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핵심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정동영 "신당 창당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글이다."

 

영패야합을 반대한다

 

김욱

 

. 2018년의 영패합당

 

1. 양당 대표 안철수유승민의 영패 발언

 

다음은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의 소신에 찬 발언들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지역으로, 이념으로 나눠놨던 이 나라 드디어 한 마음으로 통합 될 것이다.” -안철수의 2017대선 신촌유세 중에서, 국민의당(보도자료), 201757.

 

““당내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한 분이 많은데, 숙원이 남북통일 아니냐라면서 남북통일을 목표로 둔 사람들이 영·호남 통합도 안 되면 어떻게 남북통일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안철수의 대한성공회 주교 김성수와의 만남 중에서, 연합뉴스, 2017121.

 

지역구도와 지역감정으로 정치해온 정치인들이 판사 판결에도 그렇게 지역감정 프레임을 들이댄다. 어처구니없지만 지난 30년간 그들은 그렇게 정치해왔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인공지능의 딥 러닝 시대에 지역감정 말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낡았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안철수의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중에서, 국민의당(보도자료), 2017124.

 

다음은 바른정당 대표 유승민의 소신에 찬 발언이다.

 

제가 얘기하는 지역주의 극복은 호남이나 영남 등 특정 지역을 배제하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대구에서 4선 의원을 한 저로서는 지금 대구 사람들이 얼마나 먹고살기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호남과 마찬가지로 영남에서도 특정 정당에 일방적으로 투표해 왔고, 그게 수십 년 쌓이면서 지역 경제가 피폐해지고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이제 깨어 있는 많은 유권자가 지역을 볼모로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 내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럼 한국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거냐고 하는데, 지방선거와 총선·대선은 다릅니다. 지방선거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뽑는 인물 위주 선거입니다. 심지어 기초의원은 아예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승민의 인터뷰 중에서, 인터넷 문화일보20171222.

 

2. 영패 발언의 이데올로기적 의미

 

영패합당파 안철수유승민의 위 발언은 다음과 같은 영패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1961년 박정희 이후 2018년 문재인까지 김대중(최규하)을 제외하고 모두 영남출신 대통령이지만 우리나라에 영패는 없고 진보/중도/보수만 있다. 나쁜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나쁜 정치인들에 휘둘린 영호남 유권자는 둘 다 공평하게 잘못했다(양비론). 따라서 영패 과거사에 대한 성찰은 불필요하고 영호남 모두 앞으로만 잘하면 된다(과거 없는 미래). 반합당파(특히 호남정치인들)는 합당파와는 달리 구태 속에서 여전히 지역감정을 이용하려 한다. 지금까지 양당시절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해왔듯이 영남은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왔을 뿐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의 정통성정당성(정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따지지 마라. 자유한국당은 그저 공과가 있는 보수당일 뿐이다. 즉 자유한국당의 기원이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의 당이라는 것도 따지면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선거의 경우 자유한국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도 과거사 성찰의 계기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민심에 따른 일회적 사건이었을 뿐이다. 자유한국당과는 지금도 지방선거에서는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니, (유승민이 탈당 시 요구했던 정도의 수준까지) 자유한국당이 변신한다면 (논리적으로) 합당을 못할 이유도 없다(영패투항). 그렇게 전두환당과도 함께하면 그것이 영호남 화합(통합)이다. 이런 미래를 반대하는 건 곧 영호남 화합을 추구한 김대중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니 구태 반합당파는 각성해야 한다. 이것(지역감정은 정치인들 농간이고, 이에 휘둘린 영호남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무구한 사람들을 현혹시킨 후 결국 영패투항으로 끝맺는 영패정치)이 대한민국의 지역문제 해결책이고, 인공지능의 딥 러닝 시대의 새정치다!

 

이제 안철수유승민의 이데올로기적 정체를 알았으니,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당신의 양심이 뭐라고 하는가? 합당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를 결심하는 건 아주 쉽다. 당신의 정의로운 양심이 위 안철수유승민의 영패 이데올로기가 옳다고 수긍하면 합당에 찬성하면 되고, 옳지 못한 퇴행적 기만이라고 외치면 합당에 반대하면 된다. 그뿐이다!

 

. 2003년의 영패분당

 

1. 전 대통령 노무현의 영패발언

 

다음은 전 대통령 노무현의 소신에 찬 발언들이다.

 

지역문제를 고려해서 특별히 특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저는 지역문제의 해결책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역에 있어서의 소외감이라든지 지역갈등이라든지 지역감정이라든지 이것 다 정치인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분명히 제가 말씀드리겠다. 그러면 92년 이전 30년동안 대구출신의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의 자원을 주무를 때 진짜 호남을 소외시켰나? 인정하시겠나? 30년 동안에 대구경북이 살이 찐 부자가 됐으면 얼마나 부자가 되었나? 그때 대구경북이 덕 많이 봤나? 일일이 거기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을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경남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대구경북이 소외됐다 호남정권 시절에 소외됐다 그것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의 대구경북 언론인 만남 중에서, 오마이뉴스, 2003819.

 

“[한나라]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대타협의 결단으로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노무현의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중에서, 프레시안, 2005728.

 

정치가 제대로 된다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대산맥이 계속 유지돼 가야 한다.” -노무현의 여 의원 만찬간담회 중에서, 연합뉴스, 2006827.

 

, 영패는 없고, 따라서 영남이 덕 본 것도 없고, (광주학살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은 정치인이 만들어 낸 허구,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지역주의 부패정당이니 법통을 부정해야 하고, 한나라당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대타협의 결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노무현의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와 위 안철수유승민의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가 겨자씨만한 차이라도 있는가?! 호남을 모욕하는 영패 양비론 이데올로기는 2003년에 발화되어 영패 투항으로 비극적 종말을 고하더니, 15년이 지난 2018년엔 마치 무슨 새로운 정치나 되는 것처럼 희극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각자 맡은 배역만을 달리해 반복되는 희극이다! 이 희극적 역사 속에서 다시 영패 두더지 잡기를 해야 할 시점이 왔을 뿐이다.

 

2. 문재인과 안철수유승민, 누가 더 퇴행적인가?

 

2012927,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은 광주전남 핵심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분당사태에 대해 이렇게 사과했다.

 

제가 관여했던 일은 아니지만 그 일(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지금도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문재인의 광주전남 핵심 당원 간담회 중에서, 오마이뉴스, 2012928.

 

생각해보기 바란다. 분당을 과오라고 인정해 뒤늦게 사과가 필요했다고 해도 왜 민주당의 전국 지지자에게가 아니라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었다며 호남에 사과한 것일까? 진심이든 아니든, 사과의 논리는 노무현의 영패 이데올로기, 즉 호남 정치인을 호남과 분리해 잡초취급함으로써 호남 유권자를 조롱하고, ‘양비론으로 영패에 대한 정당한 저항을 부정하고, 그런 식으로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오랜 세월 90% 지지를 지역주의 부패정당 지지를 한 것으로 비하하면서 분당한 것을 사과한 것이다. 물론 현 대통령 문재인의 실재가 어떨지는 계속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2003년의 영패분당 사태에 대해서 적어도 입으로는 분명히 호남에 사과했다.

 

그런데 안철수유승민은 어떤가? 문재인이 과오라고 인정하고 사과한 2003년의 그 지긋지긋한 영패분당을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형태를 바꿔 영패합당으로 다시 반복하겠다는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 문제는 어찌 되는가? 노무현의 양대산맥인정정도가 아니다. 유승민은 아예 자유한국당과 지방선거 연대까지 당당하게 예고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디겠는가? 김영삼은 ‘TK와 남이 아닌 PK’의 지지를 업고 부당한 전두환당과 합당했을 뿐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마치 김영삼이 3당합당을 하기 위해 호남의원들까지 전리품처럼 끌고 가겠다는 것과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안철수유승민은 박근혜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영패정치에 대한 일말의 성찰조차 거부하면서 심지어 영패합당을 미래를 위한 영호남 화합이라고 기만까지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유승민은 누가 더 영패 이데올로기에 퇴행적으로 중독돼 있는가? 안철수유승민은 이미 성찰 없는 영패합당 시도로 문재인의 사과를 넘었고,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론으로 한나라당을 승인하자는 데 그친 노무현의 양대산맥론도 간단히 넘어섰으며, 심지어 당권으로 호남의원들까지 인질로 잡아 전두환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 눈에 보이는) 연대를 예고하며 함께 가즈아고 외침으로써 김영삼의 PKTK 영패합당너머로까지 퇴행하고 있다. 최악인 것은 안철수유승민과 그들을 추종하는 영패합당파들은 자신들의 영패 이데올로기가 호남의 반영패 민주정신과 저항적 개혁역사를 능멸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다는 사실이다.

 

. 반합당(신당)파는 왜 불신 받는가?

 

반합당(신당)파는 앞으로 우리 정치사의 큰 시험에 들게 될 것이다. 그 시험문제는 이런 것이다. 국민의당 (원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의원 중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의 유혹을 꿋꿋하게 견딜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될까? 안철수는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탈당파를 받아들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 의원 빼가기를 할 것이고, 이후 국민의당이 30석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확실하게 소멸하는 길(인터넷 경향신문, 201815)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심지어 반합당파가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에도 이후 정치여건(지방선거 결과 등)과 상관없이 꿋꿋하게 독자적인 정당의 목표와 신념을 갖고 자신들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즉 나는 신당이 변주된 영패세력 간의 적대적 공생이라는 그 큰 구심력을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과연 이겨낼 역량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따라서 안철수가 자신이 아니면 국민의당 (특별히 호남)의원들의 더불어민주당 편향이나 흡수를 막을 수 없다며 반합당파를 의심하는 것, 그 자체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한데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나보다는 더 잘 알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치적 신념을 위해 정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저 입신양명을 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목표는 정치적 신념 실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행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지 결국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 국민의당 사태와 같은 격변기에는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건 결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실존 문제다.

 

. 무엇을 위해 정치할 것인가?

 

누군가 나는 어느 길을 가든 입신양명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고, 이해관계가 모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그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줄 수가 없다. 자신이 자신의 이해관계는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그런 확신이 삶의 좌표라면 그렇게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다만 내가 정치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해줄 수 있다면 그건 뭔가 정치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정치인에 대한 학자로서의 조언일 것이다. 그 조언은 이런 것이다.

 

영패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정치 후진국 대한민국은 복수정당체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차원에서만 보면 다당제로 보이지만 영호남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호남은 2016년 총선을 통해 복수정당체제를 확립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런데 호남의 복수정당체제는 다시 영패합당이라는 악재를 만나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도 사실상 일당체제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복수정당체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불확실하다.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지금껏 복수정당제 확립을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의, 나아가 미래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목표로 삼아야 하는 과업이 있다면, 그건 전국에 걸친 복수정당제(다당제)확립이다. 우리도 이젠 나라의 성장에 걸 맞는 전국적인 민주정치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호남의 경우만 제한적으로 말하자면) 호남에서 복수정당제라는 제도의 확립만을 위해 이념이나 정책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며 굳이 복수정당제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짐작컨대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해 자유한국당과의 적폐투쟁에 나서는 게 더 의미 있는 일 아니냐는 생각도 일부 있는 듯하다. 정말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이라도 합당을 해도 좋을 만큼 정체성이 같다고 보는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철수의 의심이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말이 된다.

 

정당의 정체성 혹은 정강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판이한 속사정을 가질 수도 있고, 겉보기엔 판이하게 다르지만 속사정은 비슷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위선의 이데올로기가 설치는 나라에선 정당의 겉보기만을 보고, 혹은 진보/중도/보수 차원에서만 정치를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상기하자면 노무현의 대북송금 특검법수용이 한나라당(유인태)과 영남(추미애)에 대한 선물로 논해지기도 했다. 즉 영패관계가 남북관계까지 지배할 정도의 나라인 것이다. 이런 사정이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은가?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는 애초 더불어민주당과 왜 결별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친노패권때문이란 용어로 설명됐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친노문 영패 이데올로기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저항을 호남이 지지승인한 것이다. 호남은 반드시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당독재가 재구축되면 호남은 대한민국 영패 정치체제 속에서 다시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 정치적 메커니즘의 작동방식을 잊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반합당(신당)파의 정체성이 합당을 필요로 할 만큼 같다고만 생각하는 건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는 위선일 가능성이 크다. 탄핵사태를 상기해보기 바란다. 오직 국민의당만이 일관되게 탄핵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예퇴진 탄핵 기회주의’, 바른정당은 생존을 위한 탄핵민심 수용’, 자유한국당은 탄핵반대세력이 주도했다. 이것이 정확히 현 국면에서 발현된 각 정당의 뿌리 깊은 영패/영패 양비론 기회주의/반영패정체성이다. 반합당(신당)파는 활로를 위해 어떻게든 우선 호남을 설득해야 한다. 그 설득의 명제는 이런 것이다. ‘호남은 민주적으로 공평한 자기 몫을 당당히 얻기 위해 과거의 일당독재 시절이 더 좋았다고 보는가, 아니면 복수정당제에 따른 호남민심 구애 경쟁이 계속되는 것이 더 좋다고 보는가?’ 이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 입증에 반합당(신당)파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반영패 정신으로 호남을 설득하는 것이겠지만 전국적인 지지호소도 호남의 설득 논리와 별개인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을 민주화시키기 위해 영패와 투쟁해야 하는 것은 단지 호남만의 역사적 숙명이 아니다. 왜 호남만이 그 무거운 역사적 짐을 져야 하는가? 따라서 반합당(신당)파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평화개혁 정신을 가장 선명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개헌에 힘을 쏟아 소수당도 대한민국의 모든 패권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것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여러분들이 확신을 갖고 어렵게 정치를 해서 바로 이 일을 해내는 데 기여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바란다.

 

2018110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153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8.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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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문재인의 아내 김정숙은 이런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정숙씨는 여자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여성들)가 이렇게 많은 걸 했는데 왜 육아의 고통과 책임을 우리만 져야 되느냐. 애는 국가가 보육하고 나는 그걸 떠나서 돈 벌어오면 된다는 식으로 중무장하면서 간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7년 1월 19일.

 

여성이라면 여러 의미에서 폐부를 찔린 듯한 아픔을 느낄 것이다.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도, 논리적으로 반박을 할 수 있든 없든, 직감적으로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켁켁거릴 수밖에 없는 뭔가 모를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김정숙의 발언을 하나하나 헤집듯이 반박할 생각은 없다. 이런 건 내가 아니라도 많은 여성(사람)들이 (하려고만 한다면)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충분히 반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김정숙의 발언 자체의 함의보다, 이런 거시기한 발언이 정치전략적으로 유용하게 소비되는 대한민국 정치구도에 더 관심이 많다. 그리고 사실 이런 문제는 내가 굳이 따지지 않으면 나서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니 정말 지겨운 일이지만 이런 글을 쓰는 나를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우선 김정숙의 발언과 관련해 이런 흥미로운 분석기사가 있었는데, 이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얼마 전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보고, 워킹맘의 업무시간을 단축하자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 일각에서는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래 영부인의 여성관이 이렇다면 표를 주고 싶지 않은[않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 <YTN뉴스>, 2017년 1월 20일.

 

여러분은 내가 이 기사의 어디에서 흥미를 느꼈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이 부분이다. "미래 영부인의 여성관이 이렇다면 표를 주고 싶지 않은[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 퀴즈를 풀어보기 바란다. 분명히 나처럼 흥미로운 부분이 생길 것이다.

 

퀴즈: 문재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특별히 여성유권자들 중 김정숙의 발언에 반감을 느껴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가 몇 명이나 될까?

 

나는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있더라도 잃는 표보다 얻는 표가 1표라도 더 많을 거라 본다. 그 한표라도 더 많은 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아마도 스스로를 영남패권주의자가 아니라 정상적인 보수라고 합리화하는 유권자가 대세를 이루는 영남에서 1표라도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아, 뭐 실제론 기대한만큼 별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반지지층적 발언을 하는 캠페인 자체를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밑져봐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언을 듣고도 이탈하지 못하는 지지층이 있는데 왜 이런 반지지층적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지지층을 배신할수록 1표라도 더 많이 얻을 가능성이 있는데 왜 배신하지 않는단 말인가! 누가 따지기라도 하면 이랬다 저랬다 헷갈리게 만들면 그만인데.

 

자, 이제 대한민국 정치의 기이한 현상을 설명했으니, 그 본질을 들여다 볼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다. 표는 페미니스트에게서 얻고, 정책은 마초를 위해 펴는 현상!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생각하다보면 어떤 기시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 기시감을 느꼈다면 친노문세력의 비밀을 절반쯤은 푼 셈이다.

 

친노문세력은 영남패권주의 본당 새누리당과의 적대적 공생을 자신들의 존재의 근거로 삼는 집단이다. 그들은 호남에서 표를 얻은 뒤 영남을 위한 정책을 편다. 영남에서 새누리당 지지를 뻿어야 하므로! 그들은 페미니스트에게서 표를 얻은 뒤 마초를 위한 정책을 편다. 영남 마초에게서 새누리당 지지를 뺏어야 하므로! 그들은 노동자에게서 표를 얻은 뒤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편다. 영남 재벌을 위한 새누리당 지지를 뺏어야 하므로!

 

난 "표를 얻은 뒤"라고 표현했다. 한데 호남, 여성, 노동자 등이 표를 주기 전에 뭔가를 깨달을 수도 있다. 바로 그 순간 캠페인은 유권자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겁박!'으로 바뀐다. "문재인을 안 찍겠다고! 그럼 너는 새누리당을 돕는 반민주세력이다. 새누리당 에비~! 새누리당 안 무서워? 푸하하하" 이렇게 해서 민주세력은 반동적 인질이 되고, 영남과 적대적 공생을 하며 민주세력의 표를 강탈하는 반동적인 친노문은 역사를 구하는 민주세력으로 전도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정치세력이 적대적 공생의 영남패권주의세력인 친노문의 이런 반동적 겁박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적 주관을 가진 자주적 결사체를 도모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수십 년 동안 충분히 봐왔지 않은가? 그런 자주적인 반영남패권주의 결사체는 하루 아침에 반민주적 지역당(호남당)으로 몰린다. 그렇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성당이 되고, 노동당이 되고, 천하에 둘도 없는 퇴행적 집단으로 이데올로기적 조롱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영남패권주의 정치체제의 비밀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적 이성, 즉 지역적, 성적, 계급적 이성이 영남패권주의 체제에 굴복하며 함몰되는 근원적 이유다. 이런 복마전 속에서 그럭저럭 비굴하게 살아남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친노문세력의 푸들 정당으로 살아가면 된다. 예컨대 스스로 진보연하는 정의당이 친노문세력의 눈치만 보는 위성정당으로 살아가는 비굴한 처세술을 관찰해보라.

 

하물며 대중들이 개인적으로 이런 영남패권주의의 인질 상태를 벗어나려고 상상하는 건 얼마나 두렵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생'을 해온 짝패 영남패권주의세력인 친노문을 대통령으로 망상하라는 윽박에 순응하며 그저 끌려다닌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그렇게 보인다.

 

친노문세력은 지금 시대의 완장을 차고 있다. 폭주하는 그들은 겁박당한 민심의 표면적 상황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 만행에 재미 들린 그들은 대한민국 영남패권주의의 현실적 작동 메커니즘인 '적대적 공생' 체제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예찬한다. 그렇게 그 '적대적 공생' 체제를 뒷받침해주는 현 영남패권주의 헌법은 부끄럽게 수명이 연장돼가고 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백성들의 직관적 경험이 폭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경험적 폭발이 하늘에 닿을 날이 머잖아 반드시 올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이 그 역사적 귀착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민주적 개헌으로 소수자, 약자도 반민주적 영남패권주의세력에 질식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와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날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역사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7.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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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 <개헌전쟁>을 다음 <맹자> 구절을 화두로 삼아 썼다.

 

자산이 정()나라의 정사를 다스릴 적에 자기가 타는 수레를 가지고 진수(溱水)와 유수(洧水)에서 사람들을 건네주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은혜로우나 정치를 하는 법을 알지 못하였도다. 11월에 도강[徒杠: 사람이 다닐 다리]이 이루어지며 12월에 여량[輿梁: 수레가 다닐 다리]이 이루어지면 백성들이 물 건너는 것을 괴롭게 여기지 않는다.”

 

-맹자, 현토완역 맹자집주(전통문화연구회, 2011)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오늘날에도 인간적인 자산을 옹호하고 알파고 같은 맹자를 요란하게 비난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 자산을 비판한 맹자를 마음 속 깊이 지지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나는 자산보다는 맹자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아져 세상에 다리를 놓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끊임없이 독자의 평화로운 사고체계를 괴롭힐 것이다. '뭣이 중한가?!' 추운 한겨울에도 누구나 스스로의 힘으로 물을 건널 수 있게 한때 힘들여 놓은 다리가 중한가, 아니면 힘 있는 사람 수레에 편승해 그저 오늘이 어제처럼 한두 번 편하게 물을 건널 수 있는 행운이 중한가? 소수자·약자도 자신들에 합당한 정치적 지분을 보장받는 민주주의가 중한가, 아니면 패권적 대통령 권력에 편승해 한때 특혜를 누리는 게 중한가?

 

나는 우리 모두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 답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건 우리의 탐욕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나눠먹기' 보다는 '혼자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투쟁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지할 이유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라는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를 넘어서 '나눠먹기'가 보장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적 나눠먹기'를 위해서는 '정치적 나눠먹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실질적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

 

한데 그런 미래로의 진보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 나는 내일의 평등한 시대정신에 반하는 어제의 반민주 패권세력과 싸울 것이다. 심지어 '나눠먹기'가 아니라 '혼자 먹기'가 민주주의라고 강변하는 세력도 있다. 나는 그들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과도 싸울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싸움의 무기다. 이제 싸우는 일만 남았다. 모두들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 함께 동참하시기를….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7.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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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진명이 결국 천기누설을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내 모임 '더 좋은 미래' 주최 강연회에서 원내대표 우상호 등 현역 의원 15명을 상대로 그들의 내년 대선에 관해, 아니 이 땅의 정치에 대해 차마 못 할 소리를 입밖에 내버리고 말았다. 우선 들어보자.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도 정권교체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붙어있으면 민주당에 매우 유리하지만 새누리당이 찢어져 나가면서 비박이 반 총장 등 쪽으로 가면 (판세가) 민주당에 쉽지만은 않다민주당에서 새누리당이 쪼개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사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한국일보>, 2016년 12월 19일.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이 쪼개지지 않게 관리"?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서? 나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적대적 공생'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대놓고 막나갈 줄은 몰랐다. '더 좋은 미래'라고? 새누리당과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미래가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인가?

 

나는 새누리당이 해체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성찰하는 세력이 밖으로 나와 쪼개지기를 바란다. 나온 세력은 자신들의 성찰적 입장에 따라 새 정당을 만들든, 다른 당과 연대를 하든, 지지자들이 미래지향적으로 승인할 경우 다른 당과 통합을 하든, 개별적으로 다른 당에 입당을 하든,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기 바란다. 그리고 남아 있는 세력은 시간과 함께 새누리당을 안고 고사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영남 있는 민주화'를 바라고 촉구하는 것이 개혁적인 생각이 일말이라도 있는 사람의 정상적인 사고 아닌가?

 

다음은 국민의당 천정배의 발언이다. 김진명의 '적대적 공생' 발언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이제 새누리당의 합리적 개혁적 인사들은 정말로 결단을 내려 새누리당을 나와야 한다. 이제껏 저질러온 잘못에 대해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한시라도 빨리 새누리당과 의절해야한다. https://twitter.com/jb_1000, 2016년 12월 16일.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서, '적대적 공생'이 필요하므로, 새누리당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백주대낮에 이런 소리를 듣고 앉아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란 사람들이 한심하다. 그들이 '개혁성향의 모임'이라고? 이 나라의 개혁성향이란 게 부끄럽다.

 

나는 친노에게도 인간의 양심이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스스로 친노라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대답해보기 바란다. 바로 그런 탐욕적 꼼수 때문에 친노세력은 새누리당 해체가 아니라면 하다못해 성찰적 세력이 새누리당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을 그렇게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건가? 그래서 걸핏하면 밑도 끝도 없이 아무데(한테)나 대고 '새누리당 2중대'라는 노래를 불렀는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이에 대해 반드시 해명하기 바란다. '적대적 공생'론은 노무현의 '양대산맥'론을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인가? 대놓고 말하는 공식 입장은 아니어도 굳이 감출 것 없는 자랑스러운 이데올로기인가? 자랑은 못 해도 세상을 속이면서 집권하기 위한 부끄러운 이데올로기인가? 그게 아니면 김진명 개인적인, 아니 친노라면 누구나 함께 공감하는 위선적 정치공학인가?

 

만약 '적대적 공생'론이 부끄러운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의 해체, 최소한 분열을 촉구하기 바란다. 그리고 탈 새누리당 의원들이, 즉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영남인들이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기를 촉구하기 바란다.

 

작가 김진명도 그런 3류소설 같은 하질의 정치공학만을 늘어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박수를 받으며 좋아할 일이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생각이 닿는데까지 뭐가 잘못됐는지 한번 성찰해보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온전한 새누리당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역겹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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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3일,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김무성은 이런 '내부고발'을 했다.

 

당을 해체하면 그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이 됩니다. 현재 새누리당 재산이 얼마인가 저희가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시도당 건물과 그도 빚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그러한 재산들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이 또한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 재벌들을 등쳐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에다 헌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YTN 뉴스>, 2016년 12월 13일.

 

새누리당이 전두환 쿠데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건 천하가 다 아는데 이게 내부고발이라고? 뭐, 좀 민망한 내부고발이긴 하다. 그래도 내 귀엔 내부고발처럼 들린다.

 

정치적으로 말해 당의 재산 연혁이 그 당의 뿌리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1997년 신한국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김대중의 마포민주당사를 넘겨받았다고 해서, 새누리당의 뿌리가 정치적으로 그 마포민주당사 가격만큼 민주당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 재산 연혁의 경우에 전두환 살인정권의 돈이 그 뿌리라면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전두환 살인정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결정적 방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묻건대, 지금까지 김무성 말고 새누리당의, 혹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어떤 유명 정치인이 새누리당의 뿌리가 전두환 살인정권임을 '돈 얘기'로 고발한 적이 있었는가?

 

김무성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고발하고 그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탈당 혹은 새누리당 해체요구의 예비 단계로 보인다. 한데 김무성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비박세력이 정말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면 더 성찰해야 한다. 자신들이 그동안 그런 정당에 소속돼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해왔던 이력을 인정하고, 역사적 자숙기간을 거쳐야 한다.

 

특별히 김무성은 밑도 끝도 없이 습관적인 선전공세로 '좌파' 운운하는 사고방식은 '리셋'하기 바란다. 김무성이 새누리당식으로 생각하는 좌파는 좌파가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대한민국에 정상적인 좌파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있다면 영남패권주의에 침묵하거나, 투항하는 사이비 좌파, 영남좌파만이 존재할 뿐이다. 공부하기 바란다. 그것이 새출발하는 길이다.

 

 

돈 얘기를 하려다 보니 생각나는 과거사가 있다. 전두환은 새누리당에 '검은 돈'을 '재산'으로 남겼다는데, 민주당을 부정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탈당한 노무현은 민주당에 재산은커녕 '검은 돈'을 '부채'로 남겼다. 다음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와 열린우리당 최규성 사무처장이 나눈 대화다. 음미해보기 바란다.

 

손 앵커는 대선 때 받은 불법자금의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이 나오면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10분의 1 발언'을 거론한 후 "그 액수에 대해서 파악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그 액수는 새천년민주당의 불법자금이다.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한 당이 아니다"고 대답하고 새천년민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선빚 변제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빚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한국일보>, 2005년 3월 25일. 

 

약 10여일 뒤 민주당 대변인 유종필은 'CBS(FM) 레이다 초대석'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거의 아무도 진지한 관심이 없던 그 억울한 '돈 문제'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결론적으로 대선 빚이 44억원이 있는데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 의원들이 탈당해 나갈 때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과 또 대선 자금이 적혀있는 대선 장부, 그리고 쓰고 남은 대선 잔금까지 돈 되는 것은 전부 패키지로 싸가지고 나갔어요.

민주당에 남긴 것은 대선 빚 44억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연수원도 팔고 당사도 정리하고 또 사무처 직원도 대부분 다 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리고 또 노무현 대통령 홍보물 만드는 회사가 차압을 붙여서 지금도 선관위에서 나오는 돈을 떼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차압부채는 또 회사도 김원기 국회의장의 동생으로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2005년 4월 5일.

 

뭐, 이런 저런 관련 사연들이 많이 있지만, 구차하기 짝이 없는 지난 돈 문제를 더 이상 상세하게 듣고 싶지 않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만 생략한다. 그 돈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열린우리당을 흡수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있었고, 그 대선 빚은 허공을 맴돌다 결국 '도로 민주당'의 빚으로 귀의했다.

 

  

 

근데 내가 애초 무슨 얘기를 하려 했는지…, 잘 모르겠다. 전두환이 재벌들에게 강탈한 돈이 새누리당의 돈이라면 그 돈은 결국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만들어진 돈인데, 그 돈을 다시 노동자들 착취하는 데 투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착취를 한다능…? 아님 노무현의 대선 불법자금은 민주당이 받았으므로, 열린우리당은 완벽하게 깨끗하다는 법리적 주장은 '노벨 법학상'을 줘야 한다능…?

 

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자본주의 정치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돈이야말로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예컨대 누군가 대한민국을 살릴 만한 훌륭한 정치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두환만큼 돈이 없어 정당을 만들 수가 없다거나, 노무현처럼 불법·합법 대선자금을 떼먹을 자신이 없어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보라. 불공정 경쟁 아닌가?

 

누가 모르냐고? 그럼 민주주의를 돈의 지배로부터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을 해체하도록 압박하고, 역사의 피 묻은 당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돈에 의해 결정적으로 지배받는다는 것을 잘 안다면, 국민 모두가 그렇게 할 것을 우선 요구해야 한다.

 

 

아놔 근데, 이 진지한 순간에 뜬금없이 '돈의 화신' 이명박이 아른거리는 걸 어쩌란 말인가? 내 무의식은 알고 있는 것이다. '돈과 정치의 상호관계'에 대해 이명박만큼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 정치인이 또 없었다는 것을! 웃지 말고, 다음 발언을 진지하게 감상해보라. 얼른 듣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런 경지는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니다.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 <조선닷컴>, 2008년 5월 31일.

 

이 글을 정치경제철학적으로 나름 멋있게 끝내고 싶었는데, 갑자기 말끝이 막힌다. 잘 나가다가 착지에서 망한 것 같다. 이럴려고 글을 썼는지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이게 다 박근혜…, 아니 이명박 때문이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6.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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