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포노 사피엔스라는 이 용어는 2015<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특집 기사에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저자는 이 용어가 나오기 전에 스마트 신인류Neo-Smart_Human’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어떻게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지에 대해 저자 최재붕 교수는 아주 시원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이야기해 준다.

 

 

 

 

2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아이폰이 현재의 포노 사피엔스로 이어질 운명을 잡스 자신조차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2년까지 전 세계의 80%가 스마트폰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에서나, 카페에서나,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삶의 커다란 균열이나 중심을 잃어버린 듯 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할 것이다.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젊은 세대들을 향해 기성세대는 혀를 찬다. 게임에 몰두하며 관계에 소홀해지고 이를테면, 폐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현 세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기성세대의 이런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스마프폰을 든 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면서 탈권위 시대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직과 권위의 갑질, 꼰대의 폭력과 착취는 더 이상 포노 사피엔스에겐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유물인 되는 셈이다.

 

 

 

 

3

  미국에서 우버 택시가 붐을 일으켰다. 곧 망할 회사로 여겨진 회사, 택시회사를 게임방식으로 변형한 아이템을 탑재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기준에 스마트폰을 사용자 수는 고객이 될 가능성의 인구수에 1/10에 불과했다.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불과 2년이었다. 어플과 신용카드까지 연계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기존 택시장과 경쟁이 안 된다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우버의 방식, 택시타기를 게임판으로 만드는 이 스타일이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네델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유희를 즐기는 인류,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서 유희는 단순히 논다가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가리킨다.

 

 

 

  재미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우버사업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3년 만에 기존 택시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소송까지 갔지만, 201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소송에서 우버의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혁신으로 봐야 하고 그래서 합법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저자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었다. 적어도 우리 문명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명백한 사회 파괴행위였습니다’(64p)라고 한다. 우버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사건을 떠올려준다. 라이센스도 없는 택시(?)운전사가 카풀로 운영한다는 카카오의 발상을 기존의 택시업계에서는 반발했고 분신자살하기까지 하는 생존권 사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보류되었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카카오택시 사건을 예로 들었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포노 사피엔스로 가는 디지털 플랫폼을 옷으로 갈아입을 제도적인, 시스템적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다. 중국과 비교해보자. 중국은 2012년에 이미 우버 서비스를 전격 허용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기에 정부가 지령을 내리면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늘부터 택시는 폰으로 불러 타고 요금도 폰으로 결제하라는 포노 사피엔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불편해서 잘 쓰지 않는 QR코드 인식방식으로 15억 인구가 일사불란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벌써 7년 전에 말이다. 우리나라는 현금 결제를 선호한다. 수수료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금 결제가 아닌 오로지 스마트폰으로 결제만 가능하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15억의 인구가 사용하는 수천 억개의 데이터가 매일매일 쌓이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모아 혁신을 거듭하며 디지털 소비 문명의 플랫폼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는(249p)’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중국의 서민 식당에 가서 우리 돈 4천원 정도의 현금을 냈더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안 되냐고 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앞선 디지털 플랫폼의 옷을 입고 있다는 말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 테크롤로지가 중국의 미래다.”(266p)

 

     

 

4

노아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이야기했던 데이터교는 이미 중국인, 중국인의 기업인들의 심장에 깊이 박힌 듯하다. 그걸 가능했던 패러다임은 바로 포노 사피엔스이다.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처음 선 보인 카카오뱅크에 대해 금융계의 시선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1년 만에 68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카카오뱅크는 굉장히 쉽다. 공인인증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 진짜 싫다. 나는 공인인증서 트라우마가 있다. 공인인증서 받고 저장하고 옮기고 하는 것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왜냐? 나만 그런가? 잘 안 되더라. 카카오뱅크는 포노 사피엔스에 적합한 모델이다. 그래서 저자는 ‘Best Service is No Service’라는 말을 사용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meme’을 문화유전자라고 정의하고 생물학적인 유전자 DNA와 비교하여 설명하였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포노 사피엔스는 새로운 문화적 유전자meme이다.

 

    

 

 

5

내가 20-30대에만 해도 소니 노트북이 각광을 받았다. 가격이 쎄다. 하지만 디자인이 탁월해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했다. 마치 지금의 애플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소니는 사라졌다. 2011년 모토로라가 매각을 했고, 2013년 노키아Nokia, 2016년 샤프Sharp, 도시바, JVC, 산요Sanyo 등 거대한 IT기업들이 붕괴했다. 그 태풍의 중심에 애플의 아이폰,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을 우리가 막을 수 있는가! 그것은 대세이다. 기업들이 그런 선견지명이 없었기에 그들의 몰락은 불가피했던 것이다. 저자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에도 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 문명의 전환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절대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6

포노 사피엔스의 문화적 유전자는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의 비즈니스, 고객이 왕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134p). 이 말은 기업이 아무리 광고하고 마케팅해도 이제 손 안에 스마트폰을 든 신인류는 자기들이 직접 고르고 선택해서 주문하는 ‘on demand의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이다. 수많은 선택지가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고 소비자는 스마트한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그 예로 방탄소년단BTS’의 예를 든다. 마케팅이나 광고가 거의 없었던 BTS는 빌보드200 차트 1위를 무려 두 번이나 차지한다. SNS상의 인기가 대단했던 BTS의 추세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미국 음악 비즈니스업계였다. 빌보드의 역사는 단순히 SNS,상의 인기만으로는 쉽게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BTS는 그 거대한 성벽을 허물어버렸다. 단숨에. 그 뒤에는 유튜브의 뮤직비디오가 있었다. 아무런 오프라인 활동없이 메이저 차트를 점령해버렸다. 그것도 3개월 사이 두 번씩이나 말이다. 물론 BTS 뒤에는 그들의 팬클럽인 ARMY의 열정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모든 컨턴츠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이다. 소비자의 팬덤이 이제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케이스가 바로 BTS의 경우이다.

 

 

    

 

7

언젠가 조정래와 그의 손자 조재면이 기록한대화를 읽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주고 받기 식의 논술 글모음이다. 그때 손자 조재면이 고딩이었는데, 청소년들이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에 대해 분노한 것을 보았다.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막아보자는, 예방하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변화와 현재의 추세와 트렌드를 볼 때, 과연 이런 정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앞에서도 카카오택시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포노 사이엔스로 진화하는 데 시원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이 팔리고 소유한 나라일 것 같은데 말이다.

 

 

 

 

8

요즘 배틀 그라운드를 한 번씩 하는데, 참 잘 만든 게임인 듯 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스토리를 가지고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게재한 것이었다. 그건 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와 액션과 설정을 직접 재현하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동영상을 보면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티비나 영화를 보고 그 무언가를 흉내 내듯이, 아이들이 이제 우리에게 익숙했던 매체가 아닌 그들에게 더 익숙한 매체인 스마트기기에서 본 컨텐츠와 게임스토리를 따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인 우리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만 한다고 늘 지겹고도 반복된 잔소리와 폭언만을 해서 될 것인가?(제 이야기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왜냐하면,‘포노 사피엔스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문화적 유전자이다.

 

 

 

 

9

저자 최재붕 교수는 <세바시>강의에서 아주 신선하게 강의로 접했는데, 책으로 또 다시 접하니 역시 흥미롭다. 내가 <세바시>와 함께 가끔 보는 <포프리쇼>에서 포프리 기업의 사장이 했던 강의가 생각난다. 3 수험생을 둔 엄마의 고민상담이었다. 아이가 게임만 한다고, 학교 갔다오면 컴퓨터만 한다고.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하면 엄마가 없을 때, 안 볼 때 공부하거든’. 이라고 대구한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자가 대안을 내놓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 게임을 배워보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왜 그토록 그 게임을 좋아하는지 직접 배워서 해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아이에게 다가가면 아이의 마음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원래 게임을 좋아한다. 나도 한 때는 PC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나이들어서도 게임하느냐고 핀잔을 준다면, 난 그 사람이랑 말 안 할란다. 젠장! 인간은 호모 루덴스가 아닌가! 하하하! 스마트폰, 새롭게 다가온 인류의 신문명,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두렵거나 혐호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기회를 삼는다면, 오히려 다음세대와의 더 나은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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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역시 위기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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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25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포스팅을 카알벨루치 님 자제분들이 좋아하겠군요. 앞으로 게임할 때마다 잔소리와 폭언을 듣지 않을테니까요? 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16:21   좋아요 0 | URL
역사는 돌고 도네여 엄니한테 잔소리 엄청 들었는뎈 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4-25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서점에 서서 앞부분만 읽었봤는데 흥미로운 지점이 여러군데 있었어요.

소니 노트북 이야기 읽으면서 저는, 집에 굴러다니는 캠코더랑 사진기를 생각했어요. 첨 나왔을 때 개인 카메라 생겨서 다들 얼마나 들떴었는지... 제가 너무 옛날이야기 했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옛날 이야기 from 옛날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17:26   좋아요 0 | URL
카메라도 소니 많이 사용했죠~옛날 사람이니 옛날 생각하지요 ㅎㅎ다 자기 시대를 살아갈 뿐인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분위기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ㅎㅎㅎㅎ

레삭매냐 2019-04-25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맛트 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모바일이 대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나친 중독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신세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
그리고 후발적인 성격의 마인드셋이 추격
하는 기세가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네요.

카알벨루치 2019-04-25 17:25   좋아요 0 | URL
진짜 <포노 사피엔스>세상은 좀 기대됩니다 다음세대의 역량도 기대되는데 단지 걱정이 되는 건 멘탈과 영혼의 건강함을 해칠까 조금 우려되긴 합니다만 이전세대에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터질 듯 합니다 ㅎㅎ

북프리쿠키 2019-04-2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노 사피엔스의 미래가 새로운 방식의 지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쓰인다면 제일 속수무책인 사람이 바로 접니다 ㅋㅋ

카알벨루치 2019-04-25 23:46   좋아요 0 | URL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스무고개입니깡깡 ㅋㅋ

AgalmA 2019-04-28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 직업 순위에서 유튜버가 상위권인 것을 보면, 포노 사피엔스 문화는 이미 왔는데 말씀처럼 제도권이 뒷받침을 잘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디지털 플랫폼을 잘 캐치한 중국을 보고도 이러나 싶은데.... 그게 경제 기반에서 재벌 중심이듯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그런 특혜를 주고 눈치를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