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거리 두는 기술
이선 크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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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대화, 즉 내적 성찰은 긍정적 결말을 낳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건강, 행동, 의사결정, 관계 등에 해악을 끼칩니다.


실험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의식 통제 및 정서 조절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이선 크로스 교수는 우리 머릿속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채터라고 명명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때 내적 성찰은 이로움보다 훨씬 더 큰 해로움을 안긴다고 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은 내면의 목소리가 실제로 무엇이고, 어떤 경이로움을 안겨주는지, 반대로 어두운 면을 살펴보며 채터가 파괴하는 힘을 짚어봅니다. 머릿속 채터를 줄일 수 있는 과학적 기법을 소개하며 자신과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거리를 두려는 뇌의 생득적 성향 때문에 우리는 머릿속으로 대화한다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 놓였지만 모두 코앞에 닥친 일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건은 같습니다. 누구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처리하는가 하면, 누구는 끝없이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채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부정적인 내적 대화에 빠져 허우적댄 경험을 가진 이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새벽 3시에 야구방망이를 쥔 채 협박 편지를 보낸 미지의 인물과 머릿속 악령에 시달리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실제 저자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자기통제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임에도 며칠 동안 자기통제력을 상실했음을 고백합니다. 아내와 갓난 딸이 위험에 처할까 봐 이틀 밤 동안 야구방망이를 들고 거실에서 불침번을 선 겁니다. 협박 편지를 받은 이후부터 자신과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채터의 위력이 광적인 수준에 치달으며 이사를 해야 할지, 새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는 어떻게 채터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을까요. 교수를 위한 경호원을 구글링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는 모습이 스스로도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이선, 대체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정신 차려!'. 머릿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는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했더니 그 상황을 한층 객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거리를 둔 자기 대화는 신속히 적용해 강력한 효과를 지닌 도구라고 알려줍니다. 사용하는 단어만 바꿔도 내적 목소리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유익하게 이용하는 방법으로 거리 두기 훈련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자신의 문제에서 거리를 두느냐 두지 않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채터는 우리가 고민거리를 가까이 끌어와 확대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거리를 둔다는 건 회피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마음챙김 명상과도 다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거리 두기는 외부자 시선만큼의 거리이자, 벽에 붙은 파리처럼 관찰자 시점을 의미합니다.


이선 크로스 교수는 일명 '벽에 붙은 파리 효과 Fly-on-the-Wall Effect'를 최초로 규명한 학자입니다. 많은 심리학, 자기계발서에서도 숱하게 인용할 정도로 익숙한 용어입니다. 일인칭 몰입자는 감정의 포로가 되면서 부정적 감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관찰자는 명확히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채터를 없애는데 친구, 가족, 동료 등과의 대화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한 사람의 세계관을 뒤흔들어 놓는 충격적인 비극을 경험한 경우 타인과의 대화가 도움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기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감정 공유로 인해 응원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징후에 타인과의 대화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감정 공유만으로는 채터를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속내를 털어놓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말은 단어 그대로 기분만 일시적으로 나아질 뿐이었습니다. 기존 통념과 충돌하는 결과를 알게 되니 충격적이었어요. 정서적 부담을 덜어내고, 공감을 얻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물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즉, 조언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겁니다. 가장 효과적인 대화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사회적 욕구와 인지적 욕구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인지행동 치료가 저자가 언급하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객관적인 관찰자 관점을 취하기 위해선 주의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어렵습니다. 과거를 곱씹는 반추와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적은 녹색 공간을 산책하는 것도 도움 됩니다. 자연과 가까이하기 힘든 도시인이라면 자연의 사진, 소리, 영상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자연의 특성이 뇌에 배터리 역할을 하며 채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회복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내적 목소리를 통제하는 데 효과 있는 플라세보와 의식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플라세보와 의식은 마음의 마법입니다. 우리가 항상 내면에 갖고 다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 뇌가 깨어 있는 매 순간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기대'와 관계있는 플라세보 효과. 신중한 생각의 산물이 아니라 자동적, 반사적 반응입니다. 뇌는 우리가 건강하게 지내도록 도우려고 끊임없이 애쓰기에 믿음과 치유가 심리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인 플라세보를 통해 채터를 가라앉히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행하는 습관이나 규칙적인 행위가 아니라 의미가 스며들어 있는 상태에서 엄격한 순서대로 행해지는 일련의 행동을 뜻하는 의식 역시 도움 됩니다. 채터에 시달릴 때 자기만의 어떤 의식을 의도적으로 하면 됩니다. 내적 목소리를 내적 고문자로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내적 목소리마저 잃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음을 짚어줍니다. 과도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은 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 그 마음이 어떻게 채터를 유발하고 채터를 억제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부정적인 생각 및 감정과 거리 두는 방법, 자신에게 말하는 방법,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영향 주는 방법, 환경에서 이득 얻는 방법, 플라세보와 의식을 이용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등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과의 부정적인 대화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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