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 - 과학으로 증명해낸 탄수화물.지방.단백질 황금 밸런스
이지원.김형미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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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평균 수명 남성 78세, 여성 85세. 그런데 우리 몸의 시스템은 40대 이후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평균적으로 40대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남성은 올챙이배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지요. 나잇살 붙는 속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이 시기에 접어들면 리즈 시절 때 먹혔던 다이어트도 안 통합니다.


골골 노후가 되지 않기 위해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건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직접적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와 식품영양학과 김형미 교수는 지중해 식단을 추천합니다.


과학적 근거가 확립된 건강하고 효과 있는 식이요법 식단이라는 지중해 식단. 하지만 우리나라 식재료로도 가능할까요? <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은 한국형 지중해 식단 메뉴로 식습관을 리셋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입니다.


먼저 다이어트에 대해 궁금해하는 대표 궁금증을 해결하며 올바른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쌓게 합니다. 요요 현상이 생기지 않는 다이어트, 체중감량 정체기 대책, 건강하게 외식하는 법 등을 알 수 있습니다.


40대는 몸의 시스템이 바뀌는 나이입니다. 체중이 증가하고, 포화지방산과 탄수화물 과잉섭취로 인한 뱃살이 두둑해지고, 근육 손실을 겪습니다.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비만이기에 건강의 적신호입니다. 요즘 수명이 늘어나 40대는 여전히 젊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하니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40대 이후부터는 체중 관리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체중 줄이기가 쉽지 않죠. 1kg 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저도 뼈저리게 경험 중입니다. 그렇기에 1kg이라도 증가하는 걸 예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40대 이후 체중관리는 신체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로 실행해야 합니다. 다이어트 방법에는 소식하는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 단식처럼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다이어트, 저탄고지 · 고탄저지 · 고단백 다이어트 같은 영양소 조절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다이어트마다 가진 장단점을 잘 파악해 적용해야 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최근 유행하는 다이어트의 허와 실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건강한 식단이란 극단적으로 체중 조절하는 식사가 아니라 매일 우리 몸에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소가 과부족 없이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는 식사를 의미합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40종이 고루 함유된 식품으로 먹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식사여야 합니다. 그저 다양하게 이것저것 먹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연령, 성별, 활동량, 질환 유무 등에 따라 필요 영양소의 양이 다르다고 하네요.


40대에는 어떤 건강식을 해야 할까요. 섭취하는 에너지는 많은데 소비 에너지가 줄어드는 40대 이후부터는 칼로리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잘~ 줄여야 합니다. 좋다는 식품도 과다 섭취하면 소용없습니다. <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에서 부작용 없이 칼로리 줄이는 식사를 위한 실천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 사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일컫는 지중해 식단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건강 식단이라는 사실! 지중해 식단이 40대에 조심해야 할 질환에 어떤 효과가 있고, 왜 좋은 결과를 낳는지 지중해 식단의 작동 원리를 살펴봅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최강의 건강 식단인지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했고, 그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지중해 식단의 영양적 분석을 통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지중해 식사법과 적절한 식품 선택 요령, 요리법이 <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에 자세히 소개됩니다. 쉽게 이해하기 좋은 지중해 식단표까지 있어 편리합니다. 일상에서 먹는 식사의 종류와 양만 바꿔 지중해 식단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지중해식 조리법을 이용한 한국형 지중해 식단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지중해식 식단이다 보니 한식스럽지 않은 느낌이 살짝 드는 비주얼이긴 한데 이게 오히려 먹는 즐거움을 주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재료는 평소 사용하는 식품을 주재료로 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한 끼로 시작해 보세요. 식사 일기를 통한 식습관 분석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무심코 먹었던 식품과 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먹기 전에 3초만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는데, 먹는 것 앞에선 한없이 약한 모습만 보였던 저도 40대 이후부터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지키려고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 수명을 지키고 싶은, 마흔에 접어든 모든 이들에게 건강 식단의 필요성을 알려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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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일기 : 데번우드의 비밀
조 브라운 지음, 정은석 옮김 / 블랙피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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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마존 평점 5.0 자연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의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장 욕구 불러일으키는 멋진 책 <자연 일기 (Secrets of a Devon Wood : My Nature Journal)>. 자연 세밀화 도감을 보는 듯한 섬세함이 예술입니다. 빈티지한 감성의 색감이라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지역의 Devon Wood의 꽃, 식물, 곤충, 동물 등을 관찰하며 그린 동식물 89개의 그림이 실렸습니다. 예술가, 식물학자에게 영감을 주는 책으로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 자연애호가들이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입이 쩍 벌어지더라고요. 조 브라운 일러스트레이터의 몰스킨 다이어리를 스캔해 일러스트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몰스킨 유선노트에 그림을 그리니 오히려 단조롭지 않아 보여서 매력적입니다. 중성지 아이보리 컬러감의 배경은 자연 일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빈티지한 분위기를 돋웁니다.


흥미로운 동식물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이후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저 아름다운 그림이 다가 아닙니다. <자연 일기>는 그날의 날짜, 요일, 날씨, 위도와 경도로 표시한 장소가 페이지마다 표기되어 있어 기록의 의미를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의 기록이 담긴 <자연 일기>.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도 있고,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낯선 종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물이면 식물, 곤충이면 곤충으로 나누지 않고 그날 그날 마주친 호기심 생기는 것들을 담아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발견했을까 놀랄 정도로 작거나 재빠른 생물도 많은데 자연을 관찰하는 작가의 예리한 눈길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관찰 대상에 대한 특징을 메모한 글은 원본 노트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손글씨도 살짝 한 페이지 정도는 엿보고 싶긴 하더라고요. 재밌게도 글을 쓰다가 나중에 추가한 흔적이라든지 색깔을 테스트한 흔적이 실려있어 작가의 실제 노트를 손에 쥔 기분이 듭니다. 빈 페이지도 있으니 독자의 관찰 기록을 덧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차곡차곡 모인 기록의 힘은 역시 위대합니다. 정성 가득 담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당장 뭔가를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반려식물을 키우며 가드닝을 한다면 집의 식물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식물세밀화를 그리는데 서툴더라도 반려식물을 그리다 보면 애정이 더 샘솟을 것 같아요. 그 어떤 자연관찰 도감보다 멋진 나만의 자연 일기,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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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
김도희.유혜미.임지인 지음 / 일일호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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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 진입한 70년대생 세 명의 갱년기 탐사 프로젝트를 담은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김도희, 유혜미, 임지인 저자들은 한때 같은 광고 회사에 근무한 경험있는 10년 넘은 친구 사이입니다. 72년생~74년생으로 중년 세대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수다의 주제는 갱년기에 집중되었습니다. 기혼도 있고 미혼도 있어 갱년기와 중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그들의 수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갱년기에 접어들었나 싶을 때 누군가는 유독 감기를 달고 살았고, 누군가는 안면 홍조를 겪었습니다. 누군가는 더위를 많이 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한기가 생기기도 하면서 갱년기 신호탄은 저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수면 패턴 변화, 땀, 열감 같은 갱년기의 대표적인 신체적 증상이 갑작스레 찾아오자 기존 삶의 균형감이 상실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갱년기 증상을 경험했을 때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차이납니다.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며 생활에 아직은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싶어 부정하고 무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심각한 질환으로 받아들이며 걱정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 모든 감정들이 갱년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한 채 부지불식간에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갱년기에 진입하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일상의 소소한 변화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확연하게 변한 일상은 없는 듯싶어도 소소하게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무래도 갱년기에 도움 준다는 것으로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몸이 브레이크를 걸어 주지 않았다면 제 일상은 무엇으로 바쁜지도 모른 채, 몸을 잊은 채로 계속 직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거든요." -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갱년기에 대해 궁금할 때 어떻게 해소할까요. 인터넷 검색, 병원 방문, 갱년기 관련 책 등 다양한 루트가 있는데 인터넷에서 쉽게 자가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들을 보면 의외로 크게 도움 된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갱년기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중년 건강관리에 있어 주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에 여성으로서 꼭 알아야 할 정보인데, 인터넷으로는 갱년기 인식 참고 자료 수준이어서 여전히 막막합니다. 워낙 일반화된 편협한 정보뿐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주치의 수준으로 내 몸을 잘 아는 동네병원이 있다면 오히려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갱년기 하면 짜증, 분노라는 단편적 시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사춘기처럼 한두 가지 특징으로만 일반화하다 보니 중년 여성의 쇠락을 상징하는 부정적 단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큽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개념을 넘어 중년 여성의 짜증과 예민함에 초점 맞춰 희화화하기 일쑤입니다.


사회적 시선이 이렇다 보니 갱년기 증상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가 역할이 끝난 여성, 생산적이지 않은 여성 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에서는 갱년기에 관한 고정관념을 알아보고 이 시대의 새로운 해석과 정의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현대에 지금의 40대~50대를 노화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는 것은 맞지 않다는 걸 대부분 공감할 겁니다. 짜증내고 열나는 아줌마라는 허상에서 완경기 이후의 여성의 이미지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요즘 젊은 세대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엄마의 완경 파티를 해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니 다음 세대가 기대됩니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했다는 친정엄마의 경험을 보면 저도 걱정 안 할 수가 없긴 하지만, 감소하는 호르몬 흐름에 몸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아가는 시기로 갱년기를 바라본다면 더욱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갱년기 우울증 대신 내 몸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남성 갱년기에 대한 주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남성도 호르몬 변화를 당연히 겪습니다. 하지만 무관심하고 회피의 영역으로 치부했습니다. 스스로도 부정하기 일쑤다 보니 본인도, 주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위해 남성의 갱년기에 대한 인식도 꼭 필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70년대생 여자 셋의 지극히 사적인 수다에서 의미 있는 갱년기 담론을 끌어내며 갱년기 입문자의 진정성 있는 수다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저도 평생 경험하지 않았던 안면홍조를 올여름부터 겪고 있답니다. 지금도 볼 부분이 화장한 것 마냥 발그레하고, 열감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안면홍조가 갱년기 대표 증상이란 걸 몰랐었어요.


40대 접어든 이후 나이를 세지 않고 한 해 한 해 넘겨왔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 저자들이 70년대생이길래 그제서야 갱년기에 대한 위기감이 확 와닿더라고요.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저는 갱년기에 대한 걱정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골치 아픈 변화로서의 갱년기가 아닌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로 발돋움하고 싶은 열의가 생겼거든요.


갱년기의 정의, 원인, 증상, 중년 세대의 고민 등 갱년기의 화두에 대해 심도 있는 탐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슬기롭게 갱년기를 거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가이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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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 - 과잉 관광으로 아파하는 섬을 구하라!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7
천권필 지음, 문대웅 그림 / 썬더키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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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자산의 보물섬 제주도.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찾아왔고, 2007년부터 올레길이 인기 끌면서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제주도로 눈길을 돌린 여행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제주 공항에는 2분에 한 대 꼴로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청정 제주에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는 과잉 관광에 시달리는 제주도의 현재를 보여주며 건강한 제주도를 위해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초등학생 윤재는 학교 토론 수업 시간에 제주도 환경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제주를 찾습니다. 해녀인 이모와 함께 3일 동안 제주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무엇이 제주도를 괴롭히고 있는지 알아나갑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어서 육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제주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3관왕을 달성했다는 것 아시나요. 2002년 생물권 보전 지역 지정, 2007년 세계 자연 유산 등재, 2010년 세계 지질 공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 제주도를 돌아다니며 구멍 숭숭 뚫린 검은 돌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을 만나기도 하고 돼지가 있는 화장실 돗통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직업인 해녀,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 등 독특한 제주도 환경에 맞춰 생겨난 문화를 접합니다.


제주 테마여행이 각광받으면서 오름도 인기 있는데요. 오름이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재미나게 소개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화산 활동이 이뤄져야 산보다는 작고 둥근 언덕처럼 솟아있는 오름이 생기는지 알게 되었어요. 제주 전설도 빠질 수 없지요. 설문대 할망이 흙을 퍼날라 제주도를 만들면서 오름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스토리도 있어 신기했답니다.


제주의 자랑스러운 전통인 해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해녀의 역사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 경제와 가정 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했던 양성 평등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는 해녀. 해녀들은 바다 밭을 단순 채취의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가꾸어 공존하는 방식으로 물질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침범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극심해졌습니다. 제주도에서 나온 쓰레기가 쓰레기 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 소각장이 포화상태가 되었습니다.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를 모아 압축 포장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게 몇 년 치가 방치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제주 산지천을 벤치마킹했다는데, 한라산에서 시작해 동문시장 옆을 흘러 제주항에 도달하는 이 하천이 다시 수질 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 대표 생태 하천이자 제주 올레 18코스의 시작점인데 이제는 각종 생활하수와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추운 데 사는 식물과 더운 데 사는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특이한 숲, 화순 곶자왈도 큰일입니다. 제주인들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원천인데 주변에 우후죽순 개발이 이뤄지면서 곶자왈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하수 고갈과 오염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해졌다고 합니다.


해변 곳곳에는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먹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제주해변까지 쓰레기가 밀려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바닷속은 더 많은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숲이 사라지고 사막처럼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현상도 심각합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 쓰레기, 개발로 훼손된 자연... 제주도를 아프게 하는 관광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우도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을 겪는 대표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제는 렌터카와 전세버스의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버 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세계 곳곳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행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된 제주이기에 무작정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청정 제주여서 찾았던 제주도의 매력을 잃고 언젠가는 제주도를 찾지 않게 될 겁니다. 어떻게 섬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는 제주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 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찾아보게끔 응원합니다. 건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도, 부모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자고요.


어린이책이지만 부모가 읽어도 푹 빠져들 만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이 매력덩어리입니다. 환경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천권필 기자와 문대웅 일러스트레이터의 어린이 눈높이에 딱 맞는 글과 그림, 풍부한 사진 자료 덕분에 이해가 쏙쏙 됩니다. 바다 쓰레기에 관한 어린이책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와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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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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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문명을 완전히 새롭게 뒤바꾸는 중대한 변화는 사상, 개념, 신념 안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게 일어난 사상의 변화가 낳은 가시적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주역은 군중이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지배자와 종교 및 제국의 창시자, 신앙의 사도들, 저명한 정치인, 소규모 집단의 리더까지 지도자는 모두 군중의 심리를 본능적으로 확실히 하는 '무의식적 심리학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군중심리를 정확히 알았던 까닭에 그들은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인간 집단의 심리와 행동,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 원리에 대한 최고의 분석서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 18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전까지 군중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부수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군중은 엘리트 집단일지라도 예외없이 정신적으로 무척 열등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역사적 사건의 주역은 군중이라면서 열등하다니, 이 무슨 이상한 말일까요.


의학 박사 출신인 귀스타브 르 봉 (1841-1931)은 1870년 보불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해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기고, 이후 사회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군중심리>를 출간했습니다.


귀스타브 르 봉의 일생을 보니 지적 호기심 수준이 넘사벽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깊이 탐구하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어요. 낙마 사고를 당하자 말에서 떨어진 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 자신의 승마 기술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역시 책으로 나왔고, 기병대의 교본으로 쓰였을 정도입니다.


심리학의 거장 프로이트, 정치인 루스벨트, 전설적 투자자 코스톨라니 등 수많은 석학과 리더들이 <군중심리>를 자신의 분야에 적용해 성과를 거두었고, 오늘날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심리적 군중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19세기 인물이 쓴 책인데도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읽는 데 고전이라는 시대적 차이가 주는 이질감이 전혀 없습니다.


인간의 행동 동기를 추적한 저자는 군중심리를 알기 전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역사적, 경제적 현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군중심리>에서는 군중의 정신 구조, 군중의 의견과 신념의 형성 과정, 다양한 부류의 군중 특성을 짚어가며 집단정신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이 모인다고 군중이 되는 건 아닙니다. 조직된 군중이 되려면 어떤 자극의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저자는 심리적 군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단지 같은 장소에 모인 무리가 아니라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결합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군중으로 뭉치면 의식을 가진 개성은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탁월한 사람이더라도 군중 속에선 모두가 지닌 평범성을 공유하게 됩니다. 군중이 모두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아닙니다. 군중으로 뭉치자 잔혹한 주장에 서슴없이 동조하며 모고한 사람을 단두대에 세운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국민공회처럼 개인이 군중의 일원으로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성적 추론을 하지 않는 군중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상 지성과 이성에 호소해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암살자들에게 분노하도록 군중을 선동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브루투스에게 동조하던 군중의 마음을 돌린 건, 유창한 연설 때문이 아니라 카이사르의 유언장을 낭독하고 그의 시신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줄 안다면 군중을 지배하는 법을 터득한 것과 다름없다고 결론내립니다.


"군중이 대체로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스스로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군중이 가끔이라도 이성적으로 사고해서 눈앞의 이익을 따졌다면 이 땅에서 어떤 문명도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며 인류도 역사다운 역사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 군중심리 


군중의 정신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동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군중심리>에서는 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립되는지 간접 요인과 직접 요인으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보불전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에야 독일 군대에 대한 현실적인 위협과 상비군의 필요성을 깨달은 프랑스, 유독 그림자가 엄청 짙게 남은 나폴레옹의 위신, 찬양받던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역적이 된 로베스피에르 사례 등 심리적 군중의 변화를 탐색하며 다양한 동기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더불어 배심원단, 유권자 등 다양한 부류의 군중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며 군중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과거의 달리 군중의 의견이 변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19세기에도 저자는 변화를 감지했는데 오늘날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더 빨라졌습니다.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무관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날카로운 분석은 이 시대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프랑스어 원전을 완역하고 강주헌 역자의 해제를 더한 현대지성 클래식 <군중심리>. 역사적 사건, 문학, 연극, 연설 등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군중은 공간적 결합체 뿐만 아니라 심리적 결합체라는 쪽이 더 익숙할 겁니다. 그렇기에 심리적 군중을 이해하고 마음을 얻는 원리를 분석한 <군중심리>는 기업의 CSR과 관련한 소비자 행동,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 등이 일상화된 오늘날,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책입니다. 집단의 힘을 얻어야 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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