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지하실을 잠근 사람들. 수많은 아기 고양이들이 있는 곳. 엄마 고양이들이 음식을 찾아 떠난 때 주민들은 그만 지하실 문을 잠궈버렸다. 고양이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지만 지하실 안에 갇혀있는 그 많은 아기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나. 굶주림으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뒤 고양이 시체 냄새나는 건 아닐까. 아무리 고양이가 싫다기로서 지하실 문을 잠궈버렸을 때의 뒷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새끼들을 향한 어미 고양이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애타는 어미 고양들의 슬픔을 어찌해야 할까.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인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 속에서 고양이에 관한 시가 많았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애틋함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어들. 우리는 그 시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본다. 새끼를 밴 배가 불러 있는 고양이들. 먹이를 찾아 지나가는 사람들 발치에서 머뭇거리는 고양이들을. 그렇다고 음식을 챙겨주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는 챙겨주겠지 하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을.

 

요즘의 시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시어에 깃든 숨은 의미를 굳이 찾지 않아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근접할 수 있다. 예전보다는 시인의 마음을 덜 감추는 것 같다. 마음을 숨기는 시 보다는 드러내는 쪽이 시를 읽는 사람들과 교감하지 않겠는가. 어려운 시를 기피하기 보다는 좀더 쉽게 다가는 시를 자주 읽는게 더 좋을 것도 같다.

 

슬픈 건 내 마음

고양이를 봐도 슬프고 비둘기를 봐도 슬프다

가게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나는 슬픈 마음을 짓뭉개려 걸음을 빨리한다

쿵쿵 걷는다

가로수와 담벼락 그늘 아래로만 걷다가

그늘이 끊어지면

내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림자도 슬프다.   (9페이지, 「그림자에 깃들어」 중에서)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을 떠올린다. 수많은 날들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다면 우리는 주변의 것을 챙기는 수 밖에 없을까. 로또를 사는 시인이라.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시 속에서 시인은 로또를 구입하고 있었다. 로또 한 장에 기대를 걸어보고 설렘을 느껴보는 건 우리 일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시인도 똑같은 생활인이기에. 모르겠다. 로또에 비유한 삶을 노래한 시를 내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시어의 이면에 깃든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지도. 

 

흘러라, 눈물이여

비야, 쏟아져라

어제도 그제도 그끄제도

그리고 오늘도 

줄창 비가 오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 흘러

모든 것 물에 잠겼네

모든 것 몽롱하고 영롱해졌네

물 위에 모닥불 지피고

빨랫줄 한가득 빨래를 너네

이제 머리를 감은 뒤

귀 막고 음악을 들을테야

젖은 확성기가 속삭이는

내 머릿속 이상한 음악을

 

깊은 물속 저 아래

땅에 사는 땅돼지

이따금 첩첩첩

옛 세상 안부 전하네  (54페이지,   「몽롱한 홍수」 전문)

 

 

 

비가 내리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많은 비가 내리는 홍수가 난 풍경을. 홍수가 났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인은 홍수가 난 풍경을, 물속에 잠긴 세상을 옛세상에 대한 안부를 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시는 낭만적인 것. 내리는 비를 보고서도 이처럼 땅속의 세상, 옛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감성.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감성들을 갖고 있다. 마음을 함축한. 기억들을 함축한 시어들에서 우리는 지난 날의 기억들 혹은 지난 생의 그리움을 깨닫는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 조차 새로운 기억이 되어 나타나는 것. 시를 쓰는 감성이 있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일상에서 만나는 언어들조차 한 편의 시가 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것. 시인들의 감성이 우리에게 맞닫는 순간이다. 시를 읽고 지난 날의 삶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본다. 좋은 일만 있기를,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우리의 염원. 시인이 느끼는 염원과 우리가 느끼는 염원이 다를지라도 결국엔 행복을 위한 일이 아닐까.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만나는 일. 시를 읽는 일이다. 시와 함께 하는 일들이다. 삶이 뿜어내는 우수를 만나는 일, 그것은 시를 만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