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박주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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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하늘에 외로이 떠 있는 노랗게 빛나는 달.
그 밝음에 손을 내밀었는데 그 달이 날아갈 수도 있는 불안한 종이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십대 후반 그 스물일곱 살의 청춘은 어쩌면 '종이달' 일수도 있겠다. 무엇하나 확실하지도 않고 무엇하나 제대로 정해진게 없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이십대 청춘들의 불안함을 '종이달'에 비유한 그들이 무언가를 찾고자하는 이야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1년 정도 근무하다가 박차고 나와 버리고 이런저런 직장을 몇군데 다니다가 지금은 백수인 윤승아. 무언가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도 없었고 좋아하는 것도 없어 지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백수이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일이 전부인 그녀.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그럭저럭 괜찮은 시니컬하고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도 거의 없고 어쩌다 한번씩 무리지어 만나는 성우라는 녀석과는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럴싸한 직장이 없는 백수생활이라 고향에 계신 엄마는 더 늦기전에 선이라도 보라며 전화로 성화를 하신다. 

아무할 일 없이 지내는 승아에게 작은 오빠는 묻는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되고 싶은지. 어렸을때 막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작은 오빠의 말을 그냥 흘러 들었다가 책을 한번 써보라는 성우의 이야기를 십분 정도 귀담아 듣는다.  해보지도 않고 뭐든 할 수 없다고 말해선 안되는 거라는 친구 효림의 말에 정말로 소설을 쓸 생각을 하고 소설 쓰기에 돌입한다.

언제 행복하냐고 물을 때 나는 혼자 있을 때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하는사람이었다. 그러면서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대답을 지독한 농담이나 시니컬한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어서 빨리 혼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은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나는 늘 혼자였다.(70페이지 중에서)

무언가 진지하게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 같은 순간. 누군가 진지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너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그런 순간. 게다가 그 사람이 나를 아주 잘 알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만 있다면 우연이 끌고 가는 내 삶을 필연으로 정리하고 싶다.(119페이지 중에서)

나는 책장에 꽂힌 책들 중 몇 권을 골라 훑어본다. 나 같은 사람이 하루면 읽어내는 이 책 한 권을 위해 작가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아부은 걸까.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면 이런 책 한 권을 세상에 들이밀 수나 있는 걸까. 한 자 한 자 실제로 쓰는 시간만으로 이 책이 되는 것도 아니겠지.(136페이지 중에서)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던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승아는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게 생기는 한없는 욕심을 부려가며 글을 썼다. 소설을 마치고 어디선가 날아 올 수상 소식을 기다리며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펼쳐지는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 스물일곱 청춘 시절의 절망도 희망을 향한 강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향해 날개를 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확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충동적이었지만 결정적인 무엇을 찾게 되는 순간이다.  

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 책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백수생활백서』였다. 오로지 책을 구입하고 책을 읽기 위해 원해서 백수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고 난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과 똑같은지 책의 아주 많은 부분에 색색의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인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을 읽었고 또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라는 책도 구입해 놓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을 정도로 그녀가 말하는 책이야기가 나는 너무도 좋다. 약간은 시니컬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그녀의 소설 또한 내 마음에 쏙 든다. 이번 작품 『종이달』또한 그런 비슷한 주인공들을 닮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격의 주인공들이 아주 싫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가 말해주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참 좋다. 책 좋아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승아의 성격처럼 아주 특별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불안한 인생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승아의 이야기가 참 좋다. 
내가 다시 그 시절의 혼돈과 불안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새로운 자신의 인생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 소설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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