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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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탄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굴드의 저서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진화가 점진적이지만은 않으며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주의자였어요. 생전에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에 적극적이었는데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던 과학자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는 굴드가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암 투병을 하던 시기에도 계속) 매달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300여 편에 달하는 글이고요, 현암사에서 계속 출간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여덟 마리 새끼 돼지》, 《플라밍고의 미소》,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세 권이 나온 상태입니다.

 

 

알기 쉬운 과학을 위한 굴드의 노력은 전문용어를 최소화하고 모호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건너뛰지도 않아, 과학 글쓰기의 표본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진화, 자연의 기묘함, 조롱거리가 되었거나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부 사례의 오류들, 각종 논쟁 등을 작고 진기한 주제에서 가지를 쳐 다양한 연관성을 늘리며 뻗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편을 소개해볼게요.

국제동물명명규약에 따라 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규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18세기 중엽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유하던 유일한 언어 라틴어가 생물의 공식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종은 거의 매일같이 발견되고, 과거의 오류를 교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할 때마다 오래된 명칭은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념이 변화할 때마다 이름을 바꿀수도 없고요. 그래서 명명 규칙은 최대한의 안정성과 최소한의 혼란을 요구하는 기본 원칙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성, 우선성, 전권규칙이라는 시스템 속에서도 분류학 규칙과 우선권 원칙을 둘러싼 논쟁 중 문제를 일으킨 사례로 바로 이 브론토사우루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는 '브론토사우루스 대 아파토사우루스'의 문제였는데요, 미국우정공사가 발행한 공룡우표에 대중의 인식에서 가장 전형적인 초식공룡이 포함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표기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브론토사우루스보다 더 앞선 명칭이 있었다는겁니다. 아파토사우루스예요. 당시 우선성 원칙이 동물명명법상 지배적이었는지라 아파토사우루스라고 표기를 했어야 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죠. 

 

이 사건은 척추동물 고생물학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불화인 '코프'와 '마시'라는 두 인물간 반목의 직접적인 유산이라 합니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명칭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성 원칙에 따라 매번 출간을 엄청나게 서둘렀었다고 하네요. 아파토사우루스와 브론토사우루스는 같은 생물이란것이 밝혀지기 전,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먼저 사용되었고 이후 (다른 생물이라 생각한 골격 표본에) 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붙여졌던겁니다. 단지 크기가 다른 표본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지라 결국 아파토사우루스 명칭에 우선권이 있는 셈이죠.

 

그러다 브론토사우루스 명칭이 우표에 사용되면서 대중매체에서 과학이 어떻게 비치는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사건이라 합니다. 핵심을 피하고 아파토사우루스보다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대중에게 더 알려져있었다는 이유를 논쟁 핵심으로 잡았던 당시 상황을 굴드는 지적하고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그 소동때문에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오히려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브론토사우루스의 타당성은 인정받기 힘들어지게 되어버린게 아닌가하고요.

 

이런식으로 굴드는 논쟁의 핵심을 짚어주고 상기시켜줍니다. 이 에세이들을 쓰는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그 스스로의 학습을 위해서라고 말했을 정도로 역사, 예술, 문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굴드의 에세이는 말 그대로 '쩌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자연, 생명의 신비로움 외 과학과 종교 문제도 다룹니다. 사이비 과학과의 경계를 짓는 것과 동시에 과학 역시 타 영역을 넘어서는 것은 안된다고도 말합니다.

굴드의 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사고방식이 묘하게 끌리는데 한 진영과 다른 진영의 정당한 영역을 인정하면서 인간의 선호, 경향, 편향을 지양하며 그가 항상 말해 온 과학적 사고방식을 에세이를 통해 스스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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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K.G. 캠벨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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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뉴베리상 수상작인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자 미국 아동문학의 대표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은 책이어서 믿고 봤어요. 드라마 별그대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입니다. 사실 이 작가님은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셨어요. <작은 영웅 데스페로> 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생쥐 기사 데스페로> 작가세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문학성 있는 작품이 가득한 [비룡소 걸작선] 시리즈에 포함되었네요. 초등 중~고학년과 청소년이 읽기 좋은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냉소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믿는 소녀 '플로라'와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 다람쥐 율리시스의 모험이 펼쳐지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부모의 이혼으로 로맨스 소설가인 엄마와 함께 사는 플로라는 평소 자기에게 신경을 덜 쓰고 잔소리만 하는 듯한 엄마에게 은근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날 옆집의 고장난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간 다람쥐를 구하게 된 플로라. 그 사고로 털은 홀라당 빠져버렸지만 청소기를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머리도 똑똑해진 다람쥐와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진공청소기 이름을 딴 율리시스라는 이름도 붙여주고요.

 

 

 

 

 

플로라는 평소 초능력 영웅 만화에 푹 빠져있었어요. 만화책에서처럼 자기가 생각하고 내뱉는 말이 말풍선으로 둥둥 떠오르는 상상을 하며, 자기가 즐겨봤던 만화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고요. 엄마 몰래 다람쥐와의 비밀스런 동거가 시작된 그날 밤, 다람쥐는 밤새 엄마의 타자기로 시를 쓰기도 해서 플로라는 율리시스가 초능력 다람쥐라고 믿고 싶어졌죠. 초능력 영웅처럼 못된 악당을 무찌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그런 영웅이 될 거라고요. 하지만 그런 영웅의 철전지원수가 된 사람은 다름아닌 다람쥐를 죽이라고 하는 엄마네요.

 

 

 

 

 

 

플로라와 다람쥐의 입장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전개는 괴력은 생겼지만 말은 못하는 저 다람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더 많이 끌어냅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플로라와 소통하는 다람쥐 율리시스. 플로라에게 율리시스의 존재란 자기 옆에서 말없이 지켜주며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든든함의 상징이었지 싶어요.

 

하지만 천성이 냉소적인(냉소적이라고 믿는) 플로라는 "섣부른 희망을 가져선 안 돼. 그냥 잘 지켜 봐." 라는 말로 언제나 상황에서 한발짝 물러나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는 플로라가 겪는 부모와의 관계, 이웃집 소년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자기가 듣고 보는 이 모든 생각들과 감정들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해 줄 것이고, 약한 이들을 지켜줄 거라고 결심하네요. 하지만 플로라의 엄마와 다람쥐 율리시스의 관계는 엄마가 다람쥐를 처리하려고 플로라 몰래 다람쥐를 납치하면서 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갑니다. 다람쥐 입장에서도 예전에 숱하게 겪었던 위험들은 시시할 정도로 지금 닥친 상황이 아프게 와닿습니다. 이제는 잃을 것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렇게 얽히고 얽힌 상황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풀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람쥐가 플로라를 위해 바친 시는 감동이었어요. 게다가 다람쥐 사건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사랑받지도 못하고 세상의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게 싫었기 때문에 다람쥐에게 말을 건내는 딸의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도요. 그렇다고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 마음을 엄마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했었고요. 플로라와 엄마의 이야기 외에 플로라 옆집에 잠시 살게 된 또래 소년 윌리엄의 이야기도 인상깊어요. 심한 트라우마로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왔다고 스스로 믿는 이 소년 역시 그의 마음 속 응어리진 실타래를 풀어야 했던겁니다.

 

 

 

 

무조건 혼자 할 수도 없고 퍼주기만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사랑. 서로의 입장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간 소홀했던 사랑의 표현을 이제는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를 통해 한 가족에게 기적같은 치유가 일어납니다. 마음의 치료사같은 케이트 디카밀로 작가의 책은 유쾌하고 통통튀는 리듬감 속에 숨어있는 감동 스토리가 유난히 잔잔하게 오래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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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더킨트
니콜라이 그로츠니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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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더킨트란 음악, 문학, 예술계의 신동을 뜻하는데 작가 니콜라이 그로츠니 본인도 네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열 살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입상한 경력을 가진 분더킨트였다고 합니다. 소설 《분더킨트》는 1980년대 불가리아 국립음악학교에서 보낸 10대 시절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입니다.  

 

소설 《분더킨트》는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이년 전, 불가리아의 영재들을 위한 소피아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합니다. 열다섯 살인 주인공 콘스탄틴은 일곱 살 때 이곳에 들어가서 현재 방황하는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불가리아라는 역사적 배경상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겪는 사회적 억압이 그의 방황을 더 깊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이리나와의 사랑, 천재 피아니스트 바딤에 대한 존경심, 예술가들 간의 묘한 적대심, 학교체제의 반발심 등 십 대 소년다운 감성과 미성숙한 까칠함과 일탈이 그 시대가 아니었다면, 그 나라가 아니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그저 그런 방황을 거치고 회개하듯 벗어난다 식의 성장소설이 아니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시원한 기분은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소설 《분더킨트》의 묘한 매력이 더 오래 가슴속에 머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콘스탄틴의 담당 선생님인 카티야의 경고는 허투루 들을 수가 없네요. 경주에서 제일 먼저 탈락하는 건 재능 있는 아이이고, 두 번째로 떠나는 건 야망 있는 아이이고, 오직 로봇 같은 아이만 끝까지 버틴다고. 그게 대부분의 피아노 음반이 견딜 수 없이 형편없는 이유라고요.

 

『 아침, 오후 심지어 한밤중에도, 나는 건반 하나를 누르고 세포 하나하나를 모두 사용하여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허공에 울리는 소리의 반향에 맞춰 내면의 존재를 조율하며 그 목소리의 비밀스러운 원천을 찾아 헤맸다. 』 - p47

 

『 음악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험된다. 지금 당장도, 나중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다. 』 - p58

 

콘스탄틴에게 피아노 연주는 절망을 드러내는 행동이자 자신만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가다듬으며 표출하는 행위입니다. 곡을 연주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육체라고 합니다. 힘줄에 불이 붙을 때까지 연주하고 나면 허기와 탈수로 혼미해질 정도로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냈었고, 음악의 성전에서 산다는 건 선물과도 같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퇴출당한 바딤과 이리나. 콘스탄틴조차도 그 길을 걷게 되는데 음악의 성전에서 퇴출당한다는 것이 그들의 삶 자체가 음악으로부터 버림받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 그 고리를 끊어내 버린 것인지......  로봇처럼 반복 훈련만 한 근시안적인 연주가들과 대립하는 이 아이들은 음악 안에서 진실해지고 음악 안에서 자신을 정화하는 천재적 재능을 가졌기에 그만큼 바깥으로부터의 충격과 괴리를 오히려 이겨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걸 이해하는 동시에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기계적인 순종형 인간이 되길 거부하는 방황하는 사춘기를 겪는 이들의 이야기가 안타깝습니다.

 

『 우리 내면의 삶은 아직 국영화되지 않은 유일한 공간이고, 그래서 이를 광적으로 지켰기 때문이리라. 심지어는 연인의 눈으로부터도 방어막을 치면서까지, 우리는 우리 영혼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남몰래 악취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 - p284

 

 

《분더킨트》는 예술가적 감성과 문학적 자질을 겸비한 작가 특유의 문체가 독특한 소설입니다. 첫 문장 '소피아의 하늘은 화강암이다.' 화강암이 주는 그 빛깔과 무게감이 이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쇼팽의 화음에 마호가니 색이 감돈다', 'B단조는 빨간색이야. 가을에만 나타나는 빨강이지. 갈색도 섞였고 마호가니로 덧칠도 했어.' 처럼 소리를 이미지화하는 표현도 신비로웠어요. 대신  '삶이란 쇼팽의 프렐류드를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무엇이었다.' 처럼 그 음악의 감성을 모른다면 단번에 이해하기 모호한 문장도 있습니다.

 

목차도 이색적이에요. 25개의 목차는 바흐, 베토벤, 쇼팽 등의 피아노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쇼팽을 특히 좋아했는지 쇼팽의 곡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고 쇼팽의 곡에 관한 소설 속 주인공의 생각이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피아노곡들 속에 숨겨진 사연은 무엇일까?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궁금해집니다. 그 곡의 이미지와 해당 챕터 사연이 적절히 어우러지니 이왕이면 곡을 들으면서 읽기를 권해드려요. 곡을 들으며 읽다 보면 그 곡의 느낌을 그 상황에 접목해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들이 찌릿 와 닿을 겁니다. 피아노 선율을 문장으로 시각화해서 읽는다는 그 느낌이 정말 묘했어요.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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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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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정드레스님의 두번째 책 《삐딱해도 괜찮아는 삐딱하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이란 주제로 옛날 이야기, 신화, 동화, 영화, 역사 인물 그리고 저저의 경험담 52편이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힘이 되어준 책, 성장에 도움이 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 관한 책, 스토리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기존의 시선과는 달라요. 한마디로 삐딱~~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즐기는 우리들 내면에는 억지로 잠재워진 또 다른 존재가 있다고 합니다. 옛이야기나 신화, 민담은 어떤 사건이나 인간유형이 계속 반복되는지라 그 이야기들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해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본질을 볼 수 있도록, 삐딱한 청춘에서 자유로운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나의 어두운 면을 미리 살펴 내 마음을 스스로 돌봐주어야 한다는 마음 공부가 되는 셈이죠.

 

 

 

 

『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온 시간에 맞게 성숙한 삶의 통찰력을 갖추는 일이다. 성숙한 시선으로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이 좀 더 나아지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나에게는 나이나 외모의 변화에 묻히지 않는 나만의 불멸의 가치가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 - p24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 중 몇 가지 기억에 특히 남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서 고생 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 인상깊었어요. 가만있어도 고난은 알아서 저절로 닥쳐준다고요. 멋으로 인생의 굴곡을 미리 겪어볼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합니다. 삶의 고난이란, 그 나이에 견딜 수 있을 정도만 미리 골라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때 좌절하지 않고 잘 싸우기 위해 현재는 영혼의 항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설화나 우화는 사람이 아닌 존재에 빗대 삶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너무나도 희생적인 사랑은 오히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요. 상황을 한 방에 뒤집는 유머 파트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 빵 터지기도 했는데요. 진정한 사차원끼가 다분히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웃었는지 한참을 페이지 넘기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궁금하면 이 책 214쪽을 보시길 ^^

 

『 책이나 영화는 인생의 모든 디테일을 다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나이 든 나는 알았다. 진실은, 디테일은, 각각의 인생에 있다. 』 - p83

 

 

 

 

 

이렇게 이야기를 다분히 삐딱하게 보려면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매체를 장악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을 지배하는 강자들인데 그들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듣다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이 보여주는 대로만 세상을 보게 된다고요. 삐딱하게 보면 진짜 나다운 인생을 찾게 해 줄 지혜가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내면의 질적 변화와 깨달음이 없다면 변함없이 정체될 수 밖에 없고요. 책장을 덮고 깊이 성찰하며 숙성시키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을 점검해 보자고요.

 

 

 

 

 

『 이야기를 곱씹어 추적해가는 과정은 내가 세상의 틀에서, 기존의 내 속에 든 지식들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어가는, 자유로워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 - p272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저자는 기상천외하고도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신선했어요. 아하~ 이게 이런 숨은 의미를 파악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구나 하며 읽는내내 감탄했네요. 저자처럼 읽으려면 그저 텍스트를 훑는 게 아닌 곱씹어 생각해가며 읽어야 한다는 의미일겁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서도 거기에서 펼쳐지는 생각의 가지, 사유의 깊이는 이렇게도 차이나는구나 라는 걸 제대로 실감했던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개인적 차원의 자각과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깔끔한 맛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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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보는 조선 펼쳐 보는 우리 역사
안미연 지음, 한미경 그림, 박성이 감수 / 현암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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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다른 왕 이름은 몰라도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만큼은 일찍부터 들어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조선이라는 나라이름도 절로 익숙하게 되고요.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둘러보지도 못하니 조선이란 나라는 아이들에게 뜬구름같은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조선을 느껴볼 수 있어요. 《서울로 보는 조선》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는 책입니다.

서울 근교 아이들이라면 광화문 거리, 경복궁 나들이를 한번쯤 하게 되는 기회가 있을텐데 우리 아이도 직접 가 본 곳이 세밀한 그림으로 떡 하니 책에 있으니 어찌나 반가워하던지요. 넉넉한 크기의 판형현재와 과거의 똑같은 장소를 고스란히 비교해 보여주는 방식은 직관적으로 한눈에 사로잡는 효과가 크네요.

 

 

앞부분에는 현재를, 책 날개를 양쪽으로 펼치면 과거를 보여줍니다.

 

조선의 도읍지 한양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왕이 살던 경복궁만 다룬게 아니라 광화문거리 (육조거리), 북촌 (양반촌), 종로 (운종가), 청계전 등 왕과 백성의 생활상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좋았어요.


 

 

책 날개 안쪽에는 조선의 이야기가 보충설명 되어있어요

 

 

조선 역사와 인물 이야기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경제가 두루두루 나와 조선의 사회상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요.

 

 

반만 딱 펼쳐보면 더욱 실감나지요~

같은 장소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게 아이 눈에는 정말 신기한가봅니다. 유적지를봐도 동떨어진 느낌이 들고 과거의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는데 이렇게 비교샷을 보면 과거와 오늘을 연결하는 고리가 더욱 끈끈해지는 느낌이예요.

 

아이는 이 책을 보면서 왜 옛날집들이 다 없어졌는지 생각하더군요. 빌딩숲이 된 현재의 모습보다 과거의 모습이 더 정겹게 느껴지나봅니다. 아이의 말을 들으니 좀더 옛것 그대로 남아 있거나 재생복원이 더욱 더 어우러졌다면 하는 생각도 덩달아 해봅니다.

 

다시 저곳을 가면 이번엔 그저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 동상이 있는 곳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옛날엔 이곳에 육조가 있었구나 하며 실감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겠네요. 곤장 맞고 있는 그림을 아이가 재미있어 했는데 광화문거리를 거닐다가 "이쯤에서 곤장맞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라는 말을 하겠는걸요 ^^ 《서울로 보는 조선》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매끄럽게 해 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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