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죽이다 데이브 거니 시리즈 3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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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악인을 만난다.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경험한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한 발자국 건너면 이런 일들이 어디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얼마전에는 전봇대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고 의지하고 있던 줄을 잘라 사망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처럼 어디선가는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존 버든은 『658, 우연히』라는 소설로 만나게 되었다. 숫자 게임과 퍼즐 맞추기식의 추리소설로 꽤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신작을 읽으며 다시 한번 존 버든식 퍼즐 맞추기에 대해 놀라운 경험을 했다. 존 버든의 소설 속 데이브 거니는 마흔아홉 살의 전직 형사다. 어떤 사건으로 세 발의 총격을 받아 경찰을 그만두고 집에서 은둔하고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바라볼때 그의 형사적인 감각은 상당히 날카롭고 예리하다. 심지어 사건을 파헤치느라 자기가 점점 자기 안으로 파고들었던 감각을 잊을 정도로 사건에 집중한다.

 

'착한 양치기 사건'에서도 그렇다. 저널리스트인 코니 클라크의 딸, 킴은 저널리즘 박사과정의 일환으로 살인사건 희생자의 유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희생자의 가족, 자녀이야기로, 부모가 살해되었는데 사건이 끝내 해결되지 않은 경우, 그 사건이 가족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피해자의 가족을 인터뷰 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코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착한 양치기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 메르세데스 벤츠 운전자 6명을 죽인 사건으로 피해자 차량 근처에서는 플라스틱 장난감 6개가 종류별로 한 개씩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방송에 '탐욕이 모든 악의 근원이며 탐욕을 일삼는 인간은 탐욕의 숙주, 즉 숙주를 제거 한다'라는 착한 양치기 선언문을 보내왔다. 데이브 거니는 킴과 함께 피해자 가족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되는데, 이 사건이 어딘가 퍼즐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연쇄살인범의 동기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을 위해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킴과 데이브 거니의 집엔 누군가가 그 사건을 막는 듯한 일이 일어난다. 킴의 집에는 칼이 사라지거나, 바닥이 핏방울이 맺힌 것을 보이기도 하고, 데이브 거니의 헛간은 불타버렸다. 누군가 사건을 파헤치는 걸 방해하고 경고를 보내는 것 같은데, 그가 누구인지, 킴의 전 남친인 로버트 미스인지, 착한 양치기 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데이브 거니의 퍼즐 맞추기가 시작된다. 10년 전의 사건 파일을 훑고, 그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건이 발생한 순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모든 사건이 동일한 중요성을 지녔는가, 발생한 여섯 차례의 사건 중 나머지 사건의 필요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없었는가, 등이다. 범죄심리학자가 쓴 살인범에 대한 프로필 또한 믿을 수 없었고, FBI가 사건을 양치기가 원하는 대로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데이브 거니는 살인범인 착한 양치기의 신경증적인 살해 동기를 의심했던 것이다. 살인을 저지른 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인데, 착한 양치기는 자신의 동기를 교묘하게 감춰두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바라보기를 바랐고, 10년간을 아주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을 킴과 거니가 깨우고 있었다. 사건을 수면에 드러내자 '악마를 깨우자 마'라는 경고를 나타냈던 것이다.

 

데이브 거니가 가장 의문을 가졌던 점은 실제 표적을 죽이기 위해 특정한 차를 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가 였다. 데이브의 아내 매들린이 말하는 <검은 우산을 쓴 남자>라는 영화의 내용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방법을 내보인달까.

 

언젠가 작가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소설 속 데이브 거니 또한 형사로서의 직감, 일반 경찰들이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른 생각들을 지녔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띤다. 살인범이 교묘하게 감춰둔 살해 동기를 파악하는 것과 살인범이 원하는 방식의 수사가 어떠한 결과를 나타내는지를 말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요건이 된다는 것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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