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를 시작할때 시 한 편을 읽고, 하루를 마감할 때 시 한 편을 읽는다면 우리는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을까. 지치고 힘들때 읽는 시 한 편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다. 짧은 시에서 가슴을 치듯 다가오는 느낌에 우리는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을까. 그 생각을 하다보면 시는 더 깊이 스며든다.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과 교감이 되어 스며드는 것이다. 마음속 깊이.

 

최근 시집을 자주 읽게 되었다. 한 장소에 앉아서 한 권의 시집을 다 읽는게 아니라, 어딘가로 이동할 때 비행기 안에서 혹은 차 안에서 시집을 꺼내어 읽었다. 한두 편씩 읽다보면 어느새 한 권의 시집을 다 읽고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다.한 시인의 시집은 시인의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반면, 여러 시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은 다양한 감성을 느끼게 된다. 엮은 시집의 대부분은 몇 가지의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다. 신현림이 고른 이 시집에서는 밤, 고독, 사랑, 감사, 희망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엄선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시는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의 느낌과 비슷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 그림을 바라보며 시를 읽는다.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몇 번이고 읽다가 장을 넘긴다. 다른 책에서도 만날 수 있는 시도 좋았지만, 내게 생소한 우리나라 시인의 시가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 제일 좋았던 시가 김광규 시인의 「밤눈」이라는 시였다. 얼마나 좋던지, 몇번이고 다시 읽은 시였다.

 

겨울밤

노천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이 시가 왜 좋았느냐고 물어보면 특별히 대답할 말이 없다. 하지만 모든 시어들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두근거릴 정도의 떨림이 있었다. 겨울밤의 그 시린 풍경이 가슴을 데워주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 시를 제대로 이해했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가슴을 채워주는 그 느낌때문에 김광규 시인의 다른 시가 궁금해졌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도 참 좋아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시는 「발작」이란 시였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시다.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奇蹟(기적) 아녀

 

누군가는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시장을 간다고 했다. 북적북적한 사람들 틈 사이로 걸어가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활기에 저절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아마도 시인은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장소인 터미널을 떠올렸나 보다. 삶이 무료할때, 쓸쓸할 때 훌쩍 떠났다 돌아오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시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기억으로 견딜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밤의 고요한 시간에 대하여, 고독에 대하여, 사랑과 감사에 대하여, 그리고 희망에 대한 시를 보며 마음을 위안을 얻는다. 시를 읽으며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잠못 드는 시간, 여러가지 일로 마음이 어지러울때 읽으면 좋을 시다. 마음을 적시고 영혼을 적시는 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