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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만났다. 책의 처음 문장이 '혹시 지금 자기계발서를 쓰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섭섭한 얘기겠지만, 자기계발서라는 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라고 했다. 이 책이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자기계발 서적인가? 했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분명 이 책이 소설이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마음속으로 '자기계발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 설마 자기계발 서적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 작가가 한 말처럼,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아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 누군가는 바로 그 책을 쓴 사람이다.' (11페이지) 라고 까지 했다.
이런 문장들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글쎄, 소설 속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는 책을 읽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설을 읽더라도 내가 소설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좋다. 다양한 소설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다, 라고 말하는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조금 염려도 된게 사실이다. 아마도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염려였다.
일단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 ~ 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단다. 이 책 또한 작가의 말처럼, 자기계발서이므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렵게 부자 되는 법'이라는 다소 황당하고도 긴 제목을 달았다. 과연 어떤 주인공이 우리를 부자되는 법으로 인도할까. 일단 부자되는 법을 알려줄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그는 '당신'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의 한 시골집의 어린 소년이다.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급격히 치솟아 눈의 흰자위가 노란 소년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가 부자가 될수 있는 아이다. 시골의 토담집에서 살고 있는 그의 가족은 요리사인 아버지를 따라 곧 도시로 가게 된다. '도시로의 이주는 신흥 아시아 국가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22페이지)
도시로 가게 되었으니 이제 소년은 점점 자라게 되고, 가족 중 유일하고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것이며 더럽게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 '교육은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도약대다.' (40페이지) 그가 더럽게 부자되는 두 번째 방법은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도 사춘기가 되면 저절로 이성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그에게도 '예쁜 여자'가 있었으니, 아마 그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여인일지도 모른다. 그렇잖은가. 십대에 예쁜 여자를 보았다면 그 예쁜 여자와 평생을 가고 싶지 않겠는가.
소설에서 총 열두 가지의 더럽게 부자되는 방법들을 '당신'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 당신들이 누구일까. 바로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잘 살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교육을 받고, 점점 커가며, 다른 사람의 아래에서 일하다가 이어 자신의 사업체를 경영할지도 모른다. 나이가 차면 결혼도 할 것이고, 아이도 한두 명쯤 생기고, 일 한다는 핑계로 가정을 멀리했던 '당신'들은 곧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돈을 벌려면 관료와도 손을 잡아야 하고 때론 뇌물을 주기도 하고, 사업 확장을 위해 부채를 늘리기도 한다. 혹은 누군가에게 배반을 당하기도 하는게 부자들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다르게 보면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은 우리의 일생을 그렸다. 어린 소년에서부터 사춘기를 거쳐 청년으로 자라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삶은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 시간들을 견뎌왔던 우리의 삶은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가치없는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삶인것을.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자기계발서라고 일컫는 소설에서 무언가 배울점이 있다는 것.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우리 개개인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있다는 것을. 비록 노년에 빈털털이가 되어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아무리 부자가 되려고 발버둥을 쳐도,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와 같은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