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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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비록 온 땅이 가린다고 할지라도

사악한 행동은 자꾸 일어나

사람의 눈에 띄고 말지니.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대사. 귀에 익지요. 바로, TV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1'에서 자주 들었던 대사예요. 진행자인 김상중 씨의 말이지요. 인상적이었어요.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한 소중한 외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본 오랫동안 기억하는 세 미제 사건이 있어요. 대한민국 3대 영구 미제 사건2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이지요. 그 세 사건은 ‘화성연쇄 살인사건(1986~1991년)3’,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1991년)4’,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5'이에요. 공소시효가 지나기까지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안타까운 사건들이지요. 각각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아이들... (Children..., 2011)', '그놈 목소리 (Voice Of A Murder, 2007)'로 영화화되기도 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세 사건이에요. 이런 미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 프로파일러의 시초. 존 더글라스가 있어요. 그의 회고록이 저에게 말을 거네요.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가령 동물의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한번 생각해보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사자 한 마리가 있다. 그 사자는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영양 떼를 본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수천 마리의 영양 중 단 한 마리를 집어낸다. 우리는 사자의 눈빛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사자는 동물적 후각을 발동하여 영양 무리 중 가장 허약하고 맥없고 만만한 희생물을 한 마리 골라낸다. 사자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훈련되어 있는 것이다.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내가 그들 부류의 한 사람이라면 나는 매일 사냥에 나가는 그 순간 가장 만만한 먹잇감을 찾을 것이다.' -36쪽.


 역지사지(易地思之). 범죄자들 밝혀, 체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건 역지사지네요.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면, 맹수가 사냥을 하잖아요. 존 더글라스도 그 비유를 하며, 사냥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고 해요. 가장 기본일 거예요. FBI 수사관으로서 마인드헌터6인 그. 수많은 UNSUB(unknown subject 미확인 범죄자)를 검거한 그. 25년간 악전고투(惡戰苦鬪)했어요. 그는 '흉악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여행길은 끊임없는 경탄과 통찰이 뒤따르는 발견의 길이다.(225쪽)'라고 하네요. 그 가시밭길. 그 길에 그의 빛나는 발자국이 남았을 거예요. 그런데, '프로파일링 업무에 종사하다보면 자기의 의견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늘 안고 살아야 한다. 그 위험은 엉터리라는 질책을 감수해야 하는 개인적 측면보다는 틀린 의견으로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크다.(555쪽)'라고 고백해요. 그랬기에 더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거예요. 그럼에도 때로는 괴룡을 잡지 못하기도 했고, 또 괴룡 때문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고 해요. 


 총 19장의 이야기. 장마다 알맞은 범죄 사례를 알려줘요. 그리고 어떻게 프로파일링을 했는지 설명하고 있고요. 흡사 셜록 홈즈 같아서 감탄하기도 했지만요. 너무나 가슴 아픈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울컥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매춘부와 토플리스 댄서들을 납치, 숲에 풀어놓고 사냥하듯 쏘아 죽인 로버트 핸슨의 이야기를 비롯해서요. 그에 못지않은 잔인한 범인들의 이야기! 정말 천인공노할 범인들의 이야기였어요! 손이 떨리는 것 같았어요. 마치 우리나라의 유영철7, 강호순8 등의 흉악범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영광스런 상처를 안고 싸우는 한 영웅도 봤어요. 비장한 영웅. 존 더글라스였어요. 그의 노고에 감사하게 되네요. 그가 열었던 수많은 진실의 문이 있었기에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거예요.   




 덧붙이는 말.

 

 1.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NETFLIX 드라마 <마인드헌터>의 원작이라고 해요.

 2. 존 더글라스는 토머스 해리스가 쓴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곤>에 등장하는 FBI 요원 잭 크로포드의 모델이라고 해요. 또, 그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이슨 기디언의 모델이라고 하고요.

 3. 2006년 출간된 <마인드헌터>의 개정판이에요.    


 

  1. https://namu.wiki/w/%EA%B7%B8%EA%B2%83%EC%9D%B4%20%EC%95%8C%EA%B3%A0%EC%8B%B6%EB%8B%A4
  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06/2015020601943.html
  3. https://namu.wiki/w/%ED%99%94%EC%84%B1%20%EC%97%B0%EC%87%84%EC%82%B4%EC%9D%B8%20%EC%82%AC%EA%B1%B4?from=%ED%99%94%EC%84%B1%EC%97%B0%EC%87%84%EC%82%B4%EC%9D%B8%EC%82%AC%EA%B1%B4
  4. https://namu.wiki/w/%EA%B0%9C%EA%B5%AC%EB%A6%AC%20%EC%86%8C%EB%85%84
  5. https://namu.wiki/w/%EC%9D%B4%ED%98%95%ED%98%B8%20%EC%9C%A0%EA%B4%B4%20%EC%82%AC%EA%B1%B4
  6. 인적자원 스카우터를 헤드헌터라고 하듯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이용, 검거를 지원하는 수사관을 마인드헌터라 부른다고 해요.
  7. https://namu.wiki/w/%EC%9C%A0%EC%98%81%EC%B2%A0
  8. https://namu.wiki/w/%EA%B0%95%ED%98%B8%EC%88%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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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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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 출처: RHK 네이버 포스트)


꽃밭 가운데 술 항아리

함께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술잔 들어 밝은 달 모셔오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이백(701~762년), '달 아래서 홀로 마시는 술' 중에서.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李白(701~762年), '月下獨酌' 중에서.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고 시작하는 전래 동요가 떠오르네요. 이어서 이태백이 놀던 달을 그린 시도 읊어 보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강릉 경포대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하지요. 밤하늘의 달, 호수의 달, 바다의 달, 술잔의 달, 마지막으로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1. 저도 달과 벗하며, 글과 대화했어요. 소설 '아르테미스2'예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지요. 이 이야기에도 달이 뜨네요.

  

 (사진 출처: RHK 네이버 포스트)


 '나는 달의 첫 번째(그리고 지금까지는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아르테미스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球)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아르테미스는 옛날 SF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

 (중략)

 이곳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서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라면 부자 관광객과 괴상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의 사람도 필요하다. ‘J. 돈많아 넘쳐흘러 3세’께서 스스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힘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20쪽.


  달의 도시예요. 이름은 '아르테미스.' 그곳에 다섯 개의 구(球)가 있어요. 마치 경포대에 뜬 다섯 개의 달 같네요. '아르테미스'에는 한 소녀가 살고 있어요. 여섯 살부터 달에서 살아요. 이름은 '재즈 바샤라'예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과학과 수학의 천재예요. 그런데, 짐을 나르는 일을 하지요. 그리고 불법 밀매업을 하는 범죄자예요. 지갑이 가벼운 이 소녀. 돈을 찾아다니게 되지요.


 '"평가하려는 게 아니야." 트론이 말했다. "그냥 분석하는 거지. 넌 정말로 똑똑하고 돈을 원해. 나는 정말로 똑똑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 관심 있나?"

 "흠……." 잠시 생각했다. 가능하긴 한 일일까?

 일단 에어로크에 접근해야 한다. 도시 전체에는 에어로크가 단 네 개 있고, 사용하려면 면허를 가진 EVA 길드의 회원이어야만 한다. 에어로크의 조작반은 기즈모를 통해 이용자를 확인한다.
그러고 나면 몰트케 언덕까지 3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어떻게 이동하지? 걸어서? 일단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확기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고 운행을 하기 위해 360도로 움직이며 주위 모든 걸 촬영한다. 어떻게 들키지 않고 망가뜨릴 수 있을까?

 (중략)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난 밀수꾼이지 파괴 공작원이 아니잖아. 그리고 전체적으로 뭔가 수상한 냄새도 나고.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100만 슬러그를 주지."

 "합시다." -77~78쪽. 

  

 그리고 부자인 트론의 제안을 받게 되지요. 임무를 완수하면 복권 당첨금과 같은 큰돈을 얻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독이 든 성배'예요. 재즈는 결국 그 성배를 들고요. 마셔요. 파괴자가 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일은 얽혀서 트론은 죽고, 재즈는 위험이라는 성배의 독에 중독되어 도망자가 되지요. 재즈는 똑똑하지만, 경험이 부족했어요. 커져만 가는 위험의 독. 재즈는 그 해독의 힘찬 모험을 해요. 믿음으로 하나된 벗들과 함께요.

 

양해, '이백음행도(李白吟行圖)'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야기 '아르테미스'에는 유식(有識)과 해학(諧謔)이 어우러져 있어요. 유식으로 달의 도시를 꼼꼼히 그려 냈고요. 해학으로 말괄량이 소녀를 돋보이게 했어요. 중국 신화에서 달의 여신 '항아3' 이야기가 있잖아요. 달에는 항아, 토끼, 두꺼비도 산다고 말하지요. 이 소설에서도 여러 얼굴의 사람들이 살아요. 단연, 빛나는 얼굴은 재즈고요. 소녀 재즈, 시인 이백을 닮았어요. 천재적이면서, 자유분방해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시를 지었다는 이백.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악당을 물리치는 재즈. 그녀가 보여 주는 달의 춤이 즐겁네요. 재즈의 달빛이 모두를 비춰요. '아르테미스'라는 글 안에 뜬 달. 재즈의 눈동자의 달. 배 타고 올라가 그 달빛 얻어오고 벗이 되어 함께 웃고 싶네요. 이백도 초대해야겠지요.

 

 앤디 위어의 두 번째 소설, '아르테미스.' 그의 노력이 느껴져요.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관이 깊어요. 또, 개성 있는 소녀, 재즈도 사랑스럽고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전작인 '마션'을 안 봤는데요. 그 무대인 화성으로도 여행을 가고 싶네요. 그곳의 마크 와트니도 만나고요. 아, '아르테미스'를 그려 낼 영화도 기대되네요.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12/0200000000AKR20160912070700062.HTML?input=1195m
  2.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97925&cid=58143&categoryId=58143
  3. https://namu.wiki/w/%ED%95%AD%EC%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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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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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라이즌 제로 던.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아버지와 딸.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 그를 이른바, '딸바보'라고 하잖아요. 그런 아버지에게 딸은 재롱을 안겨 주고요. 여기, PlayStation4 Game 하나가 있어요. 이름하여, '호라이즌 제로 던(Horizon Zero Dawn).'1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 딸바보인 양아버지가 딸에게 사냥과 추적을 가르치지요. 기계 사냥과 추적이에요. 양아버지의 이름은 로스트(Rost) 딸의 이름은 에일로이(Aloy)지요. 정말 사이 좋은 부녀(父女)예요. 그런데, 한 소설이 있어요. 아버지에게 사냥과 추적을 배웠지만, 이제 아버지를 추적하고, 사냥해야 하는 딸의 이야기예요. '마쉬왕의 딸'이지요.


 '제이콥 홀브룩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마쉬왕[Marsh king, 늪을 다시리는 왕]이,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애초에 그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 바로 나였다.' -24쪽.


 교도소에서 탈출한 아버지. 그를 감옥에 보낸 건 바로 딸, 헬레나. 그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가석방이 불허된 무기징역 죄수예요. 그가 교도소 이동 중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어요. 13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요. 그는 서른다섯살에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감금했었지요. 그 소녀는 헬레나의 어머니. 헬레나는 그와 유괴된 소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거예요. 헬레나는 늪 생활의 모든 것을 늪의 제왕인 아버지에게서 배웠지요. 12살까지요. 헬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늪을 떠났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쉰 살. 2년 후 잡힌 그.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으레 긴장이 되지만, 지금 사냥해야 할 것은 아버지였으니까. 어릴 적 내가 사랑하던 남자이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12년 동안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이며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나는 사냥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에게서 탈출했고, 이제 그가 탈출해 내 가족은 부서져버렸다.' -74쪽.

 

 이제는 스티븐의 아내. 아이리스, 마리라는 두 딸의 엄마인 헬레나. 이제 탈옥수 아버지를 사냥해야 해요. 아버지와 섬뜩한 술래잡기를 해야 하지요. 1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요. 

 

선녀와 나무꾼.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마쉬왕의 딸'과 대화를 나누며, 제가 생각한 건요. 우선, 유괴. 그리고 낳은 딸. 자연스레 납치혼2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에서는 보쌈이라고 하지요. 물론, 여인들의 재가(再嫁)를 금지던 시절. 합의하고 하기도 했었지만요. 그외에는 옳지 않았지요. 악습이에요. 생각해 보니,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3에서도 납치혼이 보이네요. 선녀의 날개옷을 숨긴 나무꾼. 선녀는 나무꾼과 함께 살게 되지요. 아이도 낳고요. 이제 납치혼은 범죄지요.

 또, 생각한 건요. 사냥의 긴장감이에요. 헬레나도 애증의 아버지 사냥을 앞두고,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고 하잖아요. 그런 헬레나를 보며, 저도 그랬어요.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도 절제를 품은 긴장감으로 기계 사냥에 나서지요. 은신(隱身)에 이은 깔끔한 공격! 게임이기에, 소설이기에, 짜릿해요. 그리고 '마쉬왕의 딸'에서는 사냥의 긴장감에 애절함이 더해지지요. 사냥의 객체가 아버지이기에 그래요. 비록, 애증의 아버지라도요.

 소설, '마쉬왕의 딸'은요. ​납치혼의 아픔으로 태어난 딸이 애증의 아버지를 사냥하는 이야기예요. 납치혼의 상처와 사냥의 긴장감. 그 심리를 잘 그렸어요.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으시게 되면요. 아마,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고 외치실 거예요.

 


  1. https://namu.wiki/w/%ED%98%B8%EB%9D%BC%EC%9D%B4%EC%A6%8C%20%EC%A0%9C%EB%A1%9C%20%EB%8D%98
  2. https://namu.wiki/w/%EB%82%A9%EC%B9%98%ED%98%BC
  3. https://namu.wiki/w/%EC%84%A0%EB%85%80%EC%99%80%20%EB%82%98%EB%AC%B4%EA%BE%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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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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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누명.

 

 기억. 긴 기억과 짧은 기억이 있어요. 또, 기억은 흐릿한 기억, 왜곡된 기억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모든 것을 뚜렷이, 그리고 사실대로 길게 기억하는 남자가 있네요. 과잉기억증후군이에요. 얼핏, 부러웠어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제가 그런 기억력을 갖는다면, 가장 어려운 시험에 도전할 것 같아요. 시험 준비할 때, 책의 뒷부분까지 읽게 되면요. 책 앞부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능력이 도와준다면, 전국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입신양명(立身揚名)1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그렇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의 이 남자는요. 이 능력이 저주가 됐다고 해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한 그날 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래요. 불운이에요.

 

 누명. 억울하지요. 여기,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남자가 있어요. 그것도 친부모를 살해한 사형수로요. 존속 살해의 패륜아. 그의 누명이지요. 그리고 사형 집행일. 극적으로 살아나요. 진범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억울한 그에게 행운이 다가온 거예요.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도 사형 집행 직전 살아났다고 해요.2 러시아 니콜라이 1세의 연극이었지만요. 그 경험은 그에게 깊이를 더해주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요. 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어요.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왔지요. 그의 이름은 앤디 듀프레인. 그는 쇼생크 교도소를 벗어나, 구원(Redemption)을 얻어요. 희망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어요. 이제 20년의 감옥 생활을 뒤로 하고, 누명을 벗으려는 그. 다가온 행운으로 진실을 찾아가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요.

 

 에이머스 데커, 멜빈 마스. 그리고 동병상련.

 

 기억으로 상징되는 에이머스 데커. 누명으로 상징되는 멜빈 마스. 에이머스 데커는 멜빈 마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3을 느껴요. 지금은 벗었지만, 누명을 쓴 적이 있었거든요. 과거에 기억과 누명의 상징이었던 거예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데커는 FBI 미제 수사팀과 함께하기 위해 콴티코로 가고 있었어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마스의 이야기를 들었고요. 죽음이 다가온 찰나, 살아난 사형수 마스의 이야기를요. 멜빈 마스는 미식축구 선수였어요. 가장 빛나는 유망주였고요. 데커도 미식축구 선수였지요. 또, 데커도 가족 살해범으로 누명을 썼었고요. 그리고 누군가 나타나 진범임을 고백했었지요. 그러니, 동병상련이 안 찾아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인 그의 능력으로 마스를 돕기로 해요.  

 

 사형 제도, 인종차별.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단 한 명이라도 너무 많죠. 그리고 분명히 한 명은 넘을 테고."' -185쪽.

 

 마스가 사형수였고, 사형 집행이 가까웠기에 사형 제도4의 이야기가 있어요. 영화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 2003)'에서도 사형 제도 존폐5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요. 이 이야기도 그래요. 2017년 11월 19일 현재,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 제도 폐지 국가인 거예요. 무고한데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이 없어야겠다는 표현인 것 같아요.

 

 '"나는 부모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자예요. 두 분 중 한 분은 백인이었죠. 자, 여기는 남부예요. 여기는 텍사스라고요. 내가 미식축구 스타였을 때는 다들 나를 사랑했죠.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자 내 곁에는 친구 하나 남지 않았어요. 그저 어떻게든 사형만은 면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흔한 흑인 죄수가 되고 말았죠. 빌어먹을. 텍사스는 다른 어떤 주보다 사형당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그중 엄청 많은 사람이 흑인이죠."' -134쪽.

 

 그리고 미국의 인종차별6. 특히, 백인에 의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그 이야기가 있어요. 마스가 흑인이기에, 남부인 텍사스에 살기에, 자연스레 담겨 있네요. 인종에 차별이 있으면 안 되겠지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핵심은, 멜빈, 당신이 당신 어머니를 알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거기에는 거짓이 없어요. (……) 하지만 나는 당신 어머니가 그 모든 걸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

 "나는 사랑을 알고, 그게 사람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아요, 멜빈.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에요. 내 뇌가 얼마나 많이 변했든 그것만은 항상 기억할 겁니다."' -484~485쪽.

 

 멜빈의 어미니. 그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성(母性)을 바탕으로 한 어머니의 사랑. 저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7가 그려지네요.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라고 해요. 멜빈의 어머니도 아들에게 자비가 베풀어지기를 바랐던 거예요. 성모 마리아처럼요. 따스한 모성이에요. 그 안에서 멜빈은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요. 새로운 희망으로 구원을 만나게 되지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 대해서.

 

 '에이머스 데커' 이야기의 두 번째예요. 첫 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일명, 모기남)'에 이은 '괴물이라 불린 남자'인 거예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첫 이야기와 대화를 안 나눴는데요. 두 번째 작인 이 이야기와 대화를 나눴어요. 즐거운 대화였네요. 반전을 품은 힘찬 모험 활극! 책과 결혼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권태기에 특효약이네요. 효과 좋아요.   

 

  

 


  1.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
  2. '죽음의 심연을 응시했던 사형 체험', 박영은, 도스토예프스키, 살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47477&cid=41773&categoryId=41777 ), '도스토예프스키 씨, 용서란 무엇인가요?', 신연선, 채널예스 ( http://ch.yes24.com/Article/View/28432 )
  3.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을 이르는 말.
  4. https://namu.wiki/w/%EC%82%AC%ED%98%95
  5. https://namu.wiki/w/%EC%82%AC%ED%98%95%EC%A0%9C/%EC%A1%B4%ED%8F%90%20%EB%85%BC%EB%9E%80
  6. https://namu.wiki/w/%EB%AF%B8%EA%B5%AD/%EC%9D%B8%EC%A2%85%EC%B0%A8%EB%B3%84
  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69221&cid=40942&categoryId=3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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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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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디(Catdaddy)가 있어요. 제 여동생의 남편이지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러 다녀요. 그 아빠를 본받아 제 첫째 조카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고양이 컬러링 북을 선물로 주기도 했지요. 고양이를 닮은 메모지도 손에 건네주었고요. 그런 조카를 보며, 저도 자연스레 고양이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면, 조카 생각에 흐뭇해지기도 하고요.

 '뽀짜툰'이라는 고양이 웹툰을 만났을 때, 우선 반가웠어요. 첫째 조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또 생겨서요. 제가 만난 '뽀짜툰' 여섯 번째 이야기. 반려동물로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愛猫人), 채유리 씨의 여섯 번째 이야기. 여러 일화가 담겨 있었어요. 뽀또와 짜구, 쪼꼬, 포비, 봉구의 이야기. 그 색채가 다채로웠어요.  

 

 

'2016년 9월 21일 밤 10시경.

내 예쁜 고양이 짜구는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갔다.' -93쪽.


 짜구의 몇 이야기. 슬픈 이야기였어요. 짜구의 죽음. 그 파장이 제 온몸을 감쌌어요. 그리고 온몸에 차가웠어요.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1930~1993), '창작과 비평(1970. 6.)'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짜구. 하늘로 돌아간 짜구.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지요. 귀천의 천상병 시인도 반려동물을 키웠다고 해요. 개를 키웠다고 해요.1 애견인이었던 천상병 시인. 지금, 하늘에서 그 개들과 함께 있겠지요. 짜구는 먼저 가서, 채유리 씨를 기다리겠고요.


 고양이 집사의 고양이 만화인 이 책. 슬프기도 했지만, 아름다웠어요. 빛나는 눈물이 흘렀지요. 작은 물고기인 '구피'가 하늘로 갔을 때, 하염없이 울던 첫째 조카에게는요. 짜구의 죽음을 이야기하지 말아야겠어요. 너무 울 것 같아요. 뽀또, 쪼꼬, 포비, 봉구! 지금은 첫째 조카에게는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온 고양이를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뽀짜툰 6'을 보니, 뮤지컬 '캣츠'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캣츠'의 원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시도 궁금해지네요. '배트맨'의 '캣우먼'도 그리워져요. 2017년 6월에 DC코믹스의 배트맨이 캣우먼에게 청혼한다고 들었는데요.2  배트맨과 캣우먼.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네요. 

 '캣츠'의 그리자벨라(Grizabella)와 '배트맨'의 '캣우먼'. 그리고 '뽀짜툰'의 짜구. 희망의 고양이예요. 이 세상 소풍을 와서 아픔을 겪고, 하늘을 바라보는 고양이. 그래도 이 세상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고양이. 첫째 조카가 더 자라면, 희망의 고양이를 이야기해줘야겠어요.  

 



 

  1. 천상병 시인은요. 키우던 개를 마음에 담아 시를 지었어요. '똘똘이', '복실이 1, '복실이 2', '똘똘이와 복실이'라는 시를요.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124761 )
  2. 'DC코믹스 배트맨 마침내 '청혼'…상대는 캣우먼', 김종우 특파원, 연합뉴스 2017.6.7.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9318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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