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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 박정희 할머니의 나의 수채화 인생, 런던 홀릭
나는 그림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누가 말리는건 아니지만 첫째로는 책 사는데 돈을 너무 많이 쓰고 둘째는 책 읽는데 남는 시간을 다 쓰고 셋째는 딱히 배우러 갈만한 학원이 근처에 없어서 못배우고 있다. 첫째, 둘째 이유야 그렇다 치고 세번째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그림학원이란게 대체로 입시학원일 경우가 많지 직장인 취미교실인곳은 부산에서는 참 드물다. 퇴근하고 가야하니 너무 먼 곳은 가기 힘들고 가까운 곳이라도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무안키도 해서 오래 하기가 힘들다. 제일 큰 이유야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이다. 남는 시간과 가용 가능한 돈을 전부 다 책에 쏟아붓고 있으니 거기서 더 쪼갤래야 쪼갤것이 없다. 그래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그림을 잘 그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손으로 뭔가를 할줄아는 재주가 참 부럽다. 그림, 음악, 공예 이런것들중 하나라도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다. 저렇게 수채화 그리고 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에 샀는데 내용은 별거없다. 그냥 어려서부터 배운 그림을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어려운 과정에서도 손에서 놓지 않아서 늘그막에 재미있게 살아간다는 얘긴데 솔직히 책 내용만을 생각하면 약간 실망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수채화 그림이 참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오로지 그것뿐이다. 그래도 읽다보니 나도 늙어서라도 이렇게 그림 배우고 살고싶다는 생각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꿈이 하나 더 생긴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렇다. 지금은 못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두고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런던 홀릭은 간만에 본 재미있는 여행가(?)다. 사실 그곳에서 3년째 살아가면서 쓴 얘기라 정확히 말해서 여행기라기는 좀 뭣한데 글은 참 좋다. 전직 기자라더니 글을 참 재미있게 잘썼다. 주제도 명확하고 문체도 좋아서 재미있게 참 잘 읽었다. 요 근래 본 몇몇 여행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스타 여행, 겨울 여행, 기차 여행 등등에 해당하는 여행기를 봤는데 2%정도가 아니라 20%정도 모자란 느낌이라서 실망이 컸다. 물론 중간에 아주 마음에 드는 책도 두어권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조금 모자랐다. 이런 아마추어 여행가들의 책은 그만 사야지 하다 전직 기자라 아마추어는 아니겠지 싶어서 샀는데 책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어제 집에서 그동안 모아둔 여행기들이 뭐가 있는지 한번 훑어봤다. 가지도 않을 여행 참 여행기는 어쩌면 그렇게 많이 샀는지...보다보니 여행기란게 참 아마추어의 책이 많다. 처음에는 그런 책들도 신선한 맛에 참 재미있게 잘도 봤는데 하도 그런 종류가 많이 나오다보니 이제 식상하다. 요근래에 산 책들은 대부분이 별로라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사모은다. 여행기에는 웬지 모를 매력이 있어서 중독되기 쉽다.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여행기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클릭질을 하게 된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은 언제나 강력하다.
일도 끝나서 한가한데 곽차장이 자꾸 자기 일을 떠넘겨서 귀찮아 죽겠다. 자기 일 해준다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주제에 안해주면 그거도 안해준다고 서운해 한다. 말 한마디가 천냥빚 갚는다고 했는데 그런걸 모른다. 달랑 사장이랑 나랑 저랑 셋있는데 그래도 지가 상사라고 생색을 내려고 든다. 사무실 직원이 둘이나 그만뒀는데 더 뽑지를 않으니 일이 늘어나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떠넘기려고 드는건 싫다. 해줘봤자 표도 안나는 일을 왜 굳이 해주겠다. 그렇게 마음 좋지는 않다. 솔직히 곽차장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곽차장은 안그런척 하지만 은근히 무례한 사람이고 나는 나대로 싫은거 티내는 성격인지라 우리 사이가 원만치는 않다. 앞날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