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대화 기술 60가지
손석한 지음, 홍승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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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의 그림은 익숙합니다. 《한겨레》에 <비빔툰>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1999년이니까 벌써 9년째입니다. 남편 '정보통', 아내 -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딸 '정다운', 아들 '정겨운' 등 네 가족의 이야기는 친근하다 못해 마치 나의 이야기인 양 빠져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남편과 아내의 문제가 전부였으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육아와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가슴 찡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다운이가 커가고, 겨운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이 마치 옆집 이야기인 양 친근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은 다운이네 가족 중 엄마만 쏙 빠지고 나머지 세 식구가 등장합니다. 글은 TV를 통해 비교적 자주 얼굴이 알려진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가 쓰고, 홍승우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아이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를 아빠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7가지 아빠의 유형을 보여줍니다. 친구처럼 가까운 민주적 권위형 아빠에서 아이를 방임하고 학대하는 아빠까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아빠인지 먼저 짚고 넘어갑니다. 그런 다음 약 50여 사례를 통해 아이의 정서 상태에 따른 대화 노하우, 칭찬과 야단, 사랑을 표현하는 대화 기술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입니다. 만화 또는 일러스트가 반이니 읽는 데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평소에 아이에게 무관심했거나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대화를 했던 아빠들이 반성하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실생활에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을지 그건 좀 의문입니다. 쉽게 읽히는 만큼 쉽게 잊혀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왜냐하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 어떤 '사상' 또는 '원칙'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대화법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늘 말씀 드리는 것처럼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이나 하임 G.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를 먼저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칭찬이 올바른 칭찬이고 그렇지 않은지 단순히 몇 가지 사례만 들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칭찬과 그렇지 않은 칭찬을 가르는 근본 원리를 먼저 충분히 납득한 다음 사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는 이 책이 다루는 사례의 양에 비해 전반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사례 중심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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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스승
칼릴 지브란 지음, 박철홍 옮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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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에는 예언자(prophet) 전통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적 지도자입니다. 아모스,호세아,이사야,예레미야,에제키엘 등이 있습니다. 이슬람교에서는 마호메트가 최후이자 최고의 예언자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기독교의 예수도 유대교 입장에서 보자면 수많은 예언자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타락한 유대교를 다시 세우려 했던 예언자 중의 한 사람.

20세기에 또 한 사람의 예언자가 있습니다.

    신의 사랑을 받은 자요
    신의 택함을 입은 자이며
    이 시대의 희망의 새벽빛인
    알무스타파!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 The Prophet》에서 알무스타파라는 예언자를 창조했습니다. 스스로 "가슴의 반쪽에는 예수를, 다른 반쪽에는 마호메트를 품고 있었다"는 칼릴 지브란이 왜 '예언자'를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위대한 예언자 예수와 마호메트를 가슴에 품고 있던 그가 왜 또 한 사람의 예언자를 만들었는지.

20여 년 줄잡아 백 번도 넘게 《예언자》를 읽었다는 박철홍 교수는 "《예언자》는 시적인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권위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종교의 경전과는 달리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과 재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예언자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형식으로 인해 경전과 유사한 권위가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사색과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 《예언자》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성현의 지혜는 넘쳐나지만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상 그것은 오래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예언자》는 칼릴 지브란의 종교적 철학적 사색의 결과입니다. 그 사색의 결과를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원고를 완성하고도 4년을 더 수정하고, 단어 하나에서 문장 하나에 이르기까지 가장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고 적합한 문장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칼릴 지브란의 깨달음일 뿐, 우리는 《예언자》를 통해 우리의 깨달음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요즘 자녀 교육서를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부모 역할 훈련》, 《부모와 아이 사이》 등 대표적인 부모 교육서와 우리나라의 많은 자녀 교육서에서 말하는 자녀 교육의 핵심은, 아이를 '인격체'로 대우하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상황별 대처 방법이나 대화법도 결국은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길 때 가능한 방법입니다. 가끔 이러한 근본 전제를 도외시하고 지나치게 사례 위주로 설명한 함량 미달의 책도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자녀 교육서 리뷰에서 짚어 드리겠습니다.

예언자는 아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그대들 마음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그대들을 통해서 이 세상에 왔을 뿐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준다고 해서
    생각까지도 억지로 심어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진
    살아 있는 인격체다.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마련해 준다고 해서
    영혼의 집까지 지어 주려고 하지 말라.
    (...)
    그대들이 현명하다면
    아이들을 그대들과 똑같이 만들려 하지 말고
    그대들 자신이 아이와 같게 되려고 노력해야 하리라.

    (<아이에 대하여> 중에서)
제가 자녀 교육서를 읽으며 느꼈던 핵심적인 내용이 이 짧은 시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대화법이니 자녀 교육법이니 수많은 상황별 대처방법을 외운다한들 그 근본을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탑에 불과합니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 때 오히려 아이에게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도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마음을 짓밟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가 아니라 '자주' 그러합니다. 예언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베푸는 그대들은 어떠한가?
    베풂을 받는 사람들의 가슴에
    부끄러움의 못을 박고
    받는 이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지는 않는가?

    (<베풂에 대하여> 중에서)
어쩌다보니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났습니다. 지난 두 주 내내 술자리가 끊이질 않아 몸이 많이 지쳐 어제는 낮잠까지 늘어지게 잤습니다. 그리고 딸과 함께 9시 뉴스할 때쯤 잠을 청했는데, 그랬더니 밤 12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다시 자려 했으나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일어나서 어제 읽다 만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마저 읽었습니다. 이런 책은 새벽에 읽어야 제맛입니다.

박철홍 교수가 번역한 《예언자》는 참 읽기 쉽습니다. 《예언자》 번역본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읽기 쉽습니다. 다른 번역서들이 영어 원문을 가급적 직역하듯 번역하여 시적 느낌은 더할지 모르겠으나 난해한데 반해 이 책은 길게 풀어 써 그 뜻이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늘 읽은 것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가르침에 대하여>입니다. 전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이번에는 한 교사가 간청했습니다.
    저희에게 가르침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러자 예언자는 대답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깨달음의 새벽을 향하여
    이미 반쯤 깨어 있는 것 이외엔
    아무 것도 가르쳐 줄 수 없다.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원의 그늘 아래를 거니는
    현명한 스승이라 할지라도
    깨달음을 향한 신념과 사랑을 줄 수는 있으나
    깨달음의 지혜 그 자체를 전해 줄 수는 없다.
    그가 진실로 현명하다면
    자신의 지혜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명령하지도 않으리라.
    오히려 그대들로 하여금 그대들 자신의
    마음의 문으로 걸어가게 하리라

    천문학자는 우주에 대한 지식을
    말해 줄 수는 있어도
    우주의 신비에 대한 황홀한 감동을
    그대로 전해 줄 수는 없다.
    음악가는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리듬을
    노래해 줄 수는 있어도
    그 리듬을 포착하는 귀마저
    그것을 울려 내는 목소리까지 줄 수는 없다.
    수학자는 무게와 길이의 세계에 대해서는
    가르쳐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속에서 사는 삶의 기쁨을 전해 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깨달음이란
    자신이 직접 터득해야 하는 것이지
    타인으로부터 그 날개를 빌릴 수는 없기에.
    그리하여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홀로 신을 대면해야 하듯이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은
    홀로 신을 깨닫고
    홀로 대지를 이해해야만 하리라.

    <가르침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박철홍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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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2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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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혜연이는 잠잘 시간이 지난, 밤 11시쯤 갑자기 학교에 가져가야 할 치약 생각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내일까지 학교에서 치약 가져오래요. 치약 사 주세요."

여러분이 혜연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부모1
"그래, 알았어. 혜연아 엄마가 사다 놓을게. 너는 걱정 말고 빨리 가서 잠이나 자."

부모2
"지금 얘기하면 어떡해. 준비물은 미리미리 챙겨야지. 4학년이나 됐으면서 아직까지도 미리 챙기는 습관이 안 되어 있으면 되겠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엄만 몰라. 네가 벌을 받더라도 그건 네 책임이야."

부모3
"넌 맨날 엉뚱한 데 정신 팔고 다니다가 밤늦게 얘기하더라. 오늘은 엄마가 봐 주는 거야. 다음엔 네가 선생님께 매를 맞든 벌을 서든 절대로 안 사 줘. 알았어?"

부모4
"으응, 깜빡 잊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갈 수도 없고 어떡하나. 내일은 집에서 쓰던 치약 가져가면 어때? 아니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는 길에 사든가."

자세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4번 같죠?^^

우리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어떤 말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만 어떤 말은 상대방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방해될 때가 있습니다. 저자가 분류한 방해되는 말 10가지는 이렇습니다.



  1. 넌 낮에 텔레비전 보면서 놀기만 하더니 꼭 밤늦게 얘기해서 엄마를 힘들게 하더라. (비난)
  2. 얘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녀. 넌 뭘 까먹는 데는 아주 도사야, 도사. 그 머리로 무슨 공부를 하겠니.(욕하기)
  3. 다음에는 이렇게 늦게 얘기하면 아무것도 안 사 줄 거야.(위협)
  4. 그런 얘긴 미리미리 해. 꼭 잠잘 시간에 얘기하지 말고.(명령)
  5.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하고 숙제 끝나면 준비물을 챙겨야지. 이 밤중에 얘기하면 엄마더러 어떡하라는 거야. 가게 문 닫을 생각도 하고 그걸 사 올 엄마 생각도 해야지.(훈계)
  6. 준비물을 혼자서 미리 챙기지 못하면 학교 가지 마!(경고)
  7. 왜 잊어버렸어? 왜? 텔레비전에 빠지면 준비물 같은 건 다 잊어버리는 거야. 아니면 엄마가 밤늦게 치약 사러 가다가 납치라도 되길 바라는 거야?(질문,탐색,심리분석)
  8. 승태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준비물부터 챙기는데 너도 동생 좀 닮아 봐라.(비교)
  9. 선생님께서 준비물은 밝을 때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하셨지. 잠옷 다 갈아입은 다음에 하라고 하셨구나. 새벽 2시에 얘기하라고 하지 않으시던?(빈정거림)
  10. 이런 식으로 해 봐라. 뻔하다 뻔해. 이 담에 시집가서 쫓겨나기 딱 알맞지.(예언)
사실 우리가 당했던(?) 경험이나, 저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반응할 것같은 모든 표현들이 위 10가지에 다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으응, 깜빡 잊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나갈 수도 없고 어떡하나. 내일은 집에서 쓰던 치약 가져가면 어때? 아니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는 길에 사든가."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열등감을 갖게 하며, 욕구가 무시되어 좌절감을 느끼게 하며, 상대방에게 적개심이나 불만을 품게 만들고, 반항하고 대화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일부러 대화에 방해되는 표현을 쓰는 건 아니겠죠?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바꾸어야 하는데 30~40년 된 습관이 한번에 바뀌기가 힘들 겁니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거겠죠. 남일이 아닙니다. 당장 저부터 연습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혜연이가 이렇게 반응하면 어떡하죠?

"쓰던 치약은 싫어. 그리고 난 아침에 늦게 일어날지도 모른단 말이야."

이 정도 상황까지 갔다면 대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을 쓸 것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하든지, 아니면 자녀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두 방법 모두 이긴 자와 진 자가 있기 때문에 진 쪽은 이긴 쪽을 원망하고 미워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또 자기중심적이어서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심성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 때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 바로 '무패 방법'입니다. 이 책에서는 '무패 방법'이라는 표현은 따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방(자녀)과 나(부모)의 갈등 해소 방법'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녀의 감정과 욕구를 들으면서 자녀의 욕구를 정의한다.
2. 부모의 감정과 욕구를 말하면서 부모의 욕구를 정의한다.
3. 서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각자 생각나는 의견을 말한다.
4. 해결방법들을 평가하여 선택한다.
5. 선택된 해결방법을 실행한다.
6. 실행한 후에 재평가한다.

"쓰던 치약은 싫어. 그리고 난 아침에 늦게 일어날지도 모른단 말이야."
"아침 일찍 일어날 자신은 없지만 새 치약을 가져가고 싶구나."
"응, 애들이 다 새 치약 가져온단 말이야.'
"그래, 너도 친구들처럼 꼭 새 치약을 쓰고 싶다고?"
"그래요.(1단계 : 혜연이의 욕구 확인)
엄마는 엄마 일에 방해되지 않게 네가 치약을 가져가길 원해.(2단계 : 부모의 욕구 정의) 그러면 우리 둘 다 좋은 방법을 생각 나는 대로 얘기하며 적어 보자.(3단계 : 의견을 얘기하며 적기)
그래서 생각한 방법들이 ① 어머니가 혜연이를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②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가시는 아버지께 부탁한다 ③ 오후반인 승태가 새 치약을 사가지고 좀 일찍 학교에 가서 누나네 교실로 갖다 준다 ④ 옆집 지은이네가 미리 사다 놓은 치약이 몇 개 있었는데, 알아보고 빌려 온다.
혜연이와 어머니는 ①번으로 하되 계획 대로 안 되면 ②번으로 하기로 했다. (4단계 : 실행하여 선택하기) 그래서 실제로 해보고(5단계 : 실행), 나중에 그 결과에 대해 서로 얘기해 볼 기회를 가지면 됩니다.(6단계 : 실행 후 재평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서로의 욕구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상대방(자녀)은 어려운 문제에 처했을 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느 누구 하나 이기고 지는 것이 없는 '무패 방법'입니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2》도 1권과 마찬가지로 매우 풍부한 사례가 담겨 있습니다. 비단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가 아닌 고부 간의 갈등, 부부 간의 문제까지 갖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1,2권의 풍부한 사례에 비해 이론적인 정리가 부족해 아쉬웠는데, 2권 권말 부록으로 <따뜻한 부모가 되기 위한 기본 방법>이 있습니다. 위의 글을 그 중 일부를 정리하여 옮긴 것입니다.


그분은 절대로 화내지 않는다.
화내지 않고도
사랑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분의 이름은
나의 어머니다.

어느 중학생이 부모 교육을 받고 달라진 어머니에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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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 - 마음이 멍든 아이들을 위한
이지성 지음 / 성안당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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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에 관한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어떤 3학년 아이는 과일칼을 목에다 대고 찌를까 말까 망설였다고 했는가 하면, 또 다른 3학년 아이는 지나가던 차에 치여 죽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어떤 5학년 아이는 단독주택 옥상에 올라가서 실제로 뛰었는데, 몸이 건물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지나가던 아저씨가 달려와서 구출했다고 적었고, 또 다른 5학년 아이는 중학생 형에게 목을 졸라달라고 부탁했는데, 중학생 형이 목을 조르다가 도망을 가서 죽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부탁한 말이 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전혀 모른 채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절대로 우리 부모님께 오늘 쓴 이야기를 말하면 안 되요." (p.23)

이 부분을 읽을 때 참 놀랐습니다. 믿기 힘들었습니다. 겨우 초등학교 3학년 또는 5학년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니. 《마음이 멍든 아이들을 위한 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이지성 선생님이 3학년, 5학년 영어과 교과 담임을 맡고 있을 때 약 600명의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눠주며 부모님께 꼭 하고 싶은 말을 적어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위와 같이 '죽고 싶다'는 말을 쓴 아이가 3학년은 열 명에 한 명, 5학년은 열 명에 두세 명꼴로 나왔다고 합니다. 죽고 싶은 이유 중에서는 학원 스트레스가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학원에 불을 지르고 나도 함께 죽고 싶다."는 표현까지 한 아이도 있었다고 하니…….

선생님은 결국 학교에 상담실을 차렸습니다. 이름하여 '상원 피노키오 어린이 상담실'. '상원'은 그가 재직중인 초등학교 이름이고 '피노키오'는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 그러나 제페토 할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결국에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뜻합니다.

윤정이는 3학년이다.
윤정이의 고민은 자살 충동으로 원인은 학원 스트레스인데, 다니는 학원이 네 개나 된다. 윤정이는 엄마가 무서워서 이런 이야기를 못할 것 같다며 선생님이 대신 말해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나는 곧장 윤정이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윤정이의 심리 상태를 말씀드렸다. 하지만 윤정이가 학원에 가기 싫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머니의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러면서 우리 윤정이는 절대로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나는 내심 윤정이 어머니도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첫 통화였기 때문에 그쯤에서 끝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통화에서도 변화가 없었고, 심지어는 윤정이에게 학교 가서 엉뚱한 짓 하지 말라며 꾸중까지 하셨다.
나는 차선책으로 윤정이 아버님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아버님과 얘기를 잘 나눈 후 마지막에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까지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부터 윤정이가 울상이 된 얼굴로 상담실에 찾아왔다. 아빠한테 아주 세게 한 대 쥐어 박혔다는 것이다. (p.48)


부모의 역할을 선생님이 대신 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부모를 대신해 그저 계속해서 윤정이의 말을 들어주었고 마침내 윤정이 입에서 자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정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이 아픕니다. 학교에 모든 선생님이 저러하지는 않을 텐데, 가정에서 부모가 제대로 역할만 한다면 아이가 어떤 선생님을 만나고 어떤 환경에 접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텐데…….

이 책은 두어 시간이면 읽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페이지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몇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흑백 사진이 아름답습니다. 이 짧은 글 안에 요즘 초등학교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한 교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교사가 부모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부모님들께 매일 삼십 분 이상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단, 대화의 주인공은 부모가 아니고 아이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말을 자른 후 하고 싶은 말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인데, 이런 경우가 바로 대화의 주인공을 부모로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들은 이런 일을 몇 차례 당하고 나면 더 이상 부모와 대화할 의욕을 잃는다. 그러므로 이런 습관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자녀와의 대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읽거나 자녀와의 대화법을 가르쳐주는 세미나 등에 참가해서 자신이 먼저 노력할 것을 권하고 싶다. (p.92)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초등학교 아이들의 속 마음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모 앞에서는 얌전하게 있는 척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살 충동을 느끼고 음란물에 중독된 아이로 키우지 않으려면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하셨다면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저자가 권유한 것과 같이 자녀와의 대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읽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멍든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책으로는 토머스 고든의 《부모 역할 훈련》, 이민정의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를 추천합니다.

*
저자 이지성 선생님은 현재 분당 성원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비록 젊은 총각 선생님이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책을 통해 꽤 알려진 선생님입니다. 《학원 과외 필요 없는 6.3.1 학습법》, 《솔로몬 학습법》, 《성공하는 아이에게는 미래형 커리큘럼이 있다》,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18시간 몰입의 법칙》 외에도 여럿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3년에 《학원 과외 필요 없는 6.3.1 학습법》 이후에 매년 서너권의 책을 내고 있네요. 그간에 책을 낸 성향을 보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자녀를 경영하라》는 책도 있고, 《솔로몬 학습법》도 재수생 때 “주님 안에서 나도 공부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기쁜 마음으로 공부한 결과 상위권 학생만이 갈 수 있다는 교육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본인의 경험담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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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 보았네
이윤기 지음 / 비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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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신문에서 <강기훈씨 '유서대필 누명' 벗는다>는 머릿기사를 봤습니다. 유서대필이라니? 그 때의 일을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간단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1991년 4월 26일 금요일 명지대생 강경대가 시위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집니다. 이를 계기로 대학생들과 재야 인사들의 항의 분신이 잇따릅니다. 소위 '죽음의 굿판(김지하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표현)'으로 거의 1주일에 한 명씩 11명의 학생, 노동자, 빈민의 분신이 잇따랐고 2,000회가 넘는 항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강경 진압을 계속했습니다. 5월 25일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서울 퇴계로에서 시위 도중 당시 성균관대 학생이었던 김귀정이 질식사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공권력은 두 학생을 죽음으로 몰고 수많은 사람들을 스스로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팔랐던 시위 정국의 결말은 참으로 엉뚱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1명 중의 하나인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분신해 숨지면서 남긴 유서를 같은 단체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대필했다고 시끌벅적하더니 정원식 총리 서리의 밀가루 투척 세례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신임 총리 서리였던 정원식 전 문교부 장관이 외대에서 무리하게 강의를 진행하다가 흥분한 학생들에게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았습니다(정 전 총리는 100만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인간과 교육》, 《교육환경론》 등을 저술하고 카운슬링의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는 등 교육학자로서 명성과 업적을 쌓았으나 전교조가 출범한 해인 1988년부터 2년간 문교부 장관을 맡아 1000명 이상의 전교조 교사를 해직시키는 등 악역을 맡은 바 있습니다).

당시 동행했던 기자들에 의해 계란과 밀가루 범벅이 된 정원식씨가 마치 집단 구타를 당한 뒤의 모습인양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1면 톱으로 실렸습니다. 외대생들은 일순간 스승도 알아보지 못하는 '패륜아'가 되었고, 학생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돌아서버렸습니다. 스승을 저리 무참히 만드는 학생들의 민주화 구호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그날 이후 아무도 그해 5월을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정원식 총리 사건 전에 언론은 끊임없이 김기설씨의 유서를 강기훈씨가 작성했다는 경찰의 논리를 적극 알렸습니다. '운동권은 죽음을 조장하고 유서 대필도 서슴지 않는다'며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 세력 전반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정원식 총리 일이 터지면서 민주화 세력은 정권의 의도 대로 패륜아 집단으로 내몰리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유서대필 사건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아 강기훈씨는 3년간 형기를 채우고서야 출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운동권은 이 사건을 끊임없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국과수가 분신한 김기설씨의 유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16년만에 필적 감정을 번복한 것입니다.

어제 아침 그 기사를 보고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잊혀진 기억,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일상의 삶이 순간 휘청, 흔들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윤기 선생의 신작 산문집 《내려올 때 보았네》를 읽다가 또 한 번 휘청,하였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말에.

2차 대전 중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로 있으면서 유태인 학살에 깊이 개입한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봤던 한나 아렌트라는 독일 출신 작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아렌트의 눈에 비친 아이히만은 악당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시간 같아 보였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 아렌트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생각 없이 사는 일상의 삶, 그것이 바로 악의 근원이다." (p.89)


이윤기 선생이 받은 충격 못지 않게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 없이 사는 일상의 삶, 그것이 바로 악의 근원이다."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때마침 어제 저녁에 이윤기 선생을 직접 뵙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내려올 때 보았네》는 고은 선생의 시 <그 꽃>에서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이자 탁월한 번역문학가이며 신화 연구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나무를 심고, 삶에 대해 사유하는 진정한 자유인이자 영원한 청년 이윤기 - 어제 만난 이윤기 선생은, 이러한 소개글이 딱 어울리는 영원한 청년이었습니다. 열정이 끓어 넘치고, 못다한 일들이 너무나 많아 쉽게 늙을 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선생은 어림잡아 지금까지 300여 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합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듯이 그는 지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꽃처럼 좌중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말솜씨 이전에 그의 글솜씨는 맛깔스럽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너무 좋다못해 읽다보면 주눅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오히려 주눅 들지 말고 글을 쓰라고 충고합니다. 명창들 앞에서 나의 노래를 부르라고 말합니다.

나는 가수 조영남 앞에서도 겁 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가 음반으로 만들어낸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누구 말마따나 들으면 좋은데 불러보면 욕만 나온다.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수련한 그의 내공, 아마추어에게는 시늉조차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그와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일본 노래나 몽골 노래나 베트남 노래로 빠진다. 천하의 명가수라는 조영남도 여기에 이르면 속수무책이다.
조영남은 내가 암수를 쓰는 것을 괘씸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로부터는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내 노래에 관한 한 그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p.247)

글 또한 그렇다. 직업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을 두고 '글발 좋은 사람들'이라고 한 모양인데, 그 사람들 시늉할 것 없다. '나'의 글을 쓰면 된다. '나'의 심정을, 말하듯이 소박하게 진정성에 실어 보내면 그뿐이다. (p.8 머리말에서)


또 용기를 얻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글을 쓸만한 내공이 없어 맨날 남의 책을 소개하면서 은근슬쩍 내 생각 살짝 얹어 보내는 저에게 참으로 용기를 주는 말입니다. 내공이 부족하니 암수를 쓸 수밖에요, 그러나 십수년의 수련 끝에 혹 제가 졸저라도 하나 써낼 수 있다면 그때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 중에 오늘 이윤기 선생의 이름도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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