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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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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찰나의 한 순간 우리는 머리보다도 가슴에서부터 벅차오름을 느낄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 결정해야할 그 한 순간에도 머리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보지만 역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배신을 했더라도 가슴이 아니라고 말하면 그 마음의 흐름에 따라야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지도, 보지도 못하고 그 순간의 시간에 아주 다른 결정을 하기도 한다. 가슴속에서 밀어내지 못하고 평생을 후회하는 삶을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더구나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느꼈을때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상대방을 밀어냈을때 자신의 삶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만 방황하며 떠도는 삶을 살 것이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일생을 함께 할 운명같은 단 한 사람을 만나 한 순간의 결정으로 떠나보냈는데 자신은 어찌 행복한 삶을 살겠는가.

여기 그런 남자가 있다.
20년전에 만난 일생의 단 한 번뿐인 사랑을 한 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떠나보내고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아이를 낳고 살아왔지만 도무지 아내와 속한 삶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늘 어딘가를 헤매고 마음속에서 아직도 밀어내지 못하는 남자, 토마스. 아내와 이혼수속중인 와중에 우편물이 하나 온다. 20년전 베를린 장벽이 아직 있던 시절에 서베를린에서 만난 여자 페트라가 보낸 노트. 그녀의 노트를 읽으며 토마스는 베를린 여행기를 쓰기 위해 베를린으로 날아갔던 20년전의 베를린, 그리고 페트라를 기억한다. 처음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 눈에 반했던 사랑. 동베를린에서 탈출한 여성,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단 한 순간도 떨어지기 싫었던 페트라, 그녀의 동독에서의 아픈 사정들을 마음속 깊이 이해했던 그는 왜 그녀를 떠나보내고 이처럼 살고 있는지 후회하는 토마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아니'가 '전혀'가 되기란 얼마나 순식간인가. (12페이지 중에서)

인간 존재는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 우연의 힘은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우연히 어떤 때에 어떤 장소에 있게 되었다가 그 우연에 그 사람의 존재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우연한 리듬에 묶인 포로다. (58페이지 중에서)

페트라가 말한 아픈 과거도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현재도 있는 것이라고 믿는 토마스의 가슴 절절한 단 한 번 뿐인 사랑. 그 사랑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독일이 통일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반공교육을 배우며 자라왔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무조건 북한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살아온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 통일을 바라는 시점에 와 있으면서 20여년전의 동, 서 베를린의 그 장벽아래의 삶을 살았던 이야기는 이상하게 많이 공감하는 바가 되었다. 동독의 친한 이웃을, 친구를 믿을수 없었던 사방이 비밀경찰들의 끄나풀이 있었던 그 시대 그들이 느껴야 했던 두려움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들에게 첩자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아픈 모습까지. 분단된 우리나라의 지금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빅픽처』로 처음 만났는데 사람의 내면과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깊이있게 잘 다루는 작가인것 같다. 그의 작품은 초반 부분에서는 다소 장황한 설명을 하는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가 말하는 주인공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작가다. 또한 여성 작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의 아픈 감정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 낸다. 우리는 토마스와 페트라의 가슴속 깊은 마음까지 다가 갈수 있다.  

토마스에게 목마름 속의 단비 같았던 페트라.
페트라를 사랑하고 또 떠나 보내야 했던 그 순간순간들.
그 찰나의 한 순간들이 모여 자신의 삶을 살았던 토마스의 안타까운 마음들에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찰나의 순간.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늘 마지막인것처럼 사랑하며 마음을 건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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