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취미를 업으로 삼으려니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이지만 잔돈처럼 소박한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돼지 저금통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20대 청년 감성으로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이해범 작가의 에세이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모로 가도 ~만 하면 되지'라는 말을 자기합리화 멘트로 써먹기만 할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저 말이 인생 명언이라는 느낌입니다. 읽는 내내 우리 집 아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청소년 아들의 진로를 두고 생각이 복잡해지는 나날들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대기업을 다니지도 않고 사업이 성공했거나 특출한 유명인도 아니지만, 그저 이런 사람도 잘 살고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는 작가. 힘을 좀 빼고 흐느적거리며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줍니다. 힘을 뺀다는 것은 내일의 걱정을 굳이 오늘 하는 에너지 낭비 대신 무기력하게 피하지 않으면서도 현재를 사는 것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근자감 장착은 필수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게 애초에 공백 상태에선 생기지도 않을 테지요. 조금은 할 수 있는 것들에서 싹틉니다. 이해범 작가가 좋아하는 건 운동입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인 승부의 세계여서 오히려 운동만큼 좌절에 빠지기 쉬운 것도 없겠다 싶을 테지만, 다양한 운동 종목을 섭렵하며 터득한 것은 운동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꽤 크다는 겁니다.


중도 포기의 아이콘이라 스스로도 부를 만큼 끈기가 부족한 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정도입니다. 근자감과 허영심이 몇 스푼 가미된 SNS는 끈기없음의 위력을 이겨내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때도 컷오프 시간을 한참 벗어나 꼴찌를 면하지 못했지만, 창피함보다는 완주의 벅참을 만끽할 줄 압니다. 지는 경기를 했어도 누군가에겐 영감을 안겨주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암으로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여행책을 손에 쥔 아빠의 모습이 오래 가슴속에 남는 건 치료를 핑계로 여행 한 번 함께 못 가본 게 뒤늦게 후회되어서이기도 합니다. 아빠의 일을 계기로 주어진 삶을 충분히 더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는 습관은 나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까무룩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낡은 일기장을 들추다 보면 당시엔 행복하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도 지금 돌이켜보니 행복해 보입니다.


잦은 회식과 주말 등산으로 직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상사가 있었던 곳에서 그냥 호구 말고 차라리 살짝 미친 호구가 되는 걸로 나름의 반항도 해보며,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으려고 바둥거렸던 직장 생활도 추억으로 남습니다.


수영 강사를 하면서는 초보 강사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겨내는 법을 체득했고, 체대 입시생들의 조력자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남이 보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스물아홉 살 때 친구 따라 강원국 작가 강연에 얼떨결에 갔다가 책 만들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고서 5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몇 장 쓰고 나면 더는 쓸 내용이 없더라며 4년을 끙끙댔지만, 힘을 빼고 쓰다 보니 어느새 들려줄 만큼의 글이 모였습니다.


잠자고 있던 열등감을 깨우는 헛짓을 하며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갈구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치를 쌓아갈수록 분수를 초과하는 건 어쩌면 더 초라한 삶만 만들 뿐일지도 모른다고 깨닫습니다.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결심한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만 하게 되는 엄마 입장으로 읽었는데도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든 기분입니다. 누가 뭐래도 정말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말할 줄 아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라면 걱정은 좀 접어둬도 될 것 같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령대도 다르고 살아온 이력도 나와는 공통점 하나 없는 사람이지만,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문장으로 책장을 쉬 넘기지 못하게 한 양다솔 작가의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2년간 절에 행자로 출가하고, 유럽으로 무전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비건으로 살고 있으며, 스탠드업 코미디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음식과 패션에 진심인 사람. 엉뚱한 조합의 이력에 눈길이 갔고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통 갈피를 못 잡는 사람. 마치 눈떠보니 11시인 기분이다. 뭘 하기엔 늦었고 안 하기에도 아쉽다."는 말로 시작하는 프로필부터 남다릅니다. 코로나 한복판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돈 되는 일은 안 하고 사는 백수로 지내면서도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직장이 없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평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가난해질 수 없는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격일간 다솔' 연재 메일링 프로젝트를 하는 양다솔 작가. 글로 먹고 살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글을 연재하는 것이기에 하고 있지만, 글 한 편 한 편이 마음을 두드리기에 글쓰기 흥해서 계속 그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면 좋겠습니다.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의 팬이라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절친 양다솔 작가를 자연스럽게 접했을 겁니다. 이 책에 서로 친해지는 에피소드가 등장해 재미를 더합니다.


"어떤 슬픔은 별의 속도와 비슷하기도 할까 생각한다. 우리가 보는 별은 사실 이미 소멸한 지 오래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사실 몇 십 년 전에 뿜어낸 빛인 것과 같이.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 당신이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깨닫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꺽꺽 울고 말았다. 그 자리는 당신이 떠나고부터 쭉 공석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러 나에게 아주 웃긴 이야기가 생겨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속에서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족 이야기는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요.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졌더라고요. 노동운동가 출신의 든든한 엄마, 뭔가에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대로 결국 스님이 된다고 떠나버린 아빠. 왕따 2년을 겪으며 대안학교를 다닌 작가까지. 불행하고 어두운 가족사로 표현할 수 있었을 만한데도 양다솔 작가는 남다릅니다. 희화화하지 않은 채 웃음을 안겨줄 줄 알고, 질척이는 슬픔으로 변질되지 않은 채 담담히 분노 섞인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평소 부잣집 여사님 패션의 소유자가 동사무소 갈 때만큼은 누더기 같은 동사무소용 패션이 따로 있다는 이모의 이야기에서도 깔깔거리며 웃었다가 그 속에 담긴 아픔을 알게 되니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나저나 이모의 패션만큼이나 양다솔 작가의 패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친구가 없는 애들만 할 수 있는 패션을 선보이며 다녔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이니, 그의 옷장을 구경해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수수한 옷을 입어야 하는 직장을 다닐 때의 에피소드는 얼마나 배꼽 잡을 만큼 재밌을지 기대할만하지요.


보이차를 10년 이상 마시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침을 여는 건 언제나 물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도 의식과 관련한 글이 영상처럼 스며들게 하는 매력을 선보이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의 새벽, 쨍한 햇살이 스며드는 따스한 오후의 풍경 속에서 호록호록 차를 마시는 모습이 절로 그려집니다.


먹는 데 좀 진심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평범한 우유 얼음이 아닌 두유를 꽝꽝 얼려뒀다가 만든 팥빙수, 편견 따위 날려버릴 휘황찬란한 맛을 뽐내는 비건을 위해 해외 직구로 온갖 식재료를 구입하고, 세계의 거의 모든 샐러드드레싱을 모방해 보기도 했습니다. 일하기 싫었던 직장에 나갈 때도 도시락만큼은 온 정성을 다해 싸간 사람입니다. 회사에선 영혼 없는 표정을 짓던 사람이 퇴근과 동시에 활력을 찾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었기에 회사를 다니기 싫었음에도 꿋꿋이 2년을 다녔던 건 직장에 다닐 때만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받으려는 목적 그것 하나 때문이었고, 퇴사와 동시에 그 돈은 새로운 전셋집 보증금을 보태는데 들어갑니다.


직장에서의 모습만 생각하면 세상을 어찌 살아나갈지 쯧쯧거릴지는 몰라도 집에서만큼은 그의 삶은 완벽히 순환하고 있었습니다. 집안일도 철저했고 자신을 위한 투자도 확실했습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그는 그저 진로, 직업이라는 문제 앞에서 할 말이 없어질 뿐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의 첫날, 다들 자기소개만 하고 끝나는 분위기에서 친목 모임은 싫다고 당당히 발언하며 첫 모임마저도 그들의 최초의 공연으로 탈바꿈 시킨 에피소드는 좋아하는 일만큼은 온 마음을 다할 줄 아는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데 더 풀어놓진 않아 아쉬웠어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예술입니다. 챕터마다 처음과 마지막만 다시 한번씩 읽어봤을 정도였으니까요. 아트 영화에서나 마주할 법한 감성이 담긴 문체로 써 내려간 명언과도 같은 인상 깊은 한 줄. 간결하고 담백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 작가의 감성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맛깔스럽게 잘 읽히는 문장을 선보여 애정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거리 두는 기술
이선 크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과의 대화, 즉 내적 성찰은 긍정적 결말을 낳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건강, 행동, 의사결정, 관계 등에 해악을 끼칩니다.


실험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의식 통제 및 정서 조절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이선 크로스 교수는 우리 머릿속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채터라고 명명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때 내적 성찰은 이로움보다 훨씬 더 큰 해로움을 안긴다고 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은 내면의 목소리가 실제로 무엇이고, 어떤 경이로움을 안겨주는지, 반대로 어두운 면을 살펴보며 채터가 파괴하는 힘을 짚어봅니다. 머릿속 채터를 줄일 수 있는 과학적 기법을 소개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거리를 두려는 뇌의 생득적 성향 때문에 우리는 머릿속으로 대화한다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 놓였지만 모두 코앞에 닥친 일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건은 같습니다. 누구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처리하는가 하면, 누구는 끝없이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채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부정적인 내적 대화에 빠져 허우적댄 경험을 가진 이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새벽 3시에 야구방망이를 쥔 채 협박 편지를 보낸 미지의 인물과 머릿속 악령에 시달리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실제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자기통제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임에도 며칠 동안 자기통제력을 상실했음을 고백합니다. 아내와 갓난 딸이 위험에 처할까 봐 이틀 밤 동안 야구방망이를 들고 거실에서 불침번을 선 겁니다. 협박 편지를 받은 이후부터 자신과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채터의 위력이 광적인 수준에 치달으며 이사를 해야 할지, 새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는 어떻게 채터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을까요. 교수를 위한 경호원을 구글링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는 모습이 스스로도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이선, 대체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정신 차려!'. 머릿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는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했더니 그 상황을 한층 객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거리를 둔 자기 대화는 신속히 적용해 강력한 효과를 지닌 도구라고 알려줍니다. 사용하는 단어만 바꿔도 내적 목소리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유익하게 이용하는 방법으로 거리 두기 훈련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자신의 문제에서 거리를 두느냐 두지 않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채터는 우리가 고민거리를 가까이 끌어와 확대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거리를 둔다는 건 회피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마음챙김 명상과도 다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거리 두기는 외부자 시선만큼의 거리이자, 벽에 붙은 파리처럼 관찰자 시점을 의미합니다.


이선 크로스 교수는 일명 '벽에 붙은 파리 효과 Fly-on-the-Wall Effect'를 최초로 규명한 학자입니다. 많은 심리학, 자기계발서에서도 숱하게 인용할 정도로 익숙한 용어입니다. 일인칭 몰입자는 감정의 포로가 되면서 부정적 감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관찰자는 명확히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채터를 없애는데 친구, 가족, 동료 등과의 대화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한 사람의 세계관을 뒤흔들어 놓는 충격적인 비극을 경험한 경우 타인과의 대화가 도움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기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감정 공유로 인해 응원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징후에 타인과의 대화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감정 공유만으로는 채터를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속내를 털어놓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말은 단어 그대로 기분만 일시적으로 나아질 뿐이었습니다. 기존 통념과 충돌하는 결과를 알게 되니 충격적이었어요. 정서적 부담을 덜어내고, 공감을 얻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물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즉, 조언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겁니다. 가장 효과적인 대화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사회적 욕구와 인지적 욕구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인지행동 치료가 저자가 언급하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객관적인 관찰자 관점을 취하기 위해선 주의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어렵습니다. 과거를 곱씹는 반추와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적은 녹색 공간을 산책하는 것도 도움 됩니다. 자연과 가까이하기 힘든 도시인이라면 자연의 사진, 소리, 영상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자연의 특성이 뇌에 배터리 역할을 하며 채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회복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내적 목소리를 통제하는 데 효과 있는 플라세보와 의식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플라세보와 의식은 마음의 마법입니다. 우리가 항상 내면에 갖고 다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 뇌가 깨어 있는 매 순간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기대'와 관계있는 플라세보 효과. 신중한 생각의 산물이 아니라 자동적, 반사적 반응입니다. 뇌는 우리가 건강하게 지내도록 도우려고 끊임없이 애쓰기에 믿음과 치유가 심리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인 플라세보를 통해 채터를 가라앉히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행하는 습관이나 규칙적인 행위가 아니라 의미가 스며들어 있는 상태에서 엄격한 순서대로 행해지는 일련의 행동을 뜻하는 의식 역시 도움 됩니다. 채터에 시달릴 때 자기만의 어떤 의식을 의도적으로 하면 됩니다. 내적 목소리를 내적 고문자로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내적 목소리마저 잃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음을 짚어줍니다. 과도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은 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 그 마음이 어떻게 채터를 유발하고 채터를 억제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부정적인 생각 및 감정과 거리 두는 방법, 자신에게 말하는 방법,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영향 주는 방법, 환경에서 이득 얻는 방법, 플라세보와 의식을 이용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등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과의 부정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 자신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트리시 홀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글을 잘 쓰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에디터로 살아온 트리시 홀의 글쓰기 가이드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Writing to Persuade)>을 읽어보세요. 업무나 학업 때문에 글쓰거나, 정서적·심리적인 이유로 글쓰는 이들, 에디터가 되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20년 넘게 <뉴욕타임스>에서 일했던 트리시 홀. 피처 기사 면과 세계 최고의 기성들이 글을 기고하는 외부 기고 면을 총괄·감독하는 Op-Ed 에디터로 활동했습니다. 오늘날 짧은 형식의 설득하는 글을 지칭하는 Op-Ed. 하나같이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원고를 매주 1,000편 이상 검토, 수정하는 과정에서 유명인들이 쓴 복잡한 문장과 시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형편없는 글을 보며 놀라워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오피니언 글쓰기는 전달력 높은 글이어야 합니다.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에서는 글쓰기와 편집에 대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기본 법칙을 알려줍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트리시 홀 저자. 청소년 시절부터 교내 신문에 글을 썼고, 버클리대학교 기자와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저널리스트로 성장합니다. 문법에 엄격했던 선생님의 훈련법은 귀중한 경험이 되었고, 여성 기자의 차별이 심했던 1970년대 여러 소규모 신문사 기자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갑니다.


책 초반에 그의 경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조력자와 멘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매체를 구별하지 않고 경력을 쌓은 데다가 자신의 스타일과 정반대의 사람에게서도 조언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후 도움이 될 유용한 기술을 단 한 가지라도 발굴할 수 있다면 세상에 어떤 직업도 가치 없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학교든, 일터든, 어디에 속해 있든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뉴욕타임스>에는 떨어졌지만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로 합격한 트리시 홀은 기사를 리라이팅하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최고 언론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원고를 고쳐 쓰며 나보다 글을 못 쓰는 이들도 있다는 것에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니, 저자는 천상 에디터로서의 감각이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서른두 살 때 1면에 기사를 올리기도 하면서 에디터와 기자 보직을 오가다가 드디어 <뉴욕타임스>에서 경력을 이어갑니다.


신문 에디터들은 추상적으로 더 나은 글을 추구하고자 함이 아니라, 독자들이 정보를 빠르고 능률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만드는 일에 초점 맞춰야 합니다. 유명인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너무 뻔하고, 읽기 괴로우며, 이기적"인 원고를 보내오면서 수정은 허용하지 않는 기고가가 있는가 하면, 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조너슨 프랜즌처럼 훌륭한 기고가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원칙을 정리합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은 생각을 전달하고 타인을 설득하는데 유용한 조언들과 함께 글쓰기 원칙 기저에 자리한 심리 작용도 다룹니다.


오피니언 글쓰기는 청중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기에 청중을 존중하고 공감하면서 유의미하고도 긴요한 글로 감정을 건드려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충분히 알 것 같아서 대신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꾹 참는 훈련을 하면 경청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쉽게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야기를 한결 강력하게 해줄 세부적인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라고 합니다. 나만의 경험을 활용해 보편적인 주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에디터의 개입이 필요 없는 원고였다는 스티브 잡스의 동생인 소설가 모라 심슨의 글을 예시로 소개합니다. 


청중과의 관계성 형성을 시작으로 타인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감정을 건드리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합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메시지에 반응하는 인간의 편향성을 이해하면 수월합니다. 논픽션 글도 감동과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스토리텔링 기법 향상에 도움 된다고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목격하고 들었던 일을 적어보면서 왜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지 그 이유를 써보라고 합니다. 그 외 인터뷰할 때 참고하면 좋은 팁, 조사와 팩트 체킹에 유용한 팁, 매체에 자신의 글을 제안하는 법, 전문가가 말하는 설득력 높이는 방법 등 글쓰기에 유용한 팁들이 쏟아집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는 오피니언 글쓰기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높여보세요. 설득력과 문체를 겸비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트리시 홀이 정리한 설득하는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원칙을 잘 구현한 게 바로 이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틴틴팅클! (윈터 에디션) - 단짝 틴틴이와 팅클이의 명랑한 하루 틴틴팅클! 1
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2020년부터 SNS에 연재하며 화제를 모은 냥툰 틴틴팅클!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출간된 윈터 에디션으로 틴틴팅클의 매력에 빠져봅니다. 고양이 캐릭터로 표현하고 있지만, 스토리 소재는 인간의 일상다반사를 바탕으로 합니다.


2019 네이버 웹툰 루키단편선 <고양이편의점>으로 데뷔한 난 NAN 작가는 반려 고양이들의 일상에서 영감받아 틴틴이와 팅클이 캐릭터를 그렸다고 합니다. 고양이들이 다투자 화해하라는 심정으로 그린 <화해 편>을 시작으로 17만 명의 사랑을 받은 인스타툰 틴틴팅클! 사랑스러운 틴틴이와 팅클이 팬이라면 표지 안쪽에 미공개 툰이 수록되어 있어 소장 가치를 뽐내는 윈터 에디션도 놓치기 힘들 것 같아요.


부끄러움을 타고 조금은 소심하지만 천상 천사 같은 틴틴이. 노는 거 좋아하고 장난꾸러기이지만 은근 속 깊은 팅클이. 그 외 고양이 색깔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이름을 가진 흑임자, 백설기, 콩물 등의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딱 우리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감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내 얘기라고 할만한 소재들이 가득합니다. 지우개 반 잘라서 친구랑 나눠 쓰기, 방학 숙제 몰아서 하기,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기 등 추억 돋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국민학교 시절을 경험한 이들 역시 도시락이 아닌 급식 먹는 것만 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입니다.


요즘 생파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파티한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 문화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때는 집에서 했었고 초대 카드도 미리 준비해 친한 친구들에게 돌렸는데, 아이들이 많이 (선물을 들고) 참석하면 당시엔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것 같아요 ^^;; 현실판 학교에서는 소외되는 아이들도 있고, 왕따도 있겠지요. 그런데 틴틴팅클!에서는 모두가 행복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세우거나 서운한 마음을 품고 끝나는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한 갈등을 굳이 넣지 않고 있거든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친구 사이 틴틴팅클. 거창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소소한 이야기의 매력이 무척 좋아요.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할머니와 사는 콩물이 에피소드인데요. 허리가 아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가 부끄러웠던 콩물이는 비 오는 날 유모차 없이 힘든 발걸음으로 우산 가지고 학교로 마중 나온 할머니의 모습에 나름 반성하지요. 그런 콩물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동생이 저학년반에 있어 함께 등하교하고, 이것저것 귀찮아도 챙겨줘야 했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틴틴팅클!이 내 이야기라고 다들 끄덕이는 이유 중 하나가 맞벌이,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다가 저마다 다른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요.


78편의 에피소드와 함께 빵빵 터지는 후일담 컷이 수록되어 꿀잼입니다. 그땐 그랬지~ 추억을 되살리느라 머릿속이 엄청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중한 기억들인데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었지요. 지금 나의 하루하루도 후일 되돌아보면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텐데 하는 생각에 괜스레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꼭 그런 애가 있었지~ 하면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틴틴이와 팅클이의 작명 비화를 비롯해 작가 후기를 통해 틴틴팅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으엉니~ (언니), 미아내 (미안해) 같은 말투도 정말 귀엽고, 아침먹고 땡 해골바가지의 눈이 생각나는 틴틴팅클의 눈도 깜찍 그 자체입니다. 시선에 따라 선 방향이 달라진다는 게 포인트더라고요.


냥툰이면서도 일상툰으로 우리 모두의 추억 일기와도 같은 <틴틴팅클!>. 명랑발랄 하면서도 말랑말랑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