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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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살고 있는 집안에 남자의 형상을 가진 귀신이 출몰한다면 어떨까. 샤워할때도, 침대 앞에도, 부엌에서도. 심지어 회사에까지 나타난다면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남자의 형상을 가진 물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남편에 비해 아내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도대체 왜 남자가 나타나는가. 머리의 형상을 보니 다친 것 같기도 하다. 그 남자의 형상은 점점 형체를 잃어가고 있다. 그 남자의 형상을 스케치해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을까.

 

 

총 여덟 편의 소설은 호러임에도 꽤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한다. 너무 쉽게 죽임을 당하거나 죽인다. 때로는 자기 아이를,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를 구하기도 한다. 자기 앞에 나타난 이상한 현상들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다.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자기의 아이를 죽였다. 목욕을 시키다가 혹은 아파트에서 아이를 떨어뜨렸다. 그 친구들은 왜 아이를 죽인 것일까. 이유는 고등학교때 괴롭히던 요리코가 자기 아이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마치 그 아이의 실제를 보는 듯 두려웠었던 것 같다.

 

 

머리가 없는 닭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흔적을 찾아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장소를 찾기도 하며,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후 어머니 집에 와서 지내다가 아이를 보고싶어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다시 함께 살아보자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았을때 딸을 데리고 눈 앞에서 동반 자살한 남편. 이후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 여자는 산책을 하다가 살려달라는 딸 유코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항정신병약 때문에 환청이 들린 것인가.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뭉클했다. 자신의 아이가 마치 길을 알려준 양 한 아이에게로 인도했다. 뭉클하다. 딸아이가 누군가를 살리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장난감 무전기를 좋아했던 아들 히카루가 쓰나미 때문에 죽은후 밤마다 들리는 무전기 소리로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바로 히카루의 목소리를 들었다. 죽은 가족들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던 그에게 들리는 환청이었을까. 소설은 마치 몇 년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에서 들리는 무전기 소리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 세상에는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간절한 염원이 환청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아이들아, 잘 자요.

사람들아, 잘 자요.

잘 자요, 편안하게.  (256페이지)

 

 

소설을 쓴다는 건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거다. 기담, 호러 소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상상의 산물이 여기 소설에 나타나 있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주님과 천사를 언급하는 소설도 있다. 무엇을 말하건 간에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내가 했던 잘못을 감추기 위함이고 타인의 것을 탐하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 씁쓸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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