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텔레비젼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있었다. 손예진과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친구 동생, 누나 친구로 연애를 하는데 꽁냥꽁냥대는 그들의 연애가 예뻐 본방사수하며 챙겨 본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현실의 연애를 했는데, 직장 생활도 그 중의 하나였다. 회사의 회식 날 할 수 없이 부장이나 이사 앞에서 탬버린을 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서 오죽했으면 별명도 윤탬버린이었을까. 그런데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의미로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도한 성추행으로 문제시되자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은 한두 명 일뿐, 모두들 한 발 물러서서 윤진아에 대해 수군댔었다. 다른 직원들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임엔 틀림없다.

 

소설의 첫 번째 내용이 이와 같은 일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과도한 접촉, 성적 농담, 만나자는 전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남자인 팀장에게 상황을 알렸지만 제대로 조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녀를 나무랐다. 공황장애를 앓으면서까지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SNS에 적극적으로 알렸으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20페이지)라고 다짐했다. 아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부터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쑥 올라갔다고 봐야겠다. 첫 번째 사람이 조용히 넘어갔기 때문에 과장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자신 또한 조용히 덮고 넘어갔다면 다음 사람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소설 속 소진처럼, 드라마속 윤진아처럼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작가는 육십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 속에 녹아냈다. 직장인으로서 애환을, 누군가의 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산다는 것의 애환을 들려주었다.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의 또다른 변주곡이다.

 

 

여성 직장인으로서 성희롱을 고발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공기업 퇴직 노동자, 학교 급식실의 조리사로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시위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이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 결혼을 앞두고 이혼을 준비 중인 언니를 바라보는 심정, 이땅의 엄마로서 손녀들을 키우는 애환 등을 담았다.

 

젊어서는 자신의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고, 나이가 들어서는 며느리의 아이, 딸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힘겨움을 담았다. 아이들을 챙기다보면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사는 오늘의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딸과 며느리의 아이를 돌봐주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아이들을 봐주는 시어머니는 신경쓰는 며느리, 일하느라 바빠 도통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없어 사위를 욕해보지만 아들 또한 마찬가지 아닌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지 말 것.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99페이지)

 

 

나 사실 좀 억울하고 답답하고 힘들고 그래. 울 아버지 딸, 당신 아내, 애들 엄마, 그리고 다시 수빈이 할머니가 됐어. 내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 (201페이지)

 

최근에 스치듯 본 드라마에서 어떤 여성이 그러더라. 여자는 아이를 가지면서 자신의 삶이 없다고. 그저 아이 엄마가 된다고. 무시해보려고도 하지만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는 여성에 대한 대변이었다.

 

여성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음에도 이 소설 속 여성들은 무조건 참지 않는다. 맞서 싸운다. 이처럼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하는게 아닐까.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다를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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