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처럼 글쓰기가 괴로운 적이 없다. 7년 전, 운전하고 가는 데 티코가 난데없이 옆구리를 박은 적이 있다. 내차는 중형차였기에 박은 차보다 많이 망가지진 않았다. 하지만 한동안 운전하면서 어디선가 갑자기 차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운전할 때마다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기분이 딱 그때와 같다. 하루 24시간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사는 사람이지만, 그 바쁜 틈을 타 글을 올리는 일이 꽤 즐거웠고 보람되었기에 부족한 줄 알면서도 열심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타와 비문의 지적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타가 나도 고치지 않은 글이 수두룩하기에 많이 찔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것은 한번 멈추게 되면 두 번 다시 글을 못 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한 문장을 쓰면 이상해 보이고 같은 말을 해도 어색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어 요즘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글쓰기 책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 인터넷서점에서 할인을 많이 해 주 길래 샀는데 이렇게 많은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구나.

 

저자는 기자출신으로 ‘포인트 라이팅’이란 글쓰기 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현재 서평쓰기 교육프로그램인 ‘서평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서평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평에 대한 글쓰기의 정확한 핵심을 잘 잡아준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노트를 들고 메모를 하며 읽어야 했을 정도로 아주 유익한 책이다.

“ 첫째, 글쓰기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글을 그냥 시작해라. 되도록 분량이 많은 글을 써봐라.

글에서 전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버려라.

일단 불완전하게라도 초벌쓰기를 하면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중에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저자는 글이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짓는 것‘이라고 한다. 서평을 쓸때 가장 아쉬운 점이 점점 장문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 점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 고민 또한 저자는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단문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이런 단문쓰기를 연습할 때도 규칙이 있다.

 

첫째, 한 문장이 가능한 두 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둘째, 한 문장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넣는다.

셋째, 문장이 길면 허리를 끊어 단문으로 만든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마구쓰기를 해보라고 조언하는 부분이었다. 글문이 터지지 않을 때 ‘마구쓰기’를 해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마구쓰기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연습과정 중 하나다. 마구쓰기는 글문을 튀우는 일이며, 내 안에 잠재된 글쓰기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이다. 이것도 원칙이 있다.

 

단문으로 쓸 것, 한번 시작하면 일정 시간 멈추지 말고 쓸 것,

맞춤법을 의식하지 말 것이다.

이 과정은 일종의 ‘나 홀로 브레인스토밍’이며 주제를 정하고 쓰면 더 좋다고 한다.

 

 

윤대녕 작가가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서서히 내 삶에 스며들어 읽고 쓰는 행위로 인해 위로와 행복을 얻는다. 조금 부족하지만 , 다행이도 나의 글쓰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대책 없었던 글쓰기에 반성도 되지만 아주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서평쓰기에 조금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드 2 - 가난한 성자들 조드 2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겔은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하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듯이 12세기와 13세기의 몽골에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였다. 주기적으로 불어 닥치는 조드에 의해 수많은 생명은 초원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유목민들의 삶은 초토화되었다. 그럼에도 형형히 빛나는 푸른하늘의 영원함은 상대적으로 인간의 탄생, 소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푸른 하늘과 인간, 그 간극에 영웅 테무진이 시대를 바꾸려 서 있었다.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푸른 하늘 아래 머물다가 떠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의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나그네가 지나가듯이 죽음과 소멸이 스쳐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테무진은 신격화된 푸른 하늘에 의한 탄생과 소멸의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은 겸손한 생명은 살릴 것이며 건방진 것들은 거둬갈 것이기에 , 조드로 더 이상 죽음에 무방비하게 있던 유목민들에게 조드를 대비하여 행동지침을 만드는 것이 테무진이 칸이 되어서 처음 한 일이다.

 

테무진이 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일곱 명의 사내로 사만 명의 군대를 만들고, 빼앗긴 아내를 찾았으며, 끝까지 전리품을 갖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부르 초원의 전투에서 전리품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내를 되찾아오기 위한 전투의 신성한 뜻이 훼손 될까 그런 것이었는데 당시 유목민들이 전투에서 전리품을 취하는 행위는 당연한 행위였기에 테무진이 값비싼 전리품들을 모두 자무카에게 양보하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승리의 중심에 있던 자무카보다 테무진에게서 사람들은 보석같이 빛나는 인간성과 같은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바탕으로 하여 테무진을 따르는 유목민들이 많아지자, 그들을 통솔하기 위한 방침이 내려지게 되는데, 아마도 국가가 성립이 되면 법령이 선포가 되듯이 테무진의 행동방침은 무척이나 엄하고 무서운 권력의 모습을 보인다. 유목민의 삶에서 복수란 당연한 것으로 세대에 세습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을 명예로 느꼈었던 그들의 법에 처음으로 느끼는 공권력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에게 복수하는 원한관계가 아니라 복수할 대상조차 없는 무조건 복종하게 하는 권력의 힘이다.

 

 

평민과 종의 자식에게 군대를 맡기고 혈연 위주의 통치구조에서 씨족을 해체하여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정치와 엄격한 행동방침은 유목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무조건적인 신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짐승과 더불어 살았던 유목민의 삶이었지만, 인간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손수 행동으로 보여주며 억압보다는 자유와 유목민들과의 대화를 즐겨했던 칭기스칸의 능력은 어찌보면 혼혈이자 인간의 군집에 불과했던 집단을 하나의 군사공동체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이것이 바로 칭기스칸의 이름을 영웅의 대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희생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존중하오. 나의 소명이 중요했기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도 무거웠소. 나와 나의 부하들은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소. 내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에는 위대한 이름이 남게 될 것이오. 세상에는 왕들이 많이 있소. 그들은 내 이야기를 할 거요."

 

 

칭기스칸의 삶은 이 시대에게 지도자로서의 표상을 제시해준다.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사회구조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민중은 영웅을 기다린다. 과거 영웅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많은 지식의 결과물에 의해서 영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되면서도 상당히 역설적인 사실이다. 칭기스칸의 삶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웅의 삶이 아니라 숱한 생사의 고비와 혈족들의 수많은 배신이라는 과정이 결국 지도자(또는 영웅)의 큰 잣대의 완성을 해 낸 것이리라. 그의 영웅으로서의 면모는 역행이 아닌 순응의 과정, 즉 처단과 반목이 아니라 격려와 아우름으로 민중을 이끈 모습으로 보여진다.

 

물질 만능의 시대-실로 따뜻한 마음의 영웅 탄생을 기대하게끔 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기에 칭기스칸의 모습은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 !

거룩한 황금 뼈대가 탄생한 이야기는 알랑고아를 사랑한 달빛 사람이 시조가 된다.

 

어느 나라에나 시조가 있듯이 우리나라의 시조가 곰과 호랑이라는 토템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몽골의 시조는 알랑고아라는 여인이 씨를 알 수 없는 잿빛 아이 셋을 낳으면서 시작된다. 알랑고아에게 밤마다 찾아 온 것은 다름 아닌 달빛의 사람이었으니, 몽골의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이 알랑고아를 사랑한 달빛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예수게이 족장이 죽자 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부족의 제 2인자였던 키릴툭에게 내쫓긴 테무진의 가족들은 광야에 내동댕이치게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싸우는 것도 힘든데 테무진을 더욱 괴롭힌 것은 배다른 형제 벡테르를 화살로 쏘아 죽인 일이다. 벡테르를 죽인 이후 생모에게 죄책감의 나날을 보내야 했으며 ,키릴툭의 집요한 추격으로 숲에서 아흐레를 숨어있어야 했으며, 결국엔 잡혀서 목에 나무칼이 채워진 채 부족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일까지 겪으면서도 테무진을 버티게 하는 것은 아버지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때문이다. 매해 불어닥치는 "조드"로 인해 광야의 생활은 척박하기만 한데....

 

고난과 역경의 세월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오르추는 테무진의 세상을 이루어 줄 동반자가 되어주는데 , 보오르추는 말을 잘 다루는 , 메넨 초원에서 유명한 나코 어른의 아들이다. 나코 어른은 민심의 꼭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타기, 씨름, 노래 , 의술 , 못하는 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말 다루는 일에 대해서는 따를 자가 없었다. 유목민에게 말은 가축이란 존재보다 더 한 가족의 개념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말에 오르면서 시작되고 말에서 내릴 수 없을 때 끝이 난다. 그리고 말에게 지혜를 얻는다. 그런 나코 어른의 기질을 그대로 빼다 박은 아들이 바로 보오루츠이다. 보오르추의 말을 다루는 재주는 천명의 사람을 얻은 것보다 더 값진 것이었으니, 테무진과 보오르추는 첫 만남에서 자신의 핏줄인 흰 뼈들이 오히려 가혹하게 자신을 버렸건만 처음 만난 보오르추에게 피보다 더 진한 형제애를 느낀다. 게다가 보오르추는 광야에서 테무진이 잊고 있던 아버지의 뜻을 상기시켜주고 , 둘의 만남은 우정에서 시작되어 큰 뜻을 이루는 남자들의 의기투합으로 뜻을 펼치게 된다. 보오르추에 의해 잊었던 아버지의 길을 떠올리게 되고 아주 오래 전 부족과의 약혼을 기억해 낸 테무진은 칠년 만에 약혼녀 보르테를 찾아가는데, 다행이도 보르테는 결혼하지 않은 채 아직도 테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보르테를 데리고 오지만, 아주 오래 전 어머니 후엘른을 과거 아버지 예수게이가 납치하여 간 것에 복수를 하기 위해 칠게르가 쳐들어온다. 테무진과 다른 가족들은 모두 도망가지만, 그만 보르테는 남겨지는데 , 칠게르가 보르테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만 아내로 취해버린다. 보르테를 다시 되찾기 위해 테무진은 자무카에게 동맹을 신청하고 테무진과 자무카, 토오릴칸은 메르키드를 치기 위한 전투를 시작한다.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피해의 양상은 네 가지로 드러나는 데 하나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것이 하얀 조드이다. 둘,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 이것을 검은 조드라 한다. 셋, 극심한 눈보라가 몇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명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작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라 조드이다. 넷,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뿌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이다.-p116

 

이 책을 읽고 꿈을 꾸었다. 거친 광야를 말을 타고 달리는 꿈이었던 것 같은데, 홀연히 세상과 마주하고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대자연과 비교하여 한 낱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이 현대에와서는 자연을 지배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함을, 오히려 반대로 거대한 자연이 인간을 품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소설이다. 소설에 비춰진 유목민의 삶은 자연의 순리 그 자체이다. 누구든 자연을 거스리는 자는 살아갈 수 없으며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은 "조드"라는 재앙을 통해 증명된다. 불의 머리를 자르지 않으며 말에게 지혜를 배우지 않는다면 거친 광야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인간이 되고, 사람과 말이 만나면 유목민이 된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유목민이란 자연과 동화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초원의 법도는 그래서 신성하다. 유목민들은 몸에 지닐 수 없는 것은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땅이나 하늘, 바람을 소유하려는 자는 세상을 훔치는 자이니, 마땅히 벌을 받는다는 초원의 법도를 통해 유목민의 세계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본다. 한 생명이 끝나면 다른 생명이 시작되고,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듯이 생명이 끝나버린 잿더미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인간은 너무 작고 자연은 유구하다. 1권에서는 피상적으로 몽골 탄생의 신화로 시작하여 유년의 칭기스칸을 그려 놓은 것이지만 , 작가의 본심은 아마도 척박한 유목민의 삶이 단순히 힘들고 괴로운 생명의 지탱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알고 더불어 자연의 강력함에 무기력해지는 것 자체에도 묵묵히 순응한다는 것을 피력하려 한 듯 하다.

1권의 끝은 첫 전투에서 승리를 한 테무진이 "싸움이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것 !" 이라는 정복자로서의 자신만의 기준을 갖추게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밀한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등장인물, 마치 한편의 영화가 머리 속에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특히 늑대와의 전투 장면은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느낌을 받을만큼 강렬했고 1권에서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2권에서의 테무진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인가? 어설픈 예측으로 아마도 칸으로서의 초기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싶어 내심 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인의 마음 - 오래된 미술에서 찾는 우리의 심리적 기질
지상현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한 책을 만났다. <<한국인의 마음>>은 심리학에 기초한 미술품의 분석이다. 저자가 일본에서 야나기 무네요시가 세운 민예관에서 우리나라의 미술품을 통해서 "현대성"을 발견한 뒤로 심리적 기질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설명하는 책이다. 우선 야나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익숙히 들어왔던 이름인데 , 한국 민예품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미를 예찬한 일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우리 미술 특히 민예품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현대성에서 수많은 미학적 변화와 실험을 거쳐 도달한 현대미술 양식과 유사한 것들이 어떻게 수백 년전 우리 장인들의 손에서 창조되었으며 서구 이성주의 미학을 모르는 선조들이 어떻게 그것을 즐길수 있는 지 궁금하였다며 민예품의 현대성이란 무엇인가로 첫 발을 뗀다.

 

 

우리 옛 미술품이 현대적이며 우리 마음속에는 옛 미술품을 현대적으로 만들고 즐길 수 있었던 어떤 감성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고 보면 현대성이란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한다. 우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는 극적인 요소로서 삼각형 구도로 그려져 있다. 정점에서 여신의 치켜든 손과 깃발, 전면의 4명을 제외한 다른 군중들과는 크기와 선명도가 대비를 이룬다. 가장 핵심적인 대비는 밝은 포연과 이것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인물간의 밝기대비이다. 현대에 오면서 매우 다양한 감각적 성질들의 대비가 미술양식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대비말고도 미술품의 현대성과 관련된 양식적 특징들은 비작위적 우연, 기하학적 단순성과 기증주의, 표현주의는 현대미술이 가진 주요한 양식적 특징가운데 우리 미술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기질은 매닉친화형이라고 하는데 매닉친화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한국인의 빠르고 급한 성격의 '빨리빨리'와 음주가무를 즐겨했지만 그 반면 한국의 민요는 유달리 구슬프고 '아리랑'을 부를 때 '한'이나 '서러움'을 느끼는 한국인의 기질은 열정과 흥만이 아닌 , 쌍극성이라고 해서 열정적 상태의 반대인 울의 상태, 다시 말해 기분이 가라앉고 지쳐 있는 상태가 서로 교차한다. 그래서 한국인의 기질은 변덕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미술품들을 통해 매닉친화형이라는 틀로 우리 미술을 분석하는데 이 미술품에서 보여지는 첫 단계가 바로 현대성이다. 이 현대성은 매닉친화형의 쌍극인 내향성과 외향성의 틀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백자병>이 내향성, 여성성의 갈래는 대개 순응, 천연주의적인 양식이라 부르는 것이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내향성과 남성성이 작용하여 논리적이며 질서를 중시하고 내적 통일감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렇게 매닉친화형의 틀로서 우리의 고유 감성을 설명하게 되는데 저자는 인간이 감성적 존재이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 그래서 선천적 감성 혹은 기질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미술, 더 나아가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기질 하면 떠오르던 성격이 급하고 불같이 화를 잘내지만 정에 약한 기질을 한 마디로 "매닉친화형"이라고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과거 오래된 미술품에서 느껴지는 한국인의 기질은 실로 정겹기까지 하다. 김홍도의 해학적인 그림에서부터 <달항아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함의 멋은 모두 한국인의 기질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미술품이다. 현대는 감성이 메마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감성에 목말라 한다. 냉장고, 세탁기 , 가전제품들 또한 화려한 감성의 옷을 입히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TV광고 CF에서 감성멘트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감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심리를 아는 것 또한 감성에 대한 이해의 접근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소박한 민예품에서 서양의 200년 뒤에 보여지는 현대성을 발견한 순간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 문학의 비밀을 푸는 18개의 놀라운 열쇠
정여울 지음 / 이순(웅진)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이란 언어로 표현되어진 예술을 뜻한다.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의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재미만으로 읽기도 하겠고 어떤 이는 심심풀이용으로 읽기도 하겠지만, 문학은 우리 생활의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 익숙한 생활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가 쓴 문학멘토링은 낯설다. 왜냐하면 문학자체가 즐기기 위함이지 그 이상의 무엇을 위해 문학을 읽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정여울의 문학멘토링>>을 읽으면서 무엇이든지 전문가가 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높은 연봉을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열띤 논쟁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서울시립교향단 상임작곡가가 "진정한 의미의 지휘자, 즉 한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세한 손짓 하나에도 음악적 메시지를 담아 연주자들에게 전달해 그들로부터 음악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극도로 드물며 " 지휘자 정명훈은 세계 최정상급의 지휘자로서 마땅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똑같은 것을 보아도 전문가가 풀어내는 예술의 세계와 일반인이 느끼는 예술의 세계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문학 읽기는 독서 주체인 ‘자아’와 텍스트로서의 ‘세계’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경험공간’ 으로 세계 해석에서 주관적 감수성을 고유하게 인정해주는 공간이 문학 읽기의 공간이다. 문학 읽기는 세계를 향하여 우리의 자아를 조절하고 동화해 나가는 공간이다. ‘세계’에 대해 자아는 본질적으로 대립하기 마련인데 문학 읽기 속에서 우리는 자아의 존재와 의식을 반성적으로 사유하게 된다. 여기서 문학의 역할은 '사랑'을 배우는 풍요로운 학습의 장으로서 ,자기만의 마음의 안식처를 상상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디게 해주며,'나'를 찾아떠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문학의 이런 여정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는 이러한 문학의 여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 이룩할 수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2부에서는 문학의 기법으로 패러디가 필요한 이유, 시점이 주는 문학의 매력, 인간과 동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의인화, 은유와 직유로 새로 피어나는 빛깔과 향기로 인해 얻어지는 삶의 아름다움을, 문학에서 보여주는 '상징'이 마법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을,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자체 때문에 오히려 더 심각한 가난에 빠져 들게 되는 주인공들을 통해 아이러니한 모습들이 오히려 독자에게는 '낭만적 아이러니'를 선사한다는 것을 문학작품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는 이런 문학의 기법들이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아이러니들을 작품 속에 기꺼이 끌어안게 해주며 비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숨김없이 드러내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변의 질시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비밀을 만날 때 비로서 우리는 문학이 주는 낭만적 아이러니의 감동을 맛볼 수 있다.

 

 

3부 문학의 내용에서는 문학에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분석과 함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학에서의 역할에 대한 설명들이다. 방자, 골룸, 동키, 큐피드들은 문학의 트릭스터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각종 경계와 규칙과 제도들의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존재이다. 또한 문학작품 어디에나 등장하는 악당, 악마, 악녀는 우리 마음의 한계를 실험하는 리트머스지로서 역할을 해주고 , 문학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기억상실증은 우리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배경은 욕망을 창조하는 공간의 힘으로, 음식은 생명과 생존의 은유로서 활용되어진다.

이렇게 문학의 역할과 문학에 쓰여지는 기법과 내용을 이해하고 문학을 읽게 된다면 문학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쉬울 것 같다. 문학이 비록 허구일지 모르나 , 문학이 주는 메세지는 허구가 아니다. 문학이 삶에서 주려고 하는 의미는 오로지 더 나은 세계의 추구라 생각한다. 문학 속에서 사랑을 , 문학 속에서 실패를, 문학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된다면 어느 순간 삶의 지혜가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쉽고도 재미있는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은 매혹적인 문학읽기이다. 저자가 주는 18가지의 비밀의 열쇠를 손에 쥔다면 문학이 주는 궁극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문학도 이제 제대로 알고 읽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