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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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해 본게 언제적이었는지.
아마 고등학교 다닐 때, 혹은 교회에서 청년부로 활동했을때 하는 의무적인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솔직히 힘든 시련을 겪어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인생이 평탄하게 흘러 왔다고 해야 할까. 물론 부모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았고 지금도 속상한 것도 있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남들에 비하면 그 정도 까지는 아니지 않나 생각해본다. 내가 가진게 작아 보였지만 그래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요즘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아주 힘든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간절한 기도를 해보지 않았나보다. 소소한 일들 때문에 기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터. 나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에게, 벗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을 주는 해인 수녀님의『작은 기도』라는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전에 에세이를 읽을 때부터 시인의 시집을 한 권도 가지도 있지 않다는 사실에 괜히 죄송스러웠고 그 분의 시집을 읽고자 했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시집을 읽으며 요즘의 어지러운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시들이 함께 했다.


글자 놀이

오늘은
일을 쉬고
책 속의 글자들과 놉니다

글자들은 내게 와서
위로의 꽃으로
향기를 풀어내고
슬픔의 풀로 흐느껴 울면서
사랑을 원합니다
내 가슴에 고요히
안기고 싶어 합니다.

책 속의 글자들도
때론 외롭고
그래서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 너무 바쁘지 않게
너무 숨차지 않게
먼 길을 가려면
나와 친해지세요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글자에게
나는 웃으며 새 옷을 입혀줍니다
사랑한다고 반갑다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말해주다가
어느새 나도
글꽃이 되는 꿈을 꿉니다  (33~34 페이지) 



홀로 있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172페이지)


글 쓰시는 분들, 특히 시를 쓰시는 분들은 사물을 보거나 자연을 볼때도 우리의 눈과는 틀린 모양이다. 온 마음을 열고 그것들을 세심하게, 정성을 다해서 바라보는 듯 하다. 그 조그만 미물 하나에도 생명력을 불어 넣어 우리를 아름다운 시어로 초대를 하신다. 해인 수녀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작은 기도가 어지러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와 위안을 준다. 당신에게 아픔이 있어서 일까. 조곤조곤히 얘기하듯이 하시는 말씀이 더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마지막 뒤에는 해인 수녀님의 산문이 한 편 있어 수녀님이 주시는 말씀을 새겼다. 그 산문에서 수녀님은 얼마전에 생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어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게,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해인 수녀님의  『작은 기도』시집은 나에게는 작은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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