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속한 원고를 제때에 보내지 않는 느림보들에게서 글 빚을 뜯어내기 위해 프랑스와 유럽을 누비고 다녔다. 그 느림보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독특한 종족을 구성하고 있었다. 자기네 관습을 지켜 나가는 데에 유난히 고집스럽고, 지체를 해명함에 있어 언제나 그럴싸한 핑계를 지어내는 지략이 뛰어난 집단이었다.
"수첩에 꼬박꼬박 적어 두어야겠어. 나중에 변명 편지들을 모아 서한집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편집자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껏 받아 본 편지들만 보더라도, 그 글 빚꾸러미들에겐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았다.
우선 어머니, 아버지, 또는 자기를 키워 주신 삼촌이 돌아가셔서 그 가눌 길 없는 슬픔 때문에 도저히 집필할 수 없었노라고 주장하는 편지가 허다했다. 한번은 어떤 저자의 죽었다던 아내가 몇 달 후에 다시 살아난 적도 있었다.
병이 나서, 다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핑계도 흔했다. 아, 거북을 탄 늘보 작가들, 공교롭게도 글씨를 쓰려고만 하면 손이 떨리거나 경련이 일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그 서경이라는 병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핑곗거리를 찾을는지?
무장 강도가 들었다고 변명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금시초문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강도들은 전문적인 수집가나 다름없다. 그들이 집을 터는 목적은 오로지 집필 중인 원고를 빼앗가 가는 데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아직 아무도 소장하지 않은 진품 중의 진품이기 때문이다. 그 밖의 것들, 예컨대 보석, 텔레비전, 라디오, 현금, 수표 등을 가져가는 것은 단지 범행의 자취를 흐리려는 수법일 뿐이다... 장 루이라고 하는 사람의 핑계도 일품이었다. 그는 웃음기 하나 머금지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웬 암소가(그래, 분명히 젖퉁이 달린 소라 했다) 한 부밖에 없는 원본을 가로채어 씹어 먹고 새김질까지 하더라고. 원, 세상에 염소라면 또 몰라도 암소가 종이를 그렇게 좋아하다니...
에릭 오르세나, '두 해 여름', pp.109-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