽는 것을 밖에서 보고 있어. 하지만 내가 죽을 때는 그렇지 않아. 내가 죽은 뒤의 세계는 이미 세계가 아니야. 세계는 거기서 끝나. "」<p.321>

말도 안 되는 귀여운 판타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도 문득 머리를 띵하고 두드리는 이런 문장들을 읽다 보면, 아 맞다 이거 SF 소설 수상작이지, 하는 생각이 혹 떠오른다. 세계의 끝이라는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우주에 존재하는,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을, 심지어 빛과 시간까지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실은 전혀 다른 세계로, 어쩌면 진짜 세상의 끝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구멍이 아닐까 하는 생각.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은 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읽다 보면 이거 생각나는 대로 막 쓰는 거 아니야 싶을 만큼 제멋대로 같으면서도 다른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분위기가 있다.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배열하는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들은 영상화될 때 실사영화보다는 총천연색의 판타스틱 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가 보다. 이번 <펭귄 하이웨이>도 전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되었다. 예고편을 잠깐 봤는데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을 꽤 잘 표현해낸 것 같아서 본편도 기대된다. 

모리미 도미히코 식의 귀염 뽀짝 한 SF 판타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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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 - 몸의 감각을 되찾고 천천히 움직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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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런 장면을 봤다. 4~50대를 맞은 중년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얘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나한테 만약 20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난 그 사람 때리고 싶어요. 전 지금 나이가 좋아요. 여유와 안정감 같은, 나이를 먹어야만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그 얘기를 들은 몇몇 패널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20대의 앞만 보고 달리는 열정과 패기, 싱그러움이 물론 부러울 때도 있지만 역시나 30대가 되고서야 알게 된 삶의 여유라는 걸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 나이가 좋다. 4~50대는 아직 돼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그 무엇이 또 분명 있으리라 본다. 

이 책은 50대가 된 저자 히로세 유코가 자신이 추구하는 느긋한 삶의 방식을 나른한 오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듯 조곤조곤 풀어놓은 에세이집이다. 글 내용은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흔히 읽을 수 있는 뻔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살면서 직접 깨닫고 느낀 일들을 담은 글이라 그런지 좀 더 와닿게 가슴에 담아두기 좋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생각도 성격도 변하나 보다. 나의 20대는 뒤돌아보지 않는 오직 직진에 저돌적인 시간들이었다.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뭔가를 이루는 게 좋았고, 주변에 친구가 많을수록 즐거움이 컸다. 나를 돌보기보다는 오로지 목표에 충실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생각이 훅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0대의 충만했던 욕심이나 승부욕이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유로운 시간과 생활이 더 중요하고, 많은 수의 친구보다는 진짜 마음을 나눌 한 명의 친구가 더 소중해지는 그런 것들. 심지어 좋아하는 계절도 바뀌는 것 같다. 지금껏 여름과 겨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여름'을 외쳤던 내가 이제는 '겨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름의 익사이팅 한 활동성보다 겨울에 따뜻한 집안에서 군고구마를 까먹으며 따뜻함을 느끼는 게 더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느긋해진다는 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눈 기준으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체로서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면 내 주변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쓸데없는 것에 힘을 빼는 일이 줄어들면서도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내 시간은 느긋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다. 그렇게 느낄 때는 천천히 움직입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녹차를 내립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천히 얘기합니다. 그것만으로 마음의 심란함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중략)
한동안 그런 식으로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슴 언저리에 있던 어수선한 무언가가 아래로 쓰윽 내려가고 어느새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저절로 깊은 호흡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몸속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p. 84~86>

나도 느긋하게 지내보련다. 수시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마음이 심란하면 천천히 움직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주변을 깨끗이 하며 나 자신을 사랑해보련다. 

결국 진짜 여유와 느긋함은 스스로 찾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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