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약간 흐리다 오후 늦게 비

오늘의 책 : 모든 책은 헌 책이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별반 쓸모가 없는 책이다. 헌책방과 그곳에서 만난 책,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 첫째로 헌책방 소개가 별 쓸모가 없다. 나는 부산에 사니까. 그리고 부산의 모든 헌책방은 다 보수동에 있으니까. 내가 서울 갈일도 없을뿐더러 설혹 간다고 해도 소개된 헌 책방을 돌아다닌건 좀 무리인것같다. 관광으로 생각하고 돌아보기에는 재미가 떨어지고 중고책을 사서 부산까지 들고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웃길것같다. 무슨 고서를 사는것도 아닌데 외국도 아니고 서울에서 부산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재미가 확 떨어진게 첫째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고 둘째는 정말 미안하게도 문장이 내 마음에 안든다. 작가분이 잘못 썼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이런 느낌의 문장을 내가 싫어하는것 뿐이다. 조근조근 마치 조신한 여성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듯한 느낌의 문장인데 나는 이런 느낌 싫어한다. 낯 간지럽다고 할지 부끄럽다고 할지. 뿌리까지 경상도 여자인 나는 이런 살가운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남자들이 말하는게 참 듣기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어쩌랴. 서울사투리 그거 경상도 사람 정서에는 참 안맞다. 그러니 읽는 내내 어딘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참 불편했다.  

우리나라의 책방 사정이 참으로 열악하다. 헌책방 뿐만 아니라 책으로 먹고사는 모든곳이 힘든게 사실이다. 새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그 책들이 잘 유통이 되어야 하는데 어린이 도서나 참고서가 아니면 돈이 안된다. 도서관같은 곳에서 대량구매를 해줘야하는데 그런 지원도 열악하고 일반 시민들은 잘 안사보고 하니 출판업계 전체가 힘들다. 내 주위를 다 둘러봐도 책 읽는 사람이 없다. 1년에 한권이라도 읽으면 다행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빌려줘도 읽지도 않으면서 돌려주지도 않는다. 이젠 절대 책 안빌려주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 책들이 아까워서. 읽지도 않으면서 빌려가서 잃어버리는 인간들 때문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헌책방을 자주 이용하고 서점에도 자주 가면 오죽 좋겠는가. 그런데 돈도 모자라고 시간도 모자란다.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하고 나면 내 시간이라고 해봐야 5시간 정도다. 그것도 새벽 2시에는 자야지 그정도 시간이 남는다. 아니 일단 퇴근시간에 가면 보수동 책골목이 문을 닫고 있다. 주말에 가야지 싶어도 나는 토요일도 정상 근무한다. 일요일은 책골목이 격주로 쉰다. 그러니 갈수 있는 날이 한달에 2번. 그래도 20대 초반에는 부지런히 다녔다. 근데 이제 무리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주말에 밀린 청소니 빨래도 해야하고 좀 쉬어도 줘야한다. 그러니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서점만 죽어라고 이용한다. 없는 돈에 사는 책이라 할인율도 무시할수가 없다. 동보서적이 문을 닫은게 아타깝기는 하다. 그래도 정가 다 주고 책사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 20%할인이면 행복하고 더러 반값에 사고싶던 책을 사면 하늘을 날것같다. 전에는 중고 별로 안좋아 했는데 이제 적은 돈에 많이 살수 있어서 많은 책을 중고로 사고있다. 우리나라 서점이 무너지는데 나도 일조를 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처음에는 달가와 하지 않던 인터넷 서점이 요새는 내가 드나드는 서점의 전부다. 보수동 책골목을 드나들지 않은게 벌써 5년째다. 그 전에는 주말마다 갔었는데 나이가 드니 주말 하루쯤은 이불속에서 뒹굴거려보고 싶다. 점점 게을러지는게 사실이다. 마음아프지만 어쩌겠나 싶다. 무리하면서 책방을 다닐수는 없지않나.  내 생활과 내 지갑이 빤한데 내 사정이 먼저지 무너지는 서점 걱정을 우선 순위에 둘수가 없다. 그런 어딘지 모를 불편한 감정이 이 책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데 한 몫을 하는것 같다. 본디 자기 흠은 보기 싫은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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