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Navie 255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렸을적엔 곧잘 라디오를 들었다. 그것도 심야시간이 다 되도록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사연과 함께 디제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음악 듣는걸 즐겼었다. 결혼을 한후 아이 키우느라 책도 라디오도 음악도 다 멀리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책도, 음악도, 라디오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저녁시간이 아닌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듣는달까. 항상 아침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아마 잠 많은 내게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하고, 아이들 챙기고, 출근 준비하는게 즐겁지만은 않아 항상 기분이 저조했었는데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침시간이 즐거워졌다. 예전에 들었던 음악들과 최근에 나온 노래들을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하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이의 목소리, 그리고 음악들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해준다. 이처럼 위로에 대한 이야기, 라디오 디제이를 하는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 이은세와 신희수의 이야기를 읽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주 많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를 해주는 사람.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때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과 이토록 같을수 있느냐며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이은세는 멋진 사람이었다. 아마도 신희수에게도 그랬겠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전에 이른 아침에도 말끔한 그의 모습과 바람결에 풍겨오는 바디로션 냄새때문에라도 마음이 먼저 앞서가긴 했지만 말이다. 

 

희수에게 은세.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잠시 안식년을 갖고 있는 희수. 이른 아침에 시장의 따끈따끈한 두부를 사기 위해 두부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때 모습보다도 먼저 풍겨오는 상큼한 바디로션 냄새를 풍기며 서 있는 은세. 그의 말끔하게 차려입는 모습을 보고 느껴지는 설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은세의 뮤직트리'. 그의 이름을 모르는 희수는 그를 두부남이라며 부르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자신의 알수 없는 마음을 고백한다. 그녀에게 은세는 봄볕처럼 따스한,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연분홍빛 설렘이다. 

 

희수에게 엄마.

아빠없이 홀로 남동생과 희수를 키웠던 엄마.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게 힘들어도 엄마와 가족을 생각한다는 책임으로 버텼지만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자 희수는 직장을 그만두고 때아닌 방황을 하고 있다. 서른두 살의 적지않은 나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여행을 계획하며 보내지만 결혼을 재촉하며 선을 보라는 엄마에게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전에는 내 생각이 더 크고 내 고민이 더 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에게 오셨다가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희수는 울컥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어느 새 좁아진 어깨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지켜보았을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딸에게 엄마의 뒷모습은 늘 안쓰러움이다. 눈물이 차오르는 안타까움이다. 희수가 엄마와 전화를 나눌때, 엄마가 찾아와 엄마가 해 주신 밥을 먹을때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희수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처럼 그렇게 울컥하고 뭉클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눈물이 날 만큼.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으로 침잠할때 불쑥 다가온 봄볕처럼 따스한 설렘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다감한 목소리를 지녔고 또한 음악으로 다정하게 위로를 해 주는 사람, 은세. 은세에게 설렘을 느끼고, 자신을 찾고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희수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 반면에 또한 그녀의 마음이 성큼 성장을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정통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심심한 소설일수도 있다. 그만큼 잔잔하고, 짜릿한 달달함도 덜하다. 하지만 나는 한밤에 음악 디제이를 하는 은세에게로, 그의 확실한 마음을 알 수 없어 '은세 씨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왔을까요?'  '우리 인연은 ..... 어디로 흘러갈까요?' 라고 묻는 희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실제 사연을 담아 은세가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코너 또한 특별한 구성이었다.

 

음악은 그처럼 우리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위로를 건넨다.

나에게 진주 작가가 그러하다.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서 위안을 얻었던 희수처럼, 나에게 진주 작가도 어느 날 우연히 다가와 마음을 다독이고 설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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