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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
마크 트웨인 지음, 박웅희 옮김, 존 그로스 그림 / 돌베개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마크 트웨인이 동화작가일 뿐 아니라 비판과 풍자의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반전작가인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의 반전활동은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안 다루어졌다는 것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짧은 기도문이다.
전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애국심에 휩싸여 자식과 연인을 전장에 내보내고 눈물을 흘리며 승리와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목사들은 열변을 토하며 이렇게 기도한다.
늘 자애로우시고 관대하신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여!
우리 귀한 병사들을 지켜주시고
이들이 조국을 위해 싸울 때
도우시고 위로하시고 용기를 주시며,
이들에게 은총을 내리시고
................
잔학한 습격에도 끄떡없게 하시며,
이들이 적을 쳐서 무찌르도록 도우시어
이들과
이들의 깃발과 조국에
불멸의 명예와 영광을 주시옵소서.
이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노인이 예배당에 들어와 말한다. 너희들이 지금 한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아느냐고. 내가 지금 그 기도가 진정 어떤 기도인지 말해줄 터이니, 그래도 그걸 원하면 들어주겠노라고.
그들이 승리를 기원하며 한 기도는 사실 이런 것이었다.
..........
오, 우리 주 하나님이시여!
우리를 도우시어
우리의 포탄으로
저들의 병사들을
갈기갈기 찢어
피 흘리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청명한 벌판을
저들 애국자들의
창백한 주검으로 뒤덮게 하소서.
...................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이 집을 잃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흙바람 이는 황폐한 땅을
의지가지없이 떠돌게 하소서
................
주님께
안식할 무덤을 간구하더라도
거절하시고
주님을 경모하는
우리를 위하여
저들의 소망을 산산이 날려버리시고
저들의 생명을 시들게 하시고
저들의 비참한 순례가 끝나지 않게 하시고
......................
저들의 상처투성이 발에서
흐르는 피로
흰 눈을 얼룩지게 하소서.
우리는 그것을 바라나이다.
사랑의 정신으로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께.
이것은 마크트웨인이 20세기 초에 쓴 글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과연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아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 미국이여, 그대들은 100년 동안 무엇을 배웠는가?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이라크에 더러운 군홧발을 찍은 부시여, 당신의 하나님은 어떤 존재인가?
나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이 야만의 시대를 극복한다면, 후세의 역사가가 이 시기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울 때가 있다. 신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약자를 뭉개버리는 이 시대에, 그저 슬퍼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사실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