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 김언수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설계자들 하면 일단 영화 '인셉션'의 그 설계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다른 이의 생각을 훔치는 자. 그 생각을 훔치기 위해 그 대상자에게 다른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계획을 짜는 설계자가 나왔었다. 이런 설계자도 있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 소설에서도 설계자가 나온다. 어느 누구를 죽이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어떠한 동선으로 죽이고 시체처리방법까지 자세하게 만들어내는 설계자 말이다. 또한 설계자들이 만든 설계에 따라 깔끔하게 죽이고 시체까지도 처리하는 암살자들이 있다. 설계자들이 만든 방법에 따라 하지 않았을때 모든 것이 틀어질 수 있어 설계대로 해 주길 바라는 설계자들과 암살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일단 이 소설은 느와르풍의 소설이다.
다 읽고 난 뒤에 느끼는 감정은 예전에 보았던 느와르 풍의 영화를 한 편 보고난 느낌이었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누군가를 죽이고 친구라고는 같은 암살자들만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 누군가를 죽이고 난 뒤 뜨거운 목욕물을 받아 목욕을 하며 죽음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한 남자의 외로운 모습이 보인다.  이 소설에 색깔을 대비시킨다면 어두운 회색빛을 닮았다.

주인공 래생來生은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고아로 얼마간 고아원 생활을 하다가 도서관의 관장인 너구리 영감에게 입양되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킬러로 만들어지게 되고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암살자. 누군가를 죽이는 일을 하지만 자신 역시 언제 뒤에서 누군가에게 칼을 맞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자신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자신 마저 그들의 설계 대상에 있을까 생각해야만 하는 일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일들이 계속 되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되어질거라는 것을 다루었다. 

책은 쓸쓸함 그 자체다.
한 남자의 쓸쓸한 모습들이 전체적으로 깊게 배어 있다. 누군가를 죽여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 시체를 화장터에 가지고 가 태우는 일. 담배를 피워 문 남자의 입가에도 쓸쓸함이 묻어 있다. 래생에게 미래는 있었을까? 그의 이름처럼 다음 생에 태어나야 진정 그 만의 삶을 살게 될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가 선택한 일은 충분히 영화적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래도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싶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피 냄새가 짙게 배어 있지만 어느새 다 날아가버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 에 한 남자의 쓸쓸한 모습만 담겨져 있다. 그의 그런 마음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