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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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에서 와타나베 탐정은 이름만 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시리즈 첫편에서는 와타나베의 활약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바였다. 하지만 알코올 홀릭에 빠진 와타나베는 사와자키가 탐정사무소에서 없을 때 종이 비행기로 아주 간단한 메모만 전할 뿐이었다. 궁금한 것 중 하나가 경찰 출신 와타나베가 마약과 돈을 훔쳐 달아난 뒤로 사와자키는 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가 내심 궁금하던 차였는데, 이처럼 와타나베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 종이 비행기를 접는 습관 때문에 사와자키에게 종이 비행기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다른 탐정 소설과는 다른 점이랄까. 셜록 홈즈도 왓슨 박사의 도움을 받듯 혹은 <탐정>이라는 영화에서 성동일과 권상우가 함께 짝이 되어 탐정 사무소를 이끌어가듯 와타나베가 어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늦깎기로 데뷔한 소설가 하라 료. 하드 보일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설가. 더불어 사와자키 시리즈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어가는 마흔 살의 탐정을 창조해냈다. 소설이 나온 시점이 1988년 답게 휴대폰도 없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해 메모를 받는 식의 아주 구세대적인 시대다. 그가 외출하고 없을 때 전화 서비스 담당이 전화를 받아두었다가 사와자키가 전화해서 물어보면 전화 건 사람의 목소리와 용건을 말해준다.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서비스에 약간의 답답함을 무시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오른 손을 감춘 한 남자의 방문이 있었다. 르포라이터인 사에키를 찾는다. 그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탐정이란 고로 말을 삼가야 한다. 사에키라는 인물을 찾으려면 사건 접수를 해야 했고, 도쿄 도민 은행 전표가 찍힌 20만 엔이 든 봉투를 맡아달라며 건네주고 사라진다. 자신의 이름이 가이후라고 했다. 그리고 사라시나 슈조의 변호사가 전화를 하고 자신의 집으로 방문해 줄 것을 요하고 그곳에서 사라시나 슈조의 딸 사에키 나오코가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게 된다.

 

 

사에키 나오키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에키의 탁상 달력에 와타나베 탐정사무소가 적힌 메모는 누가 가르져 준 것일까. 정식으로 사건을 의뢰받은 사와자키는 사에키의 행방을 좇고 자신에게 20만 엔을 맡긴 가이후를 전화번호부에서 찾는다. 사에키가 머물렀던 집에 가봤으나 사이후나 사에키의 흔적은 없고 경찰 신분증을 지닌 한 거구의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사에키가 무엇을 조사한건지 파악하려고 신문을 뒤적이다가 도쿄 도지사 후보 사키사카의 저격 사건과 연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가이후라는 이름을 쓴 남자는 누구인가.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하고 그의 가방에 들어있었던 거금과 총기는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 였다.  

 

 

미스테리 소설이 그렇듯 도지사 후보의 스캔들 사건과 이에 대한 괴문서의 정체가 드러남과 동시에 괴문서를 이용한 사람이 있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돈 때문이었다. 가진 자는 더 갖기를 희망한다. 권력 또한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에 대한 욕망이 큰 법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고 누군가를 끌어내리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진 패를 이용해 얻고자 하는 것이 크다.

 

사와자키 탐정의 추리가 빛나는 시점이다. 하나를 바라보지 않고 여러 개를 짜 맞출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니시고리 경부를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줄 줄도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합법적이지 않다. 반면 일본에서는 합법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공인 탐정 제도 도입를 거론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소설 속 사와자키는 오히려 경찰관보다 더 앞서 간다는 것이 매력이다. 셜록 홈즈에서도 경찰관이 셜록의 도움을 받았듯, 비교적 자유로운 사와자키가 니시고리 경부에게 도움을 주는 식이다. 경찰이 미리 예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식이랄까. 고독한 사와자키의 거친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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