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삶이 얼마나 권태로우면 주사위로 선택의 결정을 할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어떤 숫자가 나오더라도 그에 맞게 선택을 하게 되는 것.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또 정도의 차이만 다르지 이런 경우도 없지 않으리라.

 

한 남자가 있다. 정신과 의사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 아내가 있는 단란하고도 성공한 가장이다. 친구와 함께 정신병원을 운영하며 사회적으로도 명망있다. 그의 삶은 무료하다. 무료하다 못해 권태롭다. 그 권태가 극에 다른 어느 날, 주사위 한 개가 보였다. 어느 숫자가 나올 때 아래층 여자를 강간하리라 생각한다. 주사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사위로 다가갔다. 설마 다른 숫자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주사위는 그가 강간하리라고 생각했던 숫자였다. 그 길로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한 여자를 강간한다.

 

자신의 모든 선택을 주사위로 결정한다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주사위 치료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호응을 얻었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리라, 는 모토를 가지고 치료하지 않았나 싶다. 한 소년에게, 한 여자에게, 할렘가를 맴도며 어린 소녀, 소녀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자에게도. 그의 주사위 치료법은 그들을 다른 세계로 이끈다.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주사위로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무언가 걱정스러울 때 주사위를 던지면 된다. 번호에 따라 선택지를 만들어 자기가 할일을 주사위로 결정하게 한다. 주사위 맨 루크 라인하트는 이렇게 난교 파티를 벌이고, 자신의 환자들을 주사위 치료법이라는 미명하에 제멋대로 식 치료를 했다. 물론 일반인이 보기에 그렇다.

 

사람을 바꾸려면, 그가 자신을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주변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주위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 주변 사람, 제도, 글, 잡지, 영화,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 철학자를 기준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환호나 야유를 상상한다. (202페이지)

 

 

 

 

 

 

 

의사들도 그의 주사위 교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정신의학계에서는 그를 퇴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아내 릴리언은 그를 떠나겠다고 결정한다. 아내가 떠나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지만, 루크는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온통 주사위에 빠져 역할놀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여기에서 루크의 아내 릴리언의 입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녀가 루크를 견뎌내기란 힘들다. 그가 병이 들었다고도 생각해보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동에 놀랄 뿐이다.

 

소설은 독자를 혼동케 한다. 루크 라인하트가 정말 미쳐버렸는가.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논하지만 주사위교라고도 불리는 이것이 정말 정신병을 가진 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가. 마치 그가 난교 파티를 벌여 논문을 쓰고자 했던게 과연 글을 쓰기 위함인가.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는가. 책을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혼동하게 된다. 루크 라인하트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또 그를 따라 주사위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적 혼란에 이르게 한다.

 

주사위가 나의 여러 모습을 해방시켜주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나를 해방시켜줄 터였다. 비록 내 주사위 치료가 세상을 바꾸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우연히 좋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었다.  (277페이지)

 

순진하게도, 삶이 권태로운 루크 라인하트가 주사위를 던져 누군가를 죽이는 살인 게임을 다루는 소설인 줄로만 알았더니 주사위 하나로 권태로운 삶을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법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루크 주변사람들이 혼란에 빠질수록 독자인 우리도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이랄까.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도 하다. 주사위를 던져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것, 한 번쯤 꿈꾸어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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