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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파주, 비에 관한 짧은 에세이


La pluie est le mot de passe de ceux qui ont le gout pour une certaine suspension du monde.
Dire que l'on aime la pluie, c'est affirmer une difference.
(라쁠뤼에 르 모드 빠스 드 스끼옹 르 구 뿌륀느 쎅뗀 쒸스빵쑝 뒤 몽드.
디으끄 로넴 라 쁠뤼, 쎄따피르메 윈 디페랑스.)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패스워드다.
말하자면,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이를 긍정한다.  


언어의 의미가 무심결에 지나쳐지지 않고, 그 단어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온전히 살아나는 느낌.
une certaine suspension, une difference
이 단어들에는 사전에 미처 다 넣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의미가 들어 있다는 사실.
모국어가 아니면서도 그 외국어의 뉘앙스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순간.
내겐 그저 바지를 젖게 하고, 손 하나를 빼앗겨버린 듯해서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비를,
저렇게 멋지게 통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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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책표지도 무척 산뜻하네요.

부엉이 2007-05-0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번역이 나올 거랍니다~ 저도 기대되요^^
 

그는 약속한 원고를 제때에 보내지 않는 느림보들에게서 글 빚을 뜯어내기 위해 프랑스와 유럽을 누비고 다녔다. 그 느림보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독특한 종족을 구성하고 있었다. 자기네 관습을 지켜 나가는 데에 유난히 고집스럽고, 지체를 해명함에 있어 언제나 그럴싸한 핑계를 지어내는 지략이 뛰어난 집단이었다.
"수첩에 꼬박꼬박 적어 두어야겠어. 나중에 변명 편지들을 모아 서한집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편집자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껏 받아 본 편지들만 보더라도, 그 글 빚꾸러미들에겐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았다.
우선 어머니, 아버지, 또는 자기를 키워 주신 삼촌이 돌아가셔서 그 가눌 길 없는 슬픔 때문에 도저히 집필할 수 없었노라고 주장하는 편지가 허다했다. 한번은 어떤 저자의 죽었다던 아내가 몇 달 후에 다시 살아난 적도 있었다.
병이 나서, 다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핑계도 흔했다. 아, 거북을 탄 늘보 작가들, 공교롭게도 글씨를 쓰려고만 하면 손이 떨리거나 경련이 일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그 서경이라는 병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핑곗거리를 찾을는지?
무장 강도가 들었다고 변명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금시초문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강도들은 전문적인 수집가나 다름없다. 그들이 집을 터는 목적은 오로지 집필 중인 원고를 빼앗가 가는 데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아직 아무도 소장하지 않은 진품 중의 진품이기 때문이다. 그 밖의 것들, 예컨대 보석, 텔레비전, 라디오, 현금, 수표 등을 가져가는 것은 단지 범행의 자취를 흐리려는 수법일 뿐이다... 장 루이라고 하는 사람의 핑계도 일품이었다. 그는 웃음기 하나 머금지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웬 암소가(그래, 분명히 젖퉁이 달린 소라 했다) 한 부밖에 없는 원본을 가로채어 씹어 먹고 새김질까지 하더라고. 원, 세상에 염소라면 또 몰라도 암소가 종이를 그렇게 좋아하다니...

에릭 오르세나, '두 해 여름', pp.10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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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이네요^^

부엉이 2007-04-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날이 너무 좋아요~^^
 

 

 

 

 

 

기억이란 정말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증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재판이란 얼마나 많은 허점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책 내용에 관한 기억은 더더욱 신뢰할 수가 없다. 호들갑을 떨며 재밌게 읽었던 책도 주인공의 운명들이 내맘대로 재구성되곤 하니까. 실제로는 두 연인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그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오랜만에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었다. 처음엔 하루키 때문에 읽었고, 그때는 줄거리만 따라가며 주관도 없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두 번째 읽을 때는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자신에게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 읽으면서는 이 소설 굉장히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의 정체성을 따지기 이전에 일단 문장들이 너무 모호하고 어려웠다. 처음에는 정현종 시인의 번역본으로 읽다가, 아무리 읽어도 의미가 잘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친구에게 선물받은 방대수 씨의 번역(책만드는 집,2001)과 원서를 대조하며 읽었는데, 정말 귀찮았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처음 두 번의 독서에서는 굉장히 건조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짚어보니, 그 문장들은 공통적으로 자연환경이나 밤의 분위기, 미소 따위에 대한 세부적이고 시적인 묘사였다. 그런 것들은 관찰력이 뛰어나거나 평소 그런 것들에 섬세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잘 이해하기 어렵고, 또 읽으면서도 딴생각이 들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두 개의 번역본을 비교해서 읽고나니 번역의 스타일에 따라 글이 얼마나 다르게 읽혀질 수 있는가를 새삼 느꼈다. 정현종 시인의 번역은 호흡이 짧고 에둘러 번역했다 해야할까, 그래서 의미가 좀 한 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또 애석하게도 오역도 여러 군데 있었다. 그리고 방대수씨의 번역은 의미를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해서 의미는 잘 들어오지만, 원본에는 없는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곳이 약간 보였다. 그 중에 재밌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먼저 정현종 시인의 번역을 읽고서 대체 저 '바람통'이란 것이 뭘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나무들을 뒤흔드는 그 날개 소리와 땅의 충만한 바람통[오르간의 바람통이라는 말을 전용했음]들이 개구리에게 생명을 가득 불어넣어 부풀게 하듯, 바람은 계속 오르간 소리를 내며 시끄럽고 밝은 밤을 연주하고 있었다. (정현종 역, 문예출판사, 35쪽)

역자는 친절하게도 '오르간의 바람통이라는 말을 전용했음'이라고 주석을 달았지만 어쩐지 내게는 시원한 설명이 되지 못해서 방대수 씨의 번역을 읽어보았다.

마구 불어대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밝고 시끄러운 달밤이 되었다. 숲에서는 새들이 날갯짓하고 대지의 힘을 한껏 빨아들여 풍선처럼 부푼 팔딱팔딱 생명이 고동치고 있는 개구리가 목청껏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다. (방대수 역, 책만드는집, 45쪽)

도움을 얻으려던 것이었는데, 나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여기서는 '개구리가 목청껏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다'. 분명 의미상으로는 바람 소리가 마치 울음주머니를 한껏 부풀려 우는 개구리 소리가 바람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오르간 소리에 '비교'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그래서 원서의 같은 부분을 찾아보았다.

The wind had blown off, leaving a loud, bright night, with wings beating in the trees and a persistent organ sound as the full bellows of the earth blew the frogs full of life. (25)

이렇게 두 단계를 거치고 나니 그 밤의 장면이 조금 쉽게 그려졌다.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말을 만들기도 훨씬 쉬워지는 것 같다. 나름대로 위의 문장을 번역해 보자면, "새들이 날갯짓으로 나뭇가지를 흔들고 생명력 충만한 개구리들이 대지를 울음소리로 가득 채우듯, 시끄럽고 환한 밤을 뒤로한 채 바람은 계속해서 오르간 소리를 내면서 불고 지나갔다."

문장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은 '재의 계곡'을 묘사하는 부분 외에도 아주 많았다. 그건 아마도 그 묘사의 대부분에서 특이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유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온전히 그 의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묘사도 많은데, 그 중에서 개츠비와 데이지가 처음 만났던 어느 가을날 밤에 대한 묘사는 매우 감각적이다.

집들의 고요한 불빛이 어둠 속으로 울려퍼지고 별들이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밤이었다. 개츠비는 그의 눈가로 비쳐드는 시야 속에 보도 블럭이 정말 사다리가 되어 나무들 저 위의 신비한 곳으로 걸쳐져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정현종, 161쪽)

경험으로 비추어 이런 느낌은 가을보다는 한겨울 밤이 더 쉽게 상상되는데, 아무튼 이 장면은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에게 키스하기 직전의 광경이다. 저것은 그야말로 사랑에 홀린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환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도 꿈만 같았기에, 개츠비의 죽음은 대조적으로 너무나 비참했다. 두 번의 독서에서 개츠비의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면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 이번에는 그의 죽음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더 정확하게는 그의 죽음 이후의 상황들 말이다. 그는 정말 '위대한'이라는 수식을 받을만 했을까. 아니, 그렇게 외롭게 죽어간 그가 그깟 '위대한'이란 수식어에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그 위대한 개츠비가 우리에게 남겨준 건 세상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비열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일 뿐. 그래도 위안을 삼아야겠다면, 이 비열한 세상에서 어차피 죽을 바에야 사랑에 모든 걸 바친 그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랑이 성취되었건 아니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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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20년 전에 읽었네요. 수업을 하면서요.. 미문이 많았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정말 번역의 묘미란~~

부엉이 2006-07-2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서만 읽고, 또 한 번만 읽고 그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하기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marine 2006-09-3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된 책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런 절망감이 드는군요^^

부엉이 2006-10-0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 서고 보니, 정말 더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로그인 2006-12-15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위대한 개츠비'
미아 패로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었지요.
개츠비의 죽음과 냉정한 여인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그네 2009-06-3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보다가 내용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 혼돈스러웠는데 위의 설명을 읽고 나니 저으기 위로가 됩니다.
 













p, 51. 폴 델보, '대화 The Dialogue'



p.5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희생The Sacrifice'




p. 68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상상도)



p.75 카두세우스(Caduseus)





p. 81 마부제, '넵튠과 암피트리테'

Jan Gossaert (Mabuse) (1478-1536)
Neptune and Amphitrite
Oil on wood, 1516
74 x 48 5/8 inches (188 x 123.8 cm)
Staatliche Museen, Berlin


p.81 미켈란젤로,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무덤

Tomb of Giuliano de' Medici
1526-33
Marble, 630 x 420 cm
Sagrestia Nuova, San Lorenzo, Florence


p. 82 미켈란젤로, 줄리아노 데 메디치 무덤의 디테일  '낮'

Day
1526-33
Marble, length: 185 cm
Sagrestia Nuova, San Lorenzo, Florence

p. 81 미켈란젤로, 로렌초 데 메디치의 무덤

Tomb of Lorenzo de' Medici
1524-31
Marble, 630 x 420 cm
Sagrestia Nuova, San Lorenzo, Florence


p. 82 미켈란젤로, 로렌초 데 메디치의 무덤 디테일 '새벽'

Dawn
1524-31
Marble, length: 203 cm
Sagrestia Nuova, San Lorenzo, Florence


p. 82 미켈란젤로, 로렌초 데 메디치의 무덤 디테일 '황혼'

Twilight
1524-31
Marble, length: 195 cm
Sagrestia Nuova, San Lorenzo, Florence


p.84 로렌초 로토, '두개골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에로스', 1521년 경



p. 84 독일, '죽음의 무도'





'La danse macabre', 마리엔 교회, 베를린, 1480-1500



p.103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디테일.





p.105 로소, '성모자와 성인들'

Madonna Enthroned with Four Saints
1518
Oil on wood, 172 x 141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p.123, 돌턴, '원소들의 무게표' (John Dalton, Table of atomic weights)



p. 125 프락시텔레스, 헤르메스 상

Statue of Hermes and The Infant Dionysus, BC 330.


p.128, 카트린 드 메디시스



프랑수아 뒤부아, '성 바르톨로메우스의 대학살'

François Dubois (1790 - 1871). Massacre sainte Barthelemy
Musée Cantonal Des Beaux-Arts, Lausanne Switzerland


p.129 장 클루에, 프랑수아 1세



p. 158 연금술사 생 제르맹 백작



p.164 한스 홀바인, 헨리 8세

1536, Thyssen-Bornemisza Collection, 마드리드


티치아노, 카를 5세

1548,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티치아노, 프랑수아 1세

루브르 소장


프랑수아 1세의 문장, 살라맨더




p.169 menora



p.215 라파엘, 시스틴 마돈나

c. 1512-14, Gemäldegalerie, Dresden


p.217 프라 안젤리코, Coronation of the Virgin Altarpiece from San Domenico

Detail of predella: Saints Peter and Paul Appearing to Saint Dominic
c. 1434
Tempera and gold on panel
83 7/8 x 93 1/8 in (213 x 211 cm)
Musee du Louvre, Paris


p.224, 페르낭 크노프, 내 마음의 문을 잠갔네 세부

p. 361, 보티첼리, '스메랄다 브란디니의 초상'

1475년


p. 362, 보티첼리,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1485년


p.364, 보티첼리, 동방박사의 경배

1482년, 우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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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The painted Kiss, 2005)
엘리자베스 히키
송은주
예담
구입예정!

 

 


 

 

 

오늘 서점을 서성이다 보고는 음, 재밌겠군 하고 침을 꼴깍 삼켰는데, 알고보니 오늘 날짜로 출간된 진짜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클림트의 연인이자 불멸의 작품 'The Kiss'의 모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의 시각으로 클림트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이다.

죽도록 우울하고 신경질적으로 춥고 있는 동안 내내 비가왔던 오스트리아의 빈. 발목은 부어오르고 짤쯔부르크에도 비가 온다는 소식에 냉큼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에 올랐지만, 그래도 역시 빈은 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클림트의 The Kiss 하나만으로도.

여행 일정의 후반부였던 빈에서 동생과 나는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보다는 크고 작은 수퍼마켓과 바게뜨 샌드위치에 더 큰 감흥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행계획을 깡그리 무시할 순 없었기에 빗속을 뚫고 벨베데레 궁전에 있는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갔다. 거기에 클림트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그 작품이 뭐 그리 다를게 있을까 싶어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인터넷과 각종서적 속에서 범람하던 이 그림이 내 앞에 걸려 있는 저것과 과연 같은 그림일까 싶을 정도로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클림트의 The Kiss는 완전 가짜였다. 그가 즐겨 쓴 황금빛은 책속에는 전혀 빛나지 않았는데,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그림 속의 황금빛이 황혼 무렵의 석양이 금빛 밀밭을 비추듯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이미 책에서 본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구스타브 쿠르베의 '오르낭의 장례식'의 크기에 압도되어 정말 놀랐던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좋은 도판을 갖춘 책을 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품은 달랐다. 이 작품은 굳이 오스트리아에까지 가서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림만큼이나 신비스러운 클림트의 생애. 사랑했던 사람의 눈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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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5-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안 보여요.

부엉이 2006-05-2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보이시나요?

Koni 2006-05-2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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