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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렇게 나이들어도 괜찮다 - 행복하고 유쾌하게 나이 드는 지혜
사토 아이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예인(플루토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40대 중반을 넘기면서 나이 듦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다. 나이듦이란 무엇일까. 의학의 발달과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인해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평균 80대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한다. 인생의 반을 살아온 현재의 기준에서 살아온 삶에 대한 회고와 살아야 할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네는 20대초반까지는 부모님의 지원 하에 생활한 삶이고 20대 후반을 넘어서 40대 후반까지는 매래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삶일 것이다. 내 삶은 어떠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결혼 전까지 혼자 살았다. 친구들이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았다면 나는 어릴 때부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산 듯 하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기에 학업, 결혼 등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했던 고단한 삶이었다. 코 앞에 닥친 고비를 해결할 수 없다면 뒤쳐지고 도태될 수 있는 격정의 연속이었다라고 한다면 조금 지나친 걸까. 20대후반부터 시작해서 40대중반까지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나와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삶이었고 아직도 더 노력해야 할 삶이다.
뒤를 돌아봤을 때 정신적 육체적인 성숙이 있었다. 정신적인 것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되겠지만 육체적인 것은 점점 퇴화될 것이다. 육체적인 퇴화는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누구도 겨역할 수 없는 자연의 현상에 위탁되어야 한다. 40대중반을 넘기면서 흰머리도 부쩍 늘어나고 배가 나오면서 피부탄력도 떨어짐을 느낀다. 또한 체력적으로도 간혹 '아, 이것이 나이들어 가는 것이구나' 할 정도로 반응을 실감할 때가 있다. 50대에 접어들고, 60~80대를 살아가려면 신체적인 한계를 실감은 하되 방치해선 안될 일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 앞으로 살아야 할 40여년의 삶이 내게는 어떻게 다가올런지 궁금하다.
이책은 저자가 마흔부터 여든 살이 넘은 현재까지 '나이 듦'에 관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신체적인 한계와 경험을 적절히 묘사함으로서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이 읽기에 더 적합하고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다. 40대에서 80대까지의 삶에 대한 일상과 추억 등을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기록했다.
특히, 80대의 시점에서 쓴 글들이 아니라 그때의 연령대에서 변화하는 일상 속에 나이 드는 느낌과 감정을 기록했기에 저자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고 그런 일상을 지혜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살아온 편생의 일상을 편안한 필체로 기록한 저자가 부럽다.
"내가 쓰는 글로 다른 사람을 계몽하거나 훈계하려는 주제 넘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나는 이렇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전부다. 다른 건 없다. 나머지는 읽는 사람의 감상에 모두 맡긴다는 생각이다. " 작가의 말처럼 40대부터 80대까지 그녀가 살아온 삶을 회고하고 에피소드에 대한 회상과 판단을 기록한 것이기에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공감하기에 더 좋은 책이었다.
함께 나이들어 가는 사람끼리 나이 듦에 대한 지혜를 나누고 즐기며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그것이 오롯이 내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서 추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고 싶은 것이 요즘 느끼게 되는 새로운 로망이다. 2~30년 후의 멋진 노신사가 되어 책도 읽고 영화도 감상하면서 풍광좋은 필드를 가로지르며 골프로 적당한 운동도 하고 여행 그리고 맛난 것 찾아 먹으며 살고 싶다. 적당히 희끗한 머리에 중절모를 눌러쓴 말끔한 정장이나 케쥬얼 차림으로 우아하고 럭셔리한 자태로 팔짱낀채 동반자나 친구들과 산책길에 나서는 모습, 나이 들며 향유하고픈 아름다움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