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의 반란
스티브 리처즈 지음, 장서연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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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며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는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당시 가장 많은 검색 후보자였다는 사실만으로 빅데이터의 정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허나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여론조사는 클린턴의 우승을 예측하였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있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는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여론조사의 결과와는 전혀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 거기에 또 아웃사이더들의 갑작스런 부상은 세간을 더욱 놀라게 했다. 

 

아웃사이더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 이들의 행보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박원순은 최초의 3선 시장이라는 기록을, 이재명은 민선 5·6기 경기도 성남시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민선 7기 경기도지사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의혹과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 박원순의 아들 박주신은 병역비리의 논란을 일으키고는 아직 영국에서 귀국한 적이 없다. 이재명은 성남시장직에 있을 때 있었던 사적인 문제에서부터 공적인 문제들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웃사이더들의 혜성 같은 등장과 함께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 주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당의 정체성을 지닌 정치인들이 성공하던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행보인 것이다. 이들은 많은 주요 정당들이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모두 혜성처럼 등장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와 사회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트럼프가 그러했고 캐나다의 쥐스탱 총리,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 등 이들은 모두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매끄럽지 못한 패턴의 경계 역시 중요하다. 민주주의 세계에서 아웃사이더들은 위협적일 만큼 강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약하기도 하다. 그들은 권력을 쟁취했고 역사적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정권에서 멀어져 있을 때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마치 동네의 테니스 초보자가 윔블던이나 US 오픈에서 승리하는 것에 비견될 만한, 정치 초보자들의 예외적인 성과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웃사이더들은 무기력하고, 허술하며, 일관성이 없고, 경험도 일천한데다가 종종 어리석기까지 한데, 이는 정치인으로서 진중하게 여겨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야 할 자질이다. 그들은 대의명분이나 이상을 변덕스럽게 지지하지만 그것을 쌓아 나갈 견고한 기반은 없다. 그들의 목적은 종종 분명하지 않으며, 공개적으로 내부 분열이 드러나기도 한다. 정치인으로서 그들은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절망적이다. -P17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고난체험의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웃사이더들은 생각만큼 정치를 알지 못했고 이들을 시험에 빠뜨리는 문제들이 현대에는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혜성같은 등장에도 그들 앞에 산재해 있는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주류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받았다. 반이민 행정명령 이행과 국가안보보좌관 임명, 오바마 케어의 폐기를 요구하는 주류정치인들을 다루어야 했고 그리스의 치프라스 역시 권력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큰 벽에 부딪힌다. 이들은 모두 권력의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세계의 모든 정치인들이 세금과 복지에 신경을 쓰지만,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유권자는 어디에도 없으며 공공의 복지서비스는 누구나 최상으로 누리고 싶어 한다. 이런 유권자를 설득하는 방법을 아웃사이더뿐만 아니라 주류 정치인들조차 모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 정책 발표로 나라가 시끄럽다. 안그래도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는 연금은 50조라는 천문학적 부도를 맞이할 것이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파격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남시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끝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전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렸고 현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작금에도 그의 걸음걸음마다 구설수가 난무했다. 이 책에서 비춰지는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는 딱 그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세계의 아웃사이더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이것을 시대의 흐름이나 정치기조라 보고 싶지는 않지만 왜 아웃사이더들에 대해 국민들이 열광하는지에 대해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웃사이더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 앞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문제가 산재되어 있다. 세계화와 그에 따른 4차 혁명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아 하는 생존의 문제들과 세금과 복지는 어떻게 배분해야 평등해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웃사이더들의 번성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고민한다는 것이다. 주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나 정당 정체성에만 신경을 쓰느라 아무도 우리 앞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고민할 여과가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내부 분열을 거듭하며 민생은 뒷전이라는 것이 문제다. 정체성을 상실한 채 침몰하고 있는 정당의 분열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만을 보낼 뿐이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들은 -그들이 비록 불안정해보이고 정치적으로 서툴러 보일지 모르지만 - 국민들의 고민을 적어도 이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웃사이더의 반란은 국민의 필요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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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리커버 특별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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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만났다

몇 년 전 중국인 혁명가들의 역작을 다뤘던 중국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정신적 뼈대는 이들 혁명가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나라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무척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인 혁명가들의 이야기는 시대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밭에 나가 일을 하고 거둔 곡식들은 모두 일본인들에게 착취당했고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었던 조선인들은 글을 배울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가난과 무지, 이것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인들에게 역사의 기록이란 부르조아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혁명가들은 이런 현실을 매우 잘 알았다. 이들은 산을 깎아 만든 신흥학교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전술과 전투를 배웠다. 제국주의라는 시대격변속에서 식민지 민중이었던 독립군들의 삶은 중국인들의 그 어떤 투쟁보다도  격렬하고 더 방대하였으나, 열악한 환경은 조선 혁명가들의 삶을 역사에 잠들게 하였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해야만 한다. 

 

이 책 아리랑1941, 미국에서 출판되었지만 곧 사라졌듯이 수많은 자료와 기록들은 일본의 왜곡과 방해로 역사속에 잠들어 있었다.  한국인은 조선혁명가들의 이름보다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와 같은 이들의 삶을 더 잘 안다. 그것 자체가 우리의 비극이며 우리의 민요 아리랑의 슬픔인지도 모른다. 

 

첫 장을 넘길 때는 님 웨일즈가 김산(장지락)의 전기를 다룬 책이리라 예상하였다. 예상은 틀렸다. 님 웨일즈가 김산을 만났을 때 그는 중국 비밀 공산당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님웨일즈는 기자로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만났고 그들의 삶에 주목했다.  그 수많은 혁명가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김산이었다고 한다. 첫 눈에 매료된 김산에게 님 웨일즈는 책을 집필할 것을 제안하였고 김산의 방대한 일기와 구술을 바탕으로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님 웨일즈가 나중에 안 사실은 김산은 혁명가이면서도 시대에 보기드문 시인의 감성을 가졌었고 작가로서 훌륭한 글을 써왔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젊은 시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마도 조선이란 나라가 자기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리라.-p56

 

그랬다. 김산이 기억하는 조선에서의 어린 시절은 죽어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태생적으로 가난했던 조선인들의 삶에서 김산에게는 오로지 민족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어린 나이에 맨 몸으로 뛰쳐나온 것은 오로지 그 이유였다. 일본인들과 싸우는 삶. 이후 그는 일본과 중국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한 삶을 걷는다. 

 

우리는 조선인이 천성적으로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존재라는 편견을 때려부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인 용기를 세계 만방에 떨치면서 영웅적으로 죽어갈 생각이었다.-p57

 

내 인생에 행복했던 기억은 하나도 없다.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맞춰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 뿐이다. 투쟁하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그 밖의 것은 모두 내 세계에서는 하나도 의미가 없다. 바로 그 투쟁의 대립물 속에 나와 인간생활의 일치가, 나와 인간역사의 통일이 존재하는 것이다.-p68

 

혁명가들의 신음소리, 오로지 투쟁만 있는 삶이 김산의 일대기이다가출 후 무조건 신흥학교를 찾아가 조선독립을 위해 살겠다는 말을 했을 때, 그는 고작 16살이었다. 작은 형의 지원으로 일본에 갔지만,  수 천명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대학살을 당하자 중국으로 피난을 가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의열단에 가입하게 된다. 1924년 의열단은 민족주의자,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로 분열이 되기 시작하는데 김산은 이미 정신적인 지도자이자 이상이었던 톨스토이의 이념대로 무정부주의자의 길을 걷게 된다. 같은 노선을 걸었던 혁명 동지들 김약산과 오성륜의 일화는 당시 혁명가들의 얼마나 치열한 투쟁을 했는지를 엿볼 수 있으며 동시대를 살며 같은 고민을 하였던 안창호와 이광수의 등장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꺼내 돋을새김 하는 과정과도 같았다그만큼 조선 혁명가들의 삶은 생경하면서도 익숙하였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랑도 투쟁과 같았다. 김산은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혁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만, 두 동지들은 사랑도 혁명처럼 했다. 혁명과 사랑에 대한 김산의 고민은 투쟁에 전생을 저당잡힌 한 인간의 고뇌와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김산에게는 낭만적이면서도 혁명이라는 과업 앞에서는 허무한 것으로 여겼고 욕망을 참지 못하는 것도 혁명의 모순이라 이해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하고나서야 세상에 빛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장면에서는 혁명가의 비운의 삶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사실하나만으로 그들의 피는 들끓었다. 그 역시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했고 그러면서 죽음과 동행했다. 그가 사랑한  아리랑을 일본 감옥과 중국 감옥에서 부르며, 님웨일즈에게도 불러 주었을 때도 그는 아리랑의 비극이 언젠가는 민족해방의 승리로 바뀔 것임을 믿었다. 

 

내 전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실패의 역사였다. 나는 단 하나에 대해서만-나 자신에 대하여- 승리했을 뿐이다. -p464

 

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 억압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한 인간의 영광이요, 굴복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치이다. 내게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제국주의 전쟁 속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맹목적으로 포기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비극이다. 그것은 낭비인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억누르는 데 이용당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게는 비극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다. 자유를 위하여, 자기들이 믿고 있는 것을 위하여 싸우다 의식적으로 죽는 것은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영광이요 장렬함인 것이다. 죽음은 선도 아니요 악도 아니다. 스스로 믿고 있는 하나의 목적으로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다 죽는 것은 행복한 죽음이다.-p472

 

이 책은 김산의 책이었다. 님 웨일즈가 만난 김산의 이야기가 아닌 암호로 쓰인 김산의 일기가 그의 책이  되었다.  집필 당시 김산은 전쟁중이었다. 동료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쓰여있고 혁명의 날들이 기록되었기에 김산은 2년 뒤에 출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전쟁 중이며 혁명가로 살면서도 의학을 배웠고 독일어를 배웠고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마르크스 이론에 심취했으며 혁명가로 살기 위해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선혁명가 김산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긴 김산의 노력덕분이라는 것이 고마웠고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게 조선의 민족해방을 위해서는 투쟁만이 가치 있는 일이라 했던 김산은 1938년 일본스파이라는 오명으로 비밀 처형당했다. 이후 1983에서야 그의 신원은 불명예를 벗고 회복된다. 

 

아직도 우리는 비극 가운데 있다. 아리랑에 담긴 민족의 한, 그것은 비극이였으며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역시도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국일조차 갈등의 쟁점에 있는 한국사회에서 아리랑의 마지막 구절은 승리로 쓰고 싶다고 한 혁명가의 염원을 보며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자유는 수 천, 수 만의 조선인이 희생한 댓가라는 것을 잊고 산다면 우리는 또 비극의 역사를 써야만 할 것이다. 


 20181030일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권이 전원합의체로 판결되었다. 그동안 왜곡과 조작으로 강제지용자들을 조선반도 출신의 노동자로 여론전을 펼쳐오며 왜곡의 역사로 일관해왔던 일본은 처음으로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와 맞물려 방탄소년단의 도쿄 공연이 일방적으로 취소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취소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광복티셔츠로 비롯된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강제징용 청구권 승소에 대한 반발이라는 정치적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아직도 일본과 한국은 길고 긴 투쟁중에 있는 것을 보여주는 헤프닝이기도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지닌 문화적 힘이 정치권력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님 웨일즈가 김산을 처음 만난 날은 1937년이었다. 그 당시에 님웨일즈는 조선인을 처음 본 것이었는데 조선인을 보고 한 말이 있다. 아마도 조선인은 극동지역에서 가장 잘생긴 민족이라며  아름답고 총명하고 우수해보이는 민족이 외형상 두드러짐이 없는 작은 일본인들에게 복종하며 살게 된 것이 생물학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그 말을 들으니 지금의 한류는 우연이 아닌 우리 민족은 원래 우수했던 것이다. 작금에도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일본의 식민지 만행이 폭로되고 있으니 아리랑의 마지막 구절은 진정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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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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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민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통 받는 민중들의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옛 노래다.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에는 슬픔이 담겨 있듯이, 이것도 슬픈 노래다. 조선이 그렇게 오랫동안 비극적이었듯이, 이 노래도 비극적이다. 아름답고 비극적이기 때문에 이노래는 300년 동안이나 모든 조선 사람들에게 애창되어 왔다.
서울 근처에 아리랑 고개가 있다. 이 고개 꼭대기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우뚝 솟아 있었다. 조선왕조의 압정하에서 이 소나무는 수백 년 동안이나 사형대로 사용되었다. 수만 명의 죄수가 이 노송의 옹이 진 가지에 목이 매여 죽었다. 그리고 시체는 옆에 있는 벼랑으로 던져졌다. 그중에는 산적도 있었고 일반 죄수도 있었다. 정부를 비판한 학자도 있었고, 조선 왕족의 적들도 있었고, 반역자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압제에 대항해 봉기한 빈농이거나 학정과 부정에 대항해 싸운 청년 반역자들이었다. 이런 젊은이 중의 한 명이 옥중에서 노래를 한 곡 만들어서는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천천히 아리랑 고개를 올라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가 민중에게 알려진 뒤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의 즐거움과 슬픔에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이 애끊는 노래가 조선의 모든 감옥에 메아리쳤다. 이윽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최후의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아리랑’은 비극의 상징이 되었다. 이 노래의 내용은 끊임없이 어려움을 뛰어넘고 또 뛰어넘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죽음만이 남게 될 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노래는 죽음의 노래이지, 삶의 노래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패배가 아니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승리가 태어날 수도 있다. 이 오래된 ‘아리랑’에 새로운 가사를 붙이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구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은 죽었으며, 더욱 많은 사람이 ‘압록강을 건너’유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돌아가게 될 것이다.

『SONG OF ARIRAN』

“중국에서는 맑은 강물이나 시냇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강에서 투신자살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답니다. 중국의 강들은 그러기엔 너무 더럽지요.“

“당신네 조선인들도 일본 사람만큼이나 자살을 좋아하는 모양이지요?”

“자살은 식민지 민중이 선택할 수 있는 불과 몇 안 되는 존엄한 인간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살마저도 선택할 자유가 없습니다. 당신이 말한 서울의 그 다리 위에는 벌써 오래 전에 일본 놈들이 푯말을 세워 두었지요. 거기에는 ‘5분만 기다리시오.’라고 씌어 있습니다. 굶주린 아기 엄마들이 종종 자기 자식을 강물에 집어던지고는 자신도 뛰어듭니다. 그래서 전담 경찰을 파견해 혼자 그곳에 와서 심각한 얼굴로 강물을 내려다보는 사람을 감시합니다. 이것이 우리 조선 사람에게 베푸는 훌륭한 친절이라고 그놈들은 생각합니다. 안둥 부근에 있는 압록강 또한 자살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지요. 자살하지 않으려면 강을 건너서 망명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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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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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정치색을 단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음을 볼 수 있다이들은 희안하게도 어떤 정책적인 문제에 닥치면 진보나 보수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간다예를 들어 무상급식이나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또한 반대를 하며 세월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다반대로 복지의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이들은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닌다이런 첨예한 갈등은 엉뚱한 곳에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곤 하는데 평창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세월호 리본을 착용했다고 하여 반대 진영의 사람들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점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아야만 할 문제가 바로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이 아닐까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선긋기에 대하여 인지학적 연구를 꾸준히 해왔던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통해 이념이라는 것은 우리의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에는 프레임의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전혀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갖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다프레임 안에서 보수와 진보는 왜 극단적이며 대립적인 입장이 되는 것일까?에 대하여 레이코프와 웨흘링은 정치적인 은유에서 이 두 개념이 갈라진다고 한다.

 

저자들은 인간의 사고에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사람들은 자신의 사고가 의식적이라 가정한다는 것그러나 대부분의 98퍼센트는 완전히 무의식적사고를 한다.

둘째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합리성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신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그러나 신체와 뇌의 물리적 실재에 의존한다.

셋째많은 사람들은 추론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사유한다 믿는다그러나 모두가 하나의 보편적인 추론 방식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서로 다르게 사유한다저마다의 문화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마음속에서 변별적인 구조를 습득해왔기 때문이다.

넷째사람들은 인간이 축자적으로 -세계 내에 존재하는 그대로-사물을 이해할 수 있으며사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그러나우리는 언제나 은유를 통해 사유하고 말한다는 사실하지만 이 사실을 거의 의식조차 못 하고 산다예컨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쉽게 추론하거나 말할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

 

은유의 표현은 정치적 연설이나 해석에서 선호되고 있다이 은유가 지닌 힘은 매우 조작적이고 설득적인 힘을 실을 수 있기에 혹자들은 모든 은유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따라서 저자들은 은유가 어떻게 정치적 사고와 정치적 행위를 정의하는지어떻게 실제로 국가 간 전쟁을 초래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 인지의 기본적인 기제를 살펴보아야 하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은유로 이해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가령자유와 정의공정성과 같은 개념이 이 은유를 통해 우리의 사고를 정립해가는 과정을 유추하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인과 국가의 관계적 은유가 국가는 가정이라는 개념이다국가는 가정이라 규정할 때 국민은 자녀가 되고 정부나 정부의 수장은 부모가 된다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에서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나누어지는데 이때 엄격한 아버지 가정 모형이 보수적 사고를 자애로운 아버지 가정 모형이 진보라는 정치적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이런 양육과정이 뇌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며 길들여진 은유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반면진보나 보수의 그 중간개념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모형의 사람들을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 소유자들로 정의하며이 이중개념주의를 지닌 사람이 진보와 보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대부분의 선거의 승패는 사실 이중개념을 지닌 이들에게 있다스스로를 중도라 생각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상당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었다신문뉴스정치연예경제모든 부분에서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하지만스스로를 진보와 보수로 단정 지으며 모든 사람들을 이분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보수와 진보가 은유로 만들어진 프레임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서로에게 드리워진 은유의 장막이 걷혀야만 맨얼굴이 드러난다그때의 맨얼굴이 진짜 정치다.

 

*책속에서 

진리나 지식에 관한 한 은유는 중대한 퇴행으로 봐야 한다이 퇴행은 언어 자체의 퇴행이거나 은유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퇴행이다-p043

 

도덕성은 정치의 아주 중요한 동력입니다더욱이 도덕성은 추상적인 개념즉 우리 마음이 은유적 사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개념이지요.-p063

 

보수주의를 뜻하는 conservatism은 언어적 기원이 손대지 않고 계속 그대로 두고 보존하거나 유지하는 것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낱말 conservare에서 나왔다정치적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적 규범을 보호한다는 개념에 근거한다반면에 진보주의는 개념적으로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향한 긍정적 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p087

 

보수적인 정책이 범죄자에게 더 엄격한’ 경향이 있고 진보적인 정책이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더 친절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p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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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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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른젊다면 젊은 나이에 떠나간 시인 허수경누군가를 떠나보낸 슬픔은 아직도 우두커니 남아서 문득문득 가슴에 작은 불이 들어오곤 한다허수경 시인은 평생을 방랑자처럼 살았다자발적 방랑자를 꿈꾸었던 시인은 자신의 문학에 자신의 말을 담는 것으로 그 의미를 다했다자신의 그림자를 벗 삼아 시대를 걸었던 방랑자 시인 허수경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나 역시 무슨 말을 이 시대에 남기고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는 허수경 시인의 방랑의 기록이다독일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써놓았던 페이지를 읽는 일은 무척 쓸쓸했다마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경건한 수도자들과 같았고 단조롭고 관조적인 은율이 마음을 더욱 애상에 깃들게 하였다. 


그때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고마웠다그 생애의 어떤 시간 (p131)



허수경 시인은 황폐한 서역땅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였다노년의 공부는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었다가난한 코스모폴리탄의 삶을 살짝살짝 엿보면서 부와 명예보다는 가난한 독학생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땅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수메르 문자를 번역하면서 허수경 시인은 무엇을 배우고 싶었던 것일까문득문득 궁금해지곤 한다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나 역시도 공부를 놓지 못하고 있다이미 불혹이 넘었는데공부를 하는 것을 무슨 대단한 사치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할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공부를 한다는 말도 듣기도 하였다하지만공부를 하는 것은 아무 이유도 없이 시작한 것이었다뭔가 거창한 또는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몰랐던 것을 배우는 기쁨 하나 때문에 공부가 계속 이어져갔다세상에 배울 것은 너무도 많고 내가 아는 것은 정말 너무 작고 작은 일부라는 자각이 공부를 하게끔 만들었다허수경 시인도 그러했을까수많은 말 중에 자신만의 문학탑을 만들어 오로지 자신의 말’ 로 된 문학을 만들어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그 소박한 소망이 너무도 숭고하여 타지의 외로움이 너무 사무치기에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왕왕 났다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동무 삼아 걸어야만 했던 깊은 고독의 외길에서 잠을 자듯 조용한 죽음을 기다리며 그리움만 쌓여가는 시간의 더께위에서 춤을 추듯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는 시인의 말말말...

 

낙엽비가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고독이 흘러넘치는 계절을 홀로 견디는 일은 왜 그렇게 쓸쓸한 것인지오랜 서랍장 속에서 케케묵은 기억들을 꺼내 들어서는 왜 그때는 그렇게 어리석었을까를 후회하기도 하며 왜 그때는 그토록 용감하였던 것일까 하며 자조를 하다가도 어떤 방법으로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이제는 그땐 그랬지’ 라며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변하는 것은 없다는 진실을 마주한다그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제서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젊었을 때는 몰랐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나이가 들어 길고 긴 고독의 길에 접어들어서야 내면의 나와 악수할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 놓은 허수경시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위안이 된다나의 시간을 덤으로 깨우며 내게도 남아있는 시간들은 얼마쯤 남아 있을까를 가늠해 본다나는 어디까지 왔을까잠을 자듯 조용한 죽음을 기다리는 삶 안에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후회와 미련이 점철된 삶에 나를 기억해 줄 나의 말그것이 허수경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본질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살아야만 그 근원을 스스로 알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거……상스러운 말그리고 그 말에 휘둘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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