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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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저벅저벅, 타박타박, 터벅터벅, 어슬렁어슬렁, 살금살금, 가만가만.... 모두가 사람이 걷는 모양새를 표현한 말들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걷는 모양새는 각각이다. 보폭이 넓은 사람과 좁은 사람, 속도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처럼.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한다면 걷기 예찬론이다. 목록을 살펴보면서 이크, 이건 아닌데 싶었다. 걷기가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안다. 걸으면 왜 건강해지는가에 대한 것 역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유산소 운동이 새로운 뇌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도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왜' 보다 '어떻게' 가 궁금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좀 더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하긴 이것저것 따질 필요없이 무조건 걸으라는 말도 있긴 하다. 걷는다는 것은 일단 몸을 움직인다는 말이니 그것도 일리는 있다.


걷기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77쪽) 가장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이제 걷기는 일부러 하지 않으면 안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 버렸다. 개탄 할 일이다. 인류와 침팬지의 중요한 차이점은 인간이 유인원보다 더 멀리 걸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니 문명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목록에서 보면 사회적 걷기라는 부제가 보인다. 걷기는 사회성을 그 중심에 담고 있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살기 좋은 도시들의 가장 큰 장점은 걷기 좋다는 것이다.(-132쪽) 도시 설계자 제프 스펙의 말이라고 한다. 걷기는 그 도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 올레길, 둘레길, 하늘길, 삼남길, 해변길 등등. 걷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이지만 그 목적에 의해 생김새도 소재도 완전히 다르다. 걷기에는 안전성도 뒤따라야 한다는데 도시의 길들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길이 된다는데 그렇게 생겨난 길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들이 생각해 낸 것이 녹지공간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공원이다. 그러나 공원이라 불리워지는 그런 곳들조차도 이 책의 앞부분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던 뇌의 기능을 충족시켜 주기엔 뭔가 아쉬운 점이 많아 보인다. 결국 무질서한 도시 개발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인간을 위해 좋은 일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능할까?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게 이 시대에 가능하겠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이런 주제의 책을 쓴 사람들은 대부분 걷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걸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는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런 책을 읽는 나는 그렇지가 않다. 우울증이 심할 때가 있었는데 걷기를 통해 치유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쓴 이들처럼 걸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걸으면서 그저 하늘을 보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피부를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가끔씩은 주저앉아 들꽃을 바라보며 이름도 물어보고 대답해주지 않으면 찾아보기도 하면서. 최근에는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습관처럼 걷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은 집에서 걷는다. 제자리 걸음이지만 머리속에는 이미 내가 걷고 있는 길이 펼쳐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을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걷기는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큰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그런 것. 걷다가 가끔은 의자에 앉아 쉬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말을 수첩이나 핸드폰에 적기도 한다. 걷기의 올바른 자세부터 시작하여 얼만큼을 걸어야 걷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혹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걸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참 많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만큼 걸으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뇌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걷기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어 왔다가 어쩔 수 없이 앉아서 뇌 강의를 들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약간은 진부하고 딱딱하다. 만 보를 채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남들이 부여하는 거창한 의미가 없어도 나의 걷기는 계속될 것이다. 걷기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두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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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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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만이 꽃을 피우는 건 아니다. 겨울에도 꽃이 피지 않는가. 겨울에 피는 꽃들은 경이로움을 갖는다. 추운 계절인데도 꽃을 피웠다고, 쌓인 눈 속에서 꽃을 피웠다고. 경이로움과 예쁨, 딱 거기까지다. 그런 것들 속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건 어쩌면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시집을 통해 우리가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은 그 시집 전체가 아니라 시집이 품고 있는 한두 개의 겨울꽃 같은 시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해서 제 주인인 시인의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후에 말 꽃보다 이름 꽃이 더 빛나는 경우도 있고 말 꽃과 이름 꽃이 똑같이 빛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 각자가 만든 언어의 정원으로 옮겨진 말 꽃은 여간해서 시들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지 않을까? 행복한 일이며 감사한 일일 것이다.


아주 짧게 우리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풀꽃'이라는 詩는 자신을 불러준 주인의 이름을 세상 밖을 불러내 빛을 발하게 했다. 그리고 정원이 만들어졌다. 아주 작은 꽃들이 심어진. 말 꽃과 이름 꽃이 함께 빛났던 풀꽃 정원. 시집의 제목을 보면서 어쩌면 시인 자신을 향한 당부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한다. 나조차도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저 시집의 제목이었던 까닭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요즘 들어 주문처럼 내 주변을 맴돌았던 말. 길 위에는 시인이 걸어왔던 삶의 여정이 있을 텐데 굳이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시인이 이번에는 소리를 크게 냈으니 그리 알아 달라고 한다. 조금은 의외구나 싶겠지만 시인의 마음 크기, 조바심과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또한 그러하니 살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를 겪었던 시간이 오롯이 담겨있는 까닭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한 줄 한 줄 썼다던 시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던 시인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늙은 시인의 하루 하루가 넘기는 페이지마다 살아 숨쉰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보자고. 미사여구 없이 넘어가는 날들은 담담하다. '채송화' 라는 시를 옮겨 적어봤다. 시인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채송화

난쟁이 꽃

땅바닥에 엎드려 피는 꽃

그래도 해님을 좋아해

해가 뜨면 방글방글 웃는 꽃

바람 불어 키가 큰 꽃들

해바라기 코스모스 넘어져도

미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일 없는 꽃

땅바닥에 넘어졌느냐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거라!

사람한테도 조용히

타일러 알려주는 꽃

시인의 시선은 누구라고 말 할 것도 없이 항상 낮은 곳을 향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는 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찾아낸다. 몇 번을 봐도 시인의 '발견'이라는 것은 참 놀랍다. 보는 동안 어느새 다가가게 된다. 끝도 없이 들었을 질문에 시인은 시를 통해 이렇게 명쾌하게 대답을 해 준다.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이번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 보석을 주우신 듯한 느낌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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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컬러링북 - 색연필로 누구나 쉽게 색칠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
MUZE(한은경) 지음 / 도서출판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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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민화를 알리고, 누구나 쉽게 민화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이 책을 냈다는 저자의 말이 참 좋았다. 게다가 단순한 색연필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도구를 챙긴다는 게 만만찮은 일로 느껴졌었는데 연필화나 펜화처럼 간단한 도구만 있어도 되는 것이라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리 민화이면서 색의 최고점을 달리는 꽃을 주제로 했다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컬러링이란 말은 핸드폰에서도 쓰이지만 일단 색을 입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까닭인지 뇌 건강에 좋다고 하여 치매 예방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듯 하다.


민화는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그림으로 생활화의 형태를 지닌다. 조선시대에 서민층에서 유행했지만 생활 공간의 장식을 위해 그리거나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의 관습에 따라 제작된 대중적인 실용화라고 보면 된다. 너무 희화화된 표현때문에 좋고 싫음이 갈리기도 하지만 어차피 정통적인 회화를 배우지 못한 서민들이 모방하여 그린 그림이니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민화를 좋아한다. 정형화된 것에 대한 도전쯤?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는 용어로 처음 정의한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게 좀 껄끄럽긴 해도 민화는 도화서의 화원을 비롯하여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그렸다고 보면 된다. 종류도 다양하다. 화조도, 풍속도, 문자도, 책가도, 초충도, 십장생도 등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것도 있고 벽사의 의미 혹은 성공이나 장수와 같이 기원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놀고 있는 색연필이 있어서 한번 쯤은 해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컬러링북에 손을 댔다. 일단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모란도부터 색칠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진도가 빨리 나가길 못했다. 공간을 채운다고만 생각하면 색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색칠을 할 때 그 꽃의 모습을 생각하며 방향을 정했다. 손에 어느 정도의 힘이 가해지느냐에 따라 색의 강도가 달라졌다. 몇 번을 덧칠하느냐에 따라 색의 질감이 죽고 살았다. 오래전에 배웠던 연필화의 기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시로 보여주는 그림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물감으로 그린 것과 색연필로 그린 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하나를 완성해보니 왠지 뿌듯하다. 다음엔 어떤 것을 칠해볼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해도 고양이가 있는 영모화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비생각



민화는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그림으로 생활화의 형태를 지닌다. 조선시대에 서민층에서 유행했지만 생활 공간의 장식을 위해 그리거나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의 관습에 따라 제작된 대중적인 실용화라고 보면 된다. 너무 희화화된 표현때문에 좋고 싫음이 갈리기도 하지만 어차피 정통적인 회화를 배우지 못한 서민들이 모방하여 그린 그림이니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민화를 좋아한다. 정형화된 것에 대한 도전쯤?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는 용어로 처음 정의한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게 좀 껄끄럽긴 해도 민화는 도화서의 화원을 비롯하여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그렸다고 보면 된다. 종류도 다양하다. 화조도, 풍속도, 문자도, 책가도, 초충도, 십장생도등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것도 있고 벽사의 의미 혹은 성공이나 장수와 같이 기원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놀고 있는 색연필이 있어서 한번쯤은 해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컬러링북에 손을 댔다. 일단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모란도부터 색칠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진도가 빨리 나가길 못했다. 공간을 채운다고만 생각하면 색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색칠을 할 때 그 꽃의 모습을 생각하며 방향을 정했다. 손에 어느정도의 힘이 가해지느냐에 따라 색의 강도가 달라졌다. 몇 번을 덧칠하느냐에 따라 색의 질감이 죽고 살았다. 오래전에 배웠던 연필화의 기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시로 보여주는 그림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물감으로 그린 것과 색연필로 그린 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하나를 완성해보니 왠지 뿌듯하다. 다음엔 어떤 것을 칠해볼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조금 어려워보이긴 해도 고양이가 있는 영모화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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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과 치유, 물이 최고의 약 - 치매 걱정 없이 사는 슬기로운 치매 처방전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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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들의 걱정을 가장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치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밀가루, 청량음료, 과당, 튀긴 음식, 음주, 흡연, 고기등이 치매를 유발하는 식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우리 일상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간혹 우유나 커피처럼 사람에 따라 좋다, 나쁘다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꽤 많을 것이다. 약의 종류가 너무 많고 건강 보조 식품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은 그것들을 팔아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혹시 나도? 하는 불안감을 자극하며 끝도 없이 광고를 내보낸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병명이 생겨나고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건강이 갑자기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뇌?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되니 우리는 불신의 늪에 빠져버리는 악순환의 연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사실들에게 멋지게 한방 날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익에 반하는 것들은 외면 당하는 세상에서 물과 소금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역설적이냐 말이다. 게다가 요즘 세상의 화두인 치매를 들고 나왔으니 당연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인 세대가 가장 염려하는 것,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치매라고 하니 하는 말이다. 너무 궁금해서 책을 뒤에서 부터 읽기 시작했다. 일단 결과부터 알고 시작하자는 심산이었다.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평소 건강을 위해 마셔야 할 물의 양은 하루에 1.5리터에서 2리터는 마셔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식사 전후에 마시는 3잔의 물을 가장 좋단다. 일어나자마자 1잔, 식전 1잔, 식후 1잔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변의 색으로 그때 그때의 몸상태를 체크하는 습관이 있는데 몸에 물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 의외로 많았다. 편두통이나 불면증, 이명과 같은 현상들도 뇌에 물이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모든 병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물부족이 우리 몸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는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의식적으로 하루에 9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게 쉬울까?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뭐야, 늘 듣던 말이잖아? 하겠지만 지은이가 예로 들어준 실천 사항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남을 미워하지 않기, 칭찬하는 사람 되기, 친구들과 자주 만나기, 책을 소리내어 읽거나 글을 써보기, 하루에 9잔 이상의 생수 마시기, 카페인과 청량음료는 마시지 말고 날 것을 즐겨 먹기, 발효식품 애용하기, 과일과 채소를 즐겨 먹기, 가공식품이나 밀가루 음식 멀리하기, 매일 걷기, 20분 이내의 낮잠 자기, 휴대전화는 스피커폰이나 이어폰으로 말하기 등 34가지나 된다. 지금 실행하고 있는 것들도 몇가지 보이긴 한다. 다소 교과서적이긴 하나 이런 저런 조건들만 알맞게 조절하면 될 듯 하다. 예를 들면 끓인 물은 죽은 물이니 미네랄이 살아있는 생수를 마셔야 한다든가, 소금도 천연소금이나 죽염을 먹어야 한다든가 하는 것처럼. 저 정도라면 지금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을 듯 싶고 늘 들어왔던 말이긴 해도 몸에 좋다는 것들을 한가득 늘어놓으며 이런 것 정도는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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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말들 -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백승주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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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라는 부제와 미끄러지는 말들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살짝 삐뚤어진 요즘의 우리말이 생각났다. 사실 삐뚤어졌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말일 수도 있지만 젊은 세대가 저희들끼리 통하자고 만든 말들이 사회를 지배하다시피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말에는 사람의 감정이 담겨있다.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이모티콘으로 기가 막히게 소통하고 있는 걸 보면 하,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 덕을 보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요즘 젊은 세대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도 더러 있다. 바쁜 세상에서 헉헉거리며 뛰어다니는 그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도 하고. 어찌되었든 이런 현상을 '한글'을 만드신 분께서는 좋아하실까? 궁금했는데 어라? 저자의 말이 명쾌하다. 좋아하실거라고. 말이란 본디 변하는 거라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


TV를 안본지 오래 되었다. TV라는 게 맨날 똑같아서 아예 폐업신고를 해버릴까도 고민중이다. TV를 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언어, 즉 말 때문이다. 더 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자극적인 말이 난무한다. '아름다운 뉴스'라는 걸 따로 만들어서 좋은 일들만 챙겨서 보여주는 방송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10월 9일에만 대접받는 한국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한국어 교육에 대해 다시한번 그 현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언어가 순수할 수는 없다고. 언어가 울퉁불퉁한 이유는 언어를 만드는 관계가 언제나 유동적이기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변하는 관계속에서 말들의 의미는 고정되지 못하고 언제나 유예된다고. 그렇게 유예되고 미끌어지는 말들의 의미를 붙잡아 그 말들이 숨기고 있는 관계들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우리는 '언어'로 사회를 구성한다. 그런데 사회는 변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새로운 관계와 환경에 처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욕망을 가지게 된다.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동력은 바로 이 욕망이다 (-42쪽)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을 때도 많다. 다분히 소수적인 사람들의 욕망이 다수적인 사람들의 욕망처럼 다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정치의 농간과 기업의 농간, 여기서 방송 혹은 언론도 기업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더 심각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뭐니 뭐니해도 욕망 중 최고봉은 '그냥 이유없이', '놀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43쪽) 생파, 생선, 낄끼빠빠, 케바케, 흠좀무, 할많하않, 오나전, ㅎㄷㄷ,ㅇㅋ, 띵작, 띵언, 댕청이등... 젊은 세대가 빠르고 쉽게 소화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들은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지만 분별없이 그런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쓰고 있는 언론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려하는 억지스러움이 꼴사나워 보이는 까닭이다. 인간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세상을 구분하고 범주화한다 (-126쪽) 이 책에서 하고 있는 말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부류가 바로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해서든 갖고 있는 걸 놓지 않으려고.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아무말 대잔치다. 그러면서 뜻대로 될 것 같지 않으면 편을 가르고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 무섭다는 것이다. 현실을 보는 눈과 귀를 막아버리려는 의도가 보여서. 언어들이 끊임없이 변신을 하는 이유는 착시 효과를 일으켜 부조리와 불평등을 은폐하기 위해서(-50쪽) 라는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각설하고, 저자는 왜 이런 책을 썼을까?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가짜에 물들어 가는 이 세상이 또 다른 지옥을 불러오지 않을까 두렵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이겨보고자 조용히 입 다물지 못하고 이렇게 금지된 글을 쓴다 (-100쪽) 목소리를 내주신 저자를 응원합니다! 책날개에 저자를 소개하는 글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국의 변방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섬을 탈출해 육지로 건너와서는 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10년 동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간 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혔다, 는 말이 시선을 끈다. 지금도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교육학과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시험이 사람들의 정신을 시험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형식 속으로 수렴"시킨다 (-이경숙 교육학 박사의 말) 그에 따르면 시험은 응시자의 자율을 보장하기에 느슨해 보이지만, 사실은 강력한 정신적 통치 장치다 (-149쪽) 저자는 또한 뭔가 크게 잘못 되어져가고 있는 한국어교육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 한국교육의 현실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울러 '교육이란 결국 사람이 서로를 살펴야 하는 일, 사람의 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란 것을 보여준 것이 지난 1년간의 비대면 교육이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학은 비대면 교육의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오히려 혁신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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